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81화 (181/203)

<휘운객잔 181화>

객잔에 있는 모든 이는 지금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모습.

이것을 본다면 자신들이 아니라, 무림의 그 누가 보아도 두 눈을 의심할 것이었다.

“이, 이게…….”

“이건 정말…….”

다들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쩌저저저저적.

곽휘운을 중심으로 온 천지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수없이 많은 백화빙검.

하늘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백화빙검은 마치 밤하늘의 별과 같이 총총하게 빛나고 있었다.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

하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저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이고, 얼마나 대단한 위력을 보여 줄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떠있는 백화빙검 모두가 전부 진짜였다.

그저 눈속임으로 만들어 낸 환영이 아니란 소리.

“무르기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

장도웅은 덤덤하게 대답을 하였지만, 지금 속으로는 놀라고 또 놀랐다.

자신이 가늠했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곽휘운의 힘.

불타오르던 호승심이 꺼질 정도로 아득한 수준의 차이.

하지만 장도웅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좋아. 모든 걸 쏟아 낼 수 있겠어.’

꺼져가는 호승심을 다시금 불태워 올렸다.

장도웅은 정말로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울 마음을 먹었다.

자신이 어떻게 날뛰어도 곽휘운이라면 모두 막아 낼 것이란 확신이 들었으니 말이다.

시이이이이…….

장도웅의 도가 이제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니, 보통의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웬만한 무인들은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기혈이 모조리 뒤틀릴 정도의 음공.

그리고 그만큼 장도웅의 도에 서린 기운도 강해졌다.

물론 장도웅은 이렇게 해도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 갑니다.”

옅은 미소와 함께 먼저 움직이는 곽휘운.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장도웅에게 향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마치 산책을 하는 듯 가벼운 발걸음에는 조금의 긴장감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장도웅은 너무나 무방비해 보이는 곽휘운의 걸음에도 먼저 움직이지 못했다.

‘위험하다.’

장도웅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섣불리 움직이면 위험하다고 말이다.

장도웅은 더욱 더 내공을 많이 끌어올렸다.

내공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장도웅.

팟!

그리고 결국 장도웅이 먼저 움직였다.

가만히 있어도 어차피 곽휘운에게 당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먼저 도를 뻗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일부러 대련을 요청한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좋은 기세입니다!”

장도웅의 기세에 드디어 곽휘운도 움직임을 보였다.

곽휘운이 손을 앞으로 내뻗자 허공에 떠있던 백화빙검 하나가 장도웅에게 날아갔다.

캉!!!

장도웅이 도로 곽휘운의 백화빙검을 쳐 내었는데, 일순 장도웅의 신형이 흔들렸다.

백화빙검에 담긴 어마어마한 위력.

분명 곽휘운이 모든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님에도, 그저 쳐내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물론 장도웅은 금방 중심을 잡고 계속해서 곽휘운에게 다가갔다.

이이이이이이이잉.

펑! 퍼펑!

다시금 장도웅의 도에서 소리가 울기 시작했다.

이 울음에 주변에 있던 바위와 나무들이 속절없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정도라면 이미 음공이라는 것의 범주를 벗어난 수준이었다.

“흐아압!”

장도웅은 그답지 않게 기합성까지 내지르며 힘껏 도를 휘둘렀다.

거대한 강기가 엄청난 기세로 곽휘운을 향해 덮쳐 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도에서 뿜어져 나온 만큼 거대한 강기.

그리고 그 강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힘이 숨겨져 있었다.

‘강기에 음공이 묻어오다니.’

장도웅이 내뿜은 강기의 주변에는 음공이 같이 묻어서 날아오고 있었다.

자칫 강기에만 정신이 팔린다면, 그대로 음공에 먹히고 말 것이다.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장도웅이지만, 장도웅은 분명 아주 똑똑한 무인이었다.

카가가가가가가각!!!

곽휘운은 백화빙검 세 개를 움직여 장도웅의 강기를 가로 막았다.

초진동이 가미된 장도웅의 강기는 거칠게 백화빙검을 갈아버릴 듯 몰아붙였다.

조금씩 뒤로 밀리는 백화빙검.

그 모습에 곽휘운이 미소를 지었다.

곽휘운이 가늠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장도웅의 강기.

쉬이익. 콰가가가각!

곽휘운의 백화빙검 하나가 더 움직였고, 그대로 장도웅의 강기를 갈라 버렸다.

너무나도 손쉽게 파훼되어 버린 장도웅의 강기.

아직까지 남아있는 백화빙검의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

그런데 그중 겨우 네 개의 백화빙검으로 장도웅이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을 막아 버린 것이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인가?”

장도웅은 진지하게 곽휘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란 생각을 하였다.

“하하. 저는 분명 인간입니다. 누가 들으면 오해를 할까 무섭습니다.”

“…….”

장도웅과 주변의 식구들은 모두 말을 아꼈다.

그들이 보았을 때 곽휘운은 분명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은 곽휘운이 인간과 신선 그쯤에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보다 어떠십니까? 원하던 것은 얻으셨습니까?”

“그래. 얻었다.”

곽휘운의 압도적이 힘에 제대로 힘을 못 써 본 듯한 장도웅이지만, 그가 이 대련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얻을 수 있었다.

도를 집어넣고 곽휘운에게 포권지례를 한 뒤에 물러나는 장도웅.

그는 곧바로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이 실마리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대로 떠나기 아쉬운데, 저와 계속 대련을 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곽휘운은 주변에서 지켜보던 식구들에게 대련을 제안했다.

“그럼 제가 먼저…….”

“그럼 내가…….”

백리화와 위하윤이 동시에 곽휘운과의 대련을 위해 일어났다.

“하윤 소저 먼저 하세요.”

“백리 가주님 먼저…….”

서로 순서를 양보하는 두 여인.

하지만 곽휘운은 두 여인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순서는 상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대련은 여러분 모두를 저 혼자 상대할 테니 말입니다.”

곽휘운은 대련을 한 명, 한 명씩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모두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 독고영을 비롯해 백리화, 위하윤 등이 자리해 있다.

모두 무림에 나가면 천하에 이름을 떨칠 만큼의 고수들로 성장한 그들이다.

그런데 그런 모두를 혼자 상대한다니?

보통의 무인이라면 턱없는 소리라고 할 것이지만, 상대는 곽휘운이었다.

곽휘운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그래서 객잔 식구들은 모두 곧바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곽휘운도 그 모습에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주 좋습니다. 시작해 봅시다.”

* * *

남주학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금홍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확실히 못 본 사이에 완전히 사람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자신감을 넘어선 자만심에 가득 찬 두 눈과 당당함을 넘어선 오연한 자세.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의 기운을 금홍중이 보여 주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옆에 부하들도 아주 강한 놈들이네.’

금홍중의 양 옆을 지키고 있는 두 명의 부하.

그들의 수준도 결코 금홍중에 뒤져 보이지 않았다.

물론 금룡남가에도 분명 훌륭한 수준의 무인들이 많이 포진해 있었다.

재산을 노리고 들어오는 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금룡남가에 침입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가 금룡남가의 주요인물들이 움직일 때마다 몇 차례씩 습격을 당하니 무인들의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돈으로 살 수 있는 무인들 중 최고 실력자들이 다수 자리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금홍중의 양 옆에 있는 두 무인의 실력은 그들을 상회할 정도의 엄청난 실력자.

그런 자들이 금홍중에 곁에 있다는 것이 의아하였다.

‘분명 뭔가 있겠네.’

남주학은 금홍중에게 분명 무언가 구린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않고서는 금홍중이 이렇게 완전히 바뀐 것부터 설명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세월이 지나서 바뀐 것이라고 하기에는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우종. 오랜만이네.”

“오. 주학. 오랜만이군 그래. 자리를 빼앗길까 봐 온 건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간의 인사 같았지만, 금홍중의 입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거기에 남주학이 이번에 후계자 자리 때문에 돌아온 것을 비꼬는 말투.

분명 남주학이 알고 있던 금홍중이 아니었다.

“맞아. 내 자리를 다시 좀 찾으려고.”

“하하하. 나돌다가 이제야 와서 자리를 주장하면 누가 들어주겠나?”

말을 하는 금홍중의 두 눈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혈기.

남주학은 그 혈기를 놓치지 않았다.

‘하긴 뭐 이 시국에 이렇게 구린 짓을 할 놈들은 천살교밖에 없지.’

남주학도 애초에 천살교를 예상하고 이곳에 왔다.

그들이 아니라면 현 무림에서 이런 짓을 할 만한 곳은 없으니 말이다.

다만, 천살교에 포섭된 대상이 금홍중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

“험한 꼴 당하지 말고 그만 돌아가. 가서 무인놀이나 하라고.”

“아아. 걱정하지 마. 후계자 되고 나서 무인놀이 하러 갈 테니까.”

남주학은 금홍중과의 말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제갈중천과의 말싸움으로 이미 단련이 되어있는 남주학이니 말이다.

똑똑한 머리로 따박따박 말을 하는 제갈중천에 비하면, 금홍중은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남주학. 네 그 오만방자한 성격은 여전하군.”

“내가? 아니지. 난 친밀성이 좋은 성격일 뿐이지.”

“입만 수련했나보군.”

“아니. 입도 같이 수련한 거지.”

“……조만간 재밌는 일이 있을 거니 기대해라.”

금홍중은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서 길을 떠났다.

멀찍이 사라지는 금홍중을 바라보는 남주학.

남주학은 지금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였다.

‘옛날의 정 따위는 조금도 생각지 않아도 되겠네.’

남주학은 금홍중을 직접 보고 확실히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금홍중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조금도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남주학은 곽휘운에게 배운 대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깔끔하게 싹 다 정리해 버려야지.’

남주학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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