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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39화 (39/408)

# 39 < 연구회 (3) >

충돌의 시작은 이충선의 반달 모양의 법기에서 시작됐다. 법기의 곡선을 따라 반달 모양의 강선이 쭈욱 늘어나며 준혁을 덮쳐왔다.

동시에 옆에 있던 이사형 김막타의 손에서 단궁이 쏘아져 붉은 화염이 넘실거리며 반달 강선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삼사형인 예공한의 손에서 한 움큼의 부적이 흩뿌려졌고, 부적들은 이내 각종 불화살과 얼음송곳으로 변하며 준혁에게 쇄도했다.

동시에 쏟아지는 공격에 준혁은 살기가 가득한 눈빛과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원반 형태의 방패를 전면으로 내밀었다.

순간 방패 위로 반투명한 보호막이 생겨나며 반달 강선을 막아섰다.

쾅!

충격파가 터지며 방패 법기 위의 반투명한 보호막이 갈라졌고, 그 틈으로 붉은 화염 덩어리가 변한 화살이 내리꽂혔다.

파각-

단 두 번의 충격에 방패 법기가 영기를 잃으며 반으로 갈라졌다. 방패가 갈라지자 기다렸다는 듯 각종 불, 얼음으로 변한 부적들이 쇄도하며 시야를 어지럽혔다.

하지만 충격파를 비롯한 어떤 반응도 나오질 않았다.

어느새 심상치 않음을 읽은 대사형 이충선이 시선을 내리깔고 주변을 살필 때, 둘째 김막타는 의기양양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기고만장해서는! 어떠냐! 네깟놈이 아무리 날뛰어봤자 동급 수사 세 명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대답 대신 섬뜩한 기운이 삼사형인 예공한 등 뒤에서 나타났다.

스악-

시간을 끌어봐야 불리할 수밖에 없기에 준혁은 속전속결로 승부를 보기 위해, 하급 방패 하나를 버리는 수로 사용하며 적마도를 사용한 것.

하지만 횡으로 베어가던 적마도는 깡- 소리를 내며 튕겨 나와야 했다.

어느새 이충선이 손을 뻗어 적마도가 움직일 방향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은색 철갑처럼 생긴 팔찌가 채워져 있었는데. 팔찌가 순식간에 팔을 감싸며 은색 장갑처럼 변해있었다.

“어딜!”

적마도를 이용한 기습공격이 실패하자 준혁은 재빨리 자리를 벗어나며 도를 공간대에 집어넣었다.

동시에 양손을 지휘하듯 휘저으며 분광소를 발출했다.

“베어내라!”

기습공격에 실패한 준혁을 바로 쫓으려던 세 사람은 갑작스레 어디선가 단검 십여 자루가 나타나자 황급히 방어 법기를 발동시킨 채 멈춰서야 했다.

안전하게 후방으로 피한 준혁은 분광소를 불러들여 손에 잡았다.

“설마 그것들이 마 사제의 보물이더냐?!”

이 와중에도 법기의 정체에 관해 묻는 상대를 보며 준혁은 대답 대신 싸늘한 웃음만 보내주었다.

하지만 여유로운 표정과는 다르게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인지경을 소환하지 않는 이상 상급 법기를 사용하며 동시에 두 법보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영기 소모가 너무 심해.’

적호패를 불러들여 방어를 포기하며 영기 소비를 막는다고 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리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무조건 초단기로 가야 한다. 분명 영기 고갈 상태가 올 거야.’

조금 전 방패가 부서진 것도, 조금이라도 영력을 보존하기 위해 준혁이 영기를 끊어버렸기 때문.

‘다른 두 놈은 모르겠지만, 이충선 저자는 적마도의 움직임에 현혹되지도 않는 듯하니 기습공격은 힘들 듯하고, 아! 그 방법이면?’

준혁이 앞일을 가늠하며 간격을 재고 있을 때 이충선이 또 한 번 반달 법기에 영기를 불어넣으며 앞으로 내달렸다.

동시에 남은 두 사형제가 각각의 법기를 활성화하며 동과 서로 나뉘며 허공을 격해 도약해왔다.

고도차를 이용한 삼면 공격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포위하듯 달려드는 세 수사를 보며 준혁은 마침 잘됐다는 듯 안광을 번쩍였다. 그리곤 공중을 뛰어넘듯 다가오는 두 명에게 분광소를 쏘아 보냈다.

직후, 공간대에서 화살촉 모양의 법보를 꺼내 정면에서 달려드는 이충선에게 날려 보냈다.

“어디! 이 공격도 막을 수 있나 보자!”

준혁의 외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법기에 서려 있는 영력 때문이었을까?

달려오던 이충선은 급하게 멈춰서더니 활성화돼 있던 방어 법기를 앞으로 내밀며 급하게 수결을 맺었다.

수결이 끝나자 방어 법기가 빛을 내며 엄청난 두께의 방패를 만들어냈다.

그와 동시에 준혁이 날려 보낸 화살촉 법보가 그것과 충돌했다.

스와악-

하지만 강한 충격파와 함께 폭발음이 터져 나올 거란 예상과 다르게 화살촉 법보는 이충선의 방패 위로 또 하나의 보호막을 만들며 그를 감싸버렸다.

그건 바로 적마도를 얻을 때 습득했던 방어형 법보.

사용자가 직접 사용할 순 없고, 타인에게만 시전 가능했던 법보. 방어대상을 온전하게 감싸 공격조차 못 하게 막아버렸기에 딱히 사용처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법보였다.

“이게 무슨 짓이냐!”

쾅!

이충선은 자신이 갇혔다는 걸 깨달음과 동시에 보호막을 강타했지만, 보호막은 잘게 흔들릴 뿐 그 크기나 위용이 흔들림 없었다.

대신 준혁의 이마로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안 그래도 비효율적인데, 공격당할 때마다 영기 소모가 만만찮구나. 최대한 신속하게.’

이를 악다문 준혁은 분광소를 막으며 튕겨 나갔던 두 사람 중 삼사형인 예공한을 향해 움직였다.

할 수 없이 적호패를 불러들여 공간대에 집어넣고, 분광소도 분신을 없앤 후 하나로만 운용해 이사형 김막타를 견제했다.

이충선을 가둬버린 준혁이 고민도 없이 자신에게 날아오자 예공한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한 손엔 두 장의 부적을 들고 머리 위로, 나머지 한 손은 심장 앞에 가져와 수결을 맺었다.

“내가 만만해 보이더냐!”

수결이 끝나자 머리 위로 들고 있던 부적 두 장이 화르르 타오르더니 각각이 화려한 공작새로 변했다.

뒤꽁무니 깃털이 영기를 뿜듯 푸른 기운이 넘실거려 잠시나마 넋을 놓을 만큼 아름다웠다.

예공한이 준혁을 향해 손을 뻗으며 명령했다.

“푸른 물결아! 집어삼켜라!”

예공한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진 순간, 두 마리의 공작새의 꼬리가 수십 배 늘어나며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곤 그대로 해일처럼 변하며 준혁을 향해 쏟아져 왔다.

그 엄청난 위용과 강렬한 기운에 준혁은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공동의 천장까지 해일의 충격에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축기기 중기가 어찌 이런 힘을?’

그에 대한 답은 예공한의 얼굴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부적을 발동시킨 예공한은 얼굴이 창백해져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다.

‘사용할 수 없는 상급 부적을 강제로 발동했구나!’

준혁은 그 모습에 차갑게 웃으며 적마도를 꺼내 들었다.

예공한의 상태를 본다면 부적을 발동하기만 했지, 조정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면 피해버리면 그만.

해일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던 순간, 준혁은 흐릿하게 변하며 예공한의 등 뒤에 나타났다.

예상대로 해일은 방향을 틀지 못하고 그대로 밀려 나가며 김막타를 덮치고 있었다.

준혁이 해일 공격을 손쉽게 피해내자 안 그래도 창백하던 예공한의 얼굴이 더욱더 새하얗게 변했다.

“말도 안 돼!! 청파부(靑波符)엔 틈이 없거늘!”

어느새 예공한의 등 뒤에 나타난 준혁이 힘겨운 숨을 내뱉으며 적마도를 내리그었다.

“네놈 눈엔 내가 그저 빨리 움직이는 걸로 보였느냐?”

뎅강-

툭-떼구르르

영기 소모가 극심한 화살촉 법보를 운영하며 동시에 분광소와 적마도까지 사용하니 순식간에 영기가 쭈욱 빨려 나감을 느꼈다. 예공한을 처리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충선이 발버둥 치고 있기에 실시간으로 영기가 줄어들고 있었고, 조금 전의 공격을 하기 위해 무리하게 적마도를 사용해 내부가 진탕한 느낌이었다.

‘윽, 법보 세 개를 동시에 운용하는 건 엄청난 양의 영기가 필요하구나!’

새삼 인지경이 대단함을 느꼈다.

쾅! 쾅!

“이놈!!!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이충선은 예공한이 죽는 모습을 보고는 눈이 뒤집혀 더욱 맹렬하게 보호막을 두드렸다.

그에 준혁은 그는 무시한 채 서둘러 이사형 김막타를 확인했다.

예공한의 죽음 때문인지 해일 공격은 사라졌고, 김막타는 분광소를 강하게 쳐내더니 이충선을 향해 움직였다.

아마도 예공한의 죽음을 보면서 이충선과 합류하는 게 더 나을 거라 판단한 듯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이 보호막을 두드리자 준혁은 속이 더욱 진탕한다는 느낌에 비틀거리다 겨우 자세를 바로 했다.

‘이제 곧 깨진다.’

전해져 오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법보가 약해서가 아니라, 준혁의 기운이 뒷받침하지 못해서 방어 법보는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보호막의 같은 지점을 안과 바깥에서 동시에 공격하고 있었기에 그 충격이 배가되는 것 같았다.

“막타야 더 힘을 쏟거라! 저놈 표정을 보니 얼마 버티지 못한다! 내 나가기만 하면 저놈을!”

쾅!

몇 번의 충격이 더해지자 보호막에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사이 내부를 진정시킨 준혁은 무언가 번뜩이는 생각에 급하게 분광소를 조정했다.

동시에.

“부서져라!”

“깨져!”

두 공격이 보호막을 가격하려는 찰나.

스악-

준혁은 보호막을 풀어버리며 분광소를 조정했다.

콰앙!!

두 공격이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까웠던 순간 보호막이 사라지자, 당연하듯 두 공격은 서로를 가격하며 거대한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이충선은 충격에 서너 걸음 물러나며 울컥 피를 뱉어냈고, 김막타는 충격파를 이기지 못하고 삼사 미터를 그대로 밀려 나가며 피 분수를 터트렸다.

마지막 찰나의 순간 이충선이 급하게 힘을 회수했기에 그나마 김막타의 상태가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내부 기혈이 망가져, 전투가 끝나면 꽤 오랜 시간 요양을 해야 할 듯싶었다.

“이놈!!”

그 상황에 이충선은 또 한 번 분노했고,

분광소는 소리 없이 날아가 피 분수를 터트리고 있는 김막타의 전신을 꿰뚫었다.

푸푸푹-

순식간에 십여 자루로 증식된 분광소가 온몸을 꿰뚫고 지나가자 김막타는 결국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막타야!!!”

이충선은 가장 아끼던 사제가 죽은 듯이 쓰러지자 피를 토하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왜? 화가 나십니까?”

“절대 살려두지 않는다!”

분노로 두 눈에 살광을 번뜩이는 이충선을 보며 준혁은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당신 사제들의 죽음엔 그리 화를 낼 거면서 다른 죄 없는 자들은 어찌 이리 잔인하게 다룬 겁니까?”

“이게 그것과 같으냐!”

“무엇이 다릅니까? 사람의 목숨은 똑같이 하나인데?”

준혁의 말 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이충선의 눈이 점점 시뻘겋게 변해갔다.

“어찌 똑같단 말이냐! 저것들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축기기에도 오르지 못할 버러지 같은 놈들이다! 기껏 살아봐야 100년도 살지 못할 것인데! 조금 일찍 죽는다고 해서 뭐가 다르단 말이냐!!”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래! 나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당당한 이충선의 태도에 준혁이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다면 만약 결단기 수사가 당신을 잡아 가두고, 어차피 결단기에도 오르지 못하고 200년도 채 살지 못할 버러지라며 똑같은 짓을 한다면 순수하게 받아들이실 겁니까?”

인상이 험악하게 변한 이충선이 앞으로 튀어나오며 반달 법기를 휘둘렀다.

“개 같은 소리 말아라!!”

그 반응에 준혁은 두 눈을 치켜세우며 적마도에 영기를 불어넣었다. 그 순간 분광소는 힘을 잃은 듯 바닥에 땡그랑 하고 떨어졌다.

“아까부터 짖고 있는 건 당신 아닙니까?”

“으아아악!”

이성을 잃은 듯 이충선은 아까보다 더욱 새빨간 눈동자로 방어를 도외시한 채 파고들며 법기를 발동시켰다.

그에 준혁은 최대한 근접할 때까지 기다리다 적마도를 발동해 이충선의 등 뒤로 이동했다.

쨍-

하지만 그런 준혁의 공격은 순식간에 몸을 돌려 손목을 교차하는 이충선의 공격에 막히고 말았다.

이번엔 머리 위로 이동하며 적마도를 내리쳤지만.

쨍-

또다시 막혀버렸다.

사실 적마도는 보조형 법보, 직접적인 공격수단으로 사용하기엔 많이 부족했다.

인지경의 도움까지 없으니 더욱 그랬다.

그러니 신체를 직접 가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

원래대로라면 적마도로 막힌 공격을 분광소로 파고들어야 했지만, 영기가 고갈되는 느낌에 그러지 못할 뿐이었다.

반대로 이충선은 충격이 거듭될 때마다 점점 기력이 돌아오는지, 힘이 거세지고 있었다.

쾅!

“후욱, 편하게 죽을 생각 말아라. 아주 갈기갈기 찢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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