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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능력으로 광부에서 신선까지-7화 (7/408)

# 7 < 수련 시작 (1) >

대공자라는 위치에는 어울리지 않을법한 작고 아담한 방 안.

상석에 앉은 대공자가 처음으로 이마를 꿈틀댔다.

준혁은 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당당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구색초? 허. 자네는 그게 어디에 쓰이는 건지 아는가?”

“수도자들이 수행을 올리는 데 사용하는 최고등급의 약초라는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 결단기에서 원영기에 올라가는데 원혼단 이라는 게 필요하지. 구색초는 그 원혼단의 재료이고.”

그런 자세한 사항까지는 몰랐기에 준혁 잠시 움찔했다. 하지만 말을 바꾸진 않았다.

만약 대공자가 구색초를 구해준다면, 그의 부하가 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여서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빨리 돈을 벌어 동생을 치료하고자 한 이유가 컸으니까.

하지만 기대했던 말은 나오지 않았다.

“어렵겠군.”

“괜찮습니다.”

“실망한 표정이 아니군?”

“그것이 얼마나 구하기 어려운지 아가씨께 들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꺼낸 이야기이니 더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흠···.”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제가 공자님께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는 걸 믿어주시고, 아가씨의 청룡패를 회수하지 않아 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준혁이 말을 마치고 대기하자, 대공자는 한참 동안 턱을 쓰다듬다 말했다.

“사실 구색초가 있다 한들 그것을 내줄 순 없을 것이다. 아무리 큰 공을 세웠다 한들 수행을 올려줄 약초를 내줄 수는 없는 법이지.”

“저는 괜찮습니다.”

“허나 이미 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한 이상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이 자리는 그런 자리니까.”

“...”

“좋다. 구색초완 비교할 수 없겠지만 축기기 수도자들이 먹는 청명단(靑明丹)을 두 병 주지. 거기에 더해 피독주(避毒珠)를 하사하겠다.”

선심 쓰듯 말하는 대공자의 말에 준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피독주는 제 일신을 위해 크게 도움이 되는걸 알고 있습니다. 헌데 청명단은 왜? 수도자들만이 먹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대는 서령이를 보필하려면 공부가 더 필요하겠군. 청룡패를 이용한다면 청룡도서관의 최상층을 이용할 수 있을 터이니, 그곳에서 지식을 쌓는 게 좋겠어.”

“...”

“수도자처럼 수행을 쌓고 영기를 흡수하진 못하지만, 잠시간 영기가 몸 안에 머물며 무병장수 할 수 있게 도와줄 터. 어리석게 돈으로 바꾸진 말도록.”

설명이 끝나자, 준혁은 허리를 깊게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어쨌든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으니 자세한 건 알아보면 될 것이었다.

+++

일찍 일과가 마무리된 준혁은 집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옮겨 청룡도서관으로 향했다.

청룡가의 본가가 자리한 강북구 북한산 인근에 자리했기에, 집과는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광산과는 가까웠다.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지나친 준혁은 본가의 사람들만 이용하는 통로를 이용해 곧장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청룡패만 보여주면 바로 통과였다.

최상층에 도착한 준혁은 그곳의 방대한 크기에 놀라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겉에서 보았던 건물 크기를 아득히 넘어서는 넓이.

거대한 축구 구장을 보는 것처럼 엄청난 넓이를 자랑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공간 진법이구나···.”

진법을 이용해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신기함을 넘어 경이로워 보일 지경이었다.

한참 동안 도서관 구경을 하던 준혁은 정신을 차리고 도서관 인덱스를 검색해, 약초학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곳은 수도자들이 옥간에 담은 내용을 일반인도 볼 수 있게 따로 저장한 곳. 그렇기에 자세하게 해석본까지 달려있었다.

몇몇 기초 약초학을 읽다 보니 대공자가 말했던 구절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릇 천지 영기를 품은 약초를 이용해 연단에 성공한 단약은 그것 자체만으로 천지 영기를 온전하게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수도자들은 단약의 품(品)에 맞게 흡입을 진행해야 손실을 보지 않는다. 다만 일반인은 영기를 받아들일 영근이 존재하지 않으니, 품에 맞는 단약이란 게 존재할 수가 없다.

하여, 어떤 단약을 섭취하거나 동일 효과를 얻는다. 만약 잔병을 없애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단약을 사용하려 한다면 최하급의 단약을 흡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고등급 단약일수록 품고 있는 영기가 짙으니 효과가 온전하게 같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축기기급 단약 한 알을 먹기보단 연기기급 단약 열 알을 먹는 게 훨씬 이롭다 할 수 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말이다.

“흠···. 그럼 이걸 바꿔야 하나?”

기초 약초학 몇 권을 독파한 준혁은 자신이 대공자에게 받은 청명단이 꽤나 비싼 물건임을 알게 되었다.

모든 단약에는 품이란 게 존재해, 해당 수행에서만 효과를 발휘하는데, 그 제한이 적을수록 고등급 고가의 단약이었다.

청명단은 축기기 초기부터 후기까지 모든 이에게 효과가 있었기에, 축기단급 단약 중에서도 가장 고가의 물건 중 하나였다.

준혁은 잠시간 고민을 거듭하다, 책 몇 권을 대여해 집으로 향했다.

당장 급하게 먹을 이유도 없었기에, 당분간은 공부에 집중하다가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방법을 찾아내면 먹기로 마음먹었다.

+++

청룡도서관을 이용한 후로는 준혁의 일과에 독서 시간이 추가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 해야 할 업무를 마치고 나면, 남는 시간에 책을 읽었다. 오후가 되어 순찰을 마치고 나면 곧장 입구로 돌아와 책을 꺼내 들었다.

예전 같았다면 눈치를 보느라 힘든 일이었지만, 이젠 시비 거는 사람도 없었기에 온전하게 하고 싶은 대로 행했다.

그렇다고 업무를 소홀히 하지도 않았으니 딱히 마음에 걸릴 일도 없었다.

한가로운 오후.

준혁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던 때. 가슴 한켠이 후끈해진다는 느낌에 품속에서 부적 한장을 급하게 꺼내 들었다.

준혁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부적은 순식간에 홀라당 타버렸다.

이것이 무슨 현상인지 알았기에 준혁은 다음에 들려올 말에 정신을 집중했다.

-일 끝나고 집으로 오세요. 할 말이 있어요.

짧은 말이었기에 놓치거나 할 것도 없었다.

어느새 손바닥 위엔 재만 남은 부적의 잔재가 바람에 흩날렸다.

“영기를 다룬다는 건 정말 신기하긴 하구나.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술법을 이용해 말을 전달하다니.”

여서령의 말에 의하면 휴대전화기로 통화를 하는 건 아주 쉽게 상대방이 훔쳐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해서 그녀는 준혁에게 통신용 부적 한 뭉치를 주었고 그것만을 통해 명령을 전달하기로 했다.

물론 준혁이 일반인이라 일방 통보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해가 저물자, 일과를 마친 준혁은 곧장 청룡가 본가 방향으로 이동했다.

여서령의 집은 본가 바로 근처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대공자처럼 대저택은 아니었지만 100여 평이 넘는 3층 집이었다.

집에 도착하자 집사로 보이는 중년여성이 문을 열어주었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는 3층에서 기다리신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는 곧장 3층으로 향했다.

3층에 존재하는 유일한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서령이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소파 쪽으로 손짓했다.

“이쪽으로 앉아요.”

자신을 보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그녀를 보고는 준혁이 물었다.

“좋은 일 있으신 겁니까?”

“네! 이게 다 준혁씨 덕분이죠.”

여서령은 기쁜 기색을 감출 생각이 없는지 마음껏 감정을 표출하다 공간대에서 두 가지 법기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이건?”

“알아보시겠죠?”

“네. 신비경에 있던 것이 아닙니까? 언제 회수하신 겁니까?”

“후후. 친한 언니한테 부탁했어요. 토둔술에 능한 사람이라 성공했어요.”

“토둔술이면...그 땅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술법 말입니까?”

“네. 맞아요.”

준혁이 알기론 광산 전체에 그런 술법을 막는 방어용 진법이 펼쳐져 있다고 했다.

하지만 딱히 따져 묻진 않았다. 자신의 상관에게 꼬치꼬치 따져 묻는 것도 피해야 할 일 중 하나였으니까.

“이걸 보여주시려고 부르신 겁니까? 그냥 말씀만 하셔도 됐을 텐데···.”

“왜요? 시간 아까우세요? 요즘 약초학에 푹 빠지셨다던데.”

“그런 건 아니고···.”

새초롬하게 쏘아보는 여서령의 눈빛을 피해 준혁이 살짝 고개를 돌렸다.

“칫. 알겠어요. 용건만 간단히? 이거 받아요.”

준혁이 대답 없이 가만히 있자, 여서령이 탁자 위로 하얀 자기병 열 개를 올려놓았다.

겉모습만 본다면 대공자에게 받았던 청명단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오라버니가 청명단을 줬다면서요? 참나. 아직도 준혁씨를 포섭할 생각인가 봐요? 그렇게 좋은 걸 주다니.”

“그러기까지 하겠습니까? 그냥 인지경 때문이겠지요.”

“저도 청명단을 드릴 순 있지만, 그걸 먹어봐야 크게 의미가 없단 건 아시죠? 그래서 연기기에 사용하는 충원단(充原丹)을 준비했어요. 준혁 씨는 일반인이니깐 질보단 양이 중요해요. 이것만 전부 복용하고 수련해도 본인 수명까진 무병장수 할 거예요.”

준혁은 잠시 놀란 눈을 하다 그녀를 바라보았다. 탁자에 놓인 단약병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말 때문이었다.

“수련이요? 제가 말입니까?”

“헤에. 그리고 이게 두 번째 선물이에요.”

어느새 탁자 위엔 [태극단공] 이라고 적힌 책자가 놓여있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너무 기대하진 말아요. 수도자들이 익히는 공법과는 달리. 말 그대로 심신의 안정을 돕고 몸의 활력을 쌓게 해주는 기공 수련법이에요.”

“아···.”

“하지만 그건 그냥 수련했을 때만 그래요. 만약 단약과 함께 복용하고 수련한다면 범인들은 낼 수 없는 근력과 민첩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해요. 물론···. 수명이 늘어난다거나 영기를 다룰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아···.”

“어때요? 제 선물 맘에 들어요?”

준혁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이런 게 있는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렇죠. 보통은 일반인에게 그 비싼 단약을 먹여가며 수련시킬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전 그렇게 할 거예요. 매달 여기 충원단을 한 병씩 드릴 테니까 앞으로 수련에도 힘써주세요.”

준혁은 다시 한번 그녀에게 감사함을 표하고는 책자를 들어 내용을 살폈다.

대충 훑어보자 그녀의 말보다 더 대단한 수련법임을 알게 되었다.

매일같이 30여 년을 수련하면 일반인도 바위를 두 조각 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준혁은 충원단 10병과 청명단 2병. 거기다 매달 충원단 한 병을 얻을 수 있으니 30년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그 기간이 짧아질 터였다.

“그리고 이것들.”

여서령의 말에 책에서 시선을 뗀 준혁은 그녀의 손 위에 올려진 단검과 옥팔찌를 보았다.

“오라버니가 인지경을 가져갔다고 해서 아쉬워할 게 아니었어요. 이것들도 보통 물건들이 아니거든요.”

“혹시 전부 상급 법기입니까?”

“네. 아직 정확한 명칭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여기 단검은 수행에 따라 분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법기이고, 여기 옥팔찌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최상급 공간 법기예요.”

“공간? 공간대 말입니까?”

“맞아요. 보통 가방 모양이 효율이 가장 높고, 이런 액세서리는 최악의 효율인데···. 이건 마치 건물을 통째로 옮겨도 될만한 넓이를 가졌거든요.”

희대의 보물이라 할만한 인지경에, 최상급 공간 법기, 거기에 수행이 올라갈수록 위력이 올라가는 단검까지.

이번에 나타난 신비경이 보통 장소는 아님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준혁씨한테 부탁할 게 한 가지 더 있어요.”

“무엇입니까?”

“그곳. 신비경···.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다시 한번 조사해주세요. 이런 엄청난 것들이 있었다면, 보통 유적은 절대 아니에요.”

그리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무언가 더 대단한 게 숨어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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