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201화 (201/203)

<휘운객잔 201화>

201. 외전-1

과거 이야기.

잠시간의 시간이 나서 차를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곽휘운과 백리화.

차를 마시던 백리화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곽휘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전에 이야기 해 주시던 거 마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음? 어떤 이야기?”

“그 오라버니, 예전에 청해성에 계실 때 이야기요. 그때 다 못 들었잖아요.”

곽휘운은 백리화의 말에 기억이 났다.

분명 흑룡상단과의 일이 있었을 때에 해 주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귀혼신장이란 곳에 간 것까지 이야기해 주셨어요.”

“하하. 그럼 짧게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백리화는 정확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백리화의 요청에 작게 미소 지으며, 곽휘운은 다시 한번 더 그때의 기억을 꺼내기 시작했다.

* * *

귀혼신장에 도착한 곽휘운, 남주학, 선우소소, 위무악, 위하윤, 구영혜.

귀곡의 으스스함은 오간데 없어져 있고, 따듯함이 내리쬐는 아름다운 장원 하나만 있을 뿐이었다.

“저희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굳게 닫혀 있던 장원의 문이 남주학이 가까이 다가가자 저절로 열렸다.

그리고 보이는 장원의 내부.

마치 누군가 관리를 한 것처럼 깔끔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누가 사시는지요?”

“아니요. 아무도 살지는 않아요. 진법에 의해서 더러워지지 않는 거예요. 무슨 진법인지는 저도 도대체 모르겠더라고요.”

어찌되었건 일행은 귀혼신장에 짐을 풀고는 일단은 지친 몸을 잠시간 쉬게 해주었다.

피로를 풀어주는 진법이라도 되어 있는지, 금방 피로가 가신 일행은 곧바로 귀혼신장에 있는 연무장으로 모였다.

선우세가를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 서로의 실력을 키워야만 했으니 말이다.

곽휘운이 느꼈던 일장로의 힘은 분명 범상치 않았으니 말이다.

“서로 정확한 실력을 가늠해 보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곽휘운의 주도하에 서로의 실력을 가늠해 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위무악과 위하윤은 강했고, 남주학도 준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선우소소도 괜찮은 실력이었다.

다만 구영혜는 몸 상태가 너무나 안 좋아, 전력에는 합세할 수는 없을 듯싶었다.

“시간을 오래 쓸 수는 없고, 그렇다고 빠르게 강해지기도 힘든데 이걸 어쩐다.”

곽휘운의 고민은 이것이었다.

분명 실력들이 뛰어났지만, 문제는 이쪽의 수가 너무나 적다는 것이었다.

무인들간의 싸움에서 그 수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서 상대의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흠.’

일행이 수련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고민에 잠기는 곽휘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주학이 곽휘운에게 다가왔다.

“무슨 고민 있으세요?”

“아무래도 실력을 단기간에 확 올릴 방법이 떠올리지 않아서 말이다.”

이미 쓸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했지만, 그럼에도 조금 부족했다.

“그럼 제가 비장의 수를 꺼낼 때네요.”

“음?”

비장의 수라니?

곽휘운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남주학을 바라보았다.

남주학은 대답치 않고 씩 웃은 뒤에 어디 론가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뒤.

남주학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상자 하나.

쿵.

바닥에 내려놓자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남주학은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설마 영단이냐?”

“네. 맞아요. 다음에 몰래 먹으려고 숨겨 둔 건데, 오늘 쓰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남주학이 가져온 상자에는 영단이 딱 5개가 들어 있었다.

오래된 상자와 다르게 영단들은 모두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분명 보통 영단이 아니었다.

“괜찮겠느냐?”

“뭐, 솔직히 말하면 집에 부탁하면 이거보다 좋은 것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서 괜찮아요.”

남주학의 집안이라면 분명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단을 이렇게 선뜻 내놓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분명 딱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영단.

이런 것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고맙다.”

곽휘운은 가타부타 더 말은 하지 않고, 고맙다고 하였다.

그러자 남주학이 밝게 웃어 보였다.

곽휘운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이 영단의 값은 충분했다.

“그럼 다들 모이라고 해야겠구나.”

곽휘운은 곧바로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남주학이 주는 것이라고 말을 해 주고는 영단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다들 받을 수 없다고 했지만, 나중에 선우세가를 수복하고 천천히 갚으라는 남주학의 말에 반드시 그러겠다고 한 뒤에 영단을 섭취하였다.

휘우우우우우웅.

곽휘운과 남주학을 포함해 일행의 몸을 휘감는 거대한 기운.

남주학이 전해 준 영단은 생각 이상의 효험이 깃들어 있었다.

번쩍!

운기를 마치고 눈을 뜨는 일행의 두 눈에서 안광이 터져 나왔다.

확실히 단전에 가득 쌓인 내공.

소림사의 대환단과 비교해도 될 정도였다.

“너무 큰 빚을 진 것 같다.”

위무악이 모두의 마음을 대변한 말을 남주학에게 하였다.

이건 분명 돈으로 갚을 수 없는 빚이었다.

“에이, 괜찮다니까요.”

일행은 감사는 나중에 선우세가를 찾은 후에 더 하기로 하고, 곧바로 다시금 수련에 집중했다.

갑자기 늘어난 내공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으니 말이다.

다들 능력이 있었으니, 실력이 느는 것은 금방이었다.

남주학의 영단과 함께, 곽휘운의 지도가 있으니 더욱더 빠르게 강해지는 일행.

그리고 준비가 끝이 났을 때, 그들은 다시금 귀혼신장을 벗어났다.

시간이 더 있다면 좋겠지만, 그들이 무슨 짓을 선우세가에 할지 모르니 지체할 수 없었다.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모두의 표정이 비장했다.

“조심히 다녀오시길.”

그리고 구영혜는 이곳 귀혼신장에 남아 있기로 하였다.

그녀도 자신이 같이 움직여 봐야 짐이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귀혼신장에서 일행이 발걸음을 떼었다.

* * *

선우세가.

사진혁과 일장로는 그곳에서 곽휘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귀곡으로 들어간 뒤 사람을 보냈던 사진혁이지만, 귀곡에서 그들을 찾을 수는 없었고, 오히려 부하들만 잃었다.

그렇게 불타는 분노를 표출하려 할 때, 일장로가 그의 분노를 잠재웠다.

‘어차피 이곳으로 돌아 올 것이다. 그때까지 이걸 먹고 수련이나 해라.’

일장로가 전해 준 단약 하나.

사진혁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천살교에서 내려 주는 단약.

약간의 고통이 따르지만, 큰 힘을 주는 단약이었다.

이것을 먹는다면,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을 터.

그렇다면, 곽휘운 일행을 죽이는 것이 더욱 손쉬워질 것이었다.

꿀꺽.

단약을 삼킨 사진혁.

단전부터 고통이 밀려 왔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 내었다.

이 고통만 참아 내면, 확실한 보상이 있었으니 말이다.

쿠르르르륵.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고통이 가시지 않고 점점 더 강해져 왔다.

의식이 날아갈 정도의 고통.

사진혁은 누군가를 부르려고 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상태.

이대로 의식이 날아가면, 제멋대로 내공이 날뛸 것이고, 그렇다면 주화입마에 들고 말 터였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

절대 그것만은 안 되었다.

아직 제대로 힘과 권력을 누려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사진혁은 최대한 의식을 다잡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사진혁에게는 억겁의 시간과도 같던 시간이 지나고, 순식간에 모든 고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밀려오는 거대한 힘.

그 힘들은 지금 사진혁의 몸을 다시금 만들어 내고 있었다.

강제적인 환골탈태.

‘쿠왁!’

시커멓게 죽은피를 한 움큼 내뱉고 사진혁은 몸을 일으켰다.

단약을 먹기 전과는 차원이 다른 상태의 몸.

주변의 모든 것들이 손에 잡힐 듯 예민하게 느껴졌다.

‘크흐흐흐. 크하하하하!’

사진혁의 앙천광소.

사진혁은 자신이 한 걸음이 아니라, 수 걸음 앞선 상태에 들어섰다는 것을 느꼈다.

놀랍도록 충만한 힘.

이것은 사진혁이 평소 꿈만 꿔오던 힘이었다.

지금이라면 이곳에 있는 일장로와도 비등하게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놈들 어서 와라.’

사진혁은 곽휘운 일행이 어서 이곳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힘을 그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을 모두 발아래에 두고 싶었다.

이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싶었다.

‘그들이 도착했습니다.’

때맞춰 도착한 곽휘운 일행.

사진혁은 혈기로 번들거리는 눈과 함께,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섰다.

이번 일은 그에게 아주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말이다.

* * *

쿠구구구궁. 쿵.

곽휘운 일행이 선우세가 근처에 도달하자 저절로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한 표시.

일행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선우소소는 세가 안에 들어와서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세가가 무사한지를 확인 하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선우세가의 전각들은 멀쩡해 보였다.

그렇게 천천히 선우세가의 중심으로 들어가자, 어디선가 나타난 무인들이 곽휘운 일행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나타난 하나의 인영.

바로 사진혁이었다.

“겁도 없이 네놈들만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한다. 크크크.”

사진혁은 주체할 수 없는 기운을 그대로 내뿜어내며 곽휘운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그전에 힘을 조금 빼놓을 생각이었다.

조금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 말이다.

“자. 손님맞이를 해야겠지.”

짝짝.

사진혁이 박수를 두 번 치자, 곽휘운 일행의 주변을 둘러싼 무인들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몸 풀기에 딱 좋은 상황이구만.”

“그렇기는 하군.”

달려드는 무인들을 상대하기 위해 딱 두 사람만 움직였다.

곽휘운과 위무악.

굳이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둘이면 충분했다.

검을 빼어드는 위무악과 구름을 불러내는 곽휘운.

“오랜만에 이렇게 합을 맞춰 본다?”

“음. 그런가?”

오랜만에 둘이 합을 맞추는 곽휘운과 위무악.

둘의 입가에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런 둘의 자신감과 연결되는 결과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일 다경.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곽휘운과 위무악을 향해 달려들던 무인들이 모두 정리가 되었다.

이 예상외의 상황에 사진혁은 조금 당황했지만, 어차피 대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과 일장로가 남았고, 아직 써먹을 무인들은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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