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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67화 (167/203)

<휘운객잔 167화>

“도마님은 무난하게 이기셨나보군.”

진석을 파괴하러 돌아다니던 곽휘운이 다시금 연무장으로 돌아왔다.

곽휘운이 돌아왔을 때는 도마가 비무대를 벗어나고 있을 때.

곽휘운은 그 모습을 보고 도마가 무난하게 승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작은 상처조차 없다니.’

천마신교 서열 2위 도마.

도마는 권마와 확실한 실력차이를 보여 주며, 왜 자신이 2위인지를 증명해 주었다.

물론 생각 이상으로 권마와 도마가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의아했다.

분명 무언가 연유가 있을 것이다.

도마가 힘을 숨겼었던지, 아니면 권마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지 말이다.

“괜찮으세요?”

백리화가 슬쩍 곽휘운의 옆에 다가와 괜찮은지 살피며 물었다.

혼자 진석을 파괴하러 움직이다가,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물론 쉽게 다칠 곽휘운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응. 괜찮아.”

곽휘운은 자신을 걱정하는 백리화에게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여 주었다.

누군가 이렇게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보다 다들 중천이 알려 준 거 잘 기억하고 계시죠?”

곽휘운은 백리화는 물론 어느새 주변에 다가온 주연희와 위하윤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이곳에 오기 전 제갈중천은 세 여인에게 따로 맡아야할 임무를 주었다.

절대로 잊지 말아야하는 중요한 임무.

그래서 곽휘운은 혹시나 해서 다시 한 번 더 물은 것이다.

“응.”

“물론이죠.”

“네. 기억하고 있어요.”

다들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곽휘운은 그 모습에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뭔가 이런 소소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군.’

저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잃고 싶지 않았다.

곽휘운은 속으로 또 다시 마음을 한번 굳게 잡았다.

“네 번째는 천존과 천무제가 싸우겠다!”

그때 또 다시 다음의 대결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 대결은 앞선 대결보다도 더욱 더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이 되어졌다.

그 이유는 바로 천무제 위강천 때문이었다.

정도 제일의 고수이자, 무림맹을 이끄는 무림맹주.

그의 어깨에 무림맹 전체의 무게가 얹혀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읏. 탓.

아주 가볍게 비무대 위에 올라서는 위강천.

위강천이 비무대에 오르자 묵직한 존재감이 주변을 장악했다.

딱히 기운을 내뿜는 것이 아니지만, 그저 존재감만으로도 모두를 압박하는 위강천.

과연 천무제라고 불릴 만한 모습이었다.

스읏. 탓.

그때 위강천의 반대편에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위강천과 마찬가지로 아주 가볍게 나타난 인영.

얼굴은 중년의 모습이었지만, 머리카락과 수염은 모두 새하얗게 샌 인물.

그가 바로 천혈오존 중 천존(天尊)이었다.

천존이 나타나자 위강천의 존재감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위강천의 존재감을 지울 만큼의 존재감을 내뿜는 천존.

“안녕하십니까. 저는 천존이라고 합니다. 천무제님과 대련을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위강천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천존.

앞서 나왔던 천혈오존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위강천이라 합니다.”

위강천도 천존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런데 위강천은 천존의 모습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분명 아주 오래되어 흐릿한 기억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예전에 본 적이 있습니까?”

위강천은 천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하하하. 그래도 나 같은 것도 기억에 있으셨나 봅니다.”

호탕하게 웃음을 치며 말하는 천존.

그리고 그의 몸에서 아주 진득한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강사문을 기억하십니까?”

“!!”

위강천은 강사문(强邪門)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눈이 커졌다.

그렇다 분명 강사문은 위강천의 기억에 있는 곳이었다.

오래전 자신의 손으로 멸문을 시킨 곳이니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 기억났습니다. 강사문 문주의 아들.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 * *

위강천이 무림맹주가 되고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바로 중원 각지에 흩어져 암행하고 있는 사파(邪派)를 뿌리 뽑는 것이었다.

위강천은 이 일에 가장 앞장서서 일을 행했는데, 위강천이 혈혈단신 홀로 쳐들어가 멸문시킨 문파중 하나가 바로 강사문이었다.

강사문은 나름 무림에서 이름을 날리는 거대한 사파였다.

웬만한 문파들은 건들지 못할 만큼 거대한 힘에 그들은 마치 왕처럼 군림하며, 주변의 모든 것을 수탈하였다.

때문에 그들은 그만큼 악명도 자자했다.

그래서 위강천은 제일 첫 번째 목표로 강사문을 잡고 움직인 것이다.

‘무인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시기 바랍니다.’

위강천은 불필요한 살생은 최대한 피하기 위해 무기를 버린 이들은 죽이지 않기로 하였다.

물론 혼자 쳐들어온 위강천을 보고 아무도 무기를 버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욱 기세가 끓어올라 위강천을 죽이기 위해 사정없이 달려들었다.

‘후.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위강천은 불필요한 살생은 하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살생을 하지 않을 사람은 아니었다.

위강천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강사문 무인들의 목이 달아났다.

압도적인 강함.

거칠 것 없이 달려들던 강사문 무인들도 이 모습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왜들 그러십니까? 어서들 오십시오. 기회는 이미 지났으니 말입니다.’

위강천은 그들에게 분명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 기회를 걷어찬 이상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여기서 이들을 살려줘 봐야 분명 이들은 또 다른 사파가 되어 활개를 칠 테니 말이다.

‘죽어라!!!!!’

결국 자신들이 살기위해서는 위강천을 죽여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은 강사문 무인들은 다시금 위강천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놈! 내 칼을 받아라!’

그때 강사문의 문주가 직접 검을 들고 나타났다.

본래 도망을 치려던 그였지만, 이미 주변이 무림맹 무인들로 포위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다시금 돌아왔다.

여기서 위강천을 죽이는 것이 오히려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으니 말이다.

물론 결과는 너무나도 뻔했다.

서걱.

단 일 검에 목이 떨어진 강사문 문주.

그렇게 무림에서 악명을 떨치던 강사문이 결국 멸문해 버렸다.

일을 끝마친 위강천이 몸을 돌리려고 할 때.

타다다다다닥.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위강천은 몸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소년.

그 아이는 쓰러진 강사문 문주를 앉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 이 나쁜 놈!’

다짜고짜 위강천에게 달려드는 소년.

위강천은 그 소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슬쩍 손으로 쳐서 멀찍이 밀어냈다.

‘죽이지는 않겠습니다.’

위강천은 소년은 죽이지 않기로 하였다.

일반인과 아직 어린 이들은 손을 대지 않기로 하였으니 말이다.

‘내가 반드시 널 죽일 거다! 반드시!’

‘마음대로 하시길.’

그대로 위강천은 강사문을 빠져나갔고, 그날부로 강사문은 멸문했다.

* * *

천존은 오늘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몰랐다.

자신에게 손을 내민 대장로의 손을 잡고, 오직 이날만을 곱씹으며 참아왔다.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과 동굴에 있을 때도, 동굴을 빠져나와 대장로에게 인정을 받았을 때도, 오로지 자신의 머릿속에는 위강천에 대한 증오만 가득 차있었다.

‘드디어 내 한을 푼다.’

천존은 지금 손이 간지러워 참을 수 없었다.

얼른 위강천의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싶었다.

그리고 저 정중한 듯 가식적인 말을 내뱉는 혓바닥을 잘라 버리고 싶었다.

“정말 강해지셨습니다.”

“물론입니다. 이날을 위해 어떤 고통도 참아왔으니 말입니다.”

사아아아아아아!

천존의 몸에서 질식할 듯한 살기가 터져 나왔다.

살기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의형살인(意形殺人)의 경지.

천존은 그 경지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날 저를 살려 둔 것을 오늘 후회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제 선택을 그 어느 것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스릉.

위강천이 검을 뽑아 들었다.

위강천의 검과 함께 주변을 장악하는 거대한 기운이 일어났다.

천존의 살기를 가볍게 밀어내는 위강천의 기운.

‘천무제황검(天武帝皇劍).’

천무제라는 그의 별호를 만들어준 그의 독문무공.

극강의 힘을 보여주는 천무제황검은 무림의 그 어떤 무공에도 꺾이지 않는 무공이었다.

“크크크크. 크하하하하.”

위강천의 천무제황검으로 보자 미친 듯이 웃음을 흘리는 천존.

그는 지금 자신이 저 천무제황검을 깨부술 생각에 너무나도 즐거웠다.

스르릉.

청아한 소리를 내며 뽑혀 나오는 천존의 검.

그리고 천존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함께 뿜어져 나왔다.

마치 위강천의 천무제황검과도 비슷한 기운.

‘천존살황검(天尊殺皇劍).’

천존이 직접 위강천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낸 무공.

천존은 천무제황검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극강의 무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초극강(超極强)의 무공.

천존은 이 무공을 완성하기 위해 대장로에게 많은 요구를 하였고, 대장로는 그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다.

그렇게 탄생한 무공이 바로 천존살황검이었다.

극강을 뛰어 넘은 초극강의 무공.

이것이라면 분명 천무제황검을 부술 수 있었다.

“오늘 당신은 이곳에서 죽을 겁니다.”

“아직 손자를 보지 못하였는데, 죽을 수는 없습니다.”

위강천은 천존의 모습에 여전히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았다.

지나칠 정도로 차분한 모습의 위강천.

천존은 그 모습에 살짝 인상을 썼다.

자신이 원하던 위강천의 표정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뭐, 이제 곧 일그러트려 주지.’

천존은 저 평온한 위강천의 표정을 일그러트리기 위해 먼저 움직였다.

탓.

일체의 사전 동작 없이 움직이는 천존.

순식간에 위강천의 코앞에 도착한 천존의 검이 그대로 뻗어 나왔다.

콰아아아아악.

천존의 검이 움직이자 마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이 보였다.

극강의 힘에 의해 공간이 휘어 보이는 것이었다.

휘이이익.

이 천존의 공격을 막기 위해 위강천도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천존은 이 일격을 위강천이 쉽게 막지 못할 것이라 장담했다.

그만큼의 힘을 담은 일격이었으니 말이다.

콰아아앙!!!

그렇게 위강천의 검과 천존의 검이 서로 부딪치자,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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