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99화>
정마맹이 먼저 천살교 측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물결이 덮치듯 천살교를 덮쳐 들어가는 정마맹의 무인들.
그 기세가 사뭇 대단했다.
“죽어라!”
보통 무림에서 이런 거대한 규모의 전쟁은 거의 없었다.
마치 군대와 군대가 싸우는 듯한 모습.
그래서일까?
싸움은 한층 더 처절하고 격렬했다.
캉! 캉! 콰앙! 카카캉!
“크악!”
“끄아악!”
주변에서 쉴 새 없이 무기 부딪치는 소리와 고통에 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혼전 양상의 싸움.
물론 그중에 주변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이들이 있었다.
곽휘운과 신종악을 비롯해 일제와 천마, 이제와 위강천이었다.
그들 주변으로는 감히 다른 무인들이 다가서지 않았다.
아니, 못한 것이 맞을 터였다.
호기롭게 주변으로 달려든 이들이 모두 세상을 하직했으니 말이다.
“흐음. 분명 쓸 만한 놈이구나.”
신종악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곽휘운을 바라보며 가볍게 평을 하였다.
마치 예전의 천홍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기운을 가진 곽휘운.
그래서 신종악은 곽휘운을 보고 기분이 나빠졌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으니 말이다.
“어차피 이 싸움은 너와 나의 승패로 결정 날 것이다.”
신종악은 이 싸움의 결과는 자신과 곽휘운의 대결로 결판이 날 것이라 생각했다.
무인들 간의 싸움에서 절대고수 한명이 가지는 힘은 엄청나다.
곽휘운이나 자신이 패배하는 순간 전세는 그대로 기울 것이고, 이 전쟁은 그대로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을 터였다.
“주절주절 말이 많은 사람이군.”
곽휘운은 자신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 신종악을 바라보며 말이 많다고 하였다.
대화는 필요없는 전장.
곽휘운은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고, 곧바로 휘운을 뿜어내었다.
그리고 곽휘운의 손에 주어져 있는 백화빙검.
지금 곽휘운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듯,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말하는 것이 재수업군. 당장 죽여 주지.”
콰아아아아아아!
신종악의 몸에서 주변을 모두 짓누르는 혈기가 뿜어져 나왔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혈기.
그리고 그 혈기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듯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콱! 콰각! 콱! 콱!
혈기가 그대로 곽휘운을 향해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곽휘운에게 내리 꽂히는 혈기.
곽휘운은 제자리에 서서 아무렇지 않게 모든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이게 다라면 실망인데?”
곽휘운은 짙은 미소를 지으며 신종악을 도발했다.
“이건 몸 풀기 일 뿐이다.”
신종악의 혈기가 더욱더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짙은 혈기가 주변을 가득 에워쌌고, 곽휘운과 신종악의 신형을 완전히 가려 버렸다.
완전히 신종악의 혈기에 갇혀 버린 곽휘운.
보통의 사람이라면 버티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압박이 곽휘운에게 가해져 오고 있었다.
“자. 어떻게 죽여줄까?”
얼굴에 조소를 머금으며 말을 하는 신종악.
이 혈기로 만든 영역이 바로 신종악이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무공의 결정체였다.
타고난 체질이 있어야지만 이루어 낼 수 있는 극강의 무공.
과거에는 체질이 따라주지 못하여 익히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 육체는 이것을 익힐 수 있는 충분한 체질을 가지고 있었다.
‘혈원절대신공(血原絶對神功).’
엄청난 혈기를 내뿜어 일정 공간을 지배하는 무공.
이 공간 내에서 신종악 자신은 절대자에 가까운 힘을 낼 수 있었다.
피익. 픽. 픽.
신종악이 가볍게 손짓을 하자 곽휘운의 몸에 얕은 상처가 생겼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게 생긴 상처들.
곽휘운의 몸에 상처가 난 것은 정말 오랜 만에 있는 일이었다.
“으음. 고통스럽게 죽여 주는 것으로 정했으니, 발버둥 쳐 보거라.”
“그럴 생각은 없는데? 나는 빨리 끝내고 객잔을 봐야 해서 말이야.”
촤아아아아악!
화르르르륵!
곽휘운의 주변의 휘운들이 새하얗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백화휘운.
곽휘운이 가장 마지막에 얻은 깨달음이 나타난 것이었다.
백화휘운은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신종악의 혈기들을 밀어내었다.
“호? 네놈도 꽤나 좋은 체질을 가졌나 보군.”
신종악은 곽휘운의 체질이 범상치 않음을 제대로 느꼈다.
지금 곽휘운이 보여주는 백화휘운은 뛰어난 체질이 없고서는 익히는 것조차 불가능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신종악은 정말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 놈만 죽이면, 무림은 내 것이 되겠군.’
과거에는 천홍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였다면, 이번에는 곽휘운이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완벽한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때는 없었던, 이 혈원절대신공이 있다면,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쾅! 쾅! 쾅! 쾅! 쾅!
거칠고 강력하게 곽휘운을 공격하는 신종악의 혈기들.
주변의 바닥이 터져나가고, 공기가 찢어져 나갈 정도의 강렬한 공격.
하지만 그 어느 공격도 곽휘운의 백화휘운을 뚫고 있지는 못하였다.
“이 정도로는 안 되나?”
물론 공격이 통하지 않아도 신종악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금 신종악은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는 중이었다.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까?”
쾅!!! 쾅!!! 쾅!!! 쾅!!! 쾅!!!
한층 더 강렬해진 신종악의 공격.
그리고 신종악의 공격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위력이 강해져갔다.
그렇게 계속 신종악의 공격을 막기만 하던 곽휘운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무공이라……. 볼 건 다 봤군.”
곽휘운은 지금까지 신종악의 무공을 관찰하고 있었다.
자신의 백화휘운과 비슷한 결의 무공.
분명 관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무공이었다.
‘기운을 이렇게 폭력적으로 쓸 수도 있군.’
곽휘운과는 다르게 신종악은 기운을 아주 폭력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오로지 상대를 죽이기 위한 힘을 내뿜는 기운.
물론 신종악이 내뿜는 혈기자체가 보통의 기운과 다르기에 가능한 것일 터였다.
‘주변 기운을 빠르게 몸으로 흡수해 혈기로 다시 뿜어내는 무공이라니.’
곽휘운은 주변의 기운들을 자신의 것처럼 쓴다거나, 몸 안에 그 기운들을 축적해서 쓴다.
하지만 신종악은 주변의 기운들을 몸 안으로 모조리 흡수한 뒤, 그것을 혈기로 내뿜어 그 혈기를 조종하여 쓴다.
비슷한 듯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사용 방식.
분명 배울 것은 있는 무공이었다.
그리고 곽휘운은 이 무공에서 배운 것을 곧바로 자신의 무공에 적용시키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저적.
백화휘운이 엄청난 한기를 내뿜어내기 시작했다.
공기마저 얼리고, 기운마저 얼리는 엄청난 한기.
곽휘운은 주변의 기운을 흡수한 뒤, 한기로 바꾸어 내뿜었다.
신종악에게서 보고 배운 것을 써먹는 중이었다.
“이 놈이!”
신종악은 곽휘운이 자신을 따라했다는 것을 알아채었다.
주변에 흐르는 기운의 흐름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재주이다만! 이제는 끝이다!”
팡!
신종악이 드디어 직접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좋지 않다. 이 한기도 거슬리고 말이야.’
곽휘운의 엄청난 한기에 온 몸이 얼어가고 있었다.
한서불침의 경지는 이미 진즉에 넘었건만, 몸이 얼어간다니?
그렇다면 이건 보통의 한기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래서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신종악을 따라 주변을 장악하고 있던 신종악의 혈기들도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릉.
신종악의 손에 들려있는 검에서도 엄청난 혈기가 함께 뿜어져 나왔다.
그에 맞추어 곽휘운도 백화빙검을 손에 쥐었다.
캉!!!
신종악의 검과 곽휘운의 백화빙검이 강렬하게 맞부딪쳤다.
그리고 시작된 진정한 싸움.
검과 검이 부딪치고, 기운과 기운이 부딪쳤다.
“이게 다인가?”
또 다시 곽휘운의 도발.
전에는 그저 웃어넘긴 신종악이지만, 지금은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조금씩 자신이 밀리는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그럴 리가.”
쿠드드드득. 콰득. 콰드득.
갑자기 신종악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뼈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괴물.
이미 사람의 모습은 포기한 형태였다.
“이제 시작이다.”
쾅!
콰가가가가각!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신종악.
곽휘운은 간신히 백화휘운으로 막아내었지만, 충격까지 막지는 못한 듯 몸이 뒤로 밀려났다.
가공할 속도와 위력.
거기에 더해진 혈기의 힘은 그야말로 상상초월이었다.
“크크. 어떠냐?”
“본좌가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 것에 의존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고. 종아야.”
“?!”
갑자기 다른 말투로 말하는 곽휘운.
신종악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곽휘운을 바라보았다.
지금 신종악을 놀라게 하는 것은 곽휘운의 달라진 말투가 아니라, 곽휘운이 부른 ‘종아’라는 말이었다.
저 말을 아는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어야 정상이다.
자신과 천홍 단 둘만 아는 호칭이기 때문이다.
“그런 거였군. 천홍 당신이 거기 있었어.”
곽휘운은 아주 잠시 천홍에게 몸을 내어 주었다.
신종악과 천홍이 오랜 재회를 하게끔 말이다.
물론 좋은 인연으로 재회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저놈이 천마신공의 묘를 가진 거군? 당신의 무공도 가지고 말이야. 아니면 당신이 키운 재료인가?”
“이 아이는 본좌의 도움 따위가 없었어도 너를 능가했을 것이다.”
“그건 되었고, 왜 나타난 것이지? 복수를 위해서인가?”
“그래. 오랜 숙원을 해결하고, 성불을 하려고 한다.”
“그건 불가능할거다.”
“아니, 너는 반드시 질 거다. 네가 그렇게 발버둥 쳐도 말이다.”
천홍의 말에 신종악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언제나 자신의 앞을 막던 천홍이 다시금 나타나 또 다시 자신의 앞을 막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성불을 할 거면 가만히 있지.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이렇게 나타난 건가?”
“아니, 이 말을 직접 하려고 나왔다.”
“??”
신종악은 도대체 천홍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다.
그가 자신에게 할 말이라면 저주나 욕설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말투를 보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너를 본좌가 이렇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하다.”
“하! 이제와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감명이라도 받을 것 같은가?”
“감명을 받을 필요 없다. 본좌는 그저 본좌의 생각을 말할 것뿐이니까. 그럼 이만 갈 테니, 너도 성불을 하길 바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