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54화 (154/203)

<휘운객잔 154화>

제갈중천이 지금까지 보았던 수많은 진법.

그중에서도 살선신마진은 최고의 복잡함을 자랑했다.

핵심인 것 같은 곳은 핵심이 아니었고, 핵심이 아니라 생각한 곳은 핵심이었다.

이런 것들이 수도 없이 많았고, 또 그들 중 거의 대부분은 속이기 위한 허수였다.

“아무래도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소.”

“그래. 부탁하마.”

곽휘운은 제갈중천을 믿었다.

곽휘운이 아는 한 진법에 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가 제갈중천이었으니 말이다.

제갈중천이 못한다면, 지금 무림에 있는 그 누구도 살선신마진을 파훼할 수 없을 터다.

“그들이 곧 온다는군.”

“정말인가?”

그때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모두 조금은 들뜬 듯한 목소리.

현재 천살궁의 상황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저희도 무슨 일인지 가 볼까요?”

그때 주연희가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곽휘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지 가서 봐 둘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다.

“휘운. 나도 갈래.”

“오라버니. 저도요.”

위하윤과 백리화도 나섰다.

그렇게 곽휘운과 세 여인이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천살궁의 정문 앞에 모여 있었다.

“오늘 무림 이천께서 이곳에 온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모인 이유.

그것은 지금 이곳 천살궁에 도착하는 무림 이천을 보기 위함이었다.

천무제 위강천과 나천괴 설무룡.

현 무림맹주와 무림맹 대장로 둘의 행차.

한마디로 무림맹 최고 전력 둘의 등장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이렇게 모일 수밖에 없었다.

“하윤 소저는 아버지를 오랜만에 뵙는 것 아닙니까?”

“응. 맞아.”

위하윤은 그동안 계속 백리세가에 머물렀기에 오랫동안 위강천을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천살궁에서 얼굴을 보게 생긴 것이다.

“비키시오!”

쿠그그그그긍.

커다란 목소리와 함께, 육중한 천살궁의 정문이 열렸다.

천살교 무인들은 주변에 있는 무인들을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끔 막아섰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정문에서 하나의 거대한 마차와 무림맹 무인들의 행렬이 나타났다.

“호오.”

곽휘운은 거대한 마차의 위용에 조금은 놀랐다.

지금까지 본적 없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마차.

곽휘운이 아는 평소의 위강천이라면 절대로 타지 않았을 마차였다.

‘아무래도 보여 주기 위해서 선택하셨겠지.’

천살교의 이름이 현재 온 무림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현 상황.

무림맹은 이미 너무나 많이 분열되어 버려 전력이 확연히 줄어든 상태.

만약 이곳 천살궁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정말로 큰일이 날 수도 있었기에, 이렇듯 최대한 강인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마차를 멈추시오!”

천살교의 무인이 마차를 향해 소리쳤다.

어쩌면 굉장히 무례할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곳은 저들의 영역.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그닥……. 탁.

스으으으윽.

마차가 천천히 멈춰 서고, 마차의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사람들은 마차의 안을 보기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고개가 일순 마차의 문에 딱 고정이 되었다.

“하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

얼굴에는 졸림이 가득했고, 복장 또한 방금 자고 일어난 듯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었다.

“나천괴다!”

“무림맹 대장로야!”

그렇다.

그가 바로 무림맹 대장로인 나천괴 설무룡이었다.

“재미없군. 재미없어.”

그는 연신 지루한 말투로 재미없다는 말을 하며,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를 뒤따라 마차에서 내리는 한 명의 사람.

이번에는 사람들의 눈이 그에게 집중되어졌다.

저벅. 저벅. 저벅.

“천무제다!!! 천무제야!!!”

“무림맹주시다!!”

설무룡 때보다 더욱 격앙된 사람들의 목소리.

당연히 그럴 만했다.

현재 무림 제일의 고수이자, 현 무림맹주의 자리에 있는 인물.

무림에 있는 무인들에게 위강천은 거의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예전 청해성 때가 생각나는군 그래.”

“하아암. 그러게 말입니다.”

위강천의 말에 잔뜩 졸린 얼굴로 대답하는 설무룡.

둘은 스윽 주변을 둘러보고는 천살교 무인의 안내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응?”

그러다가 위강천은 곽휘운 일행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불같은 눈빛으로 곽휘운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여기에 하윤이가 있는 것이냐?]

곽휘운의 머리를 때리는 위강천의 전음.

위강천은 위하윤이 어째서 이렇게 위험한 곳에 있는지를 곽휘운에게 물었다.

이곳 천살궁은 현재 무림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

그런 곳에 애지중지하는 딸이 와 있으니 화가 날 만하였다.

[백리세가 식객의 자격으로 함께 했습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이 위험한 곳에 있냐는 거다!]

[워낙에 하윤 소저가 원하셔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아. 부탁한다.]

위강천은 곽휘운에게 위하윤을 잘 부탁한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곳에 들어왔으니, 나갈 수도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니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물론입니다. 맹주님이나 몸조심 하십시오.]

오래 이야기 할 시간은 없기에 이정도로 전음을 마치고, 위강천은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곽휘운과 함께이니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어쩌면 곽 대주 옆에 있는 것이 제일 나을지도 모르지.’

위강천은 오히려 곽휘운의 옆에 있는 것이 제일 안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위강천이 아는 곽휘운은 자신과 비슷……. 아니, 지금은 어쩌면 자신을 뛰어넘었을지 모를 정도로 강했으니 말이다.

“이제 돌아가지.”

“마교에서는 언제 오려나.”

사람들은 위강천과 설무룡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천마신교가 언제 등장할까를 이야기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위강천과 설무룡이 모두 들어왔음에도 정문이 계속해서 열려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한 대의 마차가 보였다.

조금 전 위강천과 설무룡이 타고 온 마차만큼이나 거대한 마차.

떠나려던 사람들은 이 마차의 등장에 모두들 다시금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교다!”

“마교의 마차다!”

사람들의 시선이 대번에 이곳으로 다가오는 마차에 모였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마차.

묵빛으로 치장된 마차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위압감을 들게 만들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탁.

마차가 정문을 지나서 딱 멈추었다.

그리고 천살교 무인이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마차의 문이 열리며, 사람이 내리기 시작했다.

“흐음. 꽤나 크게도 지었군 그래.”

허리춤에 검을 차고 내리는 노인.

마치 신선과도 같은 노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대번에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검마다. 검마야!”

“내가 살아생전에 검마를 보다니.”

검마는 이미 무림에서도 유명한 고수.

검을 든 무인이라면 모두들 경외하는 무인.

사람들은 검마가 천마신교의 사람이라는 것도 잊고, 그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움직였다.

그리고 그때 마차에서 또 다른 사람이 내렸다.

“늙은이들 봐서 뭐하려고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네.”

걸걸한 목소리와 함께, 탄탄한 체구의 노인이 나타났다.

약간 구릿빛 피부에 검디검은 머리카락.

얼굴의 주름이 아니라면, 중년으로도 볼 수 있을 모습이었다.

“이보게 권마. 우리가 이렇게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언제인가? 즐기시게.”

앞선 검마의 말에 사람들은 탄탄한 체구의 노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권마…….”

권마.

천마신교 서열 3위의 초고수.

사람들은 실제로 처음 보는 권마이기에 조금이라도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얼굴을 볼 지 모를 사람이니 말이다.

“어르신들. 너무 놀러온 것처럼 들뜨신 거 아닙니까. 선화도 있는데, 체통을 좀 지키십시오.”

마차에서 이번에는 중년인이 나타났다.

거대한 도를 등에 매고 나타나는 중년인.

사람들은 이번에는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중년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도마!”

“저렇게 젊다니?”

천마신교 서열 2위의 도마.

앞선 검마와 권마가 나이가 지긋한 노인인 반면, 도마는 훨씬 어린 중년의 나이였다.

“체통은 얼어 죽을.”

“흘흘흘.”

그렇게 도마까지 모두 마차에서 내리고, 또 하나의 인영이 마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여리여리한 인영.

“선화야. 이왕 이렇게 왔는데, 주변에 뭐가 있나 구경이나 하다가 가자꾸나.”

“알겠사옵니다. 권마 할아버님.”

아주 명랑한 목소리와는 대비되는 이상한 말투.

사람들은 이상한 말투의 인영에게 모든 시선을 모았다.

아주 젊은 여인.

확연히 빛이 나는 그녀의 미모는 남정네들의 시선을 한순간에 끌어낼 정도로 놀라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권마를 할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세상에 누가 권마에게 할아버님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나도 같이 움직이자꾸나. 흘흘.”

“검마 할아버님도 같이 가는 것이옵니까? 소녀 너무 좋습니다.”

검마 할어버님?

검마에게도 할아버님이라 하다니, 사람들은 더욱더 여인의 정체가 궁금해져갔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무언가 생각난 듯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제선화!”

“제선화?”

“천마의 딸이라고!”

“어어?!”

사람들이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마의 딸.

이것이 가져다주는 파장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지금 이 천살교의 교주가 천마의 아들이었던 제석종이란 것이 밝혀진 상황.

그런 천살교의 본거지인 천살궁에 천마의 딸이자, 천살교 교주의 여동생이 직접 온 것이었다.

“음? 여기에 와 있었구나.”

“예. 다시 뵙습니다. 어르신.”

그때 검마는 자신을 둘러싼 수없이 많은 사람의 사이에서 곽휘운을 발견하고는 인사를 하였다.

곽휘운도 검마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곽휘운 일행에게 꽂혔다.

“아, 백리세가의 가주랑 소빙룡이다!”

사람들은 곽휘운과 백리화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위하윤과 주연희에 대해서도 이래저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검마가 백리세가에 있을 때, 무림에 백리세가에 대한 이야기가 쫙 퍼져 나갔기에 사람들은 백리세가에 대해 알고 있었다.

‘흠. 좋아.’

곽휘운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알아보는 것에 일단 만족했다.

일차적인 목표는 이룬 셈이니 말이다.

물론 아직 남은 목표가 있었지만, 그것은 아마 이번 일이 끝나면 이루어 질 것이었다.

“안녕하시옵니까. 소녀는 제선화라고 하옵니다.”

그때 제선화가 밝게 웃으며 곽휘운에게 먼저 인사를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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