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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295화 (295/408)
  • 295화. 압살(壓殺) (4)

    초신성처럼 빛나던 준혁이 한 발을 내미는 행동을 취하자,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석두의 눈앞에 도착했다.

    “터져라!”

    외마디와 함께 빛이 어른거린다 싶은 순간, 석두가 황급히 양손을 교차하며 앞을 막아섰다.

    콰앙!!

    한 번의 부딪침에 석두의 양손이 터져나가며 흩날렸고, 그는 수십 미터를 날아가다 사신정이 만든 장막에 부딪혔다.

    그 순간, 검은 장막이 출렁거리며 그곳에서 나무줄기가 튀어나오며 그를 휘감았다.

    “설마, 성광지력이란 말인가?”

    석두는 몸을 휘감는 나무줄기는 신경도 쓰지 않고, 텅 비어버린 자신의 팔뚝 언저리만 눈에 담았다.

    하지만 준혁이 담소를 나누듯 대화해줄 리는 없는 상황.

    어느새 석두의 정면에 나타난 준혁이 이번에도 번개처럼 손을 찔러 넣었다.

    단번에 처리하겠다는 듯 그의 손은 정확히 석두의 단(丹)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놀란 듯 당황하던 석두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고함에 가까운 의지 발현이었다.

    “굳어라!”

    챠챠작-

    그러자 그의 전면의 대기가 회색으로 변하며 번개같이 손을 뻗던 준혁의 팔과 함께 석고처럼 굳어버렸다.

    그 범위가 얼마나 넓고 두꺼웠는지, 성광지력으로 한 번에 녹이며 뚫어버리려던 준혁이 난감해할 정도였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석두의 팔이 있던 곳으로 엄청난 양의 영기가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팔을 재생했다.

    “흐음.”

    그 모습에 준혁이 살짝 인상을 쓰는 사이, 석두는 팔이 회복되자마자 즉각 양팔을 휘둘렀다.

    파앙-

    그의 움직임에 나무줄기가 터져나가며 석고에 굳어버린 준혁의 측면으로 바위로 만든 꼬챙이들이 수백 개 생겨났다.

    직후, 꼬챙이들은 마치 로켓이 추진하는 것처럼 밀려들며 준혁을 단번에 꿰뚫어 버릴 것 같았다.

    쇄애액-

    콰자작-

    하지만 꼬챙이들은 허공을 교차하다 서로 박살 날 뿐이었다.

    꼬챙이가 날아든 순간 준혁의 등 뒤로 2미터가 넘는 날개가 나타나더니 허공으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리고는 석두의 머리 위에 나타나 치켜든 발을 내리꽂았다.

    “이것도 막아 보시지요!”

    성광지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선 직접 타격이 최고였기에, 준혁은 이번에도 근접 공격을 이어갔다.

    그때 준혁의 성광지력의 약점을 깨달았는지, 석두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양손을 좌우로 세차게 뻗었다.

    “가소롭구나!”

    월광지력과 달리 태양지력과 성광지력은 아직 완벽히 다루지 못했던 준혁.

    운용할 수 있는 기운이 10이라면 외부로 출력할 수 있는 한계는 아직 3~4에 불과했다.

    석두는 준혁이 내뿜는 기운과 충격에서 전해오는 기운의 차이를 파악하고 마치 승리한 것처럼 비웃음을 흘렸다.

    그가 생각하기로 아무리 상성이 나쁘다고는 해도, 출력의 한계는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는 단점.

    그리고 미세하지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영역 자체도 상대방이 밀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잠시 후 석두가 뻗은 양손이 신호가 되어 그의 몸이 옅은 회색 기운으로 보호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준혁이 그랬던 것처럼 석두의 몸과 그의 영역분신들이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몸 성히 데려가진 않으마!”

    ***

    석두가 방어와 공격을 구분 없이 이어가는 것과 달리, 준혁은 공격은 성광지력으로 했지만 방어는 무조건 회피였다.

    파앗-

    “제법입니다.”

    짧은 시간 수십 번의 공방이 이어진 후, 준혁은 한참 거리를 두고 떨어진 채 숨을 골랐다.

    단번에 상대를 제압할 욕심을 버리고 이동한 것이었다.

    준혁은 천천히 앞으로 날아오며 공격을 준비하는 석두를 보면서 짧게 혀를 찼다.

    ‘성광지력으로 인해 우세하다고는 하나, 결국 시간을 끌면 불리하다.’

    진선이라는 수행은 영원불멸을 보장받은 경지.

    불멸이라는 말에는 신체를 의지로 복구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이었다.

    성광지력으로 상대를 무력하게 만든다 해도, 치명적인 손상을 빠른 시간 안에 주지 못한다면 결국 영기 고갈로 패배를 맞이하는 건 준혁 본인.

    공방 자체로 보자면 분명 상대할 만했지만, 영역분신을 최대치의 수행으로 넷이나 부린다는 건 그에게 분명 무리였다.

    ‘게다가 혈맥의 힘을 삼지행으로 치환하는 것도 못 할 짓이고.’

    평온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준혁은 영역분신 때문에 꽤 피가 말리는 상황이기도 했다.

    대천경의 수행에 네 명의 분신을 최대치로 움직이는 것도 무리였는데, 삼지행을 적용하자 힘의 소모가 더욱더 극심했던 것이다.

    이 모든 게 아직 익숙지 않은 힘이었고, 숙달되지 못했기에 생겨난 일이기도 했기에 입 안이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석두가 놀란 것에 비하면 준혁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분명…. 연형기 인족이라 했거늘.”

    대략 300여 년 전 모습을 드러낸 인족의 수행이 연형기라 전해 들은 석두는 이번 일에 조금의 마음도 쓰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마지막 전언이 상대방이 수행을 올리고 있다는 말이었기에, 그래 봐야 화신기 수사, 혹은 정말 뛰어난 인재라 해도 소천경에 이른 수사라 여기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자신과 같은 진선경 수사이니 그 얼마나 놀랐겠는가?

    거기다 생명체는 다룰 수 없다는 성광지력을 온몸에 두르고 있었으니 그 놀라움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엔 수행을 알아볼 수 없어 이상하다 하더니. 이래서였나?”

    마선경이 전해준 말들을 다시 상기해본 석두는 자신의 분신이 밀리는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무언가 고민에 빠진 듯 물러나 버린 상대가 강렬한 빛을 뿜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의 곁으로 새로운 두 명의 수사 나타났다.

    그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진 석두가 주춤하며 멈춰 섰다.

    “이, 인지괴, 저, 적마??”

    ***

    찰나지간 고민을 거듭한 준혁이 내린 결론은 무리해서라도 상황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분신이 네 명보다 더 늘어난다면, 회복하는 영기보다 소비되는 영기가 압도할 상황이었지만, 애초에 대천경 수사가 진선경 수사를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일.

    처음의 계산대로 속전속결이 답이었다.

    결론을 내린 준혁은 곧바로 사신 분신의 출력치를 낮추며 분광소와 인지괴, 그리고 적마를 소환했다.

    동시에 성광지력으로 빛을 발산하며 용천무의 날개를 꺼내 공간을 비집고 모습을 감춰버렸다.

    “인지괴!! 공천귀와 함께 사라지더니 너 역시 함께하고 있었구나! 게다가 적마까지! 설마 한 놈과 다중 계약이라도 맺었단 말이냐?!”

    전혀 인지하지 못하던 마선들이 나타나자 석두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마선경이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었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믿지 않았던 석두.

    다른 이들은 몰라도 고고한 인지괴는 허구한 날 도둑질을 일삼는 적마를 벌레처럼 생각하던 친구였다.

    그러니 눈앞의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두 명의 마선이 조용히 시립한 채 말이 없자, 준혁의 모습을 한 분광소가 대신 대답했다.

    “그럼 안되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네놈에게 물은 것이 아니다! 인지괴! 대답하라!”

    “그 대답은 하늘에 가서 들으십시오. 적마, 인지괴. 움직여라!”

    상대를 뒤흔들기 위해서라면 더 도발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었지만, 준혁은 몸속 영기가 미칠듯한 속도로 소모되는 걸 느끼며 즉시 마선들을 움직였다.

    그러자 적마가 붉은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앞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을 취하다 안개처럼 흩어지며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는 모습을 감춤과 동시에 석두의 측면에 나타나더니 가슴에서 붉은 장검을 꺼내 사선으로 베었다.

    샤아악-

    적마가 움직인 사이, 인지괴는 양손을 모았다가 허공에 큰 원을 그렸다.

    그러자 그의 손짓에 따라 전면에 커다란 거울이 나타났고, 인지괴는 자신이 만든 거울로 퐁당 뛰어들며 모습을 감췄다.

    “이 도둑놈 새끼가!”

    석두는 지금껏 선사다운 태도를 유지했던 게 거짓이라도 되는 것처럼 칼을 휘두르는 적마를 향해 욕설과 함께 이를 갈았다.

    그리고는 칼 따윈 자신의 몸에 타격을 줄 수 없다고 여긴 듯, 가볍게 손을 털어 적마를 막아냈다.

    동시에 멀리 떨어진 준혁을 향해 주먹을 연달아 쉬지 않고 내질렀다.

    펑펑펑-

    허공이 터지며 영기파동이 사방을 흔들며 퍼져나가자, 처음과 달리 조그마한 주먹들이 준혁 주변을 휩쓸었다.

    그 모습에 준혁으로 위장한 분광소가 양손을 합장하자, 그의 전신에 성광지력이 휘몰아쳤고, 그 모습 그대로 석두를 향해 유성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때 허공에서 거울이 나타나더니 석두를 향해 비추었고, 거울에서 따듯한 봄날 같은 햇살이 떨어져 내렸다.

    “한 놈과 동시 계약을 한다면 마선으로서 권능을 일부 포기해야 함을 모른단 말이냐!”

    정확히는 두 명 혹은 여러 명의 마선이 제한된 자원을 나눠가는 것이었기에 포기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았다.

    자신의 권능을 발휘하기 위해 끌어다 써야 하는 계약자의 영력이 부족해지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쇄애액-

    “멍청한 놈들!”

    어느덧 빛덩이로 변한 준혁이 코앞까지 날아오자, 석두의 단(丹)에서 귀여운 꼬마 원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존재만으로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두 번째 공격을 시도하던 적마의 몸이 돌처럼 굳어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석두의 머리 위 거울에서 쏟아지던 햇살도 마치 기체가 얼어붙는 것처럼 회색빛으로 변하더니 힘을 잃어갔다.

    “이제 진선이 되었다니! 진정한 의지의 지배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주변의 모든 걸 순식간에 석화시켜버린 석두는 원영만 남겨둔 채 준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쇄애액-

    그 모습을 멀리서 본다면 마치 두 개의 행성이 부딪치는 것처럼 훼멸적으로 보였는데,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소멸에 이르는 충격을 맞이할 것만 같았다.

    콰아아앙!!

    직후, 석두와 준혁이 각자의 기운을 폭발적으로 터트리며 부딪치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대기가 터져나갔다.

    하지만 충격파가 채 사라지기도 전.

    “이게 무슨?”

    폭발한 대기마저 석회화되며 굳어가는 충격파 중심에서 석두의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체가 아니란 말인가? 이 정도로 존재감이 옅다니….”

    충격파와 동시에 허상처럼 사라져 버린 준혁 때문에 석두가 연신 눈을 굴렸다.

    분신이라 하기엔 분명 존재감과 의지력까지 느껴지는 본체였는데, 막상 처리하고 나니 허공에 삽질한 것처럼 아무것도 잡히질 않았다.

    심지어 원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에 석두와 석두의 원영이 동시에 몸을 훽하고 돌렸다.

    푸욱-

    그리고 몸을 돌린 순간, 갈라진 허공에서 거무튀튀한 검 하나가 나타나 원영의 몸을 정확히 찌르고 지나갔다.

    “잘 가십시오.”

    잠시 뒤 석두가 상황을 인지하며 괴성과 함께 움직이려는 순간.

    “으허헉!”

    석두의 원영이 짙은 회색 기운으로 변하며 거무튀튀한 검으로 빨려 들어갔고, 직후, 괴성을 지르던 석두의 본체마저 먼지처럼 변해 검 안으로 흡수돼 사라져 버렸다.

    땡그랑-

    잠시 후, 공간 팔찌가 땅에 떨어지며 싱그러운 소리를 내자, 준혁이 짧게 혀를 찼다.

    “훗날 다시 보게 될 겁니다.”

    예상대로 영역 분신이 늘어난다면 말이다.

    ***

    영역분신들이 생겨나면서 분광소의 역할이 빛바랜 듯했지만, 실상은 더 다양하게 사용 폭이 늘어났다.

    다른 분신들과 달리 영역 분신으로 소환된 분광소는 진짜 준혁과 차이가 없었고, 영역 안이라면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심지어 대화까지 가능해 웬만한 수행 차이가 아니고선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만약 마선인 석두가 상대방의 마선기를 읽으려 노력했다면, 준혁의 본체인 척하고 있던 분광소를 꿰뚫어 볼 가능성도 있던 일.

    매우 짧은 순간이었고, 인지괴로 상대를 방해했기에 걱정은 없었지만, 혹시나 하고 걱정했던 준혁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때, 내부가 텅 빈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머리가 핑 돌았다.

    “으윽, 한계인가?”

    잠깐 인상을 찌푸린 준혁은 곧장 분신들을 재빠르게 수거했다.

    그리고는 사신정 밖에 대기하고 있던 두 명의 대천경 수사를 파악하고는 다시 한번 수결을 짚었다.

    화악-

    그 순간 일정한 비율로 늘어나던 사신정이 비정상적으로 한쪽으로만 확장되더니 순식간에 두 명의 수사를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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