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88화 (188/203)

<휘운객잔 188화>

천마신교의 항주 본진.

그곳에서도 지금 수많은 무인이 연무장에 모여 있었다.

‘본교는 이제부터 무림맹과의 확고한 동맹임을 선언하겠다.’

무림맹과의 확고한 동맹을 발표한 천마.

천마의 말에 당연히 반발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무림맹이 언제든 자신들의 뒤를 찌를 수 있다는 것으로 소리를 높였다.

물론 당연히 가능한 이야기이기에 몇몇 천마신교 무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에게 있어서 자신들 천마신교는 차악(次惡)이니, 언제든지 제거하기 위해 등을 찔러 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하하하하!!’

천마의 말에 천마신교 무인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

그랬다.

자신들은 본래 그런 자들이었다.

무공을 겨룰 수만 있으면 족했다.

무림맹이 뒤에서 칼을 찔러오면, 그때 가서 또 상대해 주면 된다.

‘무림맹이 우릴 찌르면, 싸울 상대가 하나 더 느는 것이니 이득 아니겠는가?’

‘맞습니다!’

천마신교 무인들은 천마의 말에 동조하며, 투기를 강하게 끌어올렸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천살교를 향해 달려갈 기세였다.

특히나 몇몇 무인들은 지금 이 투기를 주체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대로 놔두면 맘대로 날뛸 것 같아서, 내가 특별히 자네들의 투기를 가라앉힐 상대를 불렀네.’

천마는 저들을 가만히 놔두었다가는 무림맹과의 확고한 동맹을 했다고 하여도, 분명 사고를 칠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전에 곽휘운에게 말했던 일을 곧바로 실행하기로 하였다.

* * *

“들어오게.”

천마의 말에 세 명의 인영이 천마신교의 무인들 사이를 가르며, 연무장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곽휘운이라 합니다.”

“장도웅.”

“독고영이라 합니다.”

천마신교 무인들의 투기를 잠재우기 위해 찾아온 세 명은 바로 곽휘운, 장도웅, 독고영이었다.

조금은 거칠 수 있는 천마신교 무인들을 상대하기 최적의 인원이었다.

특히나 장도웅과 독고영은 현재 깨달음의 문턱에 있는 상태.

지금 천마신교 무인들과 치열하게 싸운다면, 아마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터였다.

이래저래 이번 대련은 나쁘지 않은 장사였다.

“자. 그럼 뜸들이지 말고 곧바로 시작하세.”

“예. 알겠습니다.”

대련은 곧바로 시작했다.

여기서 뜸을 들였다가는 폭동이 일어날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가장 먼저 앞서 나온 이는 바로 장도웅이었다.

장도웅은 곽휘운과의 대련에서 깨달은 것들을 직접 펼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내가 나가겠다.”

장도웅의 앞으로 하나의 인영이 뛰쳐 날아왔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착지한 인영.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실력자였다.

“천마신교 서열 12위 선호전이다.”

천마신교의 서열 12위라면 결코 낮은 서열이 아니었다.

팔마에 가장 근접한 무인들 중 하나라는 소리.

예전이라면 장도웅은 그의 한손조차 버티지 못했을 강자였다.

“장도웅.”

하지만 지금의 장도웅은 달랐다.

무림에서 정확히 어느 정도나 강할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강해져있었다.

이번 기회에 어느 정도의 실력일지 가늠해 볼 수 있을 듯싶었다.

“말이 짧아 좋군. 자, 간다.”

팡!

공기를 찢으며 장도웅에게 쇄도하는 선호전.

눈 깜짝할 새에 장도웅의 목전에 다다른 선호전의 손바닥이 펼쳐졌다.

슈와아압. 쾅!

공기를 빨아들이듯 손바닥에 엄청난 내공이 모이더니 그대로 장도웅의 가슴팍을 향해 터져 나왔다.

이 일련의 과정이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진 것.

보통이라면 검을 뽑아보지도 못하고 이 일격에 당했을 터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장도웅은 보통이 아니었고, 어느새 뽑아든 거도로 선호전의 장법을 막아 내었다.

슈와악!

그리고 그대로 갈라 들어오는 장도웅의 도.

선호전은 가볍게 도를 쳐 낼 생각으로 손바닥을 뻗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금방 바꿀 수밖에 없었다.

쾅!

장도웅의 도와 손바닥이 닿는 순간 엄청난 기운에 손이 튕겨져 나갔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가볍고 빠르게 베어 오는 도에 이런 엄청난 기운이 담겨있다니?

“흠. 만만치 않다 이거군.”

선호전은 조금 장도웅을 아래로 보았던 마음을 완전히 접었다.

젊디젊은 무인이기에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전 일수로 자신과 동수 또는 그 이상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발휘해야 할 터였다.

쿠릉. 쿠르르르릉. 치지지지직.

선호전의 두 손바닥에서 우렛소리가 울리더니, 뇌전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잔뢰폭류장(殘雷爆流掌).’

선호전의 독문 무공이자, 무림에서도 흔치않은 뇌기를 다루는 장법이었다.

오랜 무림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무인들이 도전했지만, 그 누구도 대성하지 못했다는 무공.

그런 잔뢰폭류장이 지금 선호전의 몸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자. 조심해라. 아직 제대로 다루지 못하니까.”

선호전은 최근 잔뢰폭류장을 대성했다.

하지만 이제 막 대성을 한 뒤.

아직까지 선호전도 완전히 잔뢰폭류장의 위력을 통제하지 못했다.

치지지지지직. 쾅! 쾅! 쾅!

선호전의 움직임이 완전히 변했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며, 장도웅을 압박해 나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장도웅의 몸이 조금씩 뒤로 밀릴 정도의 위력.

장도웅은 선호전의 파상공세를 막고 있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스윽. 쾅!!

장도웅은 선호전의 공격이 조금 익숙해졌는지, 도로 공격을 흘려 내고 반격을 시작했다.

여전히 엄청난 위력을 담고 있는 장도웅의 도격.

장도웅의 반격으로 싸움은 얼추 비등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싶었다.

물론 그것은 장도웅의 힘을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묵객님께서 많이 발전하셨군.’

곽휘운은 장도웅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몸소 느낀 사람이었다.

거기에 자신과 대련을 한 후에 또다시 엄청난 발전을 한 듯싶었다.

지금 장도웅은 초진동의 힘은 쓰지도 않고 싸우는 중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음공또한 봉인된 상태.

그런데 그런 상태에서도 선호전과 얼추 비슷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괴물들은 여기 있단 말이지.’

곽휘운은 장도웅과 독고영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장도웅과 독고영은 확실히 괴물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천재들이었다.

하나를 알려주면 백을 깨닫는다.

‘아. 이제 시작하시려나 보군.’

곽휘운은 장도웅의 도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는 것은 장도웅이 본격적으로 할 마음이라는 것.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되었다.

* * *

무림맹의 연무장에 적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침묵을 하고 있는 그들의 시선은 연무장 중앙에 꽂혀 있었는데,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떻소? 제갈세가의 미래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서있는 제갈중천과 그런 제갈중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사장로.

그런 사장로의 두 눈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사장로는 조금 전 상황을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자신의 검이 제갈중천의 요혈을 꿰뚫으려는 순간.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

“걱정 마시오. 살살했으니.”

“살살……?”

“그렇소. 제대로 했으면, 죽었을 테니 말이오.”

제갈중천은 아무런 감정없는 눈으로 사장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였다.

최후에 제갈중천이 뻗은 일권은 ‘천성금강권(天星金剛拳)’이었다.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가진 권법.

그리고 최근에 이것에 하나가 더해졌다.

제선화의 멸화폭뢰(滅火爆雷)의 초식의 묘리가 더해진 것이다.

‘은혜는 은혜이니 저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옵소서.’

제선화는 제갈세가가 발 벗고 나서서 권마를 치료해 준 은혜를 갚겠다면서 원하는 것을 말해 달라 하였다.

제갈중천은 한사코 거절했지만, 제선화는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만 한다는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그럼 제게 무공을 좀 가르쳐 주시오.’

제갈중천은 제선화의 폭발하는 듯한 무공이 궁금하였기에, 그 것을 가르쳐달라고 하였다.

제선화는 흔쾌히 수락했고, 그렇게 제선화의 무공 강의가 시작되었다.

아주 세세한 것까지 성심성의껏 가르쳐주는 제선화 덕분에 제갈중천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배움의 결과가 바로 조금 전 사장로에게 펼친 일권이었다.

- 천성금강권(天星金剛拳). 극의. 멸성폭우(滅星爆宇).

본래의 위력대로 펼쳤다면, 사장로는 기절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그나마 대련이니 위력을 제한해서 사장로가 기절하는 선에서 끝날 수 있는 것이었다.

“다음 나오십시오.”

아직까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 대련을 알리는 위강천.

제갈중천은 사장로와 장내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물러났고, 사장로는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정리가 된 장내로 동시에 두 인영이 나타났다.

찬성 측의 백리화와 반대 측의 이장로.

“안녕하십니까. 백리화라 합니다.”

“만나서 반갑구나. 이장로라고 한단다.”

이장로는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든 듯한 모습의 미부인.

장로들의 나이대가 다들 노년을 넘어선 것에 비하면 매우 젊은 모습이었다.

“적화현녀(赤花賢女)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백리화는 이장로를 향해 존경의 눈을 빛내며 정중히 인사를 다시금 하였다.

백리화, 아니 현 무림에 있는 여인들의 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앞에 있는 이장로였다.

적화현녀라고 불리는 그녀는 현재 나이가 칠십이 넘었지만, 내공의 힘으로 젊어 보이는 것이었다.

현 무림에서 가장 강한 여고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다들 주저 없이 이장로를 뽑을 정도의 강자가 바로 이장로였다.

세간에서는 그녀가 여인이기 때문에 무림이천에 들지 못했다고 할 정도였으니, 그녀의 실력은 말해봐야 입만 아팠다.

백리화는 그런 이장로와 대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을 정도였다.

그리고 꼭 이 자리에서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반드시 보여 주겠어.’

백리화는 이장로 앞에서 주눅 들기는커녕 오히려 의지를 불태웠다.

이제는 자신의 실력을 믿을 수 있는 상황까지 올라왔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우상이었던 이장로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자신의 실력이 이만큼이라는 것을 말이다.

“호호. 그래. 자, 잡담은 이만하고 시작해 보자꾸나.”

“네. 가겠습니다!”

백리화가 검을 뽑아들고 이장로에게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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