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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97화 (197/203)

<휘운객잔 197화>

서로 대치를 하고 있는 정마맹과 천살교.

아직까지 움직임은 없었지만, 이미 두 진영 간의 엄청난 기세 싸움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아낌없이 투기와 살기를 뿜어대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함부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

한 번의 움직임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져 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서로 눈치만 보는 치열한 기세 싸움이 계속되던 중이었다.

콰아아아아아!!!

모든 이목을 한곳에 집중 시킬 만큼의 엄청난 기세가 두 진영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엄청난 기세를 내고 있는 장본인.

천살교의 혈주인 신종악이었다.

물론 그가 신종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천살교에도 많지 않았다.

“천살교 혈주 신종악이라고 한다.”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

하지만 두 세력에 있는 모든 무인들이 신종악의 목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짐작도 되지 않는 내공.

“신종악? 그런 것인가.”

신종악이라는 이름을 듣고 가장먼저 고개를 갸웃거린 이는 바로 천마였다.

분명 자신의 아들인 제석종의 모습인데, 스스로를 신종악이라 지칭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금방 수긍했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했으니 말이다.

[정말 신종악 그놈이 맞군.]

또 한 명.

천홍도 신종악을 보고는 예상이 맞았음을 확인하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난 악연.

죽음 뒤에도 이어져 온 악연을 이번에는 끊을 수 있을 듯싶었다.

“네 놈들에게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직접 나섰다.”

이미 정마맹의 죽음을 확정 지은 듯한 말.

일부 정마맹 무인들이 발끈하며 뛰쳐나갔다.

“건방진 놈이구나!”

“혼자서 튀어 나오다니!”

“이런, 멈추십시오!”

곽휘운이 재빠르게 그들을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모두 한가락 하는 무인들이기에 쾌속했다.

순식간에 신종악의 지근거리까지 당도한 무인 다섯.

“하찮은 것들이.”

신종악은 그들을 바라보지도 않고, 슬쩍 손을 휘둘렀다.

그저 허공에 손을 스윽 긋는 간단한 동작.

그런데 그 동작의 결과는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서걱.

달려들던 무인들 다섯의 허리가 전부 반으로 갈렸다.

검도 아닌, 손가락으로 이루어 낸 결과.

“너희 중 쓸 만한 놈들 다섯을 내보내라.”

신종악은 정마맹 측의 무인 중 다섯을 원했다.

그들 다섯과 자신의 칠혈제 중 다섯을 싸우게 할 생각이었다.

큰 전쟁 전 여흥으로 말이다.

[변하지 않았군.]

천홍이 알던 신종악과 일치하는 모습.

과거 신종악은 어디서 싸움을 하던, 이렇게 여흥을 즐겼다.

자신보다 약자들을 상대로만 말이다.

그의 이런 악취미를 천홍은 꽤나 좋아하지 않았는데, 다시금 만난 신종악은 여전히 그 악취미를 버리지 않은 듯싶었다.

“너희가 이긴다면, 내 손으로 우리의 절반을 죽이겠다.”

“!!”

“!!”

정마맹 측도 천살교 측도 모두 놀랄 만한 발언.

자신의 손으로 절반을 죽인다니?

정마맹 입장에서는 분명 파격적인 제안이었고, 천살교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같은 제안이었다.

분명 천살교 측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날 듯싶었지만, 의외로 모두들 조용했다.

천살교 교도들은 신종악의 말이라면 죽음이라도 상관없었기에 가만히 있었고, 천살교에 가담한 문파들은 신종악의 힘을 보았기에 반발을 하지 못하였다.

이미 이곳에 오는 동안 신종악에게 반발했던 몇몇 이들이 있었는데,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어떠냐?”

신종악은 정확히 곽휘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였다.

곽휘운이 이들을 이끄는 사람이란 것을 알고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도, 곽휘운이 이들의 중심이란 건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좋다. 그 제안 수락하지.”

곽휘운은 신종악에게 딱히 정중한 말투 따위는 쓰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가치가 없었으니 말이다.

곽휘운은 신종악의 제안을 크게 고민하지 않고 수락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곽휘운은 슬쩍 천마와 위강천을 비롯한 이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굳게 빛나는 눈을 하고 있었다.

‘좋아.’

곽휘운은 만족스러움에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만 간다면, 큰 희생 없이 이 전쟁을 끝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크하하. 좋아. 바로 준비하지.”

크게 웃은 후 신종악의 신형이 꺼지듯 사라졌다.

그리고 곧바로 다섯의 신형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모두 피처럼 짙은 혈의를 두르고 있는 이들.

보이는 곳이라고는 두 눈 뿐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그들의 실력이 괴물같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나서야겠군.”

지금 나선 이들의 실력을 가늠해 보았을 때, 결국 나설 만한 이는 정해져 있었다.

천마, 위강천, 이장로, 나천괴, 도마.

이들이 아니라면 그들에게서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부탁드립니다.”

“걱정 말게나.”

곽휘운의 인사를 받으며 앞으로 나서는 다섯.

현 정마맹 최고 전력 다섯이었다.

신종악은 여흥이라고 말했지만, 아마 이 승부에서 전쟁의 많은 것이 결정될 터였다.

* * *

이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싸움의 시작.

다섯과 다섯의 싸움.

신종악은 그 싸움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거만한 자세로 앉은 채 지켜보고 있었다.

“칠혈제 중 다섯이니, 놈들의 실력을 가늠해 보기에는 넘치겠지.”

지금 나선 다섯 무인은 칠혈제 중 일제(一帝)와 이제(二帝)를 제외한 다섯이었다.

일제와 이제에 비하면 조금 실력이 떨어지지만, 미세한 차이일 뿐.

그들도 모두 엄청난 강자들, 여흥을 위한 최고의 재료들이었다.

“재미있겠어.”

싸움의 시작 전이지만, 신종악은 이 여흥이 아주 재미있을 것이란 걸 알았다.

상대쪽에서 나온 무인들이 나름 괜찮아 보였으니 말이다.

“잘못하면 내손으로 반을 죽여야 할지도 모르겠군.”

신종악의 말에 천살교측에 가담한 무인들이 몸을 떨었다.

그는 정말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

만약 칠혈제가 진다면, 자신들 중 반은 죽일 터였다.

“시작하라!”

신종악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칠혈제 중 다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정마맹 측 다섯에게 쇄도하는 그들.

칠혈제는 각각 들고 있는 무기들도 달랐다.

창(槍), 봉(棒), 조(爪), 도(刀), 순(盾).

칠혈제의 병장기가 정신없이 움직이며, 정마맹 측 다섯을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견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위력.

거기에 더해서 완벽한 합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맞물리며 움직이는 다섯 가지 병장기의 모습은 장관이라 할 만 했다.

캉! 카카캉! 캉! 쾅!

정신없이 움직이며 검을 쳐 내는 정마맹 측 다섯.

다들 그들이 저들의 완벽한 합격에 우왕좌왕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다섯은 의외로 손발을 척척 맞추면서 여유롭게 칠혈제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손발을 맞추어 본 듯 움직이는 정마맹 측 다섯.

하지만 그들이 언제 손발을 오래 맞추어 보았겠는가?

정마맹이 탄생한지도 그리 길지 않은데 말이다.

‘확실히 이런 상황이 올까 예상해서 손발을 맞춰 봐 다행이군.’

이곳으로 오기 전.

정마맹 측 수뇌들은 모두 모여 간단히 손발을 맞춰보았다.

혹시나 이런 상황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란 곽휘운의 말 때문이었다.

곽휘운은 천홍에게 신종악에 대하여 듣고 난 후, 이런 상황을 대비한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방식으로 합을 맞추어 보았고, 다들 손에 꼽는 무인들이니 순식간에 합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

급하게 맞춰본 손발치고는 칠혈제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조금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대결.

누군가 조금만 삐끗해도 그대로 균형이 무너질 것 같았다.

카각! 카가가각! 캉! 캉! 쾅!

“흣!”

그런데 그때.

정마맹 측의 균형이 조금 무너졌다.

정마맹의 다섯 무인 중 이장로의 신형이 일순 밀려난 터였다.

아무래도 손발을 맞춘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이 드러나는 듯싶었다.

“역시 아직은 안 맞는 듯싶군.”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천마와 위강천이 칠혈제의 공격을 막아서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싸움 중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그것은 분명 여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 정도 시간을 끌었으면, 일이 끝났지 않겠소?”

“맞습니다. 아! 마침 끝났다고 합니다.”

위강천의 시선이 곽휘운이 서있던 곳으로 잠시 향해 있었다.

그곳에서 푸른 깃발을 들고 서있는 곽휘운.

일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럼. 끝을 냅시다.”

“알겠습니다. 천마님과 함께 싸워서 영광이었습니다.”

콰아아아아아!

위강천과 천마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도마, 나천괴, 이장로도 기세를 뿜어대었다.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세.

“하아암. 빨리 끝내고 자고 싶군.”

“호호. 아직도 잠이 부족하십니까?”

나천괴의 말에 웃으며 대답하는 이장로.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도마가 더욱 더 힘을 끌어올리며 말을 하였다.

“빨리 끝내도록 하지요.”

일이 끝났으니 더 이상 싸움을 이어 갈 필요는 없었다.

지금 몸 안에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힘이 담겨 있었다.

곽휘운 덕택에 얻은 힘.

이번 일을 위해, 넘치는 힘을 일부러 숨겨 두느라 오히려 더 힘들 정도였다.

일이 끝났으니, 시원하게 터트릴 시간이었다.

쾅! 콰아앙! 쾅! 쾅!!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강렬해진 정마맹 다섯의 움직임.

갑자기 강해진 이들의 힘에 적응하지 못하고 칠혈제들이 연신 뒤로 밀려났다.

서걱.

결국 천마의 검에 칠혈제 중 한 명의 목이 잘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우후죽순 쓰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정마맹 다섯 무인은 모두 오연히 제자리에 서 있었고, 칠혈제 중 다섯 무인은 모두 목이 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승리.

이것은 곽휘운과 여기 다섯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쯧. 제대로 된 강시는 아니었나보군. 어쩔 수 없지.”

대결을 지켜보던 신종악이 슬쩍 인상을 썼다.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나 버린 여흥에 짜증이 났다.

그것도 자신의 예상과 완전히 다른 결과로 말이다.

“네놈들. 모두 죽어라.”

신종악이 정확히 반으로 선을 그었고, 그중 반을 향해 죽으라고 명령하였다.

“존명!”

천살교 교도들은 그대로 자결을 하였고, 천살교에 가담한 문파들은 천살교도들이 달려가 목을 쳤다.

물론 이 결정에 반발하며 달려드는 이들이 있었지만, 천살교의 수뇌들과 일제와 이제가 직접 움직여 모조리 척결하였다.

“재미없는 여흥이었다. 직접 움직이겠다.”

그리고 신종악이 자리에 움직여 직접 몸을 움직이기 위하여 준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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