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목족의 대지 (3) >
달의 정기의 변화가 무엇 때문인지 궁금하긴 했으나 지금은 때가 아니었기에, 준혁은 다음에 확인하려는 마음을 먹고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준혁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호수 위로 치솟아 오르자, 두 목족 수사가 급히 다가왔다.
“강대한 술법이라 여겼거늘···. 법기의 힘을 빌린 것이었습니까?”
“쑥스럽습니다. 제 수행이 미천하다 보니 호하 수사처럼 강한 분을 상대하기 위해선 신외지물의 힘을 빌릴 수밖에요.”
준혁의 넉살에 아마르곤이 의문 가득한 표정을 하다가 신색을 바로 했다.
준혁을 처음 포획했을 때 아마르곤 역시 이곳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호하만 구해 분지로 돌아갔었던 것.
사실 아마르곤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건 달의 정기가 물건이 아닌 준혁과 완벽하게 동화된 신체 일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빠르게 이동하시지요.”
더 이상 난처한 질문이 나오기 전, 준혁은 빠르게 화제를 돌렸고, 두 목족 수사 역시 금세 관심을 지워버리고는 앞장서 날아가기 시작했다.
오히려 두 사람의 표정은 전보다 좋아져 있었는데, 준혁의 실력이 본신의 능력이 아닌 법기의 힘을 빌렸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해 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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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비경을 가로지르며 날아가길 수십일. 준혁 일행은 어두운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비경의 중심에 도착했다.
목족의 대지라 불리는 이곳은 준혁의 예상과는 다르게 아무런 보호 진법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태초의 밀림의 형태를 보존하고 있었다.
“이곳입니까?”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수많은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는 숲 위를 한참 동안 날아가자, 하얀 표면에 적갈색 돌기가 자라있는 거대한 나무가 준혁의 시야에 들어왔다.
나무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기에 준혁은 조금 경계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두 수사의 뒤를 따랐다.
“경계하실 것 없습니다. 우리의 터전을 지켜주는 적유목(赤乳木)이라 합니다. 흔히 태양력이라 불리는 힘을 저 신목이 대신 받아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아마르곤의 설명에 나무와 주위를 유심히 살펴본 준혁은 나무 주위로 뻗어 있는 두꺼운 넝쿨 아래로 수많은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무 아래, 마을이 있는 겁니까?”
마을이란 단어에 호하가 비웃음을 흘렸다.
“인족 아니랄까 봐 사고하는 게 딱 그 수준이군.”
여전한 호하의 태도에 아마르곤은 더는 말을 꺼내지 않고 준혁과 눈을 마주하더니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우리 족인들은 적유목의 영향이 닿는 곳이면 거리에 상관없이 운신이 가능합니다. 물론 하위수사들은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말입니다.”
“그 말뜻은 부락을 이루지 않고 각자 흩어져 생활한다는 말입니까?”
준혁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아마르곤은 적유목 근처로 이동하며 말을 이었다.
“비슷합니다. 이제 경험해 보시면 아시게 될 테니 들어가시지요. 이미 우리가 오는 걸 왕께서 알고 있을 테니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잠시 후 호하와 헤어진 준혁은 아마르곤의 안내를 받아 넝쿨 아래 만들어진 거대한 지역을 이동해 점점 어둠이 가득한 깊은 곳으로 움직였다.
‘이곳엔 길이란 게 따로 없구나. 만약 막아서려 한다면 지역 자체가 거대한 방어시설이나 다름없겠어.’
나무와 흙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는 목족의 거처를 이동하던 준혁은 생각보다 이곳이 위험한 곳임을 깨닫고, 마음을 단단히 다잡았다.
아마르곤의 설명대로 목족들이 거리에 상관없이 이동할 수 있다면, 적유목이 지키고 있는 지역 안에서 전투를 한다는 건,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보다 위험한 일이라 볼 수 있었다.
아마르곤의 무의식에 접근해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강력한 종속의 인을 맺었다고는 하나, 한순간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안심이 되질 않는구나.’
앞서가던 준혁은 결국 심상을 자극해 아마르곤과 이어진 끈을 자극하며 자신이 겁을 먹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했다.
그리고는 아마르곤의 신경이 한쪽으로 쏠리는 걸 느끼며 발끝에서 옅은 꽃잎 한 장을 만들어 땅속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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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이동하자, 점점 빛은 사라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끈적한 기운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흐음···.”
그걸 느낀 순간 준혁은 걸음을 멈추었고, 그런 그의 행동에 아마르곤이 이해한다는 듯 설명했다.
“저 역시 이곳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왕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환경을 조성해 놓은 것이지요.”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준혁의 물음에 잠시 멈칫한 아마르곤이 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제 곧 알게 되실 테니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수사께선 ‘계면의 압박’이라는걸 알고 있으십니까?”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면의 압박이란 수도자의 수행이 일정 이상 올라가면 그 힘과 세상의 균형이 어긋나게 되고, 세상은 물리적인 간섭을 통해 수도자를 세상 밖으로 방출하려고 하는 일련의 작용을 의미했다.
“설마···.”
“그렇습니다. 왕께선 오래전부터 계면의 압박을 피하고자 이런 환경을 조성해 놓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겁니다.”
아마르곤의 설명에 준혁은 오래전 공간 진법을 통해 나타났던 여인을 떠올렸다.
‘그럼 그때 그녀의 주위 영기가 들끓으며 뇌전 공격이 지속되었던 것이···.’
세상 모든 곳에 퍼져있고, 깃들어 있는 영기는 어느 곳에서나 동등하게 유지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수도자들은 그런 세상의 규칙을 무시하고 강제로 영기를 몸 안에 쌓기 때문에 수행이 올라갈수록 점점 영기를 모으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 어려움마저 이겨내면서 계속 수행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턴 세상의 배척을 받게 된다.
바로 세상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규칙에 위배되는 해로운 물질로 인식이 되기 때문.
그때부턴 계면의 압박을 받게 되고 압박을 피해 영기의 허용량이 더 큰 세상으로 가거나, 혹은 죽거나 두 가지 선택만이 남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구에선 도망갈 곳이 없었다. 비경과 신비경에서 발견된 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지구는 이미 선계로 통하는 통로가 무너진 상태.
‘설마? 아니겠지···.’
아마르곤의 말에 준혁은 순간 어떤 의구심이 떠올랐으나,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 의구심의 원인은 천균이 남긴 고서가 정확한 문장이 아닌, 해석이 필요한 모호한 설명이었다는 것.
어쩌면 천균이 원하는 염원과 이들이 결계로 들어가 얻고자 했던 염원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사라졌다.
“다 왔습니다. 따라오십시오.”
아마르곤의 설명을 들은 뒤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르며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어느새 준혁은 자줏빛이 나는 불길한 나무를 마주하고 있었다.
잠시 뒤 아마르곤이 나무 가까이 다가가자, 나무의 몸통이 갈라지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생겨났다.
통로를 통해 안으로 들어간 아마르곤을 잠시 바라보던 준혁은 결국 그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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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끈적한 밖과 달리 불길하게 생긴 나무 안으로 들어서자, 꽤 상쾌하고 밝은 내부가 준혁을 반겼다.
그리고 내부 한쪽엔 나뭇가지가 길게 자라나 있었고, 그 위에는 오래전 본 적 있던 가슴이 풍만하고 얼굴에 색기가 흐르는 기묘한 기운을 풍기는 여인이 앉아있었다.
“어서 와.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그때도 남달라 보였었거든.”
여인은 갈색 긴 머리를 쓸어넘기며 준혁을 주시한 채 입술을 적셨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최준혁이라 합니다.”
“호호, 다른 인족들은 우리를 괴물 취급하던데, 선배님?”
비웃음이 섞인 여인의 말에 준혁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허리를 숙였다.
“수행을 쌓으면 수도자의 길을 걷는 것이거늘 거기에 종족을 나눠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천균 스승님께 사사한 저로서는 괴물이라는 말이 거북스럽군요.”
준혁이 ‘천균’이란 단어를 강조해 말하자, 여인은 흐응~흐응~ 소리를 내다가 입김을 후우 불었다.
그러자 그녀의 앞으로 은은한 기운을 풍기는 무언가가 나타났는데, 준혁의 눈엔 미약한 기운만 느껴질 뿐,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만약 그녀가 무언가를 불러내는 행동을 취하는 걸 보지 않았다면, 그저 이상한 낌새만 느끼고는 지나쳤을 만큼 애매한 기운이었다.
여인은 무언가를 불러내더니 준혁의 대각선 방향에 서 있던 아마르곤을 향해 말했다.
“정말 이자가 고서의 내용을 알고 있다고?”
“그래. 그래서 그를 믿은 거다.”
‘고서?’
고서라는 말에 준혁은 목족의 공법을 운용하며 두 눈에 목기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얇은 나무판을 겹겹이 쌓아 만든 것처럼 보이는 백과사전만 한 나무 뭉치가 눈에 들어왔다.
‘아! 다른 이들이 찾지 못 하게 했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오직 목족만이 발견할 수 있게 해놓은 거였어.’
고서를 적들의 눈을 피해 후인들만이 알아볼 수 있게 했다는 것은 알았어도, 그 방법까진 몰랐던 준혁은 내심 천균의 안배에 감탄했다.
천균에게 물어봤다면 쉽게 알 수 있었을 방법이었지만, 이미 고서의 내용을 알고 있던 준혁에겐 의미 없는 지식이었고, 천균 역시 준혁이 봉인지에 들어온 이상 필요 없는 지식이라 여겨 언급하지 않았던 것.
그러다 문득 이상함을 느끼고는 두 목족 수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근데 굳이 종속의 인까지 맺어야 했어? 아니 애초에 그게 가능은 한 거야?”
“내 판단을 믿어. 그리고 겨우 작은 끈만 연결된 것이니 특별할 것도 없고.”
‘저 여인이 종족의 왕이라 하지 않았던가? 거기다 수행도 고위수사다. 헌데 어찌?’
두 사람은 분명 지위와 수행의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마르곤과 호하도 분명 신분상의 차이가 느껴졌거늘 서로 존대를 하며 예를 지키는 거로 보였었다.
그때 준혁의 뇌리로 헤어지기 전 호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족 아니랄까 봐 사고하는 게 딱 그 수준이군.
‘아! 난 당연하게도 내가 살아온 규율에 따라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구나. 어리석다 어리석어.’
그 순간 준혁은 발끝에서부터 간질거리는 느낌과 함께 무언가가 뇌리를 관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매우 강렬하면서도 짧았는데, 다시 느껴보려 애쓰려는 찰나, 여인이 끼어들며 이어지던 느낌을 끊어버렸다.
“너 정말 우리의 염원을 이뤄줄 수 있어?”
여인의 질문에 준혁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긴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아···!!”
방금 느꼈던 느낌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몰랐으나, 그걸 잡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면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어이 인족 수사. 아니 최준혁 수사? 내가 묻잖아. 정말 우리의 염원을 이뤄줄 수 있느냐고?”
준혁은 아쉬움을 빠르게 날려버리고는 지금 상황에 집중했다.
“그전에 제가 먼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선배님께서 말하는 염원이 무엇입니까? 고서의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신 게 맞습니까?”
“뭐? 당연하지. 이봐. 아마르곤.”
여인이 준혁의 말에 팔짱을 끼며 턱짓하자, 아마르곤이 대신 대답했다.
“그분께서 남기신 고서에는 지목족의 기본공법과 화신목영의 수련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후인들에게 전하는 말로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한 호흡 쉰 아마르곤이 말을 이었다
“자격을 갖춘 자는 계단에 올라 구름 관을 얻어 하늘정원으로 향하라. 정원에 놓인 그분의 힘을 구한 뒤 황금궁전에 들어라. 그렇게 한다면 우리 지목족의 염원을 해방해 영원한 영광이 함께 하리라.”
분명 천균이 말한 바와 비슷했지만, 방향이 조금 다르다고 판단한 준혁은 눈앞 여인에게 양해를 구했다.
“선배님. 제가 고서를 직접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고서가 특별한 능력을 갖춘 물건은 아닌 듯, 여인은 스스럼없이 준혁을 향해 손을 살짝 저었다.
고서를 받아든 준혁은 영기를 흘려보내 상태를 확인하고는 이마에 가져가 내용을 파악했다.
‘역시. 천주문으로 진의를 가려놓았구나!’
이마에서 때낸 고서를 허공에 띄운 준혁은 빠르게 수결을 맺어 손가락 사이에 금빛으로 빛나는 문자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고서를 향해 쏘아 보내자, 고서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색이 조금 진하게 바뀌었다.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준혁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던 여인이 손을 뻗으려 할 때 아마르곤이 먼저 고서를 회수하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
잠시 후. 고서의 내용을 확인한 아마르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게 사실이란 말입니까? 설마···. 그분이 말한 염원이란 게···. 봉인 결계를 벗어나 다시 선계로 돌아가는 게 아니었단 말입니까?”
‘역시 이들은 오해하고 있었구나.’
혹시나 했던 일이 현실이 되자 준혁 역시 고소를 금치 못했다.
그리고 동시에 전신에 영기를 끌어올리며 갑작스럽게 벌어질지도 모르는 사태에 대비했다.
선계로 가는 것이 이들이 말한 염원이었다면, 이제 목표가 사라져 버리는 것. 그렇다면 그 목표를 돕기 위해 온 준혁 역시 쓸모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
여인은 아마르곤의 말에 준혁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고서를 빼앗아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그처럼 허망한 표정을 하고는 잠시 후 악독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지목족이 가진 가장 강한 힘을 해방하는 게 그분이 말한 염원이라고?! 도대체 그 힘이라는 게 뭔데?!!”
“삼경을 넘어 삼선의 경지에 오른 기목청님이 가진 ‘혈맥의 힘’입니다.”
가만히 두면 여인이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준혁은 재빨리 설명했다.
“혈맥의 힘? 그게 뭔데?”
혈맥의 힘이 무엇이냐는 뜻이 아닌, 그 안에 담긴 힘이 무엇이냐는 물음.
“저 역시 그것까진 모르지만, 지목족을 선계의 거대세력으로 만든 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준혁의 차분한 설명 덕분이었을까? 아마르곤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듯, 살짝 공허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사는 진짜 그분께 사사하였군요···. 그럼 처음부터 알고 있으셨습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스승님이 말한 바와 당신들이 말한 바가 다를 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마르곤은 평소 성정이 그러했는지 시간이 지나자 점점 침착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여인은 아닌 듯했다.
“그럼···. 앞으로도 이렇게 땅속에 숨어 평생을 살아가라고? 더는 수행도 올리지 못하고? 안돼! 절대 그럴 순 없어! 이 지옥 같은 시간을 언제까지 참으란 말이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것인지 여인의 기운이 날뛰기 시작했다. 아마르곤은 그런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는지 말릴 생각도 없어 보였기에, 준혁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이대론 위험하다.’
만약 그녀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폭주라도 하는 날엔. 그리고 그 분노의 방향이 자신에게 향하는 날엔.
아마르곤을 방패 삼아 도망친다 해도, 준혁은 살아날 확률이 극악이라 판단했다.
그랬기에 준혁은 빠르게 소리쳤다.
“아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준혁이 소리치자 폭주할 것처럼 기운을 끌어올리던 여인이 섬뜩한 눈빛으로 준혁을 쏘아보았다.
“무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