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78화>
곽휘운의 감각에 걸려든 기척들.
하나같이 대단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 당했으니, 혹시나 몰라서 강자들을 보내었군.’
곽휘운에게 팽도혁을 감시하던 눈이 당했으니,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해 강한 이들을 이곳으로 파견한 듯싶었다.
‘역시나 시신들을 가져다가 쓰려고 했군.’
곽휘운이 저들이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라 예상한 것은, 천살교에서 수없이 많이 보았던 강시들 때문이었다.
저들은 무인들의 시신을 가지고 강시를 만든다.
거도왕 팽도혁이라면 그들에게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강시의 재료였다.
당연히 시신을 찾으러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너무 무시했군.’
곽휘운은 분명 천살교에 자신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갔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보내온 이들의 기운을 보면,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했다.
다가오는 기운은 넷.
이들 넷으로는 자신을 결코 어떻게 할 수 없다.
‘아아. 그렇군.’
곽휘운은 이들 넷의 뒤에 따라오는 하나의 기운을 감지했다.
이들 넷의 기운에 가려져있지만, 분명히 하나의 기운이 더 있었다.
하지만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 조금 의외였다.
‘땅속으로 다가온다라.’
땅속에서 느껴지는 기운.
땅속을 움직이는 무공은 곽휘운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지뢰폭마공(地雷爆魔功)이다.]
그때 천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홍은 대번에 땅속을 헤엄쳐 오는 기운의 무공을 맞추었다.
지뢰폭마공은 천마신교에 있는 수많은 무공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독특한 무공이었다.
천홍이 살아 있을 때에 분명 저런 마공을 익힌 자가 존재했었다.
그때에 그 특이함과 위력에 천홍도 감탄했던 기억이 있었다.
‘재미있는 자를 보냈군.’
곽휘운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무공에 조금 흥미가 생겼다.
어쩌면 지금의 휘운신공에 더 새로운 것을 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휘운은 이제 배우는 것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모든 것을 배우고,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휘운객잔과 백리세가를 천하제일로 만들고, 천살교를 완전히 없앨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각한 적 없었던 다른 것을 목표하기로 하였다.
‘천하제일인.’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곽휘운은 천하제일인을 목표로 삼았다.
천하 무림의 그 어느 것에도 지지 않을 힘을 가지고 싶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막아 낼 수 있는 힘을 말이다.
곽휘운에게 천하제일인이라는 것은 그런 힘을 사람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
슈왁!
순식간에 곽휘운의 손에 백화빙검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곽휘운의 등 뒤로 일곱 개의 백화빙검이 더 나타났다.
위하윤의 ‘칠연비천’의 수였다.
화르르르르륵.
거기에 더해서 백화빙검들에서 새하얀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천마신공의 멸화강기와 비슷해 보이는 모습.
[천마신공까지 벌써 수준에 오르다니, 본좌보다 조금 더 재능이 있구나. 커흠.]
같은 천신지체라고 하지만 천홍은 곽휘운의 재능이 자신이 살아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천마신공은 여타의 무공과는 익히는 과정의 궤가 다르다.
단시일에 멸화강기를 뿜어낼 수 있는 수준까지 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 천홍은 지금까지는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다.
천홍 자신도 천마신고을 배우고 멸화강기를 내뿜기까지 일 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곽휘운은 단 며칠 만에 해낸 것이다.
물론 이미 수준에 오른 곽휘운이기에 천홍과는 시작점이 다르다고는 하여도, 이 속도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가르쳐준 분이 훌륭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커험. 그것도 그렇지.]
곽휘운은 적당히 천홍을 세워 주었다.
물론 완전히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천홍이 천마신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어서, 곽휘운은 훨씬 더 수월하게 천마신공을 익힐 수 있었으니 말이다.
“죽어라.”
곽휘운의 근처에 다가온 인영들은 마치 저승에서나 들려올 법한 으스스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그리고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드는 그들.
그들의 검이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검날이 마치 톱날처럼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베기 위한 검이라기보다는, 찢기 위한 검과 같이 보였다.
‘참아혈귀대(慘牙血鬼隊).’
천살교에서 만들어 낸 대인 전문 살수집단.
그들은 특수한 병기인 참아검(慘牙劍)을 사용하여 상대를 잔혹하게 죽이는 자들이었다.
특히나 그들은 이 참아검은 검객들에게 특히나 큰 위력을 자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이 톱날에 상대방의 검을 끼워서 무력화 시킬 수 있어서였다.
곽휘운을 상대하기에 가장 적합한 이들이었다.
“계속해서 특이한 자들이 나오는군.”
천살교가 아직 숨긴 것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곽휘운이었다.
물론 이제는 그것도 큰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들 모두를 없앨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사아아악!
곽휘운의 일곱 개의 백화빙검들이 순식간에 참아혈귀대를 향해 날아갔다.
엄청난 속도였지만, 참아혈귀대도 녹록치 않은 고수들.
이정도 공격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백화빙검을 쳐 내기 위해 참아검을 앞으로 뻗는 참아혈귀대.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그런데 곽휘운의 백화빙검을 쳐 내야 할 참아검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촤아아악!
그리고 참아검만 잘려 나간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몸도 그대로 잘려 나갔다.
참아혈귀대는 힘도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그대로 모두 죽어 나갔다.
“흐음.”
이제 남은 이는 단 한 명.
바로 땅속에 있는 자였다.
푸왁!
갑자기 땅에서 튀어 올라오는 하나의 인영.
정확히 곽휘운의 발밑에서 튀어나왔다.
웬만한 무인이라면 튀어나와 공격당하기 전까지 아무런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을 만큼 은밀하고 빠른 공격이었다.
‘끝이다!’
지뢰폭마공을 익힌 육장로는 자신의 공격이 성공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자신이 공격을 하기위해 튀어 오를 때까지 곽휘운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생각보다는 시시하군.”
퍼억!
곽휘운은 그대로 발로 튀어 오르는 육장로를 정확히 발로 가격했다.
너무나도 손쉽게 육장로의 공격을 막아 낸 곽휘운.
“컥!”
가벼웠던 곽휘운과는 다르게 육장로는 곽휘운의 발길질에 순간 들고 있던 무기를 놓칠 뻔하였다.
몸에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
“흐음. 오늘은 전부 무기가 특이하군.”
곽휘운은 육장로가 든 무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치 거대한 바늘과 같은 모습의 무기.
상대를 찌르기 가장 적합한 형태로 만들어 낸 무기일 터였다.
“건방진 놈이구나.”
스스스스스슥.
육장로는 조금 전 곧바로 자신에게 달려들지 않은 곽휘운을 비웃으며 다시금 땅속으로 들어갔다.
일격을 성공했다는 자만심 때문에 자신이 틈이 있을 때 몰아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일단 땅속으로 들어가면 자신은 무적이었고, 아직 비장의 수는 남아 있었다.
‘이걸로 끝일 내주마.’
육장로는 땅속에서 자신의 독문병기인 ‘관월추(貫月錐)’에 내공을 불어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금 곽휘운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푸부부부부부부부북.
땅 아래에서 엄청난 수의 관월추가 곽휘운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대로 곽휘운이 완전히 꼬치가 되어 버릴 것만 같은 상황.
육장로는 지금까지 이 공격에 살아남은 이가 없었기에 이번에는 확실히 성공할 것을 확신했다.
“흠. 그렇군. 그런 무공이었어.”
육장로의 바로 뒤에서 너무나도 평화로운 곽휘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몸을 돌리며 다시금 관월추를 찔러 들어가는 육장로.
놀라고 당황할 만도 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과 그의 뛰어난 감각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슈우우우욱!
캉.
재빠르게 곽휘운을 향하는 관월추.
하지만 그 관월추는 너무나도 손쉽게 곽휘운의 백화빙검에 막혀 버렸다.
정확히 백화빙검의 검 끝으로 관월추를 막아 낸 곽휘운.
“무공 구경은 끝났습니다. 그럼 이만.”
“놈! 건방지구나!”
스스스스스슥.
육장로는 재빨리 다시금 땅속으로 들어갔다.
땅위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땅속이라면 자신은 무적이었다.
아니, 방금 전까지는 그랬다.
푸부부부부부부부북.
땅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어오는 곽휘운의 백화빙검.
백화빙검들은 땅속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대로 육장로의 몸을 꿰뚫기 시작했다.
푸화아악!
“크아아악!”
결국 땅위로 솟아오른 육장로.
그는 지금 온몸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간신히 무릎을 꿇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게 전부인 상태였다.
“흐아아아아아아!”
육장로는 몸 안에 있는 혈기를 최대한을 끌어올렸다.
혈라화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다.
혈라화에 도달한다면, 이깟 상처들 쯤은 모조리 나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으윽?!’
분명 혈기가 온 몸을 휘돌고 있고, 혈라화에 도달하였지만, 상처가 전혀 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상처부위가 점점 더 타오르며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소용없으실 겁니다.”
곽휘운은 고통에 찬 상태로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눈빛을 하고 있는 육장로를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이번에 휘운신공에 천마신공을 더해졌을 때에 만들어진 강기는 보통의 강기와는 달랐다.
천마신공의 멸화강기가 휘운신공을 만나면서 변한 강기는, 곽휘운의 기운이 아닌 모든 기운들을 태워 버리는 힘을 가졌다.
한번 강기에 상처를 입으면 그 어떤 기운으로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것이 혈기라고 해도 말이다.
“괴물같은 놈이구나! 쿠억!”
“너무 자주 듣는 말이라, 이제는 식상합니다.”
곽휘운은 언제나 괴물이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그것이 좋은 의미이던, 좋지 않은 의미이던 말이다.
예전에는 썩 좋아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리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서걱.
곽휘운은 육장로가 뭐라고 더 소리치려고 할 때 거침없이 목을 베어 버렸다.
더 이상 그에게 들을 말은 없었으니 말이다.
“이쪽 일은 어떻게 잘 처리된 것 같은데, 주학이 그놈은 잘했는지 모르겠군.”
현재 무림맹이 있는 곳은 하남성.
그리고 하남성에는 무림의 태산북두라는 소림사와 함께, 천하에서 가장 돈이 많은 집안인 금룡남가가 있었다.
남주학은 곽휘운의 부탁으로 금룡남가로 향하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