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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254화 (254/408)
  • 254화. 면교만 (4)

    면교만의 비행 법기는 모래사막의 하늘을 빛살처럼 갈랐다.

    그 빠르기가 가히 전광석화라 부를 정도라 소천경 수사의 전력 속도와 비슷할 정도였다.

    전왕문 자체가 뇌명숲을 오고 가며 부를 쌓았기에, 이동 법기가 다른 곳보다 발달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형! 저기! 적고가 멈춰 섰습니다!”

    한참을 날아가던 면교만의 비행 법기는 적고라 불리는 붉은 짚 인형 근처에 다다르자, 물리법칙을 무시하듯 급제동하며 멈췄다.

    잠시 후, 비행 법기를 수거한 면교만은 반배와 함께 지상에 내려섰다.

    “약은 놈, 꾀를 부렸다만 상대를 가렸어야지.”

    어느새 면교만의 얼굴엔 비릿한 비웃음이 매달려 있었다.

    적고가 가리킨 곳은 뇌명숲의 테두리. 불타는 사막의 모래가 침범하지 못한 평범한 토양을 가진 빈 땅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다고 여겼다.

    뇌명숲을 건너지 못하는 한, 사막에서 숨을 곳이란 없었으니까.

    비웃음을 흘리던 면교만은 강렬한 영기파동을 퍼트려 반배가 물러나게 했다.

    동시에 검은 흑판 세 개를 꺼내 사방으로 던진 후, 수결을 마친 뒤 양손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이 생쥐 같은 놈! 당장 모습을 드러내거라!”

    그리고는 외침 속에 분노를 담아 손을 내리쳤다.

    콰르릉-

    그 순간, 멀쩡하던 하늘에서 우렛소리가 터져 나오며 사람 몸통만 한 노란 뇌전이 면교만이 가리킨 땅을 직격했다.

    콰콰쾅!

    땅을 직격한 뇌전은 검은 그을음을 만들어내면서 연달아 떨어졌고, 삽시간에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이래도 안 나올 테냐!”

    그 순간, 땅에서 사람으로 보이는 흐릿한 그림자가 상공으로 치솟았다.

    그림자는 나타나자마자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듯 영역을 만들어내더니 주변 일대를 강한 압력으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면교만의 비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흐흐, 역시 영역을 다룰 줄 아는 놈이었군. 아주 깜찍하게 나를 속였구나.”

    상공으로 치솟은 그림자.

    그건 땅속에 숨어 뇌공지신을 익히고 있던 준혁과 딸려 나온 조말랑이었다.

    ***

    ‘도대체 어떻게?’

    자신이 숨어있는 지상 위로 면교만이 나타났을 때까지만 해도, 준혁은 이곳저곳 수색하다 생긴 우연의 일치라 생각했다.

    하지만 연달아 떨어지는 뇌전이 땅을 파고들며 정확히 자신을 향하자, 더는 숨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무영기가 통하지 않다니?’

    무영기가 무엇인가?

    일정 공간을 영기가 통하지 않게 만들어 흐름을 완벽히 차단하는 기술이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간파당한 적 없던 무영기가 발각당하자 준혁은 살짝 당황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멀찍이 떨어져 비웃음을 날리는 면교만과 분노로 점칠 된 흉신악살 같은 그의 사제의 모습.

    두 명의 수사를 마주하니 걱정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뇌공지신이 어떤 원리인지 파악한 지금, 혼자라면 얼마든지 도망갈 자신이 있었지만, 문제는 뒤편에 겁을 먹고 서 있는 조말랑.

    그와 함께 탈출한다는 게 녹록지 않다 여겼다.

    더 중요한 건.

    ‘도망간다 해도 재 발각될 위험이 너무 크다. 우선 무영기를 어떤 방법으로 간파했는지 알아낸 후 도망쳐도 늦지 않…. 저건?’

    그때 준혁의 눈에 면교만 머리 위 상공에 떠 있는 붉은 짚 인형이 들어왔다.

    준혁을 무시하는 듯 아직 영역을 펼치지 않은 면교만 덕분에 인형에서 풍기는 기운이 여실히 느껴졌다.

    “설마. 저건가?”

    인형의 시선을 따라간 준혁은 그것의 끝이 조말랑의 손등이란 걸 볼 수 있었다.

    정확히는 그의 손등에 새겨진 전왕문의 낙인.

    ‘낙인에 추적 장치가 되어있었구나!’

    준혁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맹렬히 생각하며, 조말랑을 불렀다.

    “조말랑 수사. 지금부터 내 말 잘 듣게. 아무래도 그대에게 찍힌 낙인이 저들을 불러온 것 같네.”

    “네?! 이, 이것 말입니까?”

    조말랑은 화들짝 놀라더니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 그를 향해 준혁은 간단한 조언을 던졌다.

    “그러니 팔을 자르게.”

    “예에?!”

    “하하하, 제법 눈치가 빠르구나. 허나 이미 늦었다. 낙인을 지운다고 하여 네놈이 내게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조말랑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이 끼어든 면교만을 향해 준혁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보이지 않게 분광소와 식검, 적마도와 토율서를 꺼냈다.

    “도망가는 게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 이미 뇌공지신까지 익혔는데 말입니다.”

    “뭣이!”

    면교만이 놀라기도 전, 준혁이 손을 앞으로 내밀며 영력을 움직이자, 우렛소리가 터져 나오며 수박만 한 공이 손바닥 앞에 나타났다.

    “네놈이 어떻게 뇌공지신을!!”

    아직 수박만 한 크기가 한계라 몸을 숨길 수도 도망에 도움도 되지 않았지만, 준혁은 아주 태연하게 공을 통통 튀겨가며 말을 이었다.

    “신배 수사가 아주 친절히 가르쳐 주더군요. 그의 열정에 말을 잃었습니다.”

    그 순간, 면교만을 중심으로 영역이 생성되며 준혁의 영역과 기 싸움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행의 차이 때문인지, 준혁의 영역은 순식간에 면교만의 영역에 잠식돼 버렸다.

    그리고는 그때부터 주변 기질이 바뀌며, 준혁의 어깨를 내리누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강하지 않는 압력에 준혁은 자신의 영역이 상대의 영역의 일정부분을 상쇄시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절대 곱게 죽이지 않으마. 반배! 너는 저놈을 죽여라! 이놈은 내가….”

    “사형! 제가 신배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쯧, 보고도 모르겠느냐? 네가 상대할 자가 아니다. 그러니 저 백랑족 애송이를 죽여놓고 기다리거라. 그럼 저놈의 마지막은 너에게 넘겨주마.”

    분노가 이성을 잡아먹진 않았는지, 반배는 면교만의 명령에 수긍하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러자 면교만이 수결을 맺어 준혁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그 순간, 면교만의 양옆에서 쇠꼬챙이처럼 생긴 막대기 두 개가 나타나더니 준혁을 향해 번갯살처럼 쏘아졌다.

    동시에, 하늘에서 우렛소리가 재차 울려 퍼지며 뇌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준혁은 생각을 끝내고 대비책을 마련한 상황.

    조말랑을 황급히 끌어당겨 잡아챈 준혁이 공간팔찌에서 조각배 하나를 꺼내 허공으로 집어 던졌다.

    동시에 한 손으로 수결을 맺고는 법기를 발동시키며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렸다.

    콰쾅!

    그 순간 뇌전이 준혁이 서 있던 자리를 강타하며 두 개의 쇠꼬챙이가 무언가에 가로막혀 튕겨 나가버렸다.

    그리고 조말랑을 잡기 위해 사형의 영역의 도움으로 평소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던 반배는 갑자기 앞을 가로막는 벽에 부딪치며, 피를 토하고 멀리 날아가 버렸다.

    쿠웅-

    “천휴림의 전함!!”

    어느새 준혁이 서 있던 자리엔 뇌전 따위는 간지럽다는 듯 미동도 없이 푸른 보호막에 싸인 100미터가 넘는 전함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갑자기 나타난 전함에 면교만이 겁에 질린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

    선계 전체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전함.

    현재로선 대부분의 소유주가 천휴림의 림주와 그의 제자들이라 알려져 있으니, 면교만의 복잡한 심경이 이해가 갈 만했다.

    천휴림에 비한다면 전왕문은 말 그대로 시골 가게 수준.

    그들이 움직인 순간 면교만을 비롯한 전왕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었으니까.

    잠시 후, 푸른 보호막에 싸인 전함의 선두에 나타난 준혁은 거만한 얼굴로 면교만을 내려다보았다.

    “왜? 이제 저를 건든 게 후회가 되십니까?”

    처음의 놀람도 잠시, 평정을 찾은 듯 면교만은 더 짙은 살기를 내뿜었다.

    “아니, 이제 네놈을 확실히 죽여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체를 드러낸 조말랑을 어리석다고 생각했던 준혁이 상대방을 속여가면서까지 천휴림의 제자인 척 연기하는 이유.

    그건 천휴림의 위세를 빌려 다음에 이어질 수단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십니까? 그럼 어디 한번 해보시지요? 스승님께 받은 전함을 당신이 파괴할 수 있는지 없는지.”

    “스승? 진정 네놈이 천휴림의 제자란 말이냐? 너처럼 수행이 낮은 자가 제자위를 얻었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거늘.”

    “당신 따위가 뭘 알겠습니까? 기껏 한다는 게 은혜를 이딴 식으로 돌려주는 것인데? 안 그렇습니까?”

    준혁의 비아냥에 면교만은 영역을 강화하며 사방에 퍼져있던 흑판 세 개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손바닥만 하던 흑판이 거대한 문짝처럼 변하더니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놈! 다른 놈들은 금제를 가해 우리 전왕문의 하부인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네놈만은 진정 살려주려 했다! 모든 걸 망친 건 네놈이란 말이다!”

    그 순간 면교만의 손짓에 하늘에서 떨어지던 몸통만 한 뇌전이 급격히 방향을 틀며 흑판으로 쏘아졌다.

    흑판에 적중된 뇌전은 크기를 부풀리며 다른 흑판으로 날아갔고, 또다시 반사되며 크기를 키워갔다.

    그 가공할 전력에 준혁이 공간대에서 원반 하나를 꺼내며 준비하는 사이, 집도 삼켜버릴 것처럼 거대해진 뇌전이 전함의 보호막을 강타했다.

    쿠아앙!!

    하지만 위력적인 모습과 달리 용천무의 전함에는 조금의 생채기도 생기지 않았다.

    다만 그 안에서 영력을 제공하던 준혁은 상황이 달랐지만.

    ‘윽, 역시 최대한 빨리 도망가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살아날 확률이 줄어들어.’

    내부의 충격으로 목구멍까지 치솟은 핏물을 꾹 눌러 삼킨 준혁은 여전히 여유로운 척 꺼내든 원반을 허공으로 던졌다.

    동시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수결을 짚더니 면교만을 향해 소리쳤다.

    “제법입니다! 그럼 이것도 한번 받아보십시오! 스승님께서 소천경에 올랐다고 축하하며 내린 선물을!”

    원반은 날아가기가 무섭게 영기파동과 함께 기묘한 흐름을 만들어냈고, 그 순간, 면교만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황금 기둥이 치솟기 시작했다.

    콩나물이 자라듯 갑작스레 치솟은 황금 기둥을 보며 면교만이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흔드는 사이.

    준혁이 전함 선두에 서서 정확히 면교만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마치 들으란 듯 외쳤다.

    “대라멸진을 발동한다! 대(大)!”

    쿵-

    준혁의 말에 면교만의 얼굴이 사색이 되려는 찰나, 황금 기둥에 반응해 하늘에서 빛이 떨어져 내렸다.

    떨어지던 빛무리는 순식간에 대(大)라는 글자로 변하더니, 면교만의 이마를 노리고 반항할 수 없는 위엄을 뿌리며 하강했다.

    “말도 안 된다! 대라멸진이라니! 어찌 이런 비술을 겨우 네깟놈에게 준단 말이냐!”

    막말로 신선의 끝인 대라(大羅)를 죽일 수 있다는 대라멸진.

    제자가 딴마음을 품는 순간 비수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쉽사리 넘겨줄 스승은 천하에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게 상식이었고, 정상적인 판단이었다.

    그런 대라멸진이 펼쳐지자, 면교만은 이성이 아득히 날아가는 느낌과 함께,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전심전력을 다해 떨어져 내리는 글자를 막아섰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리고 그것이 준혁이 처음부터 신분을 속인 진정한 이유였다.

    준혁이 가진 대라멸진은 하계에서 구한 허접한 물건. 물론 하계에선 비장의 수로 몇 번이고 준혁을 구해줬지만, 영역을 다루는 수사들에게는 한참 못 미치는 게 사실이었다.

    그런 대라멸진을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선 그 물건을 하사한 사람의 위세를 빌릴 수밖에 없었고, 그랬기에 전함을 꺼낸 것이었다.

    “라(羅)!!”

    면교만이 ‘대’자를 여유롭게 막아서는 것 같자, 준혁은 연달아 ‘라’를 내려보내며 그 안에 천혈의 힘을 섞었다.

    그 순간, 떨어지던 ‘라’ 주위 공간이 찢어졌고, 면교만의 얼굴은 하얗게 탈색되어갔다.

    “으윽!”

    전함에 전력으로 부딪쳐 멀리 튕겨 나갔던 반배는 겨우 정신을 차리더니, 사형이 죽을힘을 다하는 모습에 차마 발을 떼지 못하고 오히려 멀찍이 떨어지기만 했다.

    그리고 면교만이 ‘라’를 필사적으로 쳐내기 시작하자, 준혁은 조말랑에게 전음을 날리며 연달아 외쳤다.

    -당장 팔을 자르게!

    “멸(滅)!! 진(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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