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68화>
휘우우우우웅.
한 번의 강렬한 충돌 후에 비무대 중앙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며 흙먼지가 흩어졌다.
카가가가각.
여전히 검을 맞댄 채로 힘 싸움을 하고 있는 천존과 위강천.
극강과 극강의 대결.
팽팽한 싸움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위강천이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크그극. 크극. 크그그극.
위강천은 비무대에 두 다리를 굳건히 박고 버티려고 했지만, 힘에서 조금씩 밀리는 것을 느꼈다.
‘흠.’
위강천은 확실히 천존이 자신보다 힘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카앙!
위강천은 천존의 검을 쳐 낸 후에 조금 멀찍이 물러섰다.
천존도 계속해서 따라붙지는 않았다.
조금 떨어져서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 있는 천존.
천존은 이 한 번의 격돌로 자신의 힘이 우위에 있음을 느꼈다.
‘내가 손쉽게 이기겠군.’
천존은 자신이 만들어 낸 천존살황검이 제대로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승리는 손쉬울 듯싶었다.
“다시 가겠습니다.”
완전히 기세를 탄 듯한 천존.
천존은 곧바로 다시금 위강천에게 달려들었다.
캉!! 카아앙!! 카캉!! 카아아앙!!
천존의 검과 위강천의 검이 부딪칠 때마다 강렬한 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때마다 위강천의 신형이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누가 보아도 위강천이 밀리고 있는 상황.
다만, 밀리고 있는 위강천이지만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마치 천존의 역량을 재어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 여유로운 표정. 당장에 부숴 드리겠습니다!”
천존은 자신의 예상대로 위강천의 표정이 일그러지지 않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저 여유로운 표정을 어떻게 해서든 부수고 싶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천존의 기세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그의 몸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혈라화.
물론 검존이 보여 주었던 혈라화는 조금 달랐다.
피부는 별로 붉어지지 않았지만, 두 눈은 더욱더 붉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더해서 천존의 몸에서 붉은 혈기(血氣)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쾅!
갑자기 폭발적으로 강해진 천존.
이제는 신형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엄청난 위력의 검격을 계속해서 날려 대었다.
위강천은 여전히 막기에 급급한 모습.
- 천존살황검(天尊殺皇劍). 오의. 압살(壓殺).
천존의 검에 무섭게 혈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그대로 위강천을 찍어 누르듯 내려쳐 왔다.
보는 이들의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의 거대한 검격.
이대로라면 위강천이 위험해 보였다.
“안 돼!”
가만히 지켜보던 위하윤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녀가 보기에 지금 아버지인 위강천이 너무나 위험해 보였으니 말이다.
“하윤 소저. 괜찮습니다. 맹주님을 믿어 보십시오.”
곽휘운은 그런 위하윤을 진정시켜 주었다.
위하윤은 뭐라 하려다가, 곽휘운의 눈을 보고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곽휘운의 눈을 보자 자신이 너무 믿음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인 위강천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 줄 알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믿음에 화답하듯 위강천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일격입니다.”
위강천의 검이 위로 뻗어 오르며, 새하얀 빛 무리가 터져 나왔다.
- 천무제황검(天武帝皇劍). 오의. 제황주천(帝皇周天).
빛 무리들이 천존의 혈기를 감싸더니 그대로 거대한 혈기를 없애버렸다.
경외감이 들 정도의 압도적인 강함.
모든 사람들이 위강천의 무공을 보고 입을 살짝 벌릴 정도였다.
“자. 이제 제대로 해 봅시다.”
여유롭게 검을 들고 말을 하는 위강천.
그 모습은 정말, 정도 무림을 이끄는 무림맹주라고 할 수 있었다.
“하윤 소저는 조금 더 맹주님을 믿으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미안해.”
“하하. 미안하실 것은 없습니다.”
곽휘운은 위하윤을 더 안심시키며 다시금 천존과 위강천의 대결에 집중했다.
위강천이 일 수를 막아 냈지만, 아직 천존도 모든 실력을 발휘한 것은 아닐 터다.
싸움은 이제 시작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쭐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천존은 자신의 무공을 막은 위강천의 무공에 놀랐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였다.
위강천에게 만큼은 작은 것 하나도 지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쿠득. 쿠드득. 쿠드드드득. 쿠득.
천존의 몸이 다시 한 번 더 변화를 시작했다.
혈기는 더욱 더 폭발적으로 강해졌고, 몸도 혈관들이 무차별적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서 근육들도 마치 터질 듯 팽창했다.
스팟.
변화를 끝마친 천존이 움직였는데, 그 움직임을 제대로 본 이가 이곳에 몇 없을 정도로 빨랐다.
쾅! 쾅! 쾅! 쾅! 쾅!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위강천을 계속해서 몰아치는 천존의 공격.
그전에 표정 변화 없이 막아 내던 위강천도 이번에는 조금 인상을 썼다.
저릿. 저릿.
검을 쥔 손이 저려올 정도로 강렬한 천존의 공격.
그리고 이 계속된 검격의 끝은 예의 그 거대한 검격이었다.
조금 전에 펼친 것은 장난이었다는 듯, 이번 검격은 차원이 달랐다.
크기도 위력도 말이다.
“이번에도 막아봐라!!!”
천존은 위강천과 비슷한 말투마저 버리고, 소리를 지르며 위강천에게 검격을 내리쳤다.
그의 각오가 보이는 일격이었다.
“그럼. 막아 드리겠습니다.”
슈콰아아아아악!
이번에는 위강천의 검에서도 엄청난 기운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빛 무리도 터져 나왔다.
카가가가가가각.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천존의 검격과 위강천의 검격이 서로 맹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방 우위는 결정되어졌다.
위강천의 빛 무리를 닮은 검격이 천존의 검격을 또 다시 없애버렸다.
천존의 거대한 검격을 없애고 나서도 힘이 남은 위강천의 검격이 천존을 향해 쇄도했다.
콰가가가강!
위강천의 검격을 막은 천존은 자신의 검을 타고 전해지는 힘에 뜨악했다.
자칫 방심했으면 검을 놓칠 정도의 힘.
‘내가 힘에서는 넘어섰다고 장담했거늘!’
분명 위강천의 천무제황검보다 자신이 창안한 천존살황검이 더 극강의 무공이다.
그런데 자신이 힘에서 밀리고 있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내공의 힘에서 밀린다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
내공의 힘이 밀리는 것은 정말 말도 되지 않았다.
대장로가 제공해준 단약으로 쌓은 내공은 보통 상식의 궤를 벗어난 양이다.
평범한 무인이 쌓는다면 몇 대를 거쳐도 쌓기 힘들 정도의 내공.
거기에 더해서 그 안에 함축된 혈기는 보통 내공보다 훨씬 큰 힘을 내게 해 준다.
‘우리의 측정이 틀렸다는 것인가?’
천살교가 무림에서 암암리에 행하던 것이 바로 무림인들의 힘 측정이었다.
그렇게 측정된 힘은 분명 꽤 정확했다.
천혈오존이 당당하게 도전을 한 것도 이 측정에 의한 것이었다.
검존과 도마의 싸움은 측정을 크게 벗어났지만, 도마에 대한 정보는 애초에 얼마 없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그리고 앞의 두 싸움은 한 끗 차이의 치열한 싸움.
그 정도는 충분히 오차 범위 내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지금 나름 정확히 측정했다고 생각했던 위강천의 힘이 측정을 한참 웃돌았다.
그것은 측정이 틀렸다는 것이었다.
“자. 이번에는 제가 움직이겠습니다.”
탓.
힘 있게 달려드는 위강천.
그는 발걸음에도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
연신 밝게 빛이 나는 위강천의 검.
깡! 깡! 깡! 깡! 까아앙!!
천존이 보여 주었던 것처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위강천의 공격.
천존은 힘으로 맞서 나갔는데, 위강천의 검을 막을 때마다 몇 걸음씩 계속 뒤로 밀려났다.
“크윽.”
팽팽해진 근육으로도 버티지 못하는 천존.
천존은 지금 자신의 검에 조금씩 금이 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계속해서 검을 맞부딪친다면 검이 부셔질지도 몰랐다.
절대로 그럴 수는 없었다.
“흐아아아압!!”
천존은 기합성을 내뱉으며 있는 대로 힘을 끌어올렸다.
더욱더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근육.
콰아아아아아아아!
- 천존살황검(天尊殺皇劍). 극의. 멸살(滅殺).
온 천지를 뒤덮을 정도로 수많은 검격이 천존의 검에서 뿜어져 나왔다.
일일이 막을 수 없을 정도의 검격.
- 천무제황검(天武帝皇劍). 오의. 제황군림(帝皇君臨).
위강천의 검이 움직였고, 위강천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무리가 순간적으로 온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쿠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빛 무리가 지나간 곳의 모든 것이 그대로 힘에 짓눌려 바닥에 쳐 박혔다.
모든 것에는 당연히 천존이 뿜어낸 검격도 있었다.
깔끔하게 사라진 천존의 검격.
그리고 천존 또한 무사하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박고 있었다.
“이제 끝이 났습니다.”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인 위강천.
그에 반해 천존은 검마저 부서져 있는 처참한 몰골.
이 대결의 끝은 결국 압도적인 위강천의 승리였다.
“자비는 없습니다.”
“크크크크크크!! 같이 죽자!!!”
쿠드드드득. 쿠드드득. 펑!!
위강천이 천존의 목숨을 끊으려 다가간 그때.
천존의 웃음과 동시에 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부풀어 오르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위강천이 어찌할 준비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
지근거리에서 폭발해 버린 천존의 몸은 그야말로 엄청난 위력을 보여 주었다.
퍼벅. 퍼버버버버버벅. 퍼버벅.
비무대의 사방에 틀어박히는 천존의 뼛조각과 살점.
천존의 혈기를 머금은 뼛조각과 살점은 하나, 하나가 절세의 암기와도 같았다.
“흡.”
결국 완전히 지근거리에 있었던 위강천은 모든 것을 피해낼 수 없었다.
위강천의 몸에 박힌 두 개의 뼛조각.
깊숙이 파고 들어오는 뼛조각에 위강천은 침음성을 흘렸다.
극성으로 두른 호신강기마저 뚫고 들어오는 위력.
분명 보통의 무공은 아니었다.
그렇게 위강천이 고통을 참아 내며 이것이 도대체 무슨 무공일까 고민할 때였다.
‘음. 제대로 발동 되는군.’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대장로가 천존의 몸이 폭발한 것을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였다.
천존의 몸이 터진 것은 혈마폭천공(血魔爆天功)을 대장로가 개량해 만들어 낸 ‘천살폭뢰공(天殺爆雷功)’으로 인한 것이었다.
활강시만 익힐 수 있던 것을 바꾸고, 더욱더 빠르고 강하게 몸을 터트릴 수 있게 만든 무공.
천혈오존 중 유일하게 천존만이 익힌 무공이었다.
천존은 혹여 자신이 지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위강천을 데리고 가기위해 익힌 것이었다.
천존은 자신의 패배를 직감하자마자 이 천살폭뢰공을 발동시킨 것이고, 위력은 대장로가 생각했던 대로의 위력이었다.
뚝. 뚝. 뚝.
위강천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다량의 피.
“아버지!”
“맹주님!”
이 모습을 보고 무림맹 측 무인들과 위하윤, 그리고 곽휘운이 빠르게 위강천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