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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64화 (164/203)

<휘운객잔 164화>

서로를 향해 검과 도를 겨눈 상태로 가만히 있는 설무룡과 무존.

가만히 시간을 끄는 것 같아 보여도, 지금 서로의 틈을 찾기 위해 치열한 싸움 중이었다.

아주 작은 틈이 보이는 순간, 그 틈을 향해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쿵.

그때 어디선가 강렬한 진각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누군가 일부러 낸 듯한 소리.

이 소리에 설무룡과 무존이 동시에 움직였다.

무존의 도가 엄청난 기세로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휙. 카카캉! 키이익!

설무룡은 직접 부딪칠 생각은 하지 않고, 몸을 틀어 피하거나 검으로 슬쩍 흘려 내었다.

무존이 휘두르는 도의 힘을 알기 때문이었다.

‘부딪치면 귀찮아지겠지.’

귀찮아지는 것 정도가 아니라, 아마 검이 부셔질지도 몰랐다.

확실히 조금 전 창과 도끼는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도를 피해내던 설무룡이 틈을 찾아내어 검을 뻗었다.

- 암흑무신검(暗黑武神劍). 극의. 무신참(武神斬).

검은 강기가 엄청난 크기로 터져 나오며 무존을 향해 쇄도했다.

무존이 급히 강기를 뿜어내어 설무룡의 공격을 막으려 하였지만, 무존이 날린 강기들은 오히려 검은 강기에 흡수를 당하며 오히려 크기만 더욱 키워 주는 꼴이 되었다.

보통의 강기는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은 무존.

무존의 도에서 지금과는 다른 금빛 강기가 터져 나왔다.

- 제황징벌도(帝皇懲罰刀). 극의. 제황치세(帝皇治世).

쿠구구구궁.

무존의 금빛 강기가 그대로 설무룡의 검은 강기를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금빛 강기마저 흡수하려는 설무룡의 검은 강기와 검은 강기를 찍어 누르려는 금빛 강기의 싸움.

막상막하의 싸움.

쾅! 슈와아아아악!

그렇게 힘 싸움을 하던 두 강기가 굉음을 내더니 허공에서 폭발했다.

흙먼지가 순간 사방으로 퍼져 멀리 날아갔다.

비무대 위에 가만히 서있는 무존과 설무룡.

“이제 그 다음 검도 한번 뽑아 봐.”

설무룡은 무존의 마지막 남은 무기인 검을 뽑으라고 재촉하였다.

도의 힘은 보았으니 이제는 검만 보면 되었다.

스릉. 착.

무존은 순순히 도를 도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검을 뽑아 들었다.

사아아아악.

주변의 공기가 일변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베일 것만 같은 날카로운 기운.

“끝을 내자.”

무존이 설무룡의 말에 순순히 검을 뽑은 것은 더 이상의 힘 낭비는 쓸데없는 일이라는 것이라 판단해서였다.

무존은 이제 확실히 설무룡을 인정했다.

설무룡은 충분히 자신이 검을 뽑을 만한 상대였다.

- 지존검(至尊劍). 오의. 지존참혼(至尊斬魂).

사아아아아악.

이번에는 검에서 터지는 금빛 강기.

그런데 이번에는 강렬한 힘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설무룡은 급하게 다시금 검은 벽을 만들어 내었다.

- 암흑무신검(暗黑武神劍). 오의. 흑신벽(黑神壁).

이대로 금빛 강기가 흑신벽에 닿는 그 순간.

원래라면 흑신벽이 금빛 강기를 흡수해야 정상이었다.

서걱.

하지만 그대로 흑신벽이 반으로 잘려 버렸다.

“이런.”

너무나도 가볍게 갈리는 흑신벽을 보며 설무룡이 급하게 몸을 틀었다.

하지만 금빛 강기가 이미 설무룡이 피할 곳의 방위를 모두 점해 버렸다.

촤아악!

설무룡의 왼 다리가 베이며, 많은 피가 터져 나왔다.

깊숙하게 베인 설무룡의 왼쪽 다리.

아마 이제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터였다.

“이제 끝이다.”

무존은 이제 이 싸움의 끝을 낼 생각이었다.

설무룡이 강한 것은 맞지만, 역시 자신의 검을 받아 내기에는 부족한 상대인가 싶었으니 말이다.

무존의 검이 순식간에 네 개로 늘어나듯이 보였다.

- 지존검(至尊劍). 극의. 지존멸세(至尊滅世).

사아아아아악.

사아아아아악.

네 개의 검이 금빛 강기를 일제히 뿜어내었고, 강기 다발이 그대로 설무룡의 사방을 감싸며 날아갔다.

도저히 설무룡이 막을 수 없어 보이는 공격.

그의 흑신벽이 이미 파훼당한 상태이니 말이다.

스릉.

그때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검을 다시금 검집에 넣는 설무룡.

이대로라면 설무룡이 그대로 죽을 것만 같았다.

화르르르르르륵.

설무룡의 주변에서 검은 강기가 마치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며, 주변을 장악해 나갔다.

그리고 그대로 설무룡의 손바닥이 뻗어 나왔다.

- 승천묵룡장(昇天墨龍掌). 오의. 희천(戱天).

검은 불꽃들은 묵색 용이 되어 사방을 휘돌며, 그대로 금빛 강기들을 먹어치웠다.

깔끔하게 사라진 무존의 금빛 강기.

“검이 진신절학이 아니었군.”

“그래.”

수많은 무공을 익히고 있는 설무룡이었지만, 그의 진신절학은 장법이었다.

그가 가장 처음 배운 무공이자, 가장 오랫동안 익힌 무공.

설무룡이 검으로 사용하는 암흑무신검(暗黑武神劍)은 이 승천묵룡장을 기반으로 만든 무공이었다.

“제대로 가자고.”

탕!

설무룡이 엄청난 속도로 무존에게 쇄도 했다.

왼 다리에 상처가 깊었지만, 그것쯤은 설무룡에게 큰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쾅! 파팡!! 팡!!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쉴 새 없이 장법을 펼치는 설무룡.

무존은 침착하게 장법을 막아 나가고 있었지만, 결국 가슴에 일 장을 허용하고 말았다.

퍽! 쿠득. 파앙!!

뼈가 부셔지는 소리와 함께, 등 뒤로 장법의 여파가 터져 나왔다.

“커헉!”

자연스럽게 무존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피가 쏟아져 나왔다.

지금의 일 장에 가슴뼈가 모조리 부셔졌다.

“커억. 커억.”

제대로 숨을 쉬기도 힘든 상태.

하지만 무존은 이를 악물고는 혈도를 짚어 강제적으로 고통을 막았다.

물론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당장은 움직일 수 있었다.

- 지존검(至尊劍). 극의. 지존멸세(至尊滅世).

무존은 있는 힘을 끌어올려 검을 움직였다.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금빛 강기.

설무룡도 그대로 있을 수는 없으니, 내공을 한계까지 끌어 올렸다.

화르르르르르르륵.

쿠르르르르릉.

- 승천묵룡장(昇天墨龍掌). 극의. 천뢰(天雷).

설무룡의 주변에서 타오르던 검은 불꽃들이 거칠게 요동치며 마치 천둥과 같은 소리를 내었다.

무존의 금빛 강기와 설무룡의 검은 불꽃이 결국 맞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아!

엄청난 기세로 밀고 미는 두 기운.

용호상박의 싸움.

그만큼 지금 이 기운을 유지하고 있는 무존과 설무룡은 밀리지 않기 위해 모든 힘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큭.”

“큽.”

둘의 입에서 동시에 피가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내상은 깊은 상태.

거기에 더해 아까 입은 상처들까지 벌어지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설무룡의 왼 다리에서 피 분수가 터져 나왔고, 순간 설무룡이 무릎을 꿇었다.

그렇다고 무존이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우드드득.

“쿠훕!”

가슴팍의 뼈가 더욱 뒤틀리기 시작했고, 코와 입에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는 없었다.

이겨서 밀리면 그대로 죽음이니 말이다.

피슉. 푸욱.

그때 아주 미약한 파공성과 함께 무존의 머리에 무언가 박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로 멈추는 무존의 신형.

그와 동시에 무존의 금빛 강기들도 모조리 사라졌다.

“후우우우.”

길게 숨을 내뱉는 설무룡.

조금 전 치열한 힘 싸움을 하던 와중 설무룡은 틈을 보고 그 사이로 지공을 날렸다.

설무룡이 익힌 무공 중에는 당연히 지공도 있었고, 오로지 힘 싸움에만 상대를 격살시키기에는 너무나도 적합한 무공이었다.

“치사한…….”

“치사하다? 칭찬 고맙네.”

아직까지 숨이 남은 무존이 눈을 부릅뜨며, 설무룡에게 치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무룡은 그런 무존에게 살짝 미소까지 보여 주었다.

비무라면 모를까, 이런 생사를 건 대결에서 치사함을 논하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이야기였다.

털썩.

결국 무존이 숨을 거두고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설무룡의 승리.

하지만 설무룡도 몸이 정상은 아니었다.

힘 싸움을 하는 도중, 지공을 쓰기 위해 무리하게 내공을 움직였기에 이미 몸 속 기혈들이 모조리 뒤틀렸다.

거기에 깊게 베인 다리에서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기에 피도 부족했다.

‘이제 제대로 걷기도 힘들겠어.’

설무룡은 왼 다리가 이제 다시 회생할 수 없음을 느꼈다.

너무 깊게 베인 상태로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런. 졸리군.”

털썩.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던 설무룡이 바닥에 쓰러졌다.

숨은 붙어있었지만, 정신을 붙잡고 있을 힘까지는 없었다.

“빨리 설무룡 장로님을 모셔라!”

무림맹의 무사들이 재빠르게 움직여 쓰러진 설무룡을 들어 옮겼다.

또 다시 무림 측의 승리로 끝난 싸움.

사람들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천살교 측에 붙은 문파들의 표정은 흙빛에 가까웠다.

‘우리가 잘못 판단한 건가.’

이대로라면 무림 측이 압도적으로 이길 듯한 기세였다.

그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천살교 측의 간부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너무나 여유롭고 평온했다.

‘그래. 분명 저들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믿기로 하였다.

아니, 그렇게 믿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   *   *

“세 번째는 검존과 도마가 싸우겠다!”

도대체 이 싸움들이 어떤 향방으로 흘러갈지 감이 오지 않는 와중, 세 번째 싸움이 시작되었다.

천살오존 중 검존과 천마신교 서열 2위의 도마의 대결.

다들 걱정이 앞서는 와중에도 이 대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화산파를 꿇려 버린 검존과 천마신교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최상위 서열에 오른 도마의 대결.

당연하게도 집중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결이었다.

“중천. 나는 이제 슬슬 움직일 테니, 너도 슬슬 준비를 해라.”

곽휘운은 이 흥미로운 대결을 보고 싶었지만,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슬쩍 움직일 준비를 하였다.

“알겠소.”

권마의 응급처치를 마친 제갈중천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어제 밤.

제갈중천이 살선신마진의 파훼도를 완성했다.

하지만 워낙에 복잡한 진법이었던 만큼, 파훼도를 만들었다고 해도 파훼가 쉽지는 않았다.

때문에 곽휘운은 먼저 미리 움직이기로 하였다.

지금 대결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어진 지금이 적기였다.

“휘운. 조심해.”

“오라버니. 조심하세요.”

“조심해. 오빠.”

“알겠습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주연희와 백리화, 위하윤을 남겨 두고, 재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지금 이 연무장에 있는 그 누구도 곽휘운이 자리에서 사라진 것을 느끼지 못했다.

바로 앞에서 곽휘운과 이야기를 하던 세 여인도 잠깐 동안 곽휘운이 사라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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