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87화 (187/203)

<휘운객잔 187화>

제갈중천은 권마의 치료를 완전히 마치고, 이곳 무림맹으로 향해 온 것이었다.

때문에 조금 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완전히 늦지는 않은 듯싶었다.

“제갈세가의 가주님이 오셨으니, 이제는 결론이 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강천은 반반으로 첨예하게 갈린 천마신교와의 확고한 동맹에 대한 의견을 결론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림맹은 다수결로 회의 안건을 정하니 말이다.

“제갈 가주님은 어떤 의견이 합당한 것 같습니까?”

모두의 시선이 다시금 제갈중천에게 모였다.

지금 제갈중천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결정되니 말이다.

“제 생각에는 말이오.”

천천히 입을 여는 제갈중천.

그 모습에 백리화는 괜히 긴장되었다.

제갈중천은 확실한 아군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었다.

지금 여기서 제갈중천이 반대를 한다면, 곽휘운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천마신교와 굳건한 동맹을 맺는 것이 맞다고 보오.”

제갈중천의 동의에 백리화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말이오. 여기서 그렇게 결정한다 해도 불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오.”

제갈중천의 말은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이렇게 팽팽한 의견은 제갈중천의 동의로 진행시킨다고 해도 분명 많은 불만이 터져 나올 터.

어찌 보면 당연했다.

무림맹은 그저 이익을 위해 서로 모인 집단일 뿐이었다.

모든 것에 강제성은 크게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진행한다면, 여기서 아무리 동의한다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할까 하오.”

“제안?”

제갈중천의 제안이라는 말에 다들 궁금하다는 표정을 하였다.

도대체 어떤 제안을 말한단 말인가?

“반대하는 분들 모두가 인정하게끔 대련으로 결정하는 것은 어떻소?”

“대련으로 결정한다?”

“무림은 힘의 논리가 있는 곳 아니오? 반대하는 분들은 얼마든지 대련을 신청해 주시오. 다만, 지면 천마신교와의 굳건한 동의를 반드시 이행해 주시오. 어떻소?”

“……나쁘지는 않은 생각이군.”

반대하던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의견이 다른 이들이 대련으로 의견을 결정하는 것은 가장 전통적인 무림의 해결방식이었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이 방식이라면 반대를 하던 이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런데 누구와 대련을 한단 말인가?”

찬성측 사람들 중에서 선뜻 대련을 나서려는 자가 없을 터였다.

그리고 그것을 반증하듯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 계신 백리 가주님과 저, 그리고 위 소저께서 할 것이오.”

“네?”

백리화는 갑작스러운 제갈중천의 말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 대련을 한다는 이야기는 자신에게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갑자기 무슨 소리세요!]

[이렇게 안하면 설득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오.]

[그, 그치만…….]

[백리 가주님 실력이면 충분하니, 걱정 마시오.]

짧게 전음을 나눈 백리화와 제갈중천.

백리화는 갑작스럽게 대련을 해야 한다는 것에 놀랐지만, 제갈중천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반대를 하는 이들이 많았기에 저들을 설득해야만 하였다.

그 방법 중 가장 빠른 것은 제갈중천의 말대로 대련으로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한시가 바쁜 시국.

가장 빠른 방법이자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나가는 것이 맞았다.

“반대를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세분을 뽑아 주시오.”

제갈중천은 어느새 회의를 주체하며 사람들을 휘어잡았다.

확실히 제갈세가의 피를 타고난 이가 맞았다.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언제나 머리로서 이런 일들에서 언제나 앞서 나섰었으니 말이다.

“뭐, 어려울 건 없지.”

반대측 사람들은 금방 셋을 정할 수 있었다.

반대측에 압도적인 강자가 셋 있었으니 말이다.

이장로, 사장로, 오장로.

무림맹 수뇌들 중의 수뇌인 장로회의 장로들 셋.

이들 셋이 가장 강한 이들이었다.

“정말로 괜찮겠나?”

반대 측에서 오히려 괜찮겠냐고 물어왔다.

장로 셋과 아직 한창 젊은 무인 셋의 대결.

솔직히 본다면, 장로 셋이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백리화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젊은 무인 중에서나 두각을 나타내는 것일 터였고, 장로회의 장로들은 이미 무림에서 수십 년간 강자로 군림한 이들이었다.

그래서 반대 측은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는 대련이라고 생각했다.

“물론이오. 문제없소.”

“어리다고 봐줄 생각은 없네. 이건 무림의 큰일을 결정하는 것이니 말일세.”

“알겠소. 걱정 마시오.”

대련은 곧바로 진행 되어졌다.

시기적으로 시간이 없었으니 곧바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천살교는 무언가 음흉한 간계를 꾸미고 있을 테니 말이다.

* * *

새로운 무림맹 건물 뒤편의 연무장.

그곳에는 지금 무림맹 수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수뇌들.

천마신교와의 확고한 동맹의 찬반으로 나뉜 입장이었다.

“그럼 대련의 진행은 제가 맡겠습니다.”

대련의 심판은 위강천이 하기로 하였다.

그가 여기서 가장 강한 무인이었고, 혹시나 대련이 격해졌을 때 그것을 가장 순조롭게 막을 사람이 바로 위강천이었으니 말이다.

“처음은 누가 나오시겠습니까?”

위강천의 말에 반대 측에서는 오장로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찬성 측에서는 위하윤이 앞으로 나섰다.

차분하게 앞으로 나서는 위하윤.

위강천은 그런 위하윤을 살짝 바라보았다.

위강천은 오장로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딸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이 되는 마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것은 아버지로서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믿을 수밖에 없겠지.’

위강천은 자신의 딸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위하윤이 곽휘운과 함께 있으면서 강해졌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위하윤이라 합니다.”

“반갑네. 언주성이라 하네.”

오장로 언주성.

그의 별호는 광영창(光影槍)으로 그만큼 빠른 창법을 구사하는 무인이었다.

과거 무림팔왕의 자리에까지 있던 무인인 만큼 그 실력은 확실했다.

지금이야 나이가 들어옴에 따라 무림팔왕의 자리를 내어 준 상황이지만, 실력은 그때 시절 그 이상이었다.

조용히 끊임없이 수련을 하고 또 하였으니 말이다.

“자. 먼저 오게.”

“알겠습니다.”

무림의 선배로서 선공을 양보하는 것은 당연했다.

위하윤은 당연히 그런 호의를 사양치 않았다.

탓.

튕기듯 앞으로 나서는 위하윤.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가는 위하윤의 손에는 검이 들려있었고, 그녀의 등 뒤에는 일곱 개의 검이 나타나 있었다.

칠연비천(七燕飛天).

물론 예전의 칠연비천과는 차원이 다른 위용을 보여 주고 있었다.

마치 의지가 있는 듯 자유롭게 사방을 움직이는 일곱 개의 검.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기운도 차원을 달리하고 있었다.

쉬익. 쉬이익. 쉭.

캉! 캉! 캉! 캉!

오장로가 빠르게 창을 움직여 위하윤의 검들을 쳐 내었는데, 쳐 내어진 검들이 그대로 반으로 쪼개지더니 배로 늘어나 다시금 오장로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이런.”

오장로는 처음 보는 무공에 조금 당황했다.

강기로 만들어낸 검을 이렇게 움직이는 무공이 있단 말인가?

거기에 더해 쳐내면 쳐낼수록 수가 늘어나 더욱더 위협적으로 공격을 해 왔다.

캉! 캉! 캉! 캉! 캉! 캉! 캉! 캉!

걷잡을 수없이 늘어난 위하윤의 검들.

예전에는 크기가 작아졌다면, 지금은 그 크기마저도 별로 작아지지 않았다.

이 많은 수의 검들을 완벽하게 조종하는 위하윤.

거기에 더해서 위하윤의 검들이 아주 차가운 한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차가운 한기가 오장로를 둘러싸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장강의 뒷 물결이 너무 빠르군 그래. 내가졌네.”

오장로는 이 모습에 곧바로 자신이 졌음을 인정했다.

자신의 실력으로 이것을 파훼하려면 정말 많은 것을 걸어야 하였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흘흘.”

위하윤은 순순히 물러나 준 오장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제대로 싸웠다면 이렇게 쉽사리 끝내지는 못했을 테니 말이다.

‘확실히 실전에서 쓰는 것은 다르구나.’

위하윤은 곽휘운에게 받은 무공을 자신의 무공에 녹여 낸 후, 실전에서는 처음 쓰는 것이었다.곽휘운이 전해 준 무공은 ‘빙혼어검술(氷魂馭劍術).’이었다.

한기를 다루게끔 해 주며, 어검술을 다룰 수 있게 해 주는 무공.

이미 어검술을 사용하는 위하윤이었지만, 거기에 또 다른 어검술이 더해지자 더욱 완벽한 어검술이 되었다.

하지만 어검술은 아주 다루기 힘든 무공이었기에, 실전에서 이렇게 수많은 어검을 움직이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다.

위하윤은 아직 자신이 멀었다는 것을 느꼈다.

‘휘운처럼 하려면 아직도 멀었어.’

곽휘운은 수많은 백화빙검을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위하윤은 아직 곽휘운처럼 되려면 멀고도 멀었다고 느꼈다.

오늘은 오장로가 빠르게 물러나 주어서 다행이었지만, 천살교와 싸울 때는 이렇지 않을 터.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보완할 것들이 많았다.

“다음 나오십시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위하윤을 뒤로하고 다음 대련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반대 측에서 나온 이는 사장로.

사장로는 깐깐한 표정으로 앞에 나서서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장로와 대련을 하기 위해 나온 이는 바로 제갈중천이었다.

“흥. 이 나이에 저런 놈이랑 대련을 해야 한다니.”

“제갈중천이라 하오.”

“곽상도다.”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사장로 곽상도.

그의 별호는 ‘추멸사검(追滅蛇劍).’

정도의 무인에게는 잘 들어가지 않는 사(蛇)자가 들어갈 정도로 집요한 검법을 지닌 무인이었다.

실력은 당연히 오장로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오장로처럼 봐주지 않으니, 조심하거라.”

“사장로께서도 조심하시오. 제 주먹은 상대를 봐주지 않으니 말이오.”

“건방지기는!”

사장로는 선공조차 양보하지 않고, 먼저 제갈중천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제갈중천과 사장로의 대련.

대련이라기에는 조금 살벌한 모습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자, 제갈세가의 미래가 어떤지 봐주마.”

“안 봐주셔도 되오. 창창하니 말이오.”

제갈중천의 코앞에 당도한 사장로가 검을 움직이며 말을 하였고, 제갈중천도 주먹을 뻗으며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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