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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58화 (158/203)

<휘운객잔 158화>

곽휘운은 자신의 주변을 완전히 감싸 버린 백과강기들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수많은 백과강기들은 분명 대다수가 환영일 터였다.

그런데 어느 것이 환영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었다.

‘이것 참…….’

곽휘운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

백리화는 곽휘운의 예상보다도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이걸 혼자 만들어 낸 거야?”

“혼자는 아니고요. 하윤 소저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위하윤에게 축뢰의 요체를 배웠다고는 하여도, 그것을 실제로 적용시키고 응용까지를 짧은 시간에 이루어 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그럼 위력을 한번 볼까?”

“저도 한번 시험해 봤는데, 너무 위험해서요. 조심하셔야 해요.”

백리화는 당연히 백과강기의 위력을 시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연습을 위해 날렸던 백과강기의 위력을 보고 백리화는 깜짝 놀랐다.

살짝 닿자마자 폭발을 하며 목표를 완전히 초토화 시켰으니 말이다.

“괜찮아. 전력으로 해도 돼.”

“알겠어요.”

전력으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시험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백리화는 조금 불안했지만, 곽휘운을 믿었기에 모든 실력을 발휘하기로 하였다.

- 백화환영검(白花幻影劍). 극의. 경화환영(鏡化換影).

다시금 곽휘운의 사방을 장악한 백과강기.

슈와아악.

곽휘운의 몸 주변에 휘운이 휘돌았다.

쩌저저저적.

그리고 곽휘운의 손에 나타나는 빙검.

엄청난 한기가 빙검에 흐르고 있었다.

곽휘운도 어느 정도는 진심으로 상대하기 위해 힘을 쓰는 중이었다.

“가요!”

순식간에 곽휘운을 향해 쇄도하는 수많은 백과강기.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느껴지는 기운마저 모든 것이 똑같았다.

곽휘운은 확실히 백리화의 경화환영이 훌륭한 수준에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자 그럼 나도 제대로 해 볼까.’

곽휘운은 확실하게 실력을 발휘해서 백리화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고 싶었다.

여기서 부족한 점을 알려준다면, 백리화는 금방 깨달음을 얻어 그것을 보완해 놓을 것이다.

그렇게 백리화는 계속해서 더 높은 곳을 향할 것이다.

사악.

퍼엉!

곽휘운은 확실히 백과강기의 위력을 알아보기 위해, 진짜로 추정되는 백과강기를 빙검으로 갈랐다.

빙검에 잘리자, 곧바로 터져나가는 백과강기.

곽휘운은 순간 폭발하며 터져 나오는 백과강기의 강렬한 기운에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위력이 훨씬 뛰어났으니 말이다.

‘위험하군. 위험해.’

너무나 위험한 위력의 백과강기.

곽휘운은 슬쩍 다시금 백리화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어 내었을까.’

물론 아직 조금 미흡한 것이 있다면, 아직까지 제대로 검과 어우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백과강기의 움직임이 상당히 단순하였으니 말이다.

‘검에 제대로 녹아들면, 몸 사려야겠군.’

곽휘운은 백과강기에 검의 움직임이 녹아들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거 오늘 나 죽이려고 한 거 아니야?”

“네? 그럴 리가요!”

활기차게 대답하는 백리화.

지금 백리화의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자신이 혼자 해낸 것이 곽휘운에게 인정을 받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자신감이 차오른 백리화의 움직임이 점점 더 좋아졌다.

슈와아악!

퍼펑!! 펑!!

곽휘운은 점점 더 막기 힘들게 찔러 들어오는 백과강기에 미소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이 순간에도 백리화는 점점 더 발전하고 있었다.

“흐음……. 여긴 내 자린데.”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낯선 듯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렁치렁 제멋대로 자란 머리카락과 아무렇게나 대충 입은 듯한 회색 무복을 입고 있는 사내.

천살궁에서 만났던 무치(武痴)라는 자였다.

* * *

‘언제 다가왔지?’

곽휘운은 자신이 아무리 백리화와의 대련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가까이 상대가 올 때까지 몰랐다는 것에 놀랐다.

만약 상대가 마음먹고 나쁜 생각을 하였다면, 자신은 몰라도 백리화는 큰일이 날지도 몰랐다.

“어쩐지 공터가 딱 좋다고 생각했는데, 자리가 있었나 봅니다.”

“그래. 내가 수련을 위해 일부러 만든 자리다.”

곽휘운은 최대한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상대가 강적이라는 것도 문제였고, 그가 천살교의 사람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지금 곽휘운과 백리화는 몰래 천살궁을 빠져나온 상태이니 말이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 천살궁 밖으로 못 나오게 되어 있을 텐데?”

“하하. 바깥바람을 쐬는 것을 좋아해서 말입니다.”

“요즘은 그렇게 싸우면서 바람을 쐬나 보군.”

무치는 곽휘운과 백리화가 대련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대련을 하는 것이 바람을 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무치의 말에 곽휘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이미 다 아는데 여기서 무슨 대답을 해 봐야 변명이 되니 말이다.

“천살교에 말씀을 하실 겁니까?”

곽휘운은 무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금 무치가 천살교에 이 상황을 보고하면, 분명 그들 쪽에서 나름의 보복을 가해올 터였다.

그렇다면 분명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고, 좁아진 운신의 폭 때문에 제대로 천살교를 조사할 수 없을 것이었다.

“으음……. 그럴까 생각했는데, 더 좋은 생각이 나서 말이야.”

더 좋은 생각?

무치는 말을 마치고 곽휘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만사가 귀찮은 듯 보이는 두 눈이었지만, 그 안에서 활활 타오르는 무언가가 보였다.

“네가 나랑 싸워준다면, 그냥 없던 일로 해 주지.”

무치가 원하는 것은 곽휘운과의 싸움.

싸움을 원한다는 무치의 말에 곽휘운은 쓰게 웃었다.

‘이것 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무치와 싸우는 것으로 지금의 상황을 그냥 넘긴다면 좋은 것이지만, 문제는 무치의 실력이다.

무림 이천과 천마신교 서열 상위 3인을 잡기 위해 나타난 천혈오존보다도 강한 실력자.

싸운다면 정말로 제대로 마음을 다잡아야 할 터였다.

“후. 알겠습니다.”

“좋아.”

곽휘운에게는 어차피 싸우는 것 말고는 선택권이 없었다.

곽휘운이 싫다고 해도 상대가 붙잡으면, 싸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 백리화도 같이 있는 상황.

백리화의 신변을 위해서라도 싸울 수밖에 없었다.

* * *

“오늘 나오길 정말 잘했군.”

알겠다는 곽휘운의 대답에 무치는 몸을 풀며 만족감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가끔 홀로 이곳에 와서 수련하였는데, 별 생각 없이 왔다가 오늘은 아주 대어를 잡았다.

강자와의 싸움.

그것이 바로 무치가 원하는 것이었는데, 지금 눈앞의 곽휘운은 볼 것도 없이 그가 싸워 보았던 이들 중 가장 강한 무인 중 하나였다.

‘싸우지 않아도 알 수 있지.’

무치는 곽휘운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피부가 떨려오고, 털이 곤두서게 만드는 거대한 기운.

‘이건 교주에게 느꼈던 그것과 비슷한 힘이다.’

무치는 제석종에게서도 이정도의 거대한 기운을 느꼈었다.

그리고 그 힘에 반해, 천살교에 자진해서 들어갔다.

그런데 지금 그와 비슷한 기운을 곽휘운에게 느낀 것이다.

‘정말 무림은 넓고도 넓군 그래.’

무치는 무림의 드넓음을 느끼며, 천천히 내공을 끌어 올렸다.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그의 기운.

무치는 몸 안에 충만히 휘도는 내공을 느끼며, 천천히 주먹을 말아쥐었다.

“자. 싸워 보자.”

* * *

“화아.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 알겠지?”

“네.”

곽휘운은 무치와의 싸움 전에 일단 백리화에게 조금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말해 주었다.

분명 격렬한 싸움이 될 것이니, 백리화가 그 여파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백리화가 조금 떨어지는 것을 보고, 곽휘운도 내공을 끌어 올렸다.

상대는 조금도 방해할 수 없는 실력자.

대충 상대하려고 하면, 그대로 저세상으로 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내공으로 검을 만들다니. 재밌군.”

“미약한 재주일 뿐입니다.”

“미약한 재주라……. 뭐 붙어 보면 알겠지.”

팟.

주먹을 쥔 무치가 말을 끝냄과 동시에 곽휘운에게 달려들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무치.

쾅! 쾅!! 쾅!!!

곽휘운은 빙검으로 무치의 주먹을 막아 나갔는데, 빙검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 힘뿐만 아니라 무치의 주먹은 곽휘운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을 만큼 빠르게 공격해 왔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 같은데, 틈이 조금도 없군.’

그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듯 보였지만, 아주 정교한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었다.

빠져나가기 위해 검을 움직이려고 하면, 오히려 역으로 당할지 몰랐기에 곽휘운은 일단은 가만히 막기만 하였다.

“어떤가? 내 주먹은?”

“하하. 꽤나 벅찹니다.”

“벅찬 사람이 웃으면서 말을 하나?”

무치는 지금 자신의 주먹을 여유롭게 막아 내는 곽휘운을 보며, 역시나 자신이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분명 상대는 강자였다.

“이제 슬슬 제대로 가 보자고.”

“사양하고 싶습니다만.”

제대로 가보자는 무치의 말과 함께, 무치의 주먹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아주 짙은 검은색의 기운이 구름처럼 무치의 주먹을 휘감아 돌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위험함이 물씬 풍기는 기운이었다.

쾅!!!

쩌저적.

아니나 다를까.

무치의 검은 기운이 곽휘운의 빙검에 작렬하자, 빙검에 금이 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곽휘운이 빙검을 만들어 내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물론 내공으로 만들어낸 것이기에, 다시 내공을 주입하여 금방 원래대로 만들었지만, 금이 갔다는 것에 곽휘운도 꽤나 놀랐다.

“그 검은 기운은 무엇입니까?”

“묵운강기(墨雲罡氣)라고 한다.”

묵운강기라는 이름.

곽휘운은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지금 무치의 주먹을 휘감은 기운은 검은 구름과도 같이 보였으니 말이다.

“자자. 너도 가진 것이 더 있겠지? 어서 꺼내라.”

“하하. 제가 가진 것이 어디 더 있겠습니까?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겁니다.”

“그래? 그럼 꺼낼 수밖에 없게 해 주지.”

무치의 묵운강기가 더욱더 크고 짙게 변해 가기 시작했고, 곽휘운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짙은 미소를 입가에 피어 올렸다.

‘이런. 정말 밑천을 조금 보여야 할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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