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69화 (169/203)

<휘운객잔 169화>

“저는 괜찮습니다.”

다가오는 이들을 손을 들어 저지하는 위강천.

위강천은 이곳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정도 상처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흐읍?’

그런데 상처가 난 부분에서 갑자기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얼른 몸을 살펴보니, 독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

‘시독(尸毒)이군.’

시독(尸毒).

본래 죽은 시체에서 나오는 독으로, 보통 강시가 가지고 있는 독이었다.

하지만 천존은 분명 강시는 아니었다.

그런데 천존의 몸이 폭발해 나온 뼛조각에 당하자 시독이 퍼져 나왔다.

그렇다면 특수한 약물을 꾸준히 섭취해 온 듯한 모양이었다.

사아아아아악.

위강천은 곧바로 몸 안에 퍼져나가는 시독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독 자체가 강력한 듯 쉽사리 몰아내지지 않았다.

[제가 도움 좀 드리겠습니다.]

그때 위강천에게 곽휘운의 전음이 들려왔다.

완전히 물러나지 않고 있는 무림맹 측 사람들 사이에 곽휘운이 서 있었다.

화아아아아악.

위강천의 몸에 순식간에 내공이 충만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맙다.]

위강천은 곽휘운에게는 예를 차리는 말투를 하지는 않았다.

정말로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편하게 말을 하는 위강천이었다.

곽휘운은 위강천에게 확실히 자신의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충만하게 차오르는 내공을 이용해서 위강천은 독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푸확.

위강천이 입으로 시커먼 독을 한 움큼이나 뱉어내었다.

딱 보아도 보통의 양이 넘어서는 독의 양.

치이이이익.

거기에 더해서 뱉어낸 독이 있던 자리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독의 위력을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후우.”

속이 편해진 위강천은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그래. 너도 조심해라. 그리고 우리 하윤이 잘 부탁한다.]

[하하. 털끝 하나 다치시지 않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전음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 곽휘운과 위강천.

자리로 돌아간 곽휘운은 아직까지 진정이 되지 않고 있는 위하윤의 손을 잡아 주었다.

스으으으윽.

그리고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위하윤은 손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럽고 따뜻한 기운에 조금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것을 느꼈다.

“고마워. 휘운.”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응. 알았어.”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눈앞에서 아버지인 위강천이 상처를 입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위하윤은 곽휘운의 말에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통 속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마존과 검마가 싸우겠다!”

그리고 조금 전의 열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바로 마지막 싸움을 알려 왔다.

천살교 측의 마존이라는 자와 천마신교 측의 검마가 맞붙는 대결.

검마는 무림에 있는 검을 잡은 무인이라면 모두가 경외하는 존재.

무공의 경지가 천무제 위강천보다도 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

그야말로 현 무림의 최강자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사람이었다.

때문에 정파의 무인들도 지금 이 대결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존이라……. 재미있는 이름이군.”

갑자기 비무대 위에 홀연히 나타난 검마.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서 있었다.

자신의 검을 살짝 건드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검마.

스스로를 마존이라 칭하는 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천마신교의 무인들도 스스로를 마존이라 칭하지는 않는다.

천마를 경외하는 마음에 말이다.

그런데 지금 스스로를 마존이라고 칭하는 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천살교에서 말이다.

“마교의 떨거지라면 나에게 머리를 조아려라.”

허공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위를 올려보니 한 인영이 아주 천천히 허공을 걸어서 내려오고 있었다.

온 몸을 검은 천으로 둘러싸고 있는 인영.

보이는 것이라고는 형형하게 빛나는 두 눈뿐이었다.

“허어…….”

사람들은 그 모습에 꽤 놀랐다.

허공을 걷는다는 허공답보의 경지마저 아무나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인데, 그 허공답보를 저렇게 천천히 운용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경지였다.

아주 천천히 비무대 위에 내려오는 인영.

그가 바로 천혈오존 중 한 명인 마존이었다.

“머리를 조아리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이는구나.”

검마는 자신의 앞에 선 마존을 짧게 평했다.

지금 검마가 가늠해 보기에는 마존은 분명 부족했다.

“불경한 놈이구나. 머리를 조아리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마치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마존.

목소리에도 내공이 실려 있는 듯했다.

“자. 그럼 한번 죽여 보거라.”

검마는 검조차 뽑지 않은 상태로 마존을 도발했다.

촤라라라라락. 촤라라라라락.

마존의 양손에서 쇠사슬같은 것이 풀려나왔다.

유성추(流星錘).

분명 무림에서 보기 힘든 기형병기였다.

“단죄의 시간이다.”

촤아아아아악!

순식간에 허공을 격하면서 날아드는 마존의 유성추.

두 개의 유성추가 유려하게 움직이며 검마를 압박해 왔다.

마치 살아있는 두 마리의 뱀이 움직이는 것 같이 보였다.

텅. 텅.

검마의 근처에 다가왔던 두 개의 유성추가 갑자기 무언가에 부딪친 듯 튕겨져 올랐다.

자세히 보니 검마의 손가락이 앞으로 뻗어 나와져 있었다.

지공(指功).

검마는 지금 검도 아니고, 지공으로 마존의 유성추를 튕겨 낸 것이었다.

“가볍구나.”

“건방을 떨지 마라.”

촤아악!

힘없이 튕겨져 나간 것 같던 유성추가 갑자기 벼락같이 움직이며 다시금 검마에게 쇄도했다.

거기에 더해서 이번에는 담겨져 있는 기운도 차원이 달랐다.

유성추에 둘러져 있는 검은 기운.

그것이 내뿜는 기운은 마치 천마신공의 기운과도 비슷했다.

“그런 거군.”

검마는 한눈에 마존의 무공을 간파했다.

천마신공을 이용해 만들어 낸 새로운 무공인 듯싶었다.

‘이것으로 나를 이기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대장로는 분명 자신에게 천마신공이 통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런 그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자신에게 천마신공을 익힌 자를 상대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대장로는 그렇게 멍청한 자가 아니니 말이다.

검마는 다시금 지공을 유성추를 향해 쏘아 보냈다.

스윽. 스윽.

그런데 이번에는 검마의 지공이 유성추를 맞추지 못했다.

물흐르듯 지공을 비껴 나간 뒤 계속해서 검마에게 쇄도하는 유성추.

“호오. 재미있는 무공이구나.”

검마가 움직이는 유성추를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상대가 유성추를 유려하게 움직였다? 그것도 아니었다.

분명 검마의 지공은 유성추에 닿았다.

그런데 그 순간 마치 기름에라도 닿은 듯 지공이 미끄러져서 빗겨나갔다.

검마도 처음 보는 아주 재미있는 모습이었다.

쐐애애애액.

그 사링 검마의 코앞에 도착한 유성추.

“그렇다면…….”

검마는 이번에는 손바닥을 앞으로 뻗어 내었다.

지공이 비껴나간다면 장법은 어떠할지 실험해 보기 위함이었다.

팡! 팡!

이번에는 분명 제대로 유성추에 장법이 적중했다.

그런데 유성추는 장법의 기운을 그대로 넘기며 줄지 않은 기세로 검마에게 쇄도했다.

“인정을 해 줘야겠군.”

스릉.

서걱. 서걱.

검마의 검이 뽑혀 나오고, 그와 동시에 검마에게 쇄도했던 유성추가 그대로 잘려나갔다.

쿵. 쿵.

바닥에 떨어지는 유성추의 추 부분.

너무나도 깔끔하고 쉽게 잘려 나가 버린 유성추.

이 모습에 마존이라는 자가 놀란 듯 두 눈이 조금 커지는 것이 보였다.

“장난은 이쯤 하도록 하자꾸나.”

지공과 장법은 검마의 입자에서는 그저 장난과도 같은 것이었다.

검마는 이제 볼 것은 다 보았으니, 이쯤에서 대결을 끝내기로 하였다.

“불경하다! 불경하다! 불경하다!”

갑자기 소리를 치는 마존.

그러더니 그가 몸에 둘러싼 검은 천을 벗어던져 버렸다.

휘리리릭.

바람을 타고 날아간 검은 천.

그리고 드러난 마존의 모습에 사람들은 모두 침음성을 삼켰다.

“흐음…….”

“허어…….”

도저히 사람의 몰골로는 볼 수 없는 마존의 모습.

얼굴은 두 눈 빼고는 모두 뒤틀려 있었고, 피부는 모두 곪아 터진 것 같았다.

두 눈을 뜨고 보기에도 고통스러운 모습.

“마인 제작에 실패한 자였군 그래.”

검마는 마존의 모습을 보고 곧바로 마인이 되려다 실패한 자라는 것을 알았다.

마존은 원래 천마신교 출신의 사람이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천마신교에서 자행했던 실험인 ‘마인(魔人)’ 제작 실험의 실험대상이 되었었다.

마인(魔人)은 천마신교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강제로 무공을 주입시켜 태어날 때부터 강력한 마인으로 만든다는 취지의 실험이었다.

하지만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강제로 무공과 내공을 주입시켰지만, 아직 어린 몸이 마기를 견디지 못하였고, 온몸의 혈이 뒤틀리거나 몸이 녹아내리는 등 부작용이 너무나 컸다.

그래서 실험은 곧바로 중단이 되었다.

그때 살아남은 아이가 없다고 검마는 알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한 명 있었던 듯싶었다.

‘그때 실험을 자행한 자가 독마이니, 숨길 수 있었겠군.’

독마, 아니 지금 천살교의 대장로가 강력하게 주장해서 시작한 실험이 바로 마인 제작 실험이었다.

그러니 실험자체의 결과와 모든 것을 그가 마음대로 조종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래도 천마신공을 주입해 놓다니, 신기하군.’

보통의 마공도 아니고, 무려 천마신공을 주입해 마인을 만들었다는 것은 꽤 놀라웠다.

‘아니, 어쩌면 천마신공이나 살았을 수도 있겠구나.’

천마신공은 보통의 순리를 벗어난 절세의 신공.

그런 천마신공이 몸에 들어감으로 인해 천마신공이 몸을 보호하려는 공능이 발동이 되어 살아남은 듯싶었다.

“마교의 떨거지라면, 이 힘 앞에 무릎을 꿇거라.”

마존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공을 익힌 무인이라면 절로 무릎을 꿇게 만드는 천마신공의 기운.

하지만 검마는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그런 반쪽짜리 천마신공으로는 내 머리카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게다.”

화아아악!

검마의 몸에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이 거대한 기운이 마존이 내뿜은 기운을 그대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천살교라는 떨거지들이 자꾸 본교를 더럽히니 정말 짜증이 나는구나.”

검마는 조금 인상을 쓰며, 천천히 마존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검마는 꽤나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