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74화 (174/203)

<휘운객잔 174화>

곽휘운이 객잔 식구들에게 제안한 것은 새로운 무공을 배우는 것이었다.

언뜻 들었을 때에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시간이 촉박한데 새로운 무공을 배운다는 것은 말이다.

하지만 곽휘운이 말한 이상 무언가 생각이 있을 터였기에, 객잔 식구들은 신뢰 가득한 눈으로 곽휘운을 바라보았다.

“여기 제가 미리 준비한 것들입니다.”

곽휘운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한쪽에 있던 보따리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사라락.

보따리를 풀자 그 안에 있던 서책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곽휘운은 그 서책을 각자에게 한 권씩 나누어 주었다.

물론 아직 무공 실력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새로운 무공서를 주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본래의 무공도 완성시키지 못한 상태, 이 상태에서 새로운 무공을 익히라고 하면 오히려 무공 실력이 뒤로 퇴보할 테니 주지 않았다.

지금 그들은 새로운 무공보다 기존의 무공의 정진이 우선이었다.

“제가 아는 분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가장 어울리는 무공을 적은 것입니다.”

곽휘운에게 무공서작성의 도움을 준 이는 바로 천홍이었다.

천홍은 옛 천마신교의 교주답게, 알고 있는 무공이 굉장히 많았다.

곽휘운이 왜 이제야 알려 주냐고 묻자, 천홍은 물어보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그 말에 곽휘운은 수긍할 수박에 없었고, 왜 그동안 천홍과 함께 있으면서 이런 것을 묻지 않았는지 자신을 자책했다.

‘나도 내 무공에 젖어 있었군.’

어쩌면 휘운신공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다른 무공은 필요 없다는 자신감.

뭐 물론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새로운 무공을 배울수록 휘운신공도 더욱더 발전하니, 배워서 나쁠 건 전혀 없었다.

“일단은 각자 무공서를 읽어 보시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저를 불러 주십시오.”

“네.”

“응.”

다들 무공서를 품에 안고 각자의 침실로 향했다.

다들 눈이 반짝이고 있는 모습.

곽휘운은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침실로 몸을 돌렸다.

“후아.”

천살궁에서부터 오늘까지 제대로 쉬지 못하였다.

아무리 곽휘운이라도 몸이 피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털썩.

곽휘운은 침상에 털썩 걸터앉았다.

확실히 이곳이 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그저 앉기만 하는 것뿐인데 피로가 풀려 가는 기분이 들었다.

사아아아아아.

분명 사방이 막혀 있는 방이건만, 안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람은 자연스럽게 곽휘운을 감으며 휘돌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지그시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곽휘운.

그의 입가에는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가 살며시 지어져 있었다.

“후우우우.”

길게 숨을 내쉬며 눈을 뜨는 곽휘운.

곽휘운은 조금 전 명상을 하면서 머릿속을 이리저리 휘감던 생각들을 대충 정리를 하였다.

완전히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정도면 충분했다.

앞으로의 일을 할 때에 훨씬 유연하게 생각해서 움직일 수 있을 터다.

“묻고 싶은 것이 있으십니까?”

눈을 뜬 곽휘운은 침실의 문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밖에서 독고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독고영은 곽휘운이 준 서책을 들고 있었다.

“이 무공서는 도대체 어디서 얻은 것인가?”

독고영은 곽휘운이 건네 준 무공서를 읽자마자 이것이 천마신교의 무공서임을 알아보았다.

그가 교마에게 키워질 때에 분명 이런 무공들을 숱하게 접해 보아서 알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천마였던 분에게 얻은 것입니다.”

“……. 정말인가?”

“예.”

곽휘운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천홍은 오래전 천마였던 사람이 맞고, 그에게 물어서 얻어 낸 것이니 말이다.

물론 독고영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천마신교 측에서 준 것인가?’

곽휘운이 검마 등과 같이 천마신교 측과 같이 움직인 것을 알고 있으니, 그들에게서 얻은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들이 주었다기에는 이 무공서들은 하나같이 절세의 신공들이었다.

아무리 천마신교가 우호적이라고 해도, 이런 것들을 주지는 않을 터였다.

“정말입니다. 독고 호위님.”

“하핫. 이것 참…….”

‘정말 알 수가 없는 사람이야.’

독고영은 곽휘운을 정말 알 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무공실력부터 모든 것이 보통 사람의 가늠을 벗어난다.

무엇하나 평범한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내가 이런 복을 누려도 될지 모르겠어.’

독고영은 자신이 과거 정천맹을 맡으면서 행했던 많은 일들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교마에게 속았던 것이지만, 분명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독고영은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이런 자신이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말이다.

“지금은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자를 만나고 일을 마무리한 후에 고민하셔도 될 겁니다.”

곽휘운은 지금 독고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곧바로 알아맞히었다.

독고영은 계속해서 과거의 일을 자책하는 듯한 눈빛을 곧잘 보여 주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하지만, 객잔에서 일하는 식구들은 모두 그가 억지로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곽휘운은 이번에 독고영에게 교마, 아니 이제는 혈뇌가 된 그를 만나 일을 마무리한 뒤에 다시금 고민을 하라고 하였다.

아예 고민을 하지 말라고 한다고, 고민이 잊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일단은 그 고민의 시발점을 만나서 일의 해결을 한 후에, 고민을 다시금 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알겠네. 그렇게 하지.”

독고영은 일단은 곽휘운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자신도 지금 자신의 고민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혈뇌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전에는 아무리 혼자 고민을 하여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혈뇌를 향한 복수를 마무리한 뒤, 모든 것을 결정하자.’

독고영은 머릿속을 정리했다.

한결 표정이 개운해진 독고영이었다.

“그런데 정말 이건 어디서 얻은 건가? 내가 알기로 이건 천마신교에서도 절전된 무공으로 알고 있네.”

“그래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오래전에 천마였던 분이 주신 것이라고요.”

독고영의 손에 들려있는 무공서는 ‘빙마혼백공(氷魔魂魄功).’

독고영은 혈뇌에게 천마신교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중 관심을 가졌던 것이 바로, 절전된 무공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래전 천마와 그를 수호하던 무인들이 갑자기 죽어 버리며, 절전되었다는 무공들.

빙마혼백공은 그것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런 무공이 어째서 곽휘운의 손에서 나타났단 말인가?

“뭐, 더 이상은 묻지 않겠네. 이걸 전해 주어서 고맙네.”

“별말씀을.”

독고영은 곧바로 몸을 돌려 곽휘운의 침실을 벗어났다.

곽휘운에게 이미 모든 것을 맡기 독고영이다.

곽휘운이 이것을 어디서 얻었든 자신에게 나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절을 하면서 감사해야 할 정도.

독고영은 더 이상의 의문 따위는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이대로 벗어난 것이다.

“제 말을 믿어주지 않는 듯합니다.”

[흐하하하. 당연하지. 누가 그런 말을 믿겠느냐?]

천홍의 말처럼 솔직히 곽휘운 자신이 생각해도 믿기는 쉽지 않을 듯싶었다.

천홍이 알려준 무공들은 천홍이 천마로 있을 때에 그를 지키던 이들의 무공이었다.

하나같이 손에 꼽히는 절세의 신공들.

그런 무공을 전해주었으니, 당연히 독고영과 같은 의문을 가지고 올만 하였다.

다행이라면 다른 식구들은 그것이 천마신교의 무공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 정도였다.

곽휘운이 마기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고쳐서 주었으니 말이다.

[그 짧은 시간에 무공을 고치다니. 정말 넌 상상을 뛰어넘는 괴물이다.]

‘칭찬감사합니다.’

천홍은 곽휘운을 항상 지켜보지만, 볼 때마다 놀라웠다.

아무리 천신지체를 가졌다지만, 그것 이상의 놀라운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주었다.

천홍도 천신지체로 태어나 수없이 많은 일들을 해내었지만, 곽휘운은 언제나 자신 이상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자신에게 무공을 들음과 동시에 그 무공을 고쳐 나가는 모습.

천홍도 살아생전에 무공을 고치기 위해서는 삼 일이나 소요되었는데 말이다.

[자 그럼 이제 너에게도 무공을 알려 주어야겠지. 잘 들어라 천마신공을 알려 주마.]

객잔 식구들의 무공을 모두 전해준 후, 그 다음은 이제 곽휘운의 차례였다.

천홍은 곽휘운에게 천마신공을 알려 주기로 하였다.

천마신교 교주의 핏줄이 아니라면 배울 수 없는 무공.

하지만 지금 어차피 천살교에 천마신공이 들어간 상태이니, 그런 천마신교의 법칙도 깨진 상태.

천홍이 곽휘운에게 천마신공을 알려 주는 것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자. 어떤 괴물이 탄생할지 한번 보자.]

천홍은 곽휘운이 천마신공까지 익혔을 때 과연 어떤 괴물이 될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어쩌면 지금 자신은 곽휘운을 상대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살아생전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일을 대신 하는 것으로 말이다.

‘너무 즐거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크하하. 그래 본좌는 너무나도 지금 상황이 즐겁다.]

* * *

객잔 식구들이 새로운 무공을 익히기도 수일.

그간 다들 곽휘운을 찾아와 이것저것을 물어보기도 하였고, 서로 대련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기도 하였다.

어찌 되었든 모두의 실력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상황.

그렇게 잠시간 평화로운 듯한 일상을 지내고 있을 때였다.

“긴급한 전갈입니다!”

평화로움을 깨는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백리세가로 무림맹의 무인 한 명이 찾아왔다.

백리세가도 이제는 무림맹 소속이니,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찾아온 듯싶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백리화가 가주로서 직접 무림맹 사람을 맞이했다.

얼마나 긴급하게 왔는지, 그는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 그것이……. 지금 무림맹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일어났고, 그로 인하여 무림맹 주요 인원들이 큰 부상과 죽임을 당했다고 합니다!”

무림맹의 내부에서 일어난 불온한 움직임.

그것은 내부에서의 배신을 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배신이 있었던 상황, 무림맹도 당연히 이런 상황에 대비를 하고 있었을 터.

그런데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의아했다.

“그리고 불온한 움직임의 중심에는 무림맹 부맹주였던 팽도혁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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