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82화>
남주학이 금홍중을 만나고 바로 다음 날.
금홍중은 지체 없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홍중은 곧바로 후계 자리에 대한 판결이 필요하다며 금룡남가의 주요 인사들을 모두 불러 모은 것이다.
그렇게 금룡남가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대회의실에 모든 주요 인사들이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이곳에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주인 남철학까지 모두 모이자 금홍중이 인사를 하였다.
자연스럽게 회의를 주체하는 금홍중.
그가 어느 샌가 회의장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오늘 여러분을 모신 것은 후계 자리에 대한 의논 때문입니다.”
금홍중에게 집중되어졌던 시선이 일제히 남주학에게 잠시 향하였다.
남철학의 자식인 남주학.
본래라면 그가 후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남주학은 오랫동안 금룡남가에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에 금홍중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문제였다.
“흐음…….”
“허어…….”
사람들은 뭐라고 말은 하지 못하고, 남철학의 표정만 살피고 있었다.
금룡남가는 남철학이 세운 거나 마찬가지인 곳.
사실 남철학의 말이 법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가 남주학에게 후계 자리를 준다면, 이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일단의 소요와 불만들이 터져 나올 터였다.
그만큼 현재 금홍중을 지지하는 이들이 꽤나 있었으니 말이다.
“좋은 생각이 있는가?”
남철학이 금홍중을 바라보며 물었다.
금룡남가를 이끌어가는 남철학이기에 이런 일은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이 자리에서 간단하게 남주학을 후계 자리에 앉힐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잃는 것이 많을 터였고 후에 분명 잡음이 터져 나올 것이다.
깔끔하게 정리를 해야 후에 탈이 없을 것이다.
남철학은 남주학을 믿었기에, 일단은 금홍중의 말에 이끌려 가주기로 하였다.
“현재 남 소가주는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 신뢰가 떨어진 상황입니다. 남 소가주가 신뢰를 다시 회복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말끝을 흐리는 금홍중.
하지만 다들 흐린 말끝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남주학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자들에게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후계 자리를 박탈해야 한다는 뜻.
“그렇소. 이제 금룡남가는 거대한 운명 공동체이니,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지 않겠소?”
그때 금홍중의 말을 찬성하고 나오는 이가 있었다.
바로 금홍중의 할아버지 되는 금철성이었다.
금철성이 찬성하자 이곳저곳에서 그에 동조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이렇게 금홍중의 말에 동조하는 이들이 다수 나타나자 금홍중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으니 당연히 만족스러운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떻게 신뢰를 회복해야겠는가?”
남철학은 이리저리 떠드는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고, 남주학이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금홍중에게 물었다.
“최근 저희 금룡남가를 골치 아프게 하는 일을 처리한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금홍중의 말에 남철학이 아주 잠깐 인상을 썼다.
최근 금룡남가를 골치 아프게 만드는 일.
그것은 남주학이 혼자 처리하기에는 버거운 일이다.
아무리 곽휘운의 밑에서 강해진 남주학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남철학은 잠깐 인상을 쓴 것이다.
“좋아요. 제가 그 일을 처리하죠.”
남철학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남주학이 금홍중의 말을 수락했다.
다시금 모두의 시선이 남주학에게 모였다.
지금 금룡남가를 골치 아프게 하는 일이 뭔지 안다면 저렇게 바로 수락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사람들은 다들 남주학이 오랫동안 금룡남가를 비워서 현 상황을 정확히 모르기에 하는 치기라고 생각했다.
‘후계 자리가 바뀌겠군.’
사람들은 이제 후계 자리가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너무나도 쉽사리 진행된 이야기에 금홍중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멍청한 놈.’
금홍중은 아무생각 없이 자신의 제안을 수락한 남주학을 바라보며 속으로 조롱했다.
이제 이 금룡남가는 자신에게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천살교와 손을 잡기를 잘했다.’
금홍중이 이렇게 갑자기 바뀐 이유.
그것은 바로 자신의 할아버지인 금철성이 천살교와 손을 잡으면서 부터였다.
금철성은 이 금룡남가를 완전히 삼키기 위해 천살교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금홍중 자신은 둘 사이의 증표로 천살교에 들어가 수련을 받았고, 그 후로 완전히 바뀌었다.
금룡남가를 집어삼킬 야심이 자신에게도 생긴 것이다.
수없이 여러 가지 장부를 조작해 천살교에 자금을 대었고, 그들은 그것을 대가로 금룡남가를 집어삼킬 힘을 주었다.
사실 지금이라면 힘으로 금룡남가를 집어삼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술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번 회의에서 남주학을 후계 자리에 강제로라도 앉힌다면, 힘으로라도 금룡남가를 집어삼킬 생각이었지만, 계획대로 술수에 걸려들었으니 그럴 필요는 없어졌다.
‘그자들을 투입해 놓길 잘 했군.’
현재 금룡남가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일.
그 일은 바로 금룡남가에 들어와 앉아 있는 ‘대호칠대(大虎七隊)’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대호칠대는 현 무림에서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낭인무리였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유는 당연히 그들의 실력 때문이었다.
그들 일곱이 합쳐지면 무림 팔왕도 꼼짝 못할 것이라고 소문이 난 이들.
대호칠대는 이미 진즉 천살교에게 포섭된 이들로, 금홍중의 사주로 지금 금룡남가 내부에 들어와 행패를 부리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가 금룡남가를 지켜 줄 테니, 그에 걸맞은 돈을 내놔라.’
그들은 너무나도 당당하게 금룡남가로 들어와서 돈을 요구했다.
금룡남가를 자신들이 보호해준다는 명목을 내세우며,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은 평소라면 감히 상상도하지 못할 일이다.
금룡남가는 무림맹에도 큰 연줄이 있는 곳이니 말이다.
아무리 대호칠대라도 행패를 부릴 수는 없는 곳이었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대로 무림맹에 공적으로 낙인찍힐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천살교 때문에 무림이 혼란스럽고, 무림맹의 힘도 많이 약해진 상태.
이런 상황에서 천살교의 힘을 등에 업은 대호칠대는 얼마든지 마음껏 행패를 부릴 수 있었다.
금홍중은 이 대호칠대를 이용해서 자신의 입지를 굳힐 생각이었다.
자신이 직접 이 대호칠대를 처리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런데 남주학이 금룡남가로 돌아오면서 계획이 바뀌었다.
‘대호칠대에게 남주학의 처리를 맡기면 되겠어.’
남주학이 대호칠대를 처리하게끔 유도를 하고, 대호칠대가 남주학을 죽이게 하면 되었다.
그렇게 되면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는 것이었다.
남주학을 완전히 제거하게 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그들을 몰아내면 더욱 더 확고한 후계 자리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었다.
일이 너무나도 잘 풀리고 있었다.
“그럼 주학이가 처리하는 것으로 하고 이 회의를 마치겠네.”
남철학은 곧바로 회의를 끝내었다.
다른 이들도 모두 수긍을 하여 더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빠르게 흩어지는 금룡남가의 주요 인사들.
그들 모두 일이 바쁜 탓도 있었지만, 어디에 줄을 서야 할까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회의실에는 남주학과 남철학 둘만 남게 되었다.
“무슨 일인지 알고 수락한 것이냐?”
“네. 물론이죠.”
자칫 가벼워 보이는 남주학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남주학은 이미 금홍중이 대호칠대를 처리하라고 할 줄 알고 있었다.
남주학 나름대로 정보들을 주워들었으니 말이다.
“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몰라도, 분명 쉽지 않을 거다.”
남철학은 대호칠대가 얼마나 강한 자들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을 쫓아내기 위해 금룡남가에서 가장 강한 무인들을 동원했지만, 모조리 그들의 손에 깨졌다.
그들은 분명 무림에 알려진 것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남주학이 얼마나 강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그들 대호칠대 모두를 상대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걱정 마세요. 한 번에 동시에 상대 안하면 되니까요.”
“음? 그들은 따로 다니지 않는다.”
한 번에 상대를 안 한다니?
대호칠대는 언제나 그들 일곱이 같이 붙어 다닌다.
그들은 심지어 잠을 잘 때에도 일곱이 같이 자니, 따로 상대할 수는 없다.
“상관없어요. 그들이 같이 다녀도.”
자신감으로 가득 찬 남주학의 목소리와 두 눈.
남철학은 남주학에게 분명 무슨 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 네가 알아서 잘하리라 믿으마.”
“네.”
* * *
남주학이 금룡남가에서 회의를 하는 동안.
휘운객잔에서도 회의가 열렸다.
“이제 곧 무림맹과 천마신교가 이곳으로 올 겁니다.”
안건은 곧 무림맹과 천마신교의 연합이 이곳 항주로 온다는 것이었다.
천살교를 상대하기 위한 연합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데, 두 세력의 최정예 무인들이 모조리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아직 완전한 화합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갑자기 진행된 동맹.
잡음이 날 것이 당연하니,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저희 백리세가가 두 세력의 조율을 해야 할 겁니다.”
분명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무인들간의 잡음이라면 당연히 힘 싸움으로 갈 것이니 말이다.
다행인 점이라면, 식구들의 실력이 힘 싸움에도 문제없을 만큼 강해졌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조율을 해야 하는 거죠? 아직 저희가 그럴 정도의 입장이 아니잖아요.”
백리화가 곽휘운에게 어떻게 조율을 하는지 물었다.
백리세가가 두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 할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조율을 하려면 두 세력 모두에게 신뢰와 인정을 받아야만 가능하니 말이다.
현재 백리세가는 아직 두 세력 모두에게 신뢰와 인정을 받았다기에는 부족했다.
그들 중 몇몇에게만 인정받았을 뿐이니 말이다.
“하하. 뭐 별거 있겠어? 그들도 다들 무인들이니 힘을 보여 주면 되겠지.”
곽휘운은 시간이 없는 만큼 아주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을 제안했다.
무림은 결국 강자존의 세계.
그들에게 강력한 힘을 보여 준다면, 그들은 알아서 백리세가를 인정할 것이었다.
“모두 자신 있으시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