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79화 (179/203)

<휘운객잔 179화>

금룡남가(金龍南家).

천하에서 가장 돈이 많은 가문 중 한 곳.

그들의 재물은 동정호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다고 알려질 정도의 부잣집.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금룡남가였지만, 단 하나 부족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손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 금룡남가의 가주인 남철학도 집안에서 유일한 손이었고, 그의 아들인 남주학도 금룡남가의 유일한 손이었다.

그만큼 애지중지 키우던 남주학이었는데, 어느 날 괴한들에게 습격을 받았을 때 곽휘운에게 구함을 받은 후로 완전히 바뀌었다.

남철학과 남주학 둘 다 그날 곽휘운에게 완전히 반해버렸고, 남철학은 귀하디귀한 손인 남주학을 곽휘운에게 보내 버렸다.

‘그의 옆이 제일 안전한 곳이다.’

어째서 남주학을 위험한 무인들 소굴에 맡겼냐고 하는 주변인들의 말에, 남철학은 곽휘운 옆이 천하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말하였다.

금룡남가가 이렇게까지 부유하게 된 것은 모두 남철학의 선견지명 때문이었으니, 다들 지금은 남철학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금룡남가의 사람들은 분명 무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지내고 있었다.

* * *

금룡남가의 가장 심처.

가주실에는 현재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러게요. 아버지.”

중년을 넘긴 나이임에도 빛을 잃지 않은 용모를 자랑하는 남자.

그가 바로 현 금룡남가의 가주이자 남주학의 아버지인 남철학이었다.

그리고 남철학의 맞은편에는 바로 남주학이 앉아 있었다.

주연희와는 이 근방에서 헤어지고,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가주실로 달려온 남주학이었다.

“그래. 널 부른 이유는 알고 있지?”

쓸 때 없는 안부는 그대로 생략하는 남철학.

분명 나눌 이야기가 많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금룡남가의 상황도 무림의 정세에 이끌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현재 금룡남가에도 불온한 움직임이 생겨서 너를 불렀다.”

“불온한 움직임이요?”

남철학이 남주학을 부른 이유는 바로 금룡남가 내부에서 일어난 불온한 움직임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금 금룡남가의 후계자리를 놓고, 남주학을 몰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네가 무림에 나가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아서 후계를 바꾸려 하더구나.”

남주학이 무림에서 활동하는 것에 불만을 느낀 이들이 당연히 금룡남가에 소수 존재하였다.

하지만 남철학이 괜찮다고 못을 박았으니 가타부타 말을 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갑자기 거세게 세력을 일으키며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그저 무시할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남철학도 그냥 무시할 수가 없었다.

가담한 세력도 크거니와 가담한 자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아서였다.

“너희 외가 측이 너를 바꾸자고 하더구나.”

“네?”

남주학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남주학의 외가 측이라면, 어머니의 가족들이라는 소리.

남주학의 어머니이자, 남철학의 부인은 ‘금화련’이라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하남성에서 꽤나 유명한 부잣집 중 하나였던 금가장의 여식이었다.

금화련은 그 당시에는 그리 부자가 아니었던 남철학의 비범함을 꿰뚫어 보고, 집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와 혼인을 하였다.

그렇게 남철학과 혼인을 한 금화련은 가문의 힘을 빌려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었고, 그 힘으로 남철학은 금룡남가를 천하에서 가장 부유한 세가로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금화련은 그런 것은 얼마 누려보지도 못하고, 남주학을 낳고 얼마 뒤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철학은 그런 금화련을 잊지 못하고 남은 평생을 혼자 살고 있으며, 그녀의 외가인 금가장을 금룡남가의 한 축으로 만들어 주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그런 금가장 측이 최근 갑자기 남주학이 후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며, 새로운 후계를 앞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너도 아는 아이를 앞으로 내세우더구나.”

“누굴요?”

“금홍중.”

“네에? 홍중이를요?”

금홍중이라는 이름을 듣고 그게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하는 남주학.

그도 그럴 것이 금홍중은 절대로 그럴 위인이 못되는 아이였다.

금홍중은 어릴 때에 남주학과 함께 자란 죽마고우였다.

남주학이 무림맹에 간 뒤로 잘 만나지 못했지만, 남주학이 아는 금홍중은 절대로 후계자 자리 같은 것에 앉을 만한 위인은 아니었다.

소심하고 유약한 성격을 가진 금홍중.

사실상 금가장 측에서도 애초에 무언가 자리에 앉히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였던 아이였다.

그런데 그런 금홍중을 금룡남가의 후계자로 만들려고 한다니?

“그 아이 완전히 달라졌더구나.”

남철학이 최근에 본 금홍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소심하고 유약한 성격은 오간데 없고, 오히려 담대하고 강직한 성격으로 변해 있었다.

때문에 따르는 자들이 꽤나 많았다.

그래서 이번 후계를 바꾸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었다.

얼굴조차 보기 힘든 남주학보다는 현재 능력을 보이고 있는 금홍중을 후계로 하자는 의견이 말이다.

“제가 먼저 만나봐야겠네요.”

“흠. 그래. 그러는 것이 좋겠다. 그보다 곽 대주는 요즘 어떠냐?”

남철학은 대충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나서야,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남주학은 눈앞에 멀쩡히 있는 것을 보았으니, 곽휘운의 안부를 제일 먼저 물었다.

“아주 바쁘세요. 여러 가지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조만간 크게 일 내실 거 같아요.”

“하하하. 그걸 하려면 네가 후계가 되어야겠구나.”

“맞아요.”

남주학이 이곳 금룡남가에 지체 없이 달려온 이유는 모두 곽휘운 때문이었다.

곽휘운이 앞으로 일을 하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그 자금을 무리 없이 조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금룡남가의 후계자리를 넘겨 주어서는 안 되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후계자리에 이렇게 연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곽 대주가 너 혼자 보냈다는 것은 너를 믿는다는 이야기일 테니, 걱정하지 않고 있으마.”

“네. 편하게 계세요.”

남주학은 미소를 지으며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 * *

휘운객잔으로 돌아온 곽휘운.

곽휘운이 돌아오고도 한동안 무림은 더없이 시끌벅적하였다.

무림맹을 배신한 팽도혁을 막아선 이가 바로 곽휘운이라는 것이라는 내용이 그중 하나였다.

덕분에 곽휘운은 지금 무림에서 새로운 신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소신성(笑新星) 곽휘운.

이것이 곽휘운의 새로운 별호였다.

곽휘운의 명성이 올라감에 따라, 현재 곽휘운이 머물고 있는 백리세가에 대한 명성도 올라가고 있었다.

‘흠. 그보다 일이 생각보다 더 커지겠어.’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무림맹과 천마신교의 동맹.

천마신교도 최근에 내부에서 또다시 배신이 일어났고, 검마의 주체로 배신자들은 일단락되었지만, 피해가 꽤나 큰 천마신교였다.

그리하여 천마신교도 천살교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 동맹의 필요성을 느꼈고, 결국 무림맹과의 동맹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동맹과 함께 두 세력이 함께 힘을 협력할 곳을 정하였는데, 둘 모두의 강력한 지지로 항주가 선택되어졌다.

그렇게 항주에 생기게 되는 정도와 마도의 동맹.

이것 때문에 곽휘운은 생각보다 일이 빠르고 커지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뭐, 나쁜 일은 아니니까.’

곽휘운은 두 세력 모두가 이곳을 선택한 것은 나쁜 일은 아니었다.

딱히 어떻게 나서지 않아도 백리세가가 두 세력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곽휘운이 걱정하는 것은 하나였다.

동맹이라고는 해도 두 세력 사이에 앙금이 깊다는 것이었다.

가장 위에 앉아 있는 무인들이 동맹에 수락했다지만, 모든 이들이 동맹에 찬성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분명 수많은 잡음이 날 것이고, 그 잡음이 잘못하면 큰 들불로 번질 수 있었다.

그것을 번지지 않게 잘 조율하는 것이 백리세가가 해 나가야 할 일이었다.

자신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그럼에도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을 터.

그 부분은 남은 백리세가의 식구들이 해 주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혹여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길까 걱정되었다.

‘그리고 문제가 하나 더 있다면…….’

위강천의 의중 때문이었다.

지금 위강천이 자꾸만 곽휘운에게 무림맹주라는 자리를 넘기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위강천이 항주를 선택한 이유도 이것을 위한 밑거름일 터였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무림맹주라는 자리.

하지만 곽휘운은 그 자리를 원하지 않았다.

무림맹주가 되면 사사로운 모든 것이 금지된다.

당연히 객잔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럴 수는 없지.’

곽휘운은 휘운객잔을 포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차기 무림맹주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걸출한 후보들이 많았지만, 지금 백리세가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과거에 거대한 단체를 맡았던 적이 있던 인물이 말이다.

바로 전 정천맹주인 독고영이었다.

‘흠. 물론 설득하기는 힘들겠지만.’

독고영은 자신의 과거를 말하며, 절대로 무림맹주가 되지 않을 것이라 할 것이다.

그는 지금도 과거에 정천맹주로 있으면서 한 일들에 대해 괴로워하니 말이다.

물론 곽휘운도 그것은 분명 속죄를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속죄로 스스로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반대였다.

‘무림맹주로서 무림에 헌신하는 것이 속죄하는 길이라고 설득하면 되겠지.’

곽휘운은 독고영에게 천살교에게 복수를 한 뒤에 속죄에 대해 고민하라고 하였었다.

그러니 천살교를 막은 후에 독고영이 혹시나 그릇된 생각을 하려고 할 때, 무림맹주가 되어 무림에 헌신하는 것이 속죄하는 길이라고 설득할 생각이었다.

똑. 똑. 똑.

곽휘운이 그렇게 객주실에 앉아서 이런저런 고민을 할 때였다.

객주실의 문을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십시오.”

끼이익.

문이 열리고 하나의 인영이 객주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곽휘운은 조금 의외란 표정으로 그 인영을 바라보았다.

평소에 자신을 잘 찾아오지 않은 이가 찾아왔으니 말이다.

“묵객님께서 절 찾아오신 건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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