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203화>
203. 외전-3
곽휘운의 구름이 그대로 곽휘운의 몸 안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기운을 내뿜던 구름을 모두 몸으로 흡수한 곽휘운.
모든 이의 시선이 곽휘운에게로 꽂혔다.
스으으으으으.
곽휘운의 몸에서 구름이 마치 연기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그저 연기만 나는 것은 아니었다.
곽휘운에게 느껴지는 위험할 정도로 거대한 기운.
그것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화탄과도 같은 기운이었다.
“모두 다 조심하시길.”
곽휘운은 주변에 있는 모두에게 경고를 하였다.
그리고 이 경고에 남주학이 재빠르게 일행들을 챙기고 더욱 뒤로 물러나고, 단단히 방비를 시작했다.
남주학은 지금 곽휘운의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 저 상태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았다.
쾅!
곽휘운이 가볍게 발을 구른 것 같은데, 그대로 바닥이 터져나갔다.
카가가가가각!! 콰아앙!!!
일장로가 급하게 검을 들어서 막았지만, 곽휘운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충격파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뒤로 한없이 밀려나는 일장로.
그는 지금 자신의 검을 타고 전해지는 충격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힘이란 말인가?’
사람이 담을 수 있는 힘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부딪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힘.
물론 일장로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시간은 없었다.
곽휘운이 계속해서 쇄도해 왔기 때문이다.
쾅! 쾅! 쾅! 쾅! 쾅!
곽휘운의 엄청난 공세에 일장로가 연신 밀려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검이 한번 부딪칠 때마다 엄청난 기파가 터져 나오면서 주변을 휩쓸었다.
주변에 서있던 무인들이 이 기파를 견디지 못하고, 벌써 몇이 쓰러질 정도였다.
“세가가 부서지지는 않으려나.”
곽휘운을 지켜보던 남주학이 주변을 보며 걱정을 하였다.
곽휘운의 저 모습은 분명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단점은 곽휘운 마저도 완전히 힘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싸움이 길어진다면, 선우세가의 전각들도 멀쩡하리란 장담을 할 수 없었다.
“괜찮으실까?”
위하윤은 곽휘운을 걱정했다.
지금 곽휘운의 모습.
다른 이들은 엄청나게 강해졌다고만 느낄지 모르지만, 위하윤은 지금 곽휘운이 아주 불안한 상태라는 것을 느꼈다.
조금만 잘못되어도 그대로 폭발해 버릴 것만 같은 상태 말이다.
“대주님을 믿으세요.”
남주학은 전적으로 곽휘운을 믿었다.
그가 아는 곽휘운은 이런 믿음을 보내도 되는 사람이었다.
“노옴! 크아아아아!!!”
그때 이장로가 거친 외침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의 두 눈과 몸이 피처럼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모습이 변하고 갑자기 강대해진 기운.
카캉! 콰쾅! 쾅! 쾅!
모습이 변하고 일장로는 곽휘운과 대등하게 부딪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더 곽휘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흐으으.”
그리고 곽휘운의 입에서 아주 소름끼치게 낮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기에 더해서 곽휘운의 두 눈과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하였다.
쩌저저저저저저적.
곽휘운을 중심으로 사방이 얼어 가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모습의 곽휘운.
일장로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지만, 이제와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일장로는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콰카카카카카칵!
주변의 흙과 돌이 허공으로 떠오를 정도의 힘,
일장로는 있는 힘껏 몸을 튕겨서 곽휘운에게로 달려 나섰다.
그리고 그런 일장로의 검에는 거대한 기운이 맺혀 있었다.
콰아아아앙!
마치 화탄이 터진 듯한 소리와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가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일장로는 이 일격으로 곽휘운이 죽지는 않았어도, 최소한 중상은 입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분명 손에 확실한 감각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 정도로는 안 됩니다.”
흙먼지가 걷히고, 보이는 곽휘운의 모습.
곽휘운은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럴 수가!”
일장로는 믿을 수 없었다.
이 일격을 이렇게 멀쩡하게 막았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그냥 막은 것도 아니고, 바닥 주변까지 상하지 않게끔 하면서 공격을 막았다.
“괴물 같은 놈!”
“너무나도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곽휘운이 이 힘을 쓰기 싫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일장로가 하는 말인 괴물 같다는 말 때문이었다.
곽휘운이 지금까지 무공을 배우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물론 이 말만으로 끝났다면 이렇게까지 싫어하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람들은 항상 이 말을 하고는 시기, 경멸, 두려움 같이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곽휘운에게 보여 주었다.
그것은 아무리 곽휘운이라도 달갑지 않은 것들이었다.
“친구가 위험하니, 이만 끝내겠습니다.”
곽휘운은 이 싸움의 종지부를 찍을 때가 왔다는 것을 느꼈다.
휘우우우우웅.
곽휘운의 몸에서 빠져나오던 구름이 곽휘운의 검을 중심으로 휘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곽휘운은 아주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사악.
일장로가 검을 뻗어 곽휘운의 검을 막았다.
그런데 검을 막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아주 작고 가벼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일장로는 천천히 자신의 검과 몸을 바라보았다.
스르르르륵. 챙캉!
검이 깔끔하게 반으로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봄과 동시에 일장로의 몸도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싸움의 끝이었다.
주변에 있던 무인들은 이 상황을 보자마자 곧바로 선우세가에 도망을 쳤고, 선우세가에는 곽휘운 일행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리고 그때에 맞추어 무림맹의 무인들이 지원을 위해 찾아 들어왔다.
“너무 빨리 오는군. 크흐읍!”
곽휘운은 그들을 바라보고 말을 하다가,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았다.
힘을 쓴 대가가 돌아오는 것이었다.
온 몸의 기혈들이 뒤틀리고, 내공이 미친 듯이 날뛴다.
멀쩡한 정신으로 주화입마와 같은 격통을 견뎌야만 하는 것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위하윤이 재빨리 곽휘운에게 다가갔다.
곽휘운의 두 눈은 터질 듯 충혈되었고, 입에서는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곽휘운의 몸.
곽휘운에게서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괘, 괜찮습니, 다.”
말도 제대로 하기 힘든 곽휘운의 상태.
위하윤은 재빨리 자신의 내공을 나누어 주고 혈도를 눌러 주었지만, 그 어느 것도 소용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구경할 수는 없는 노릇.
위하윤은 계속해서 곽휘운의 몸을 주물러 주고 곁에 있어 주었다.
그 사이 위무악은 무림맹 무사들이 급하게 의원으로 옮겼고, 재빠르게 주변을 움직이며 혹시나 있을지 모를 잔당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후우.”
곽휘운은 꽤나 시간이 흘러서야 간신히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그 옆에는 위하윤과 남주학이 서서 지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에이, 대주님이 제일 고생하셨는데, 감사는요.”
“맞습니다.”
곽휘운이 안정되자마자 다들 곧바로 위무악이 있는 의원으로 찾아갔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는 하여도, 위무악의 상태가 걱정되었으니 말이다.
“왔냐?”
정신을 차린 위무악은 침상에 드러누워서 곽휘운을 맞이하였다.
“괜찮은가?”
“그래. 살았으니 괜찮다.”
“그래.”
긴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 위무악은 분명 상실감이 엄청날 터였다.
단전이 파괴되어 그동안 이룬 모든 것을 잃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위무악은 절망하지는 않았다.
내공이 없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이렇게 선우소소도 있고 말이다.
“그보다, 천살교는 어떻게 된 거냐?”
조금 전 무림맹의 무인들의 말로는 천살교가 내부에서 무너져 사라졌다는 보고가 들려왔다.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 일단 그들이 사라졌다니 다행이다는 생각은 들었다.
물론 언제든 다시금 나타날지 몰랐지만 말이다.
“일단 지금은 쉬자고.”
“그래. 너무 힘들었으니 말이야.”
그렇게 청해성에서의 일들이 마무리가 되었고, 곽휘운은 다시금 멸마대로 돌아가게 되었다.
* * *
청해성의 깊은 산속.
젊은 청년이 손에 든 핏빛 단약을 들고 있었다.
“흠. 이번 실험은 괜찮았군.”
그가 바로 이번에 청해성에서 천살교를 다시금 일으킨 흑막이었다.
악신우도 그 밑의 장로들도 그에게는 모두 실험을 위한 재료들에 불과했다.
그들로 이래저래 실험을 하고는 혹여 꼬리가 밟히기 전에 모두 정리한 것이다.
“이 단약도 많이 부족하군.”
그는 손에 든 단약을 완전히 태워 버리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괜찮은 실험이었지만, 아직 그것을 완성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더욱더 많은 실험이 필요할 터였다.
“이대로 실패하면 이 독마의 이름이 아깝지. 크크.”
휘익.
스스로를 독마라고 칭한 청년은 말과 함께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 * *
“이렇게 청해성에서의 일은 끝이 났습니다.”
곽휘운은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집중해서 듣고 있던 백리화는 곽휘운을 바라보고는 궁금했던 것을 하나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 하윤 소저의 오라버님은 지금은 뭐 하고 계세요?”
단전을 잃은 위무악이 무엇을 하고 살지가 궁금했다.
위하윤에게서도 들은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하하. 선우 소저랑 결혼하고, 지금은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작은 무관을 하고 있습니다.”
“아아. 잘되었네요.”
단전은 잃었지만, 그동안 무공을 익혀 온 몸과 지식은 남아있다.
그것이라면, 아이들을 가르치기에는 충분할 터였다.
“안 그래도 오늘 객잔에 오기로 했습니다.”
“곽휘운! 내가 왔다!”
곽휘운의 말과 함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객잔에 울려 퍼졌다.
이 목소리에 곽휘운이 씨익 미소 지었다.
위무악 그가 지금 휘운객잔에 온 것이었다.
“그래. 오랜만이다.”
“원체 바쁘신 분이라 얼굴 뵙기가 힘들어서 말이지. 쯧.”
위무악을 처음 보는 백리화는 위무악의 말투에 작게 미소 지었다.
아무리 들어도 남궁태산과 아주 비슷했으니 말이다.
곽휘운 주변의 친구들이 다 저런 사람들이란 것이 재미있었다.
“남궁태산 그놈은 왜 안 보이냐? 그놈도 온다던데?”
“안 그래도 왔다 임마.”
그때에 남궁태산도 객잔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자리에 모인 곽휘운, 위무악, 남궁태산.
그들의 입가에는 아주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말투가 그게 뭐냐? 애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면 말투 좀 바꿔라.”
“뭐? 불만 있으면 한판 뜨던지.”
허리춤에 있는 검을 검집채로 들고 남궁태산을 향해 날리는 위무악.
내공이 없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아주 빠르고 깔끔한 공격이었다.
“그래. 한판 해 보자.”
“자자. 일단 밥부터 먹고 하자고.”
투닥거리는 남궁태산과 위무악.
그리고 그들을 중재하는 곽휘운.
백리화는 셋의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좋다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모든 날이 이런 날만 있었으면 좋겠다.’
백리화의 바람과 함께, 객잔에 따뜻한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모두의 앞날을 보여 주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