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84화>
실력이 일정 수준을 넘긴 무인들인 대호오대가 반응을 못할 정도의 빠르기.
서걱. 촤아아악!
대호오대 중 한 명이 최대한 빠르게 반응을 해서 몸을 틀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깊게 베이는 그의 가슴팍.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다음이요.”
남주학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물론 이제 대호오대도 반격할 태세를 하였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기에는 그들이 그동안 쌓은 수련과 경험이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캉!
처음으로 남주학의 검이 막혔다.
남주학의 검을 막은 그들은 곧바로 무기를 내질러 왔다.
아주 찰나의 틈이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사삭.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바람일 뿐.
이미 남주학의 신형은 그들에게서 벗어나 있었다.
애꿎은 허공만 가른 대호오대의 공격.
그리고 그들의 자세가 아주 조금 무너졌다.
물론 뛰어난 무인인 만큼 그 시간은 아주 찰나였지만, 그 찰나라면 지금의 남주학에게는 충분했다.
촤악! 촤아악! 촤아아아악!
날카로운 바람의 검기가 그대로 대호오대를 베어 내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바닥에 쓰러지는 대호오대.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주변에서 서 있는 사람은 남주학밖에 없었다.
대호칠대 전원이 남주학 한 명의 손에 의해 쓰러진 것이다.
“말도 안 된다!”
그때 금홍중이 다급한 말투와 함께 나타났다.
이미 주변은 커다란 소란 때문에 사람들로 가득한 상황.
지금 금룡남가의 모든 이목이 이곳에 집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금홍중에게는 그런 것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너무나도 허망하게 바닥에 쓰러진 대호칠대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된다!”
금홍중이 아는 대호칠대는 남주학에게 쓰러질 이들이 아니었다.
아니, 쓰러져서는 안 되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남주학을 처리해 주어야 자신이 손쉽게 이 금룡남가를 장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대로라면 온전한 금룡남가를 확보하는 것은 물 건너 간 것이다.
“예상대로군.”
그때 금홍중의 옆에 있던 무인이 입을 열었다.
이죽거리는 듯한 목소리.
그의 목소리에 금홍중이 몸을 흠칫 떨었다.
“그렇게나 자신 있어 하더니, 보기 좋게 실패했군 그래.”
“아,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흥. 이제 시간이 없다. 우리 방식대로 끝을 내겠다.”
금홍중 옆에 있던 무인이 별안간 품에서 호각을 하나 꺼내어 들었다.
휘익!
호각을 불자 아주 날카로운 소리가 금룡남가에 울려 퍼졌다.
금홍중 옆에 있던 무인은 바로 천살교의 무인.
그는 천살교에서 금홍중이 일을 실패했을 때에, 대신 금룡남가를 접수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곳에 온 자였다.
천살교에서도 나름 손에 꼽히는 실력자이자, 천살교 내에 있는 무력 부대인 ‘금살대(金殺隊)’의 대주였다.
지금 이 금룡남가 주변에는 이미 금살대가 매복하고 있었고, 이 호각소링에 그들이 일제히 모두 달려올 터였다.
그런 뒤에는 힘으로 이 금룡남가를 차지하면 되었다.
물론 이런저런 소란에 손해는 보겠지만, 금홍중이 실패한 뒤이니 이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응?”
금살대 대주는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느꼈다.
지금이라면 이미 금살대가 자신의 옆으로 나타나고도 남을 시간.
그런데 그 어떤 움직임도 자신에게 포착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금살대 대주에 눈에 보이는 남주학의 미소.
금살대 대주는 남주학 때문에 일이 틀어졌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같이 오신 친구분들은 이미 다 정리했어요.”
“어느새 했지?”
금룡남가의 사람들의 움직임은 이미 다 꿰차고 있는 금살대 대주였다.
그래서 이곳에 오기 전부터 그들의 움직임을 모두 봐두었기에 그들이 움직였을 가능성은 없었다.
게다가 금룡남가의 무인들로는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금살대 모두를 정리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외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
그런데 지금 무림맹도 모두 항주로 움직인 이때, 과연 어느 누가 금룡남가를 도왔단 말인가?
“아는 분이 계셔서 말이에요. 그분에게 부탁 좀 드렸죠.”
“아는 분?”
“네. 아, 마침 저기 오시네요.”
금살대 대주가 금룡남가를 도운 이의 정체를 궁금해 할 때였다.
이 현장으로 일단의 무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림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복장을 한 무리.
그리고 그들 중 가장 특이한 점은 그 무리를 이끌고 있는 사람의 용모였다.
기나긴 백발을 가진 젊은 여인.
분명 세상천지를 둘러봐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용모였다.
“남 호위님 일은 잘 끝내셨나 보네요.”
“네, 덕분에 잘 끝냈어요. 연희 형수님.”
“호호호.”
금룡남가에 나타난 무리를 이끄는 여인은 바로 주연희였다.
남주학의 도움 요청에 주연희는 곧바로 항주로 향하지 않고, 북해빙궁의 무인들을 이끌고 이렇게 도움을 준 것이었다.
신혜설은 정신을 차렸지만,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니었기에 빙궁으로 돌아갔고, 이번 무림맹을 돕기 위해 온 빙궁 무사들의 전권을 주연희에 넘겨 주었다.
그래서 주연희가 현재 무림에 있는 빙궁 무사들의 결정권자가 된 것이었다.
‘저 좀 도와주세요.’
남주학은 금홍중을 만난 뒤 곧바로 주연희에게 인편을 보내었다.
이런 상황이 있을 것이라 예상을 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현재 금룡남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빙궁의 무사들이 머물고 있었고, 답장은 금방 돌아왔다.
‘물론이죠. 남 호위님의 일인데요. 저희 빙궁의 무인들도 힘을 보탤게요.’
주연희는 흔쾌히 도움을 수락했기에, 남주학은 그녀를 믿고 일을 벌일 수 있었다.
다만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은 북해빙궁 무사들의 수준이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던 듯싶었다.
그들 모두 아주 멀쩡해 보였으니 말이다.
“형수님이라는 말 아주 듣기 좋네요. 호호.”
주연희는 남주학이 그녀를 보고 형수님이라고 한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곽휘운의 최측근인 남주학의 인정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정말 감사해요. 연희 형수님이 아니었으면, 피해가 컸을 거예요.”
남주학은 정말로 주연희에게 감사했다.
휘운객잔에 같이 머물면서 많이 친밀해졌지만, 이렇게 위험한 일에 선뜻 나서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도 빙궁의 무인들까지 대동해서 말이다.
그런데 주연희는 고민도 없이 곧바로 자신의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었으니 당연히 감사해야만 했다.
그리고 감사는 그저 생각과 입으로만 하는 것도 아니란 것을 잘 알았다.
“금룡남가가 앞으로 북해빙궁에게 최선의 지원을 할 것을 약속드릴게요.”
개인적인 감사와 더불어 이번 일을 선뜻 나서준 북해빙궁에게 최선의 지원으로 감사를 전했다.
북해빙궁은 꽤나 척박한 곳으로, 사람이 지내기에 썩 좋은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물자가 풍족하지 못했고, 언제나 무림에서 물자를 가져올 상단들을 섭외하지만 쉽지는 않은 형편이었다.
그런 상황인데, 금룡남가가 지원을 해 준다면 분명 상황이 많이 바뀔 터였다.
수많은 상단들이 금룡남가를 보고 북해빙궁으로 상행을 할 테니 말이다.
“일단 여기 상황부터 정리를 하고, 같이 식사를 하죠.”
남주학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절망하고 있는 금홍중과 어떻게 이 상황에서 도망칠지 궁리하는 금살대 대주를 바라보았다.
“자자. 도망칠 생각은 마세요.”
“쳇. 어쩔 수 없지.”
무언가를 포기한 듯 말하는 금살대 대주.
그리고 그는 곧바로 품 안에서 무언가 하나를 꺼내었다.
붉은 색으로 요사스럽게 빛나는 작은 쇠공.
화탄이었다.
딸칵.
곧바로 화탄을 가동시키는 금살대 대주.
이 화탄이 터지면 이 주변 일대가 완전히 쑥대밭이 될 터였다.
자신과 금홍중 모두 살아남을 수는 없겠지만, 눈앞의 상대들도 살아남을 수는 없을 터였다.
이 작은 화탄에는 그만한 위력이 있었으니 말이다.
“다 같이 죽는 거다!”
“싫은데요?”
휘이익. 서걱.
남주학의 목소리와 동시에 화탄을 들고 있던 금살대 대주의 팔이 잘렸다.
그리고 남주학은 금살대 대주의 팔을 잡아들고는 있는 힘껏 하늘 위로 도약했다.
엄청난 기세로 하늘로 올라가는 남주학.
그리고 정점에 도착함고 동시에 또 다시 내공을 담아 하늘위로 높이 던졌다.
콰아아앙!!!!
엄청난 폭발음.
하늘에서 터진 화탄의 불길에 순간 주변 일대를 뜨겁게 달궈질 정도의 화력.
“휘우.”
남주학은 화탄을 하늘에 던져 놓고는 별일 아니라는 듯 바닥에 사뿐히 착지했다.
자신의 손이 잘린 고통도 잊은 채로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는 금살대 대주.
남주학은 그런 그의 바로 코앞에 섰다.
“끝이에요.”
촤아아아악!
금살대 대주의 목이 그대로 잘렸다.
결국 완전히 마무리된 천살교의 세력.
이제 남은 것은 금홍중과 그의 친인척들뿐이었다.
“홍중. 어쩔래?”
“으으으…….”
다시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한 금홍중.
천살교를 믿고 움직이던 그였는데, 정말 눈 깜짝 할 새에 천살교가 모조리 정리되었다.
그에게 남은 힘은 이제 전혀 없었다.
“여긴 내가 정리할 테니, 너는 손님들을 모셔라.”
남주학이 금홍중의 처리를 놓고 고민할 때에 남철학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까지 남주학이 어떻게 행동하나를 지켜보던 남철학은 이제 주변 이들이 모두 남주학의 모습을 보았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서 나선 것이었다.
“네. 알겠어요. 자. 접객실로 가시죠.”
남주학은 곧바로 북해빙궁 일행들을 이끌고 접객실로 움직였고, 남철학은 재빠르게 상황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금룡남가의 상황이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 * *
항주에 도착한 무림맹과 천마신교.
두 세력은 도착과 함께 자리를 잡았는데, 그곳은 바로 예전 정천맹과 흑룡상단이 있던 그 자리였다.
한동안 사람들이 쓰지 않고 방치되었던 그곳.
두 세력은 물론 함께했지만, 건물은 따로따로였다.
같이 지내기에는 아직까지는 사이가 좋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나의 동맹이 되었지만, 그 분위기는 아직까지 화합되지 못한 두 세력이었다.
“곽 객주님. 천마신교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이제 막 항주에 도착한 천마신교 측에서 곽휘운을 보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곽휘운은 안 그래도 두 세력의 화합을 위해서 만날 생각이었기에 당연히 부름에 응했다.
특히나 이번에 곽휘운은 천마신교에서 꼭 만나볼 사람이 있었다.
‘천마님을 뵐 수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