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29화 (29/408)

# 29 < 대결 (3) >

기감을 통해 마동탁의 기운을 느낀 준혁은 곧장 방향을 틀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죽어가는 그를 발견했다.

애초에 준혁의 기감에 걸려들 정도라면 그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았던 것.

위급한 상황임을 인지하고는 바로 분광소를 쏘아 보냈다. 마동탁이 죽는 게 다시 설악산 무리로 돌아가는 데 가장 편하긴 했지만, 몇 달간이나마 사소한 친분이 생긴 그를, 그런 이유로 져버릴 순 없었다.

그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쳤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가 살아있다면 꼭 알아야 내야 할 것도 있었기에.

“당장 나와라! 누구냐!”

준혁이 단검만 날려 보낸 건 숨어서 암습하려는게 아닌, 그저 비행 법기의 속도가 분광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

어느덧 가까이 다가간 준혁이 법기에서 뛰어내리며 청룡가 수사 앞에 내려섰다.

“너는?! 아까 그 연기기?”

“또 보니 반갑군요.”

준혁이 반갑게 손을 흔들자, 사내가 버럭 소릴 질렀다.

“명아는 어디 가고 너 혼자 나타난 거냐?!”

“명아? 혹시 같이 있던 축기기 수사 말입니까?”

“그래!”

“아 그분이면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셨습니다.”

“급한 일? 어딜 갔다는 말이냐?!”

상대방의 고함에 준혁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저곳 말입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가 들린 사내는 이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분노에 찬 소릴 내지르며 땅을 박찼다.

“이노옴!! 무슨 수작질을 한 것이냐!”

사내가 땅을 박참과 동시에 그의 손목에 있던 팔찌에서 검은 구름이 뭉치더니 기다란 창으로 변했다.

사내는 달리는 것과 동시에 창을 잡아채며 준혁을 향해 내질렀다.

슈아악-

굉음과 함께 찔러 들어오는 검은 창을 보며 준혁의 몸이 흐릿해짐과 동시에 사내의 등 뒤에 나타났다.

“거참.”

입맛이 쓴 듯, 준혁이 혀를 차며 손을 내리치자, 그 궤적에 따라 시뻘건 적마도가 무섭게 떨어져 내렸다.

“윽!”

사내는 급하게 몸을 돌리며 직사각형 방패로 전신을 보호했다.

차장-

적마도는 방패를 가격한 후 반동에 살짝 떠오르다 준혁의 등 뒤로 날아왔고, 사내는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한참이나 물러나다 겨우 멈춰 섰다.

“이게···.”

단 한 번에 공격에 유불리를 깨달았는지, 사내는 조금 전처럼 무작정 달려들지 않고 조심스럽게 후방을 확인했다.

마치 도망칠 궁리를 하는 듯이.

“누군가를 죽이려고 했다면, 죽을 각오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놈···. 연기기가 아니었어. 수행을 숨기고 있었어.”

“애초에 그리 말한 적도 없습니다. 보는 눈이 없는 스스로를 탓하십시오.”

그 순간, 사내가 땅을 박차더니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곤 재빨리 비행 법기를 꺼내더니 영기를 잔뜩 주입했다.

하지만 비행 법기가 영기를 잔뜩 주입받아 앞으로 쏘아져 나가려는 찰라.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어느새 공간을 가로지르듯 허공에 나타난 준혁이 손에 들고 있던 적마도를 횡으로 베어냈다.

“윽!”

동시에 아래에서 솟구쳐 올라오던 단검들이 빠르게 사내를 스쳐 지나갔고, 그중 세 개가 그의 등 뒤를 파고들었다.

푸푸푹-

“으악!”

사내는 간신히 적마도는 피했지만, 등을 파고든 단검들 때문에 숨통이 끊어지는 듯한 충격을 받으며 힘을 잃고 아래로 추락했다.

쿵-

가벼운 낙법조차 못한 채 바닥에 처박힌 사내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는, 이미 다가온 준혁이 적마도를 그의 목 앞에 드리운 상태였다.

“사, 살려 주시.”

뎅겅-

툭- 떼구루루

“맘 같아서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지만.”

혹시 모를 결단기 수사의 추적을 마주하고 싶진 않았기에 준혁은 빠르게 상대를 처리한 후 마동탁에게 다가갔다.

그는 이미 숨이다해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마 수사, 정신 차려보십시오. 마 수사!”

“으...으.”

“마 수사! 절 알아보시겠습니까?”

“으...으.”

마동탁의 상태가 회생 불가능한 상태란 걸 깨달은 준혁은 곧바로 수결을 맺어 손가락 끝에 영기를 잔뜩 모았다.

그리곤 이마 끝으로 영기를 주입했다.

이 방법은 잠깐의 정신을 일깨워줄 뿐, 실질적인 치료 능력은 없었다.

“으···. 최 수삽니까?”

“정신 좀 드십니까?”

“어찌···. 청룡가의 개들은 어찌하고.”

“운이 좋아 그들을 피해, 마 수사를 구한 겁니다.”

준혁의 말에 마동탁은 살짝 눈을 내리깔아 자신의 상태를 살피고는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상태를 보니···. 잠시 정신을 깨운 것이군요? 전 이제 죽는 겁니까?”

“...아마 그렇게 될 거 같습니다.”

마동탁의 눈빛에서 처연함이 사라지더니 결연한 무언가가 맺혔다.

“최 수사···. 부탁이 있습니다.”

“......”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동안 내가 모은 제물을 전부 드리겠습니다. 들어주시겠습니까?”

마동탁의 말에 준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신 제물은 필요 없으니, 제가 궁금한 것만 말씀해 주십시오.”

“그게 무엇입니까?”

“마 수사는 처음부터 그곳이 위험할 거란 걸 알고 있었습니까?”

준혁의 질문이 뜬금없다고 생각했는지 마동탁이 다 죽어가면서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물론입니다. 스승님께 명령을 들을 때부터 그리 여겼습니다. 그렇기에 얼굴 가리개까지 준비하지 않았겠습니까?”

“아···.”

준혁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긴 했었다. 자신이 가면을 쓰자고 제안하긴 했지만, 마동탁은 미리 준비라도 했다는 듯 얼굴 가리게 두 개를 꺼냈었다.

하나라면 모를까, 두 개를 일부러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었다.

“그럼 강만학이 저를 죽이라고 명한겁니까?”

준혁이 마동탁을 구한 가장 큰 이유.

만약 강만학이나 다른 누군가가 준혁을 죽이기 위해 마동탁에게 사주 한 것이라면, 다시 돌아가서는 안 되기 때문.

“푸흣. 무슨 상상을 하시는 겁니까?”

“그럼 왜? 저를 왜? 그곳에 데려간 겁니까? 위험한 곳인 걸 알면서.”

준혁의 질문에 마동탁의 표정에 미안함이 어렸다.

“제가 최 수사를 그곳에 버려두고 도망쳐서 그런 거군요···. 그건 미안합니다. 사실 일이 그렇게까지 긴박하게 돌아갈 줄 미처 예상 못 했습니다.”

“그럼 왜?”

“...그냥.”

“그냥?”

“그냥···. 최 수사란 사람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보물을 앞에 두고 욕심을 내진 않을지. 비밀임무를 수행함에 입이 가벼운 사람은 아닐지···. 그저 제 바로 아래 사제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기에···. 그냥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정말 그게 다입니다.”

“허···.”

자신이 죽을뻔한 위험에 빠진 게. 그저 호기심과 우연이 겹친 일일 뿐이라니.

준혁은 과연 이게 사실일까?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잠깐잠깐 보았던 마동탁의 태도와 비교해보니 의심스러운 점은 보이질 않았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강원도지사와 가라온 수사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그게 왜 궁금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굉장히 사이가 나쁩니다···. 도율 사조께서 이곳을 떠나기 전부터 강원도지사는 저희 스승님이나 도재학 사숙은 아꼈지만, 이상하리만큼 가라온 사백과는 앙숙이었습니다.”

“흠···.”

그렇다면 청룡가 수사로부터 얻은 정보가 얼추 맞아떨어졌다.

“이제 궁금증은 풀리셨습니까? 그럼 제 부탁을 들어주시렵니까?”

“말해보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니 감사합니다···. 사실 저에겐···.”

그 뒤로 마동탁은 자신의 처지와 부탁에 대해 많은 얘길 꺼내놓고선 마지막에 깊은 사과의 말을 전했다.

“...최 수사···. 정말 미안합니다···. 스승님에게 정보를 전해드려야 하는 것만 아니었다면···. 절대. 절대. 그댈 두고 도망치려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절대···. 미안합니다.”

툭-

눈앞에서 눈을 감는 마동탁을 보며 준혁은 슬픔이란 감정은 들지 않았으나, 괜히 착잡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아. 당신도 나와 같았습니까?”

+++

마동탁의 숨이 끊기자, 준혁은 서둘러 주변을 정리했다. 죽어있는 청룡가 수사를 태워버리고는 공간대 속 물건만을 옮겨 담았다.

시체가 타고 팔찌만이 남자 그것도 주워들었다.

“음? 형태를 변환하는 법기?”

그리곤 빙결술을 이용해 마동탁의 시체를 살짝 언 상태로 만들었다.

혼자 돌아간다면 오히려 수상하게 생각할 터이니, 마 수사가 자신을 구하고 혼자 싸우다 사망한 걸로 꾸밀 생각이었다.

그때 허공 한점이 반짝 빛나는가 싶더니 무언가가 미칠듯한 속도로 다가왔다.

그 속도는 마치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빨랐는데, 준혁은 그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둔광(遁光)!!’

둔광이란 결단기에 올라야 사용 가능한 둔술(遁術)의 일종으로 각종 자연지물이나 천지조화를 이용해 몸을 움직이는 술법과 달리, 온전하게 자신의 영기만을 사용하여 폭발적인 속도를 만들어내는 기술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며 빛무리를 뿌리는 것 같다 하여 둔광이라 불렀다.

다만, 매우 극악의 효율을 자랑했기에, 영기가 썩어 넘쳐나거나 하지 않는 이상 둔광 자체를 일으켜 날아다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일이거나, 그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말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벌써 움직이다니.”

축기기 수사 두 명의 복귀가 늦어지면 결단기 수사가 나설 수도 있다고 판단하긴 했지만, 그 대처가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도망갈 수 있을까? 아니야, 탈출용 법기를 사용한다 해도···. 저 속도는 너무 빠르다.’

자신의 저급한 비행 법기들로는 결단기 수사에게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단 걸 알았기에 급하게 인지경을 꺼내 발동시키며 분광소와 함께 등 뒤로 바짝 붙여 숨겼다.

그리곤 최근에 가장 자주 사용하던 적마도는 공간대 안에 숨긴 채 사각형의 방패 법기와 륜 형태의 법기를 각각 손에 쥐었다.

‘마 수사의 상태가 조금만 좋았더라면···. 시간을 지체할 일은 없었을 텐데.’

슈욱- 쾅!

그 순간 하늘에서 둔탁한 무언가가 땅에 내리꽂히며 괴성을 질렀다.

“누구냐!! 누가 감히 명아를!!”

사내는 턱수염이 텁수룩하고, 덩치가 커다랬다, 우락부락한 생김새와는 달리 목소리는 내시처럼 날카로웠다.

듣기 싫은 괴성을 내지른 사내는 품에서 타다만 부적 두 장을 꺼내더니 조금 전보다 더한 소리를 질렀다.

“후아까지! 도대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방으로 영기파동을 일으키던 사내는 어느덧 준혁과 시선을 마주하더니 섬뜩한 눈빛으로 말했다.

“너냐?”

결단기 수사의 몸에서 퍼져나오는 기운에 움찔한 준혁은 빠르게 전신에 영기를 퍼트리며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헌데. 무엇을 말입니까?”

“네가 명아와 후아를 죽인 놈이 맞냐는 뜻이다!”

준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뭐? 모르겠다? 이 근방엔 네놈밖에 없는데 모르겠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는 것도 죄가 되는 것입니까?”

그제야 화만 내던 결단기 수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다 이내 정색하며 소리쳤다.

“프하핫, 이 미친 새끼를 봤나! 저기 저렇게 핏자국이 선명한데!! 나보고 그 말을 믿으란 말이냐! 이 새끼가!”

슈악-

턱수염 사내가 검은 재와 뻘건 핏자국만 남은 자리를 보고 손가락질하는 사이. 분광소가 번뜩하면서 좌우로 퍼져나가며 그를 습격했다.

준혁의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욕설을 내뱉은 사내는 재빨리 수결을 맺으며 손바닥을 짝! 소리가 나게 마주쳤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영기파동이 좌우로 밀려 나가며 다가오던 단검을 밀어버렸다.

동시에 공간대에서 작은 옥패가 떠오르더니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며 하얀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죽여주겠다!!”

결단기 수사가 분노에 찬 얼굴로 공간대를 가볍게 치자, 이번엔 3m는 돼 보일듯한 청룡언월도가 나타났다.

언월도는 그 위용에 걸맞게 엄청난 영기를 빨아들이더니 청록색 기운을 머금은 채 모든 걸 단번에 갈라버릴 듯 새파랗게 빛났다.

“가능하시겠습니까?”

그 현상과 동시에 준혁의 등 뒤에 숨어있던 인지경이 떠오르더니 빛기둥을 만들어 그를 비췄고, 주변 영기가 미칠 듯이 요동치며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준혁의 수행은 축기기 중기를 넘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하더니 축기기 후기 끝자락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그 모습에 턱수염 사내가 비명 같은 소릴 질렀다. 단 한 번뿐이었지만, 여공천이 모두를 불러 모았을 때, 인지경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

“너!! 너!! 너는 최가구나!!”

“그러는 당신은 본가가 어딥니까?”

“이! 이게 말장난을!”

준혁은 피식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륜을 집어 던졌다. 그러자 앞으로 날아가던 륜의 크기가 순간 두 배가량 커지더니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오와 열을 지키며 떠 있던 분광소가 번쩍임과 동시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결단기 수사에게 쏘아져 나갔다.

“인지경이 내 손에 들어오다니! 하하하! 네놈이 겨우 축기기 초기 실력으로 대공자와 둘째의 합공을 막았다지? 어디! 나에게도 통하는가 보자!!”

그리고 사내의 자신에 찬 외침을 들으며 준혁은 상대의 행색을 주의 깊게 살피고 상대방과의 차이를 분석하고 있었다.

‘결단 초기의 수행에 둔광까지 사용해 꽤 지쳐있다. 거기다 내 실력에 대한 오판까지. 방심만 끌어낸다면 이길 수 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