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70화 (170/203)

<휘운객잔 170화>

오랜 역사를 가진 천마신교.

천마신교는 무림에 널리 알려진 악(惡)하다는 생각과는 꽤 다른 곳이었다.

그들은 순수하게 강함을 추구할 뿐, 악하지는 않았다.

물론 보다 큰 힘에 대한 갈망과 제어하지 못하는 힘 때문에 그릇된 길을 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말이다.

천마신교가 무림에 악하다고 생각이 박힌 것은 아마도 그들이 종종 무림으로 공격을 감행해 와서 그랬을 것이다.

그때마다 무림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그래서 천마신교는 딱히 무림에 자신들이 악이 아니라고 한 적은 없었다.

다만, 무림의 지배를 위해 무림을 침공한 것은 아니라는 말은 하고 싶었다.

천마신교의 무인 대다수는 무림의 지배에는 별 관심이 없는 자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무인을 보유한 곳이 다들 그렇겠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들은 이 힘을 이용해서 무림을 지배하고자 하는 야욕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순수하게 힘을 이용해 무림의 지배 야욕을 드러냈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림의 지배 야욕을 토로해 내었고, 천마신교 측에서 그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그들의 방법을 금지하자 그들은 그들끼리 모이며 단체를 만들어 버렸다.

‘천살교.’

그들은 스스로 하늘을 죽이겠다고 선언하며 천마신교에서 떨어져 나갔다.

천마신교에서 당연히 그들을 그냥 지켜볼 리 없었고, 그들을 죽이기 위해 무인들이 다수 동원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리 천마신교라도 쉽게 갈 수 없는 무림과 세외로 도망쳐 버렸고, 결국 천마신교는 그들의 추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천살교는 천마신교의 치욕스러운 역사의 한 조각인 곳이 되었다.

*   *   *

검마의 기운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천살교의 모든 이들을 모두 죽여도 시원치 않을 마음인데, 계속해서 장난질을 하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당장 달려가서 저 위에서 이곳을 내려 보고 있는 천살교 측 인물들을 베고 싶었다.

다만, 이들을 확실하게 뿌리 뽑기 위해 이렇게 장단에 어울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어설프게 도려내봐야 어디선가 또 다시 이들이 재생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일단은 이놈으로 참아야겠지.’

검마는 일단 눈앞에 스스로를 마존이라 칭하는 놈을 베어냄으로서 마음을 억누르기로 하였다.

제대로 된 천마신공도 아닌 것을 익혀놓고, 허세를 떠는 모양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일단, 더는 입을 놀릴 수 없게 해 주마.”

검마는 말과 함께 검을 가볍게 움직였다.

검마의 진신절한인 ‘무형검법(無形劍法)’이었다.

그저 검마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며, 언제든지 변화하는 검법.

촤라라라라락!

마존이 급하게 잘린 유성추의 나머지 부분을 교차해 검마의 검을 막으려 하였다.

검은 기운이 가득 담겨진 유성추의 위에 작렬하는 검마의 검.

마존은 이 검을 막은 후 곧바로 반격을 할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그 반격은 할 수가 없었다.

서걱.

너무나도 쉽게 유성추가 잘려 나가 버렸으니 말이다.

마존은 유성추가 잘리자마자 재빠르게 몸을 뒤로 날렸다.

“그래도 아주 약해 빠지지는 않았구나.”

만약 조금 전 마존이 몸을 뒤로 빼지 않았다면, 그대로 몸이 함께 잘렸을 터였다.

마존은 이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유성추를 가만히 내려 보더니, 이내 그것들을 손에 둘둘 감기 시작했다.

차르르르르. 철컥. 차르르르르. 철컥.

양손에 마치 장갑처럼 감긴 유성추.

그리고 마존의 기세가 더욱더 강렬해졌다.

“흠. 잔재주가 더 있었나 보구나.”

검마는 마존의 모습을 보고는 작게 눈을 빛내었다.

확실히 기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조금 전의 유성추를 날린 것은 자신을 가늠해 본 것일 터였다.

“나를 가늠해 본다니. 건방지구나.”

“이제 네놈의 생은 여기서 끝날 것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마존의 목소리.

마존은 자신이 힘을 드러낸 이상 반드시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크나큰 대가가 따르는 무공이라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단 쓰기만 한다면 그 위력은 확실했다.

‘혈마신공(血魔神功).’

천마신공을 대장로가 바꾸어서 마존에게 강제로 주입시킨 무공.

보통의 방법으로는 익힐 수가 없는 무공이었다.

익히는 순간 모든 기혈이 뒤틀리고, 피가 타오르는 무공.

강제로 주입한 것이 아니라면, 수련을 하다가 폐인이 되거나 그대로 목숨을 잃는다.

마존은 이 혈마신공을 주입하였기에 쓸 수는 있었다.

다만, 혈마신공을 발동하면 제 아무리 마존이라도 한동안은 끔찍한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의 고통.

그래서 마존은 이 혈마신공을 발동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사아아아아아아.

뚜두두둑. 뚜두둑.

마존의 몸에서 엄청난 혈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의 몸이 붉게 변하고, 뒤틀어졌던 얼굴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멀쩡하게 돌아온 마존의 모습.

그 모습만큼이나 더욱 더 기운이 강해졌다.

“그래. 누가 끝날지 한번 보자.”

마존의 변한 모습을 바라보던 검마가 먼저 몸을 움직였다.

한 발짝에 마존의 바로 앞에 도착한 검마.

그리고 그보다 더욱 빠르게 검마의 검이 움직였다.

카각! 카가가각! 카카캉! 카캉!

검마의 검에 쉽게 잘려나가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검마의 검을 쉽게 막아내었다.

아무래도 손을 감싼 붉은 혈기 때문인 듯싶었다.

검마의 검에 서린 기운을 완전하게 흘려내고 있었다.

조금 전에는 제대로 흘려내지 못하고, 그대로 잘려 나간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검마의 검에 서린 기운이 더욱 강해졌음에도 흘려내었다.

차르르르르륵. 쾅!!!

마존의 손에 감긴 사슬이 춤추듯이 움직이더니, 그대로 마존의 손과 함께 뻗어 나와 그대로 검마를 강타했다.

강렬한 충격음.

제대로 적중했다면 뼈도 못 추릴 만큼의 위력이었겠지만, 마존의 사슬과 손은 검마의 손에 잡혀있었다.

엄청난 위력이 담긴 마존의 일격을 가볍게 맨손으로 막은 검마.

“흠. 시원하니 좋구나.”

검마는 그런 마존의 공격을 시원하다고 평했다.

물론 손이 조금 떨려올 정도지만, 그렇다고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보여 줄 것은 다 보여 준 것이냐?”

검마의 검이 재차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확연히 검마의 검에 맺힌 강기가 달랐다.

너무나도 시린 푸른빛을 내뿜는 강기.

그리고 그 강기는 마존의 혈기마저 베어 내 버렸다.

서걱. 서걱.

촤아아아악!

단 두 번의 칼질로 마존의 양 팔이 잘려 나갔다.

너무나도 손쉽게 잘려 나간 양 팔.

이 모습에 상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대장로도 조금은 놀랐다.

그가 예상한 것보다도 검마의 힘이 더욱 강했으니 말이다.

“나에게 머리를 조아려…….”

“듣기 싫구나.”

서걱. 촤아아아악!

마지막으로 마존의 머리가 간단하게 잘려 나갔다.

그리고 다시금 검집에 검을 집어넣고 뒤돌아서는 검마.

지금 주변의 모든 이는 침묵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강함.

천마신교가 왜 강한지, 검마가 왜 강한지 알 수 있는 대결이었다.

“이것으로 모든 싸움을 끝내겠다!”

천살교가 싸움의 끝을 알려 왔다.

어찌저찌 비등하게 싸운 것 같지만, 결론은 천살교의 완패였다.

천살교의 편으로 건너갔던 문파들은 이 사태에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무림에 공적으로 찍혀, 멸문을 당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제 진짜 천살교의 축제를 시작하겠다!”

또 다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진짜 천살교의 축제?

사람들은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안녕하십니까. 천살교의 혈주인 제석종이라 합니다.”

그때 천살교가 머무르던 상석에 앉아 있던 제석종이 몸을 일으키며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살교를 이끄는 수장을 알지 못하였는데, 지금에서야 알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제석종의 옆에 앉아있는 무인들 중 한 사람이 혈주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젊은 제석종이 혈주라는 것에 놀랐다.

“오늘의 대전은 정말 얻은 게 많은 아주 좋은 대전이었습니다.”

“……???”

사람들은 제석종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완패를 하였는데, 얻은 것이 많은 좋은 대전이라니?

여기서 천살교가 얻은 것은 부정적인 것들뿐이었다.

“이제부터 진짜 축제를 시작할 테니, 모두들 살아남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모두들 살아남기를 기원한다?

사람들이 이 말의 뜻을 알아내기 위해 생각하기도 전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미세한 진동이 사방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진동과 함께 순간 몸의 기혈들이 뒤틀려가고 있었다.

무인들은 급하게 내공을 끌어올렸는데, 내공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산공독을 먹은 것처럼 내공이 흩어져 버린 것이다.

“커헉!”

내공이 흩어진 상황에서 기혈이 뒤틀리는 것을 막지 못하니 피를 토하며 하나둘씩 쓰러져 나갔다.

“모두들 저희를 따라오십시오!”

그때였다.

곽휘운의 목소리가 주변에 퍼지기 시작했다.

*   *   *

곽휘운은 제석종이 모습을 나타냄과 동시에 일이 시작될 것을 느끼고, 곧바로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일러주었다.

“준비들 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바로 시작될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진법이 발동이 되는 것이 느껴졌다.

곽휘운 조차도 순간 내공이 흩어질 정도의 위력.

역시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진법이었다.

[험험. 본좌가 만들고도 조금 과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천홍도 스스로 인정할 정도인 살선신마진의 위력.

그래서 더욱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모두들 단약을 드십시오.”

“네.”

꿀꺽.

곽휘운을 제외한 제갈세가의 인물들과 위하윤, 주연희, 백리화는 단약을 입에 넣었다.

곽휘운이 오늘을 위해 준비한 단약이었다.

내공을 증진시켜 주는 단약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내공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단약.

단약을 먹은 이들은 재빨리 움직이며, 일정한 길로 사람들을 이끌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곽휘운이 먼저 움직여 진석을 파괴한 이유.

그것은 진법의 파훼가 아니라, 진법을 벗어날 수 있는 생문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사람들은 지금 곽휘운이 확보한 생문으로 도망치고 있는 길이었다.

척. 척. 척. 척.

그때 생문으로 흩어져 움직이던 사람들의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인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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