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90화>
염마를 뒤덮은 신잠사.
염마는 겁화륜으로 그 신잠사를 끊어 버리기 위해 내공을 더욱 끌어올렸다.
사방천지를 뒤덮는 엄청난 불길.
이 불길에 신잠사가 그대로 한 줌 재로 타 버릴 것만 같아 보였다.
쩌적. 쩌저적. 쩌적. 쩌저적.
촤아아아악!
그런데 그때 신잠사에서 무언가 얼어붙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촘촘하게 얽혀 있던 신잠사에 마치 고드름 같은 것들이 생겨났고, 그것들은 생겨남과 동시에 일제히 염마를 향해 쏘아져 나아갔다.
만천화우와 같은 모습의 고드름들.
키이이이이이잉!
염마의 겁화륜이 맹렬하게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거세게 휘도는 불길.
콰카가가가가가가각!
염마의 휘도는 불길과 독고영의 고드름간의 싸움.
한 치의 밀림도 없는 팽팽한 두 무인간의 힘 싸움이었다.
주변 무인들이 모두 한가락 하는 이들이니 다들 지켜보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보통의 평범한 무인들을 데려다 놓았다가는 모두 얼어 죽거나 타죽을 정도의 화기와 한기가 넘실대는 싸움.
쾅!!!
계속해서 밀고 밀리던 힘의 싸움이 굉음과 함께 끝이 났다.
촤아아아아악!
강렬한 힘의 싸움 후에 충격에 뒤로 밀려나는 둘.
그 둘은 멀찍이 떨어져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대단하네.”
“대단하십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싸움.
그런데 그때였다.
염마의 입에서 한 줄기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힘 싸움에서 내상을 당한 것이었다.
그에 반면 독고영은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이것으로 보았을 때는 독고영의 승리였다.
“독고영이라고 했나? 자네라면 교마의 목을 딸 수 있겠군.”
“물론입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는 서로 돌아들어가는 독고영과 염마.
둘의 표정에는 만족스러움이 가득했다.
서로에게 얻어가는 것이 많은 대련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이제 마지막이군.”
이제 마지막 대련.
마지막 대련에 남은 이는 곽휘운뿐.
이미 천마신교에 곽휘운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어 그와 대련을 하고 싶어 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다들 지금 곽휘운의 앞에 나타난 이 때문에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나랑 하지.”
곽휘운의 앞에 나선 이는 바로 검마였다.
곽휘운과 제대로 검을 섞어 보지 못했으니, 이번 기회를 통해서 섞어 볼 생각이었다.
천마신교의 최고 서열이자, 최고의 고수.
천마 마저도 넘어섰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무인.
“적당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곽휘운은 자신의 앞에 선 검마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앓는 소리를 했다.
천마에 이어서 이번에는 검마였다.
산 넘어 또 산이라는 느낌.
거기에 더해 지난번 천마와의 싸움을 지켜본 후라 그런지 검마는 벌써부터 기세를 폭발적으로 내뿜고 있었다.
그 싸움에서 상당히 몸이 달아올랐던 검마였으니 말이다.
“흘흘. 늙은이가 힘을 내 봐야 얼마나 내겠는가?”
검마가 그저 늙은이라면, 무림에 있는 무인들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검마가 마음먹고 힘을 내면, 이곳 주변은 완전히 초토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었으니 말이다.
“자. 그럼 시작하세.”
“후우.”
곽휘운은 짧은 숨과 함께 곧바로 대련을 준비했다.
스릉.
검마도 어느새 검을 뽑아들고 곧바로 대련의 준비를 시작했다.
검마가 처음부터 검을 뽑는 상황은 분명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아무 때나 검을 뽑지 않았으니 말이다.
사아아아아아악.
주변에 검마의 날카로우면서도 강렬한 기운이 뒤덮기 시작했다.
덜덜덜덜덜덜덜.
몇몇 천마신교 무인들이 몸을 떨 정도의 엄청난 기운.
주변에 있던 모든 천마신교 무인들이 깜짝 놀라고 있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검마의 강함보다 훨씬 더 강한 기운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만한 힘이 필요하다는 건가?’
천마신교 무인들은 이번에는 곽휘운을 바라보았다.
분명 이야기를 들어서 곽휘운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검마가 이정도의 힘을 낼 정도인지는 의문이 들었다.
아직 젊디젊은 나이의 무인.
아무리 천재적이라고 해도 검마와의 세월의 차이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기에 더해서 검마 또한 천마신교에서 내로라하는 무공의 천재였다.
곽휘운이 검마의 이상이 되는 것은 분명 보통이라면 절대 불가능이었다.
쩌저저저저적.
그런데 곽휘운은 그런 천마신교 무인들의 생각을 완전히 부셔 버리는 모습을 곧바로 보여 주었다.
이 연무장을 뒤덮는 백화빙검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 백화빙검들이 마치 하나로 연결되어 주변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이 연무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곽휘운의 지배하에 놓은 것만 같았다.
“호오?”
이 모습에 천마도 조금 놀랐다.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검이 떠있는 정도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 모습은 그때보다도 훨씬 더 발전한 모습이었다.
“좋네. 좋아. 그 정도는 나와야지.”
검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몸 안의 피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정말 얼마 만일지도 모를 오랜만의 뜨거움.
자신이 젊었을 때의 패기 넘치고, 무공을 뜨겁게 사랑했던 그때의 그 느낌이었다.
스슥.
검마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검마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은 무인은 이 연무장에서도 몇 없을 정도.
그리고 그 움직임보다도 빠르게 검이 곽휘운을 향해 움직였다.
이미 곽휘운의 목옆에 도착해 있는 검마의 검.
캉!
하지만 검마의 검과 곽휘운의 목 사이에 어느새 하나의 백화빙검이 나타나 검마의 검을 막았다.
눈 한번 깜짝일 시간보다도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한 합.
물론 이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검마의 무형검법이 그대로 위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검영이 늘어나면서 곽휘운의 사방을 점하기 시작했다.
캉! 캉! 캉! 캉!
동시에 아주 미세한 시간차이를 두고 들어온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 내는 곽휘운.
검마의 검을 막아 낸 백화빙검들이 그대로 다시금 검마를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흘흘. 이런. 늙은이를 죽일 셈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조금의 틈도 없는 치열한 공방 속에서도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둘.
그 둘에게는 지금의 이 공방은 그저 몸 풀기에 지나지 않았다.
가볍게 서로의 힘을 가늠해 보는 몸 풀기.
“자. 자네의 힘을 한번 보세나.”
“예. 알겠습니다.”
가벼운 몸 풀기가 끝나고, 이제 진짜 힘을 보일 차례.
곽휘운의 백화빙검들이 새하얀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륵.
새하얀 백염(白炎).
지켜보는 천마신교 무인들 모두가 곽휘운의 백염을 놀라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검마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보니 다르군 그래.’
직접 눈앞에서 보니, 차원이 다른 힘을 보여 주는 곽휘운의 백염.
검마는 마음을 집중하며, 자신의 깨달음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직 그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은 깨달음이었다.
철컥.
검마가 갑자기 자신의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대결 도중에 검을 다시 검집에 넣다니?
대련을 포기한다는 표시일까?
하지만 검마의 표정은 결코 대결을 포기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스으으으윽.
그때 검마가 손으로 무언가를 쥐는 듯한 모습을 하였고, 천마와 곽휘운은 그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검마가 보여 주는 것은 완전한 무형검의 경지였다.
그저 무형검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곽휘운도, 천마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형검은 실상 만들어 내는 노력에 비하여, 위력이 형편없었기에 다들 실제 싸움에서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 검마의 손에 잡힌 무형검은 달랐다.
분명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기운이 차원을 달리했다.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한 엄청난 존재감.
저 무형검에 닿는 모든 것이 그대로 잘려 나갈 것 같았다.
“어떤가?”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곽휘운의 말은 진심이었다.
검마의 무형검은 곽휘운마저 긴장될 정도로 굉장했다.
“흘흘 고맙네. 하지만 이걸 내가 오래 들고 있을 수는 없으니, 바로 시작하겠네.”
“준비하겠습니다.”
검마도 이 무형검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엄청난 내공을 잡아먹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새삼 곽휘운의 엄청남이 드러났다.
이 수많은 백화빙검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내공의 부족함에 허덕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스윽.
검마가 제자리에 서서 무형검을 든 손을 움직였다.
누군가 보면 그저 제자리에서 손을 맹렬하게 휘적이는 듯한 모습.
하지만 검마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백화빙검들이 하나씩 잘려 나갔다.
카앙! 서걱. 카앙! 서걱.
백화빙검을 잘라낼 정도의 힘을 가진 검마의 무형검.
역시나 천마신교 서열 1위다운 힘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곽휘운은 검마의 무형검에 백화빙검이 잘려 나갈수록 더욱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검마시다.’
처음 보았을 때에도 그 강함을 느꼈었는데, 이렇게 직접 붙어보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곽휘운은 이런 검마를 존중하였기에, 더 힘을 내보기로 하였다.
우우우우우웅.
사방에 있던 백화빙검들이 서로 공명하듯 울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공기의 떨림이 온 연무장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갑자기 검들에서 새하얀 구름이 뿜어져 나오며 곽휘운과 검마를 뒤덮기 시작했다.
밖에서는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
구름으로 가려진 안에서는 오로지 곽휘운과 검마 둘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흘흘. 이건 또 뭔가?”
“하핫. 그저 저만을 위한 아늑한 공간이라고나 할까요.”
“아늑한 공간이라……. 당하는 사람에게는 썩 아늑하진 않네만.”
검마는 지금 이 공간에 갇히자 온몸의 내공이 빠져나가고, 몸이 느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당연히 아늑하다고 느낄 수는 전혀 없었다.
검마는 과연 이것이 어떤 무공인가를 느껴보기 위해 무형검을 휘둘렀다.
카각!
그런데 그런 무형검이 백화빙검 한 자루에 완전히 막혔다.
그것도 너무나도 쉽게 말이다.
“그렇군. 여긴 자네의 공간이군 그래.”
이 공간은 완전히 곽휘운의 손아귀에 있는, 곽휘운의 힘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공간이었다.
움직임 하나마저 곽휘운에게 허락을 맡고 움직여야했다.
아마 검마가 아닌, 웬만한 무인들이었다면 검을 움직이지 조차 못했을 터였다.
“늙은이에게 너무하군 그래.”
“죄송합니다.”
“그냥 해 본 농담이네. 이런 걸 보여 줘서 고맙네. 내 패배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