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73화>
휘운객잔으로 돌아온 곽휘운.
이곳으로 돌아오기 전에 이미 무림맹과 천마신교의 사람들과는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헤어진 상태였다.
이야기 중에는 몇몇 굵직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역시 그중에 가장 큰 이야기는 바로 무림맹과 천마신교의 동맹이었다.
천살교의 위협이 현재 무림맹과 천마신교를 가리지 않고 행해지고 있는 상황이니, 서로 힘을 합치자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무림맹 측은 장로들과 여러 문파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해야 하였고, 천마신교 측은 천마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당장에 동맹을 하자 말자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맹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둘 수 있었고, 무림맹주와 검마가 굉장히 긍정적으로 동맹을 검토한다고 하였으니, 무림맹과 천마신교의 동맹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였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중 하나는 무림의 위험과는 관계가 없을 수 있지만, 제선화가 제갈세가에 권마와 함께 머문다는 것이었다.
권마의 상태가 아직 위중했기에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제갈세가에서 완쾌가 될 때까지 치료를 하기로 하였고, 권마의 보호자 명목으로 제선화가 따라붙기로 한 것이었다.
곽휘운은 이 상황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몸이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까워지는 법.
제갈중천과 제선화가 서로 붙어 있다 보면, 분명 곽휘운이 생각했던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분명 모두 나쁘지는 않게 돌아가고 있지만, 천살교가 도대체 무얼 원하는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걸리는군.’
곽휘운은 지금 모든 것들이 생각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돌아가는 상황이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웠다.
무림맹과 천마신교의 동맹이 이루어진다면, 그 사이를 연결하는 곳으로 백리세가와 제갈세가가 맡기로 이미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것 때문에 백리화가 동행한 것이다.
백리화가 백리세가의 가주로서 앞장서서 일을 진행시켜야 하니 말이다.
계획대로 동맹이 이루어진다면 백리세가가 무림에 중추적인 곳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터였다.
이것까지는 정말 좋았지만, 문제는 천살교였다.
그들이 의중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무림의 정복을 원하는 것은 맞는 것 같지만,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이룰지가 의문이었다.
그들은 다른 문파들과 손을 잡고 무림맹과 천마신교를 무릎 꿇리려는 것 같았으나, 이번의 일을 통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이 났다.
물론 아직까지 많은 문파들이 천살교에 가담하고 있었지만, 이번 일로 인해서 수많은 문파들이 오히려 천살교와 원수지간이 되어 버렸다.
‘다른 문파들이 없어도 충분하다는 건가?’
천살교는 지금 자신들만의 힘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듯 싶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더욱 무서운 일이었다.
지금 천살교가 드러내지 않은 숨겨둔 힘이 더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끼이이이익.
이런저런 많은 생각과 함께 다시금 돌아온 휘운객잔.
곽휘운, 위하윤, 주연희, 백리화가 다시금 돌아왔다.
여전히 손님은 복작거렸고, 객잔 식구들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서오세……. 객주님!”
곽휘운 일행을 객잔에서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바로 남주학이었다.
남주학은 객잔이 바쁜 만큼 이런저런 일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객잔에 들어오는 이들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인사를 하다가, 익숙한 기운에 고개를 들어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안 그래도 최근 사람들이 천살궁에서 큰일이 났다는 소문이 간간히 들려와 곽휘운이 혹여 잘못되었을까 걱정되었는데, 이렇게 멀쩡히 돌아온 것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었다.
곧바로 곽휘운에게 달려가는 남주학.
그리고 남주학의 목소리를 듣고, 모든 객잔 식구들이 모여들었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얼굴은 봐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보다 얼굴이 괜찮군그래.”
“고생하셨어요.”
다들 곽휘운, 위하윤, 주연희, 백리화와 안부를 빠르게 나누고 다시금 할 일을 하기 위해 흩어졌다.
아주 잠깐의 안부 인사로도 서로를 확인하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곽휘운은 곧바로 황혜린과 현소월을 만나서 자신이 객잔을 비운 동안 있었던 객잔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전해 들었다.
“매출은 전보다 훨씬 올랐어요.”
“2호점도 확실히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무림의 정세와는 다르게 지금 객잔은 대호황이었다.
휘운객잔은 현재 항주에서 단연 제일의 객잔으로 호평을 받고 있었다.
곽휘운이 처음 항주에서 세운 목표가 달성된 것이다.
‘물론 이제는 천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제는 이곳 항주뿐 아니라, 천하에서 손꼽히는 객잔이 목표다.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일단 그전에 천살교의 일부터 처리해야겠지.’
객잔의 세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백리세가의 세를 확장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했다.
백리세가의 세가 강해진 뒤, 백리세가의 힘을 등에 업고 객작을 확장해 나가면, 그리 어렵지 않게 천하에 휘운객잔을 세울 수 있을 터였다.
백리세가의 세가 확장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될 것은 바로 천살교였다.
천살교를 완전히 몰아내야만, 마음 편하게 세를 확장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당분간은 객잔에 전념하도록 하겠습니다.”
곽휘운은 그날 저녁 객잔의 문을 닫은 후, 모든 식구들을 모아 놓고 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당분간은 다시금 객잔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자리를 오래 비운 탓도 있고, 앞으로 또 얼마나 객잔을 비워야 할지 모르니 말이다.
“객잔도 객잔인데, 우리 무공도 어떻게 손봐야 하지 않겠는가?”
독고영이 곽휘운에게 다가와 무공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 백리세가와 휘운객잔의 식구들의 무공 실력은 예전이었다면 다들 무림에서 이름을 날릴 정도로 대단한 수준에 올라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상대해야 할 적들의 수준이 엄청나다는 것이었다.
곽휘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
거기에 객잔과 백리세가를 보호하면서도 앞장서서 그들을 상대해야 했으니 반드시 각자의 무공 실력의 상승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이 있는데…….”
곽휘운은 말에 조금 뜸을 들였다.
다른 식구들은 어서 말해보라는 표정으로 곽휘운을 바라보았다.
“다들 아예 새롭게 무공을 배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응?”
“예?”
* * *
천살궁에 있는 깊숙한 지하.
그곳에는 지상의 천살궁만큼이나 거대한 곳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곳에 수많은 천살교의 무인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지하에서도 가장 중심부.
그곳에는 지금 제석종과 대장로가 무언가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시일이 남았습니까?”
“아직 꽤나 남았다.”
“꽤나 남았다라……. 기대가 되어 기다리기 힘듭니다.”
“하하하. 그래. 나도 기다리기가 고통스럽다.”
제석종과 대장로의 앞에 있는 기물(奇物).
피처럼 새빨간 형태의 거대한 구체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고, 그 아래로 사람이 한 명 누울 수 있을 크기의 돌 침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돌 침상 주변에 수없이 많은 글자들과 홈이 파여져 있었다.
돌 침상을 중심으로 하나의 진법이 쳐져 있는 모양새였다.
“이제 망가진 천혈오존에서 피를 빼내고 있는 중이다.”
천혈오존.
무림의 최상위 실력자 다섯을 이기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것과 달랐다.
천혈오존은 그저 소모품에 불과하지 않은 자들이었다.
그들이 다섯을 이기던 지던 크게 상관은 없었다.
애초에 천혈오존은 대계에 제물로 바쳐질 운명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천혈오존이 무림의 다섯을 상대하면서 그들의 피가 이곳까지 스며들었고, 그 피로 더욱더 빠르게 대계를 준비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 대법이 완성이 되면, 제가 이제 완전한 혈주가 되는 것입니까?”
“그래. ‘혈혼강신대법(血魂降神大法)’을 받는 순간 완전한 혈주가 되는 것이다.”
현재의 제석종은 완전한 혈주가 아니었다.
대장로가 말하기를 지금의 제석종은 반쪽짜리 혈주였다.
완전한 혈주가 되기 위해서는 혈혼강신대법(血魂降神大法)을 받아야만 한다고 하였다.
혈혼강신대법은 수많은 무인들의 피로 이루어지는 대법으로, 그 피를 흡수하고 제물로 하여 선대 혈주의 힘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대법이었다.
이번 살선신마진을 천살궁에 펼친 이유가 바로 이 혈혼강신대법을 위해서였다.
무인들의 피.
특히나 강한 무인들의 피가 많으면 많을수록 대법을 준비하는 시간이 짧아진다.
이번에 천혈오존과의 싸움에서 무림에서 가장 강한 이들의 피를 얻어 내었으니, 시일이 많이 앞당겨질 수 있었다.
“대법이 완성되는 날. 무림은 이제 우리의 손에 떨어질 것이고, 너는 무림의 절대자로 군림하게 될 것이다.”
말을 하는 대장로의 두 눈이 위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광기가 가득한 그의 두 눈.
제석종은 그 두 눈에 무언가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지만, 절대자로 군림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좋지 않은 느낌을 지워 버렸다.
“내가 다른 이들에게 시간을 벌라고 지시했으니, 너는 여기서 수련을 하면서 기다려라.”
“예. 알겠습니다.”
아직까지 대법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장로는 밖에 또 다르게 술수를 부려 놓았다.
현재 무림맹과 천마신교 측에서 이 천살궁의 주변을 계속해서 감찰하며 틈을 노리고 있었다.
완전 봉쇄를 하여 시간을 벌고 있었지만, 그것도 아주 오래가지는 못할 터였다.
그래서 대장로는 밖을 어지럽게 하여 무림맹과 천마신교가 이곳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여 시간을 벌고, 그 안에 대법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꽤나 충격을 받을 것이야. 크크크.’
대장로는 속으로 음침한 미소를 흘렸다.
무림맹과 천마신교에 준비한 선물.
그것은 지금 그 어떤 일보다 그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을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 선물이 공개되고 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자, 드디어 오랜 기다림이 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