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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55화 (155/203)

<휘운객잔 155화>

곽휘운을 제선화를 딱 보자마자 엄청난 고수라는 것을 느꼈다.

‘역시 천마의 핏줄이구나.’

몸 안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

그것은 분명 예전에 곽휘운이 제석종을 만났을 때 느꼈던, 그 기운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안녕하십니까. 곽휘운이라 합니다.”

“검마 할아버님께 이야기 많이 들었사옵니다.”

곽휘운은 제선화의 눈을 딱 바라보았는데, 두 눈에 불같은 호승심 같은 것이 이글거리는 것을 보았다.

전형적인 무공광들에게 보이는 눈빛.

곽휘운은 제선화가 대충 어떤 삶을 살았을지 짐작이 갔다.

‘분명 폐관 수련을 밥 먹듯이 했겠지.’

지금까지 무림에 전해진 정보가 거의 없는 제선화였다.

나름 제석종에 대한 정보는 무림맹에서도 가지고 있었지만, 제선화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하였다.

아마도 폐관 수련을 하고 있었기에 없던 것일 터였다.

“역시 무림에는 예쁜 분들이 많은 것 같사옵니다.”

제선화는 곽휘운의 옆에 있는 백리화, 위하윤, 주연희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녀들이 무공실력이 고강할 것이란 것은 이미 느끼고 있었는데, 다들 미모가 하나같이 뛰어난 것이 더 눈길을 끌었다.

무림에는 정말 미녀가 많다더니, 그런 듯싶었다.

“선화 소저도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백리화가 먼저 제선화의 미모를 칭찬하며 앞으로 나섰다.

객관적으로 봐도 제선화의 미모는 위하윤이나 주연희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감사하옵니다. 제 느낌이 맞다면, 백리세가의 가주님인 백리화 님이실 것 같사옵니다.”

“맞습니다. 백리세가의 백리화라 합니다.”

제선화는 평소 사람을 보는 눈이 굉장히 좋았는데, 백리화를 딱 보고 그녀가 백리세가의 가주라는 것을 알아채었다.

다른 두 사람에게는 느껴지지 않는 무게감 같은 것이 그녀에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 계신 분은 비화룡 위하윤 소저일 것 같사옵니다. 제 생각이 맞사옵니까?”

“네. 위하윤이라 합니다.”

제선화는 위하윤도 알아맞혔다.

무뚝뚝한 듯 차가운 표정의 위하윤은 제선화가 소문을 들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위하윤은 아무래도 무림 오룡으로 불리는데다가 무림맹주인 위강천의 딸이니, 천마신교에도 많은 소식이 전해져 있었다.

제선화는 평소 모처에 박혀서 수련만 했지만, 그래도 무림에서 강하다는 무인들에 대한 소식은 전해 들었다.

나중에 그들과 싸울 것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저는 잘 모르시겠죠?”

“제 생각이 맞다면, 소저는 북해빙궁의 주연희 소저일 것 같사옵니다.”

“어머. 정말 잘 맞추시네요.”

“주연희 소저는 용모가 개성 있으시니, 오히려 쉽사옵니다.”

제선화는 북해빙궁의 주연희에 대한 것도 맞추었다.

하긴 제선화의 말처럼 주연희의 백발은 어디서든 눈에 띠는 개성이니, 쉽게 맞출 수 있었다.

다만, 북해빙궁의 주연희가 왜 이곳에 백리세가의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은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말이다.

“오. 이 친구가 검마 자네가 말했던, 그 아이인가?”

“흘흘. 맞네.”

“흐음. 확실히 범상치가 않구만. 조금 비실해 보이는 건 흠이지만 말이야.”

권마는 곽휘운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감상평을 말하였다.

곽휘운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권마에게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곽휘운이라 합니다.”

“그래. 나는 권마라고 한다.”

물론 이렇게 천마신교 일행과 곽휘운 일행이 인사를 하는 동안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가 둘러싼 채로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자. 일단 다들 자리부터 옮기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때 한쪽에서 주변의 시선을 조금 불편하게 지켜보고 있던 도마가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예. 그러는 것이 좋겠습니다.”

곽휘운도 동의하며, 자리를 옮기기로 하였다.

곽휘운은 사실 일부러 인사를 하며 시간을 조금 끌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백리세가와 천마신교가 이렇게 인사를 나눌 정도의 사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일단 자네들이 지내는 곳으로 가도 되겠나. 저놈들이 준비한 곳에는 썩 가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곽휘운은 제갈세가와 함께 머무는 전각으로 천마신교 일행을 이끌었다.

전각의 크기가 꽤나 커 제갈세가와는 공간을 나누어 쓰고 있으니, 천마신교 일행을 초대해도 문제는 없을 터였다.

그리고 곽휘운은 이참에 제갈중천에게 천마신교를 소개시켜 줄 생각이었다.

백리세가와 제갈세가는 이미 동맹관계를 뛰어넘은 가족과도 같은 관계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제갈세가가 강해지는 것은 백리세가가 강해지는 것과 같다.

‘흠. 이번에 지켜야 할 사람이 많군,’

곽휘운은 이번에 천살궁에서 반드시 지켜내야 할 사람들이 늘어남을 느꼈다.

백리세가가 힘을 얻으려면, 천마신교 측 인물들은 물론이고, 무림맹 측 주요 요인들도 지켜야했다.

물론 그것이 모두 자신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였다.

특히나 오대 오의 싸움은 자신이 끼어들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건 저분들을 믿는 수밖에.’

곽휘운은 조금 앞서 걷고 있는 검마, 권마, 도마를 바라보았다.

천혈오존의 실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기에, 저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제갈중천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네 사람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전부 천마신교의 인물들.

그것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천마의 핏줄에 서열 상위 3명이었다.

“아, 안녕하시오.”

제갈중천은 말까지 조금 더듬으며 인사를 하였다.

평소 절대 당황하는 법이 없던 제갈중천이었는데 말이다.

“흠. 교마 그놈 때문에 제갈세가가 망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나이치고는 나쁘지 않은 아이가 가주로 있구나.”

권마는 제갈중천을 보고 나쁘지 않은 아이라고 평했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편인 권마이기에, 이 정도면 극찬이라고 할 만 했다.

“미안하지만, 잠시만 여기서 지내도 되겠느냐? 원치 않으면 자리를 옮기마.”

검마가 정중하게 제갈중천에게도 허락을 구하였다.

“얼마든지 계셔도 됩니다.”

“고맙구나.”

제갈중천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허락을 하였다.

곽휘운이 데리고 온 이들이니, 자신이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만약 곽휘운이 무림 공적을 데리고 온다고 해도, 제갈중천은 아무런 것도 묻지 않고 믿을 정도이니 말이다.

“저…….”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어갈 때였다.

제선화가 갑자기 조심스레 입을 떼었다.

“혹시 실례가 아니 되시면, 여기 계신 분들이랑 대련을 하고 싶사옵니다.”

곽휘운은 이 상황을 예상했다.

무공광인 제선화라면 당연히 대련을 요구할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천마신교의 무인들과만 대련을 해 보았을 텐데, 이렇게 무림에 나와서 새로운 무인들을 보니 당연히 대련을 하고 싶을 만 하였다.

“음. 내공을 너무 쓰지 않는 선에서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천살교의 한 가운데.

지켜보는 눈이 아주 많은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모든 내공을 드러내놓고 싸우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그래서 곽휘운은 내공을 제한한 대련을 제안하였다.

“좋사옵니다.”

제선화는 곽휘운이 흔쾌히 대련을 수락해주자, 밝은 얼굴을 하였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대련을 하고 싶은 듯 몸을 들썩거렸다.

‘좋아. 대련은 서로 연을 쌓기 가장 좋은 구실이지.’

곽휘운이 흔쾌히 대련을 수락한 이유.

그것은 바로 제선화와의 인연을 위해서였다.

천마의 딸이라는 제선화의 신분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와 좋은 인연을 맺는다면, 분명 후에 득이 될 것이었다.

“선화야. 우리는 놀러온 것이 아니다. 거기에 또 이분들에게 또 무슨 실례냐.”

그때 도마가 대련은 안 된다고 중재하고 나섰다.

이번 천마신교의 일행 중 가장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바로 도마였다.

도마는 지금 자신들이 이곳에 놀러온 것이 아님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이곳에는 지금 천살교의 도발에 응하기 위해 온 것이고, 또한 자신들을 배신한 자들을 응징하기 온 것이었다.

또한 지금 이렇게 이들에게 대련을 요구하는 것은 굉장히 실례되는 일이었다.

“괜찮습니다. 저희에게도 분명 뜻 깊은 대련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말입니다.”

곽휘운은 조금 전 도마의 말에 금방 풀이 죽은 표정을 하는 제선화를 바라보고는, 도마에게 대련을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득이 되는 것이라 말해 주었다.

정말로 제선화와 대련을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대련이라. 재미있겠군. 나도 대련을 하고 싶군 그래.”

그때 권마가 자신도 대련을 하고 싶다며 나섰다.

그런데 그런 권마의 시선이 정확히 곽휘운을 향하고 있었다.

권마는 검마에게 곽휘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번쯤은 싸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었다.

그도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무공광이었으니 말이다.

“어떤가? 나랑 한번 대련을 하는 건?”

권마는 정확히 곽휘운을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곽휘운은 권마의 말에 입가에 살짝 미소를 피워 올렸다.

“저는 영광입니다.”

“하하하. 아주 좋아.”

곽휘운의 수락에 시원하게 웃는 권마.

그 모습에 도마가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상황을 중재해도 모자를 권마가 앞장서서 대련을 하자고 나서니 그럴 만하였다.

“후우. 어쩔 수 없지.”

도마는 어쩔 수 없음을 느꼈다.

여기서 자신이 뭐라고 더 해 봐야 자신만 나쁜 놈이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나?”

도마는 곽휘운에게 대련의 순서를 물었다.

자신들이 손님이니, 이곳의 주인인 것 같은 곽휘운이 정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그럼. 우선 선화님과 중천의 대련으로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곽휘운은 처음 대련으로 제선화와 제갈중천을 선택했다.

이 선택에는 꽤나 많은 생각이 담겨 있었다.

제갈중천이 아직 새로운 무공을 완전히 몸에 익히지 못했는데, 제선화와 대련을 한다면 분명 조금 더 완전하게 무공을 몸에 익힐 수 있을 터였다.

‘나와 대련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터.’

제선화는 대련에 있어서 분명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것은 제갈중천의 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줄 터였다.

‘그리고 또…….’

그리고 또 다른 명목이 있었다.

현재 제선화와 제갈중천 모두 짝이 없는 상황.

곽휘운은 제갈중천이 정과 마를 뛰어넘는 짝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둘은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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