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85화>
항주 천마신교 본진.
그곳에는 현 천마신교의 모든 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이 모여 있었다.
검마, 도마 그리고 천마.
권마는 아직 제갈세가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기에 없었다.
“검마가 보시기에도 곽휘운이라는 자가 대단했다는 말입니까?”
“맞네. 분명 대단한 아이네. 얼마나 더 강해졌을지 궁금하군 그래.”
천마는 검마에게 곽휘운에 대해 듣고 지금 굉장히 흥미가 생긴 상태였다.
검마가 인정할 정도의 무인.
이정도의 무인은 분명히 흔치 않은 자였다.
아니, 지금까지 천마는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가까이서 꼭 직접 보고 싶었기에, 이번에 항주에 오자마자 곽휘운을 천마신교로 초대한 것이었다.
“이거 벌써 기대가 됩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천마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곧 만날 곽휘운을 생각하며 기운을 뿜어내는 것이었다.
강한 무인과 만날 생각에 말이다.
“곽휘운이 도착하였습니다.”
“들어오라고 하라.”
그때 밖에서 곽휘운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딱 좋을 때에 나타난 곽휘운.
천마는 곧바로 그를 안으로 들이라고 하였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는 곽휘운.
천마는 그런 곽휘운을 보자마자 온몸이 벼락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저자는 진짜다.’
곽휘운은 지금 자신이 보아 왔던 그 어떤 무인보다 진짜배기였다.
지금 느껴지는 곽휘운의 강함은 이미 옆에 있는 검마를 초월했을 정도.
천마는 당장이라도 곽휘운과 검을 섞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곽휘운이라 합니다.”
“반갑네. 천마 제석천이라 하네.”
검마는 천마의 인사에 속으로 조금 놀랐다.
천마가 저렇게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천마도 느끼고 있으니 그렇겠지.’
검마도 지금 곽휘운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온 몸이 떨릴 정도의 강렬함.
검마가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만났던 그 어떤 무인보다도 강렬한 기운이었다.
‘벌써 몸이 달아올랐군.’
검마는 지금 천마가 곽휘운과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라는 것을 잘 알았다.
당장 검을 뽑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그런 마음은 지금 검마도 마찬가지였다.
곽휘운과 검을 섞어보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으니 말이다.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대에 응해 줬으니 우리가 더 고맙네.”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는 천마와 곽휘운.
하지만 천마의 두 눈은 인사를 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곽휘운을 향해 불태우는 두 눈.
그것은 분명 싸움을 원하는 투지의 눈빛이었다.
“초면에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음? 말해 보게.”
“저와 대련을 부탁드립니다.”
* * *
곽휘운은 천마를 처음보고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천마구나.’
천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과연 천마신교를 이끄는 수장이라고 할 만 하였다.
단순 기운의 크기만 보자면 검마가 더 클지 모르겠지만, 곽휘운은 천마가 가지고 있는 기운의 힘을 보았다.
세상 모든 것을 부셔 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힘.
오랜 시간동안 천마신공을 익힌 천마의 기운은 확실히 다르기는 달랐다.
[반쪽 천마신공으로 저 정도의 힘을 가졌다니, 대단한 놈이구나.]
천홍도 지금의 천마를 인정했다.
천마신공의 반이 절전된 상태에서 저 정도로 천마신공의 성취를 이루었다는 것은 그 재능이 엄청나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긴, 어차피 무공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무공은 조금 더 수월하게 경지로 올려주는 도구일 뿐이다.
곽휘운이나 지금 눈앞의 천마 정도 되는 재능이라면 어떤 무공을 익혔어도 정점에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
그 시간이 조금 느리냐 빠르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물론 현재 반쪽짜리 천마신공에 더해진 광뢰마검 신종악의 무공도 손에 꼽을 절세의 무공이니, 정점에 도달하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터였다.
‘흠. 그런데 다들 눈빛들이…….’
곽휘운은 가만히 천마와 검마의 눈을 바라보았는데, 두 사람 모두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두 사람의 눈.
그것은 분명 지금 싸움을 원하는 눈이었다.
‘흐음.’
곽휘운은 천마와 말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한번은 부딪쳐야 할 것이란 걸 느꼈다.
힘으로 인정받는 천마신교이니 우선 힘을 보여야 할 터였다.
그래서 곽휘운은 천마에게 대련을 부탁한 것이다.
천마가 먼저 부탁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부탁하는 것이 그림이 나을 테니 말이다.
“대련을 말인가? 사양하지는 않지.”
천마가 흔쾌히 대련을 수락했다.
당연히 천마도 바라던 것이었으니, 거절하지는 않았다.
곧바로 대련을 준비하는 천마.
곽휘운은 지금 이 자리에서 대련을 하는 것이 맞나 싶어서 검마를 슬쩍 바라보았다.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검마.
곽휘운은 그 모습을 보고 작게 미소 지으며, 대련을 준비했다.
‘흠. 그래서 이렇게 넓게 바꾼 건가?’
지금 천마를 만나고 있는 곳은 마치 연무장처럼 주변에 거칠 것이 없이 넓은 공간이었다.
아마 이런 상황을 생각해서 일부러 이렇게 만든 공간인 듯싶었다.
“자. 나에게 집중하게.”
천마는 곽휘운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자신과의 싸움에게 집중하라 말하였다.
곽휘운은 천마의 말에 정신을 가다듬고, 지금의 대련에 온전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주선 천마의 존재감.
이것은 분명 예전에 검을 맞대었던 전대 천마 제중혁과 비슷한 존재감이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군.’
전대 천마와 같은 존재감을 내뿜는 현재의 천마.
수십 년이라는 세월이 둘 사이에 존재할 텐데, 그 세월을 재능과 노력으로 따라잡은 것이니 대단한 사람이었다.
“가진 걸 다 꺼내 보시게. 나도 다 꺼낼 테니.”
“물론입니다.”
“좋네. 하하하.”
쿠구구구구구구궁.
천마의 몸에서 나온 엄청난 기운이 온 사방을 압박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서있는 곽휘운은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엔 어느새 수없이 많은 백화빙검이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백화빙검에서 새하얀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건……? 천마신공과도 같아 보이는군 그래.”
“하하. 맞습니다.”
“음? 천마신공을 자네가 어찌 아는가?”
천마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곽휘운은 천마의 핏줄도 아닐뿐더러, 천마신교의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천마신공을 알고 있단 말인가?
“말하자면 조금 긴데 들어보시겠습니까?”
“흠. 그럼 대련이 끝나고 들어보겠네.”
“하하. 알겠습니다.”
천마는 지금 궁금함보다는 대련이 더 먼저였다.
이 영혼마저 떨릴 만큼의 무공을 보고, 천마신공을 어떻게 익혔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가네.”
천마가 먼저 움직였다.
그의 검에 무섭게 불타오르는 멸화강기.
천마의 천마신공이 발현된 것이다.
지금까지 곽휘운이 봐왔던 그 어떤 멸화강기보다도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
‘제대로 맞으면 힘들겠군.’
저 멸화강기에 제대로 맞았다가는 그대로 절명할 듯싶었다.
곽휘운은 재빠르게 백화빙검으로 천마의 검을 막아섰다.
쾅! 슈와아아아악!
부딪침과 함께 사방으로 엄청난 기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흘흘. 이런. 이런.”
검마는 둘의 대결을 지켜보고는 사방으로 기의 막을 펼쳤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이 전각이 그대로 부셔질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둘이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대결을 보고 있으면, 나도 불타오른단 말이지.”
검마는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곽휘운과 천마의 대결에 무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특히나 곽휘운의 무위는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 싶은 열의가 들게 했다.
‘나도 대련을 한번 하자고 해야겠군. 흘흘.’
검마는 나중을 기약하며 일단은 눈앞의 대결에 집중했다.
분명 무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결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자. 어서 힘을 더 보여 주게.”
“알겠습니다.”
천마의 말에 곽휘운의 미소가 진해졌다.
그리고 그 미소가 진해지자 주변에 있던 백화빙검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잉.
마치 서로 공명하듯 떨리는 백화빙검들.
그리고 백화빙검들이 전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사천당가에 전해 내려오는 만천화우가 다시금 세상에 나타난 듯한 위용.
아니, 하얗게 불타오르는 백화빙검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만천화우를 능가하는 위용을 보여 주었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하하. 그런 말은 처음 듣는군 그래!”
천마는 곽휘운의 말에 짐짓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꽤나 긴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이 백화빙검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느꼈으니 말이다.
하나, 하나의 위력도 경천동지할 만큼의 위력인데 저것들이 셀 수 없이 떨어져 오니 말이다.
‘다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천마가 자신의 실력에 의문을 가진 것은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지금의 실력으로 곽휘운의 공격을 전부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저 저 많은 백화빙검이 떨어지는 것이라면 어찌어찌 막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막는다면 더 강하게 부딪쳐 올 테지.’
천마는 곽휘운의 공격의 요체를 꿰뚫어 보았다.
저 공격을 막아내 튕겨져 나간 백화빙검들은 다시금 하나가 되어 더욱 더 강한 힘으로 부딪쳐 올 터였다.
직접 당하지 않아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이 천마에게는 있었다.
‘나도 온 힘을 다해야겠지.’
화르르르르르르륵.
전각을 모조리 태워 버릴 듯 타오르는 천마의 멸화강기.
그러던 멸화강기가 갑자기 휘몰아치듯 움직이더니, 이내 그대로 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웅웅웅웅웅.
멸화강기를 머금은 천마의 검이 조용히 울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멸화강기는 없지만, 그것 이상의 힘이 지금 천마의 검에 모여 있었다.
툭하고 건들면 터질 듯한 힘이 모여 있는 천마의 검.
곽휘운도 쉽게 볼 수 있는 힘은 아니었다.
곽휘운의 공격과 천마의 검이 부딪친다면 도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그렇게 곽휘운과 천마가 막 부딪치려고 할 때였다.
“적당히들 하게나. 내가 막고는 있어도 그렇게 싸우면 이 전각이 무너질 걸세.”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검마가 둘의 싸움을 말리고 나섰다.
이대로 둘이 부딪친다면, 아무리 자신이 보호를 한다고 해도, 이 전각이 버티지 못할 테니 말이다.
“일단 그 힘들 아껴뒀다가, 천살교 놈들을 모두 죽인 뒤에 쓰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