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83화>
대호칠대는 금룡남가에서 손님들이 머무는 전각을 통째로 점거한 채로 지내고 있었다.
그들은 최고의 요리만을 원하며,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시종들에게 손찌검까지 하였다.
따라서 지금 이곳 금룡남가에서 그들을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다들 그 근처에도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쾅!
“겨우 이딴 음식과 술밖에 없단 말이냐!”
“그, 그것이 지금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입니다.”
“있는 것 중에? 없으면 가서 사 와야 할 거 아니냐!!”
대호칠대는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며 주변에 있는 시종들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 금룡남가에 있는 가장 좋은 음식과 술을 대령했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차지 않는 듯싶었다.
“금룡남가를 우리가 지켜 주고 있는데, 이딴 대접밖에 못 하나?”
“그러게 말이야.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좋은 꼴은 못 볼 거야.”
완전히 안하무인격으로 떠드는 대호칠대.
오랫동안 금룡남가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이들의 말에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겉으로 표를 낼 수는 없었다.
그들이 얼마나 강한 자들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에서도 따로 그들을 건들지 말라고 최대한 비위를 맞추어 주라는 지령이 내려왔다.
“다, 다시 구해오겠습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크하하하!”
대호칠대는 다시금 음식을 입에 쑤셔 넣으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들이 한창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끼이익.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던 곳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인영이 들어왔다.
대호칠대는 그가 술을 사러 갔던 자라고 생각했다.
“어서 빨리 술을 가져와라.”
“술 같은 소리하고 있네요.”
“어엉?”
대호칠대의 시선이 일순간 방금 들어온 인영에게 집중되었다.
자신들에게 이런 시건방진 말투를 하는 이가 누구인지 보기 위해서였다.
“집나갔다는 놈인가 보구나. 이름이 남주학이라 했던가?”
“맞아요. 술 마시고도 나름 기억은 똑바로 하고 있나 보네요.”
대호칠대의 앞에 선 인영은 바로 남주학이었다.
남주학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곧바로 대호칠대를 처리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사아악.
일순간 주변의 공기가 바뀌었다.
대호칠대는 상대가 남주학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내공으로 술기운을 모조리 날려 보냈다.
자신들이 처리해야 하는 상대가 나타났으니 말이다.
‘이놈을 처리하면, 돈을 더 많이 준다 했지.’
금홍중에게 이미 언질을 받은 대호칠대였다.
대호칠대와 금홍중은 같이 천살교에 몸담은 자들이지만, 그것 말고도 금전적으로도 엮여 있었다.
대호칠대가 금홍중의 말을 듣는 것은 부가적으로 떨어지는 돈 때문이었다.
금홍중이 금룡남가를 무사히 장악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을 자신들에게 따로 준다고 약조하였다.
거기에 더해서 이번에 남주학을 확실하게 처리하면 돈을 더 얹어주겠다고 하였다.
대호칠대로서는 조금도 나쁠 것 없는 제안이었다.
남주학이 제아무리 강해 봐야 어차피 젊은 후기지수일 뿐.
천살교에 몸담고 나서 강해진 자신들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우린 금룡남가의 손님인데, 이렇게 막말을 해도 된다고 보는 건가?”
대호칠대는 일단은 남주학과 싸울 구실을 만들어내려고 하였다.
아무리 마음대로 행패를 부리는 대호칠대지만 다짜고짜 남주학을 처리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랬다가는 자칫 무림맹이 끼어들 구실을 줄지도 몰랐다.
남주학은 금룡남가의 주인인 남철학의 아들이니 말이다.
“뭘 눈치보고 그래요. 그냥 깔끔하게 싸우자고요.”
남주학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냥 곧바로 싸움을 제안했다.
시간을 질질 끌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
“흐흐. 좋아. 분명 이건 네가 먼저 싸움을 건 것이다.”
“알겠다니까요.”
대호칠대는 남주학의 말에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싸움의 구실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제 손으로 해결해 주었으니 말이다.
‘방자한 놈. 후회하게 해 주마.’
대호칠대는 남주학이 방자하다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들에게 이렇게 구실을 만들어 주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스릉.
남주학의 검이 먼저 뽑혀 나왔다.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남주학.
대호칠대는 그 모습에 일이 쉬워질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들도 준비를 시작했다.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대호칠대는 최대한 빠르게 남주학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남주학을 처리하면서 이래저래 소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썩 좋지 않으니 말이다.
끄덕.
말 하지 않고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 것으로 모든 이야기를 끝내는 대호칠대.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합을 맞춰 왔는지를 보여 주는 모습이었다.
사삭. 사삭. 사삭. 사삭.
순식간에 움직이며 남주학을 둘러싸는 대호칠대.
지금 그들을 있게 만들어준 ‘노호도산진(怒虎刀山陣)’이었다.
일곱 명이 하나가 된 움직임으로 거칠게 상대를 압박하는 합격진.
지금까지 이 합격진에 살아남은 자가 없을 정도이니, 그 위력은 이미 검증이 된 절정의 합격진이었다.
쿠우우우우웅.
대호칠대가 자리를 잡자 갑자기 거칠고 무거운 기운이 남주학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남주학은 이 압박에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지만, 이들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최선을 다해야만 이길 수 있을 터였다.
휘이이이이이잉.
어디선가 갑자기 세차게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흠?”
“헛?”
조금 전까지 합격진의 한가운데에 있던 남주학의 신형이 사라진 것이다.
대호칠대는 지금 자신들의 두 눈을 의심했다.
분명 한순간도 남주학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런데 눈앞에서 갑자기 남주학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졌으니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술일 것이다. 현혹되지 마!”
대호칠대는 정신을 집중하며 남주학의 기운을 찾는 것에 주력했다.
이렇게 눈앞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사술을 썼을 가능성이 높았고, 사술이라면 금방 탄로가 날 테니 말이다.
스으으으으으.
그때 갑자기 주변에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자. 싸움을 시작해 보자고요.”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게끔 울리는 남주학의 목소리.
대호칠대에게는 지금 이 목소리가 마치 저승에서 들려오는 것과 같이 싸늘한 감각을 주었다.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대호칠대가 아무리 집중을 해도 도저히 남주학의 기운이 잡히지 않았다.
분명 목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이 주변에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
휘이이잉.
서걱. 촤아아아악!
그때 작게 바람이 불어옴과 동시에 대호칠대 한 명의 목이 그대로 달아났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갑자기 당해 버린 대호칠대.
“뭉쳐!”
대호칠대 중 남은 여섯은 재빠르게 등을 맞대며 뭉쳤다.
지금 서로 거리를 두었다가는 각개로 격파당할 테니 말이다.
“나름 머리가 빨리 도시네요.”
남주학은 재빠른 대호칠대의 대처에 나름 감탄했다.
역시 괜히 명성을 얻은 자들이 아닌 듯싶었다.
하지만 이 감탄은 어디까지나 나름이었다.
지금의 남주학에게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
휘이이잉.
푸욱.
또다시 바람이 불어오고 대호칠대 중 한 명의 가슴팍이 꿰뚫렸다.
이번에도 역시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모두 내공을 끌어올려서 이 주변 전체를 날린다!”
결국 남은 다섯이 힘을 합쳐서 주변을 모조리 날리기로 하였다.
대상을 특정할 수 없으니 말이다.
쿠오오오오오오!
다섯의 내공이 순식간에 폭발할 듯 솟아올랐다.
그들은 이 힘으로 주변에 있는 이 안개를 모조리 날릴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이 안개가 남주학의 기운을 지워 주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콰아아아앙!!!
다섯의 내공이 동시에 폭발하자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금룡남가 어디서든 들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소리.
조용히 끝을 낸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일.
대호칠대는 이제는 오로지 남주학을 죽인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형제와도 같은 이가 둘이나 죽었으니, 복수를 해야만 했다.
슈와아아악.
결국 주변에 있던 안개가 모조리 걷혔다.
대호칠대 아니, 이제는 대호오대가 된 그들은 이제는 자신들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남주학을 숨겨 주던 안개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뭐, 나쁘지는 않은 방법이었어요.”
드디어 다시금 대호오대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남주학.
하지만 남주학의 표정은 아주 여유로웠다.
대호칠대의 강함은 일곱이 있을 때에 드러난다.
다섯만 남은 지금은 그들은 그저 조금 강한 무인 다섯일 뿐이었다.
‘후아. 아직 완전하지는 못해서 힘드네.’
남주학은 지금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는 않았다.
조금 전 대호칠대 중 둘을 죽일 때에 상상 이상의 내공을 소모했으니 말이다.
남주학은 귀혼신공과 곽휘운이 전해준 풍살마공을 합쳐서 새롭게 무공을 만들어내었다.
풍귀살혼공(風鬼殺魂功).
귀혼신공의 은(隱)과 풍살마공의 쾌(快)가 합쳐진 무공이었다.
풍살마공은 빠름뿐만 아니라 은밀함 또한 갖춘 무공.
거기에 은밀함의 정점인 무공인 귀혼신공이 합쳐지자, 그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을 무공이 탄생했다.
물론 아직 당연히 완성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무공이기에 지나치게 내공소모가 많았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대호칠대 중 둘을 죽이는 사이에 내공이 엄청나게 소모되었다.
“그럼. 다시 싸워 볼까요?”
다행이라면 남은 다섯이 남주학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곧바로 달려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바로 달려들었다면 조금은 위험했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남주학에게 둘 이 당한 것을 보고는 쉽사리 움직이지 못한 것이었다.
남주학은 이 짧은 시간동안 충분히 내공을 회복했고, 이제는 다시금 남주학의 시간이었다.
“귀무만 없애면 이길 거라고 생각하신 건 정말 잘못 생각하신 거예요.”
대호오대는 남주학의 귀무만 없애면 자신들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크나큰 오판이었다.
남주학은 은밀함을 끌어올리는 것만 아니라, 은밀함을 발휘하지 못할 때를 대비한 준비도 충분히 하였다.
이제는 풍귀살혼공의 빠름을 발휘할 때였다.
“자, 가 볼게요.”
그리고 남주학의 신형이 순식간에 대호오대의 앞에 당도했다.
분명 움직이는 것을 느꼈지만,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대호오대의 코앞에 나타난 남주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