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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136화 (136/408)

< 136화. 거래 (3) >

자신에게 유적을 조사해 달라 부탁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더 큰 의구심은 과연 원영기에 오를 수 있는 보물을 다른 이에게 부탁하는 게 가능한가? 였다.

만약 준혁이 그것들을 빼돌린다 해도, 준혁을 상대할 전력이 없는 중국 입장에선 유적의 보물들에 더해 명혼단까지 가져다 바치는 꼴.

준혁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어느새 신색을 회복한 왕가홍이 공간대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이곳에 오기 전 선배님에 대한 소문은 충분히 접했습니다. 약속한 바는 반드시 지키며, 공과를 확실히 따지고 그에 대한 보상도 분명하게 하신다는 걸. 그러니 합당한 대가만 있다면 그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분이란 것도 말입니다.”

어느새 상자를 가져와 확인해본 준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준혁의 반응에 왕가홍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유적 내의 보물에 더해, 공부석이라면 선배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야마기에게 얻은 정보에 의하면 공부석은 비경으로 들어가는 공간의 틈 주위에서 아주 낮은 확률로 가끔 생성된다 했다.

하지만 지금껏 마선문을 통해 수많은 비경의 출입구를 조사하고 있지만, 공부석 비슷한 것도 구하지 못한 상황.

“흐음···. 내가 이걸 구하고 있단 걸 알고 있었군···. 하나 이것만으론 대답이 되질 않습니다. 그대가 직접 가지 않을 이유라도 있습니까?”

세상에 알려지기론 준혁의 수행은 원영기 초기, 즉 눈앞의 왕가홍과 겨우 한 끗 차이.

만약 유적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라 해도 그게 이유가 될 순 없었다.

준혁의 물음에 왕가홍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대답했다.

“제가, 아니 다른 수사들이 갈 수 있다면 당연히 선배님께 부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후로 이어진 왕가홍의 말에 의하면, 진시황릉 아래 유적이 발견된 건 10여 년 전이고,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 원영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중국 정부는 남궁명에게 부탁해 그를 안으로 들여보냈으나, 그는 유적 초입에서 수색을 포기하고 돌아왔다는 것.

그럼에도 그가 구해온 물건들이 유적의 정보가 담긴 비석에 적힌 것과 동일했기에, 사람들은 환호했다고 한다.

모든 설명을 들은 준혁은 내심 고민하다가 손에든 상자를 톡톡 건드렸다.

“그 말은 명혼단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일 터. 만약 이만큼의 공부석을 더 구해온다면 거래에 응해 드리리다.”

상자에 든 공부석의 양은 성인의 두 주먹을 합한 크기. 엄지손가락만큼만 있어도 상급 공간대 하나를 만들 수 있다고 했으니 적지 않은 양이었다.

하지만 공천령을 발동시키기엔 부족했다. 물론 공부석이 공간석이라는 가정하에.

준혁의 말에 왕가홍의 표정이 밝아졌고, 그는 공간대에서 상자 하나를 또 꺼냈다.

“약속하시는 겁니다. 여기 있습니다.”

왕가홍의 행동에 준혁은 상대방의 술수에 말려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부터 전부 꺼내놓았다면 분명 거래의 향방이 달라졌을 터.

“혹시···. 더 있나?”

“그것이 전부입니다.”

결국 준혁은 두 상자에 든 공부석을 챙겼다.

그리고 명혼단을 제외한 모든 보물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를 확답받고는 유적을 조사해주겠다고 협약을 맺었다.

잠시 후 씁쓸함과 홀가분함을 동시에 표출하며 왕가홍이 떠나자, 청명도 그를 따라 거처를 벗어났다.

두 사람이 떠나간 뒤. 준혁만이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살짝 들뜬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

준혁은 청명과 사쿠라, 최나연 그리고 천이화까지 거처로 불렀다.

그리곤 청명과 사쿠라에게 나무를 깎아 만든 것처럼 보이는 새를 건네주었다.

사쿠라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어디 가시려나 봐요?”

“중국에 다녀올 생각이다. 내가 없는 동안 나연이와 이화 좀 잘 돌봐줘.”

“오래 걸리시나요?”

“아니. 늦어도 한 달 안에는 돌아올 거야.”

한 달이 지나면 혈맥의 힘이 흩어질 테고, 성인봉 거처에서 수련하는 수하들이 동요할 수도 있으니, 빠르게 일만 처리하고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때 최나연이 준혁과 사쿠라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오빠. 그 팔찌는 뭐야? 처음 보는데···. 엄청 이쁘네?”

준혁의 손목에 채워진 옥팔찌는 파란 광채가 은은하게 흘러나와 절로 눈이 갔다.

“나 주면 안 돼?”

공천령을 욕심내는 동생을 보며 피식 웃은 준혁은 그녀의 이마를 툭 하고 밀었다.

“나중에 더 이쁜 것으로 구해주마. 수련에나 신경 쓰거라. 청호와 노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공부석이라 부르던 물건은 공간석이었고, 준혁은 공천령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청룡가에서 도망치던 때 이후 처음으로 공천령을 회복시킨 준혁은 그 즉시 성인봉에 마련된 영석 창고의 모든 영석을 공천령에 옮겨 담았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하다 여겨 청명에게 명을 내려 아직 옮기지 못한 영석까지 전부 끌어모았다.

공천령의 공능은 팔찌 내부에 저장된 영기의 양과 비례했기에 영석을 아무리 넣어도 부족하다 느껴졌다.

다만 공천령은 다른 마선 들과 달리 식검과 공명하질 않았다. 그렇다고 실망하진 않았다. 공간을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는 능력.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자신의 말에 최나연과 그녀의 품에 숨어있던 청호가 동시에 움찔하자, 준혁은 청명에게 시선을 옮기며 당부의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

한참 후.

“그럼 다녀오겠다.”

청명에게 혹시나 한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못할 때를 대비해 몇 가지 명을 내린 준혁은 곧장 서쪽을 향해 날아올랐다.

+++

한달음에 시안까지 날아온 준혁은 진시황릉을 지키고 있던 수사들을 지나쳐 안쪽으로 내려갔다.

소수만이 아는 비밀통로를 통해 바닥까지 내려가자 그곳엔 왕가홍이 대기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배님.”

잠시 후 앞장서 길을 안내하는 왕가홍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자, 준혁은 거대한 석문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곳입니다.”

거대한 석문은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고, 아무 무늬도 특별함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돌로 만들어진 대문이었다.

유적의 입구에 도착하자, 왕가홍은 공간대에서 옥간 하나를 꺼내 건넸다. 그 안엔 유적에 관해 설명해놓은 비석의 내용이 담아져 있었고, 말미에는 남궁명이 수색한 초입 부근에 대한 것도 덧붙여 있었다.

“안을 수색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옥간을 받아든 준혁이 그것을 확인하자, 왕가홍은 한쪽으로 물러나더니 깊게 허리를 숙였다.

“부디 성공하시기를···.”

공천령을 되살리기 위해 거래에 응한 것도 있지만, 준혁이 최종적으로 이곳에 오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공부석, 즉 공간석을 더 많이 보유하기 위함이었다.

왕가홍이 준혁에게 준 공간석도 지구에서 구한 것이 아닌, 이곳 유적 안에서 가져온 물건들.

남궁명이 겨우 유적 초입에서 가져온 것만 해도 준혁이 받은 엄청난 양이었고, 비석의 내용은 더 많은 공간석이 내부에 있음을 묘사하고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유적을 탐사할 필요도 없이, 3품 화목단을 미끼로 왕가홍이 가져온 공간석 만을 얻었을 터였다.

“너무 기대는 마십시오. 남궁명 수사가 초입에서 포기하고 나왔다면, 유적 끝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일 터. 최선은 다하겠으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입니다.”

왕가홍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에 시립 하자 준혁은 석문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석문에서 기이한 영기가 흘러나와 손목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것이 유적 비석에 적혀있던 자격 확인이란 걸 알아채고는 준혁은 손목으로 영력을 집중했다.

잠시 후. 손목을 감싸던 기운이 사라지자 거대한 석문이 스르륵 하며 열렸고, 문을 경계로 반투명한 결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결계가 모습을 드러내자 왕가홍은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며 몇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중국 측은 남궁명이 문을 열었을 때, 다른 수사들을 강제로 진입시키려 시도해보았고, 결계에 의해 한 줌 핏덩이가 돼버리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었던 것.

준혁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왕가홍을 슬쩍 흘겨보고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준혁은 물속으로 들어가듯, 아무런 저항 없이 결계를 통과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왕가홍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반투명한 결계를 바라보다가 전음부 한 장을 꺼내 목소리를 담아 유적 상층부에서 대기 중인 수사들에게 날려 보냈다.

-작전을 개시한다.

동시에 공간대에서 진법 깃발들을 무더기로 꺼내더니 그리 넓지도 않은 공터 곳곳에 빼곡하게 박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석문이 있던 지하 공터는 발 디딜 틈 없이 수십 가지 진법이 어우러지기 시작했고, 진법의 영향으로 영기 충돌이 일어나자 바람 한 점 없을 것 같던 지하에 살랑이는 기운이 맴돌았다.

그리고 살랑이는 기운에 적막한 지하 공터 안에 떨어져 있던 꽃잎 몇 장만이 떼굴떼굴 굴러 여기저기로 흩어질 뿐이었다.

+++

지하에서 이동해 왔다고는 믿기지 않게도 유적 내부는 넓은 초원과 푸른 하늘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게 환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듯, 내부의 충만한 영기에 절로 답답한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다.

“눈꽃 비경의 내경보다 영기의 질이 좋구나.”

숨을 크게 들이마신 준혁은 유적의 출입구가 고정적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주변을 살펴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유적 내부는 백호 유적이 작은 비경이라 생각될 정도로 넓었다.

다만 유적 중심에 세워진 거대한 탑을 제외하고는 나무나 바위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넓은 초원만 있을 뿐이었다.

준혁은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고는 마지막으로 초원 중앙에 세워진 탑 앞으로 이동했다.

탑의 모습은 입구로 추정되는 문을 제외하곤 창문 하나 없는 굴뚝처럼 보였다.

다만 중간중간 처마와 비슷한 발판이 튀어나와 있어 층이 구별되는 탑의 형식이란 걸 예상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남궁명이 3층에서 돌아왔다고 했었지.”

준혁은 기감을 극대화해 탑을 살펴보고는 입구 주위가 다른 곳과 달리 영기의 흐름이 어긋나 있음을 알아차렸다.

유적에 들어서기 전부터 탑의 입구에 닿는 순간 시련이 시작됨을 들었기에 작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잠시 후. 탑의 입구 앞에선 준혁은 전신에 기운을 끌어 올리며 한발 앞으로 내디뎠다.

파앗-

그 순간, 땅이 잘게 진동하더니, 탑 주위의 땅이 살짝 위로 솟아오르다 뒤집히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 안에서 사람과 각종 영수의 모습을 한 흙 인형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준혁은 한 치 망설임 없이 손을 좌우로 뻗었고, 그의 손에서 분광소가 뻗어나가며 흙인형들을 짚단 베듯 베어가기 시작했다.

털썩-

부스스-

흙인형들은 분광소의 공격에 단숨에 터져나가거나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나의 인형이 사라지면 또 다른 인형이 그 자리를 대체 하며 땅에서 솟아올랐다.

남궁명이 남긴 말에 따르면, 흙인형들은 반 시진 정도 계속해서 생성된다 했다.

반 시진이면 한 시간.

준혁은 분광소를 최대한 늘려가며 흙인형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처리해 버렸다.

그리고는 동시에 기감을 유형화하며 탑을 포함한 유적지 전체에 날려 보냈다.

혹시나 남궁명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

그리고 그런 예상은 기가 막히게 적중했다.

다른 곳과 달리 탑의 상층부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다가 빠르게 사라짐을 알아챈 것.

동시에 단(丹) 안에서 가만히 좌정하고 있던 원영이 부르르 떠는 식검을 손에 쥐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를 준비 하는 것처럼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건?”

그 순간 준혁의 고개가 홱 하고 시선이 느껴졌던 곳을 향해 들렸다.

“이런 곳에 있었다니.”

확연히 느껴지는 식검의 감정.

그것은 식검이 마선을 마주쳤을 때 강하게 표출하는 식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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