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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61화 (161/203)

<휘운객잔 161화>

천살궁에서 치러지는 첫 번째 싸움.

현장에 있는 모든 무인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정말 시작이 된 것이니 말이다.

“첫 번째는…….”

사람들은 과연 첫 번째 싸움을 시작할 무인이 누구일지를 긴장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현 무림의 흥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싸움.

당연히 첫 번째 싸움부터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패존과 권마가 싸우겠다!”

“오오오…….”

사람들 모두가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도 기대감을 드러내었다.

무인들의 본능.

현 무림에서 손꼽히는 최강자들 간의 싸움이니 기대가 되지 않을 리 없었다.

권마라면 천마신교에서도 오랫동안 최상위 서열을 지켜 온 고수.

권법에 관해서는 이미 모든 것을 통달했다고 알려진 무인이다.

그런 권마와 단 일합에 파력왕(破力王) 마군선을 죽인 패존 간의 대결.

모든 사람들의 눈이 중앙에 있는 거대한 비무대 위로 향했다.

쿵.

주변을 떨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비무대 위에 나타난 거한.

바로 천살오존 중 한 명인 패존이었다.

그는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묵직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비무대 위에 오연한 자세로 섰다.

사삭. 탓.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 너무나도 가벼운 몸놀림으로 권마가 마주 섰다.

권마도 나이에 맞지 않게 탄탄한 체구를 자랑했지만, 패존에 비하면 왜소해 보였다.

그만큼 거대한 패존의 덩치.

‘저 정도면 철마보다도 크겠어.’

정말 거대한 덩치를 자랑했던 철마지만, 패존과 비교하자면, 패존이 한 수 위의 덩치를 자랑했다.

거기에 더해서 한눈에 보아도 단단해 보이는 피부.

‘외공은 이미 극한을 넘어섰군.’

곽휘운은 패존의 외공 수준이 철마를 한참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패존의 피부에서 흐르는 기운이 이미 상식의 궤를 넘어섰으니 말이다.

아마 권마도 패존의 외공이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터였다.

패존은 자신의 기운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했으니 말이다.

몸에서 쉴 새 없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딱 죽이기 좋은 상대군.”

패존은 권마를 바라보며, 입가에 조소를 가득 머금으며 이죽거렸다.

권마쯤은 별것 아니라는 듯한 모습.

물론 그 모습에 권마는 별 신경을 쓰지는 않는 듯 했다.

“늙으면 죽어야 하는 건데, 오래 살아서 내가 이딴 꼴을 다 보는구만.”

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말을 하는 권마.

권마도 지금 앞에 있는 패존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취하며 자존심 싸움을 하는 모습.

물론 말과는 다르게 지금 서로 기운이 날이 서 있었다.

‘쉽지 않겠군.’

‘몸 성히 돌아가기는 힘들겠군 그래.’

서로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느끼고 있었다.

잠시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는 둘.

몸은 언제든지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작하라!”

그때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패존이 먼저 몸을 움직였다.

그는 지금 싸우고 싶어서 몸이 달아올라 있는 상태였다.

팡!

공기를 찢으며 날아오는 패존의 거대한 몸.

그저 날아오는 모습만으로도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할 만한 모습이었다.

“늙은이를 깔아 죽이려고 그러나. 예의가 없기는 쯧쯧.”

권마는 혀를 차면서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살짝 앞으로 주먹을 내뻗었다.

쾅!!!

이 힘없어 보이는 일권에 순간 달려들던 패존의 신형이 굉음과 함께 멈추었다.

스으으으으.

패존이 서있는 주변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가벼운 일 권처럼 보였지만, 그 위력이 평범치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반증이었다.

“드럽게 튼튼하군.”

권마는 방금 일권으로 패존의 단단함을 시험해 보았다.

그리고 주먹에서 느껴지는 반발력에 권마는 패존의 외공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을 느꼈다.

“크하하. 간지럽군.”

권마의 주먹을 정면에서 맞고도 웃음을 터트리는 패존.

그의 옷가지는 조금 찢어져 있었지만, 그의 몸에는 조금의 상흔도 없었다.

오히려 더욱 견고해진 듯 보였다.

“이제 제대로 해보자고.”

쿠우우우우우웅.

비무대 위를 찍어 누르는 엄청난 패존의 기운.

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내공으로 몸을 보호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기운에 맞서 권마도 기운을 끌어올렸다.

콰아아아아아아.

패존의 기운을 밀쳐 버리며 뿜어져 나오는 권마의 거대한 기운.

어느 한쪽으로 밀리지 않는 팽팽한 기운의 대립.

이제 제대로 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간다!”

쾅.

강력한 진각을 밟으며 또다시 튀어나가는 패존.

순식간에 권마의 면전에 다다른 패존의 주먹이 그대로 뻗어져 나왔다.

쾅!

권마가 슬쩍 고개를 틀어 패존의 주먹을 피해내었는데, 패존의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에 그대로 바닥이 터져나갔다.

“흠.”

권마는 패존의 위력을 확인한 뒤, 다시금 일권을 뻗었다.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의 일권.

퍼억!

패존은 권마의 주먹을 피할 생각도 하지 않은 듯,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었다.

꽤나 큰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패존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해서 권마를 향해 공세를 이어 나갔다.

타악. 쾅! 쾅! 타탁.

닿기만 해도 그대로 몸이 터져나갈 듯한 엄청난 공방.

권마는 슬쩍슬쩍 패존의 주먹을 쳐내고 있었고, 패존은 그대로 권마의 일권을 몸으로 버텨 내었다.

이만큼 공격을 직접 몸으로 맞았음에도 패존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아니, 오히려 더욱 기운이 강하게 날뛰고 있었다.

마치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더 힘내보라고.”

권마를 도발하는 패존.

너무나도 멀쩡한 패존의 모습.

사람들은 너무나도 멀쩡한 패존의 모습에 솔직히 놀랐다.

분명 권마의 일권은 절대로 약한 위력이 아니었다.

단 한 대만 맞아도 분명 그대로 절명할 수 있을 만한 위력.

그런데 지금 패존은 그런 공격을 그대로 몸으로 맞았으면서도 멀쩡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 늙어서 힘쓰기는 싫었는데.”

짧은 한숨과 함께 권마의 주먹에서 검푸른 강기가 피어올랐다.

일견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 주는 검푸른 강기.

“구궁파혼권(九宮破魂拳)!!!”

권마의 검푸른 강기를 보고 어떤 이가 크게 소리쳤다.

구궁파혼권(九宮破魂拳).

권마가 익히고 있는 무공이자, 무림에서도 회자되는 절세의 권공.

그 무공이 지금 눈앞에서 나타나니, 다들 눈을 부릅뜨고 권마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콰앙!!!

방금 전의 공격이 마치 애들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듯한 위력을 보여 주는 권마의 일권.

“흡!”

지금까지 권마의 공격을 몸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내던 패존의 처음으로 입에서 신음을 내뱉었다.

몸속을 전부 다 떨어 울리는 위력의 일권.

패존은 이 주먹을 계속 맞았다가는 어찌될지 모른다고 생각해 일단 뒤로 몸을 뺐다.

“어떠냐? 이제 좀 시원하지?”

“크흐흐. 그래. 이제야 몸이 좀 풀리는 것 같다.”

잠시간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며 말하는 권마와 패존.

사람들은 이 막상막하의 싸움에 조금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젊은 사람이 힘 좀 내라고.”

치이이이이이익.

권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패존의 몸에서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붉게 물들어가는 패존의 몸.

몸에서 열기를 뿜으며 붉게 물든 몸을 하고 있는 패존의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광열강혈공(洸熱鋼血功).

천살교에서 수많은 무공을 조합해 만들어 낸 무공.

엄청난 신력을 타고난 패존을 위해 만들어진 무공이었다.

몸을 강철보다 단단하게 만들고 몸에서 엄청난 열기를 내뿜어 상대를 압박해 나가는 무공인 광열강혈공은, 패존을 만나면서 천살교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력을 보여 주었다.

이 광열강혈공을 익힌 패존을 본 대장로가 ‘이 정도면 철마보다 배는 단단하겠어. 놀랍구나.’라면서 놀라워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제 죽을 준비나 해라.”

쾅.

패존이 진각을 밟는 소리.

하지만 이번에는 이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권마의 코앞에 이미 패존이 당도해 있었다.

소리가 뒤늦게 들려올 정도의 속도.

그 속도가 합쳐진 상태로 패존의 주먹이 뻗어 나왔다.

쾅! 콰카가가가가각!

권마도 반응해서 마주 주먹을 내뻗었는데, 패존의 주먹과 맞부딪치자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권마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갔다.

만약 권마가 급하게 천근추의 수법으로 땅에 발을 박아 넣지 않았다면, 그대로 비무대 밖으로 튕겨져 나갔을 정도의 위력.

권마는 크게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슬쩍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았다.

‘흠. 이것 봐라?’

겉으로 봐서는 크게 이상이 없어보였지만, 느낌을 보니 뼈에 금이 간 것이 분명했다.

단 한번 부딪쳤을 뿐인데, 뼈에 금이 가 버렸다.

평생을 수련해온 주먹이 말이다.

패존의 몸이 얼마나 단단하고, 그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뚜두두둑.

물론 이 정도쯤은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수없이 많은 싸움을 해온 권마다.

주먹에 금이 간 경험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물론 근 이십년 동안은 없었지만 말이다.

“오늘 너 곱게 죽을 생각은 말아라.”

갑자기 권마의 기운이 변하였다.

미친 듯이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하는 기운.

마치 상대를 잡아먹으려는 듯 거세게 움직이고 있었다.

* * *

“흘흘. 권마가 제대로 마음을 먹었군 그래.”

권마의 모습을 지켜보던 검마가 웃음을 흘리며 말을 하였다.

지금 권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거센 기운.

그것은 권마가 진심으로 상대를 죽이려고 할 때만 나오는 기운이었다.

어쩌면 저것이 바로 권마의 진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 아마 자네랑 싸웠을 때가 마지막이었을 걸세.”

권마가 저렇게 기운을 뿜어낸 마지막 싸움이 바로 도마와의 싸움이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천마신교의 서열을 올리던 도마를 상대하기 위해 진심을 다해 싸운 권마였다.

그 싸움 이후로 권마가 진심으로 저렇게 기운을 뿜어낸 것은 처음이었다.

싸워서 죽일만한 가치가 없는 자에게는 보여 주지 않는 모습.

지금 그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가 강한 것이라는 반증이었다.

“준비를 많이 했군 그래.”

“예. 아무래도 저희를 곁에서 많이 지켜봤을 테니 말입니다.”

검마와 도마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오연한 자세로 앉아 있는 대장로.

천마신교에서 독마의 자리에 있으면서 검마와 권마, 그리고 도마 모두와 수도 없이 싸움을 했던 자다.

그때는 그저 자신의 힘을 알아보기 위함이라고 하였는데, 지금 보니 자신들을 관찰하기 위함이었던 듯싶었다.

“그럼 우리를 얼마나 잘 관찰했나 지켜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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