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52화 (152/203)

<휘운객잔 152화>

지금 제갈세가가 있는 전각에 들어와 큰 소리를 내는 자들.

그들은 광동성에서 이름을 날리는 문파인 ‘철해문(鐵海門)’의 무인들이었다.

철해문은 이곳에 제갈세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찾아온 상황이었다.

‘가장 힘이 약한 곳.’

이번에 천살궁으로 초대를 받은 곳들은 나름 각 지역에서 이름을 날리는 문파들이었다.

그러니 다들 꽤나 강성한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초대를 받은 곳 중 제갈세가가 가장 힘이 약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미 한번 거하게 무너졌던 제갈세가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다시금 재건해 나가고 있다지만, 아직은 예전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한참 멀었다.

다들 이 천살궁에 제갈세가가 초대를 받은 이유는 과거의 명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린놈이 가주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말귀를 못 알아먹는구나. 나가라고 하였다.”

완전히 제갈중천을 무시하는 발언.

제갈중천의 옆에 있던 다른 무인이 크게 소리쳤다.

“말을 조심하시오!”

“흥. 내가 틀린 말을 했나?”

철해문의 제일 앞에서 제갈세가를 조롱하는 말을 하는 중년인.

그가 철해문의 문주인 강철검(鋼鐵劍) 신종보였다.

신종보는 사실 지금 일부러 제갈세가에 시비를 거는 중이었다.

‘어디든 싸움을 일으켜라. 그럼 상을 주지.’

비밀리에 전달 받은 지령.

‘다른 곳 보다 우리가 잘해야 한다.’

신종보는 이미 천살교에 들어온 후였다.

하지만 이번에 특별한 지령을 받아 이렇게 후에 참여하는 무리에 녹아들었다.

자신들 말고도 아마 많은 문파가 이렇듯 지령을 받아 침투했을 터였다.

천살교에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앞서 나가야 했다.

천살교는 상과 벌이 확실한 곳이었으니 말이다.

‘더욱 더 많은 상이 필요하다.’

신종보는 오로지 천살교에서 내리는 상을 바라만 보고 움직였다.

아마 수많은 문파가 이 천살교의 상을 바라고 따르고 있을 터였다.

단약, 무기, 무공서 등…….

천살교의 상은 정말로 다양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들을 취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 상을 받기 위해서는 공을 세워야 했고, 공을 세우기에 제갈세가는 정말로 적합한 곳이었다.

힘은 약하지만, 가진 명성은 높은 곳이니 말이다.

“나가라. 여긴 우리 철해문이 쓸 테니.”

신종보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제갈세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라면, 분명 저들은 참지 않고 검을 뽑을 터였다.

“이 자들이 정말!”

발끈해서 앞으로 나서는 제갈세가의 무인.

신종보는 이제 딱 자신이 원하는 상황이 왔다는 것을 느꼈다.

“거기까지 하시오.”

그때 가만히 지켜만 보던 제갈중천이 나섰다.

제갈중천은 앞으로 나선 제갈세가의 무인을 제지하였다.

“비어있는 곳으로 가겠소.”

제갈중천은 별다른 말도 없이 전각을 옮기겠다고 하였다.

제갈중천이 너무나 순순히 전각을 옮긴다고 하자, 오히려 신종보의 미간이 찌그러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여기서 싸움이 일어나야만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상을 받지 못하니 말이다.

“제갈세가는 자존심도 없나보군. 하긴, 그러니 그렇게 망해 버렸겠지만.”

신종보는 더욱더 강도 높게 도발을 하였다.

이 도발은 먹혔는지, 덤덤히 발걸음을 옮기던 제갈중천의 발걸음이 딱 멈추었다.

“그렇게나 싸우고 싶은 것이오? 천살교가 치고 박고 싸워 분열시키라 시켰소?”

너무나 정곡을 찌르는 제갈중천의 말에 신종보는 일순 움찔하였지만, 지금 자신의 도발이 먹혔다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우리 철해문은 무림맹 소속의 문파다. 그런데 천살교와 엮다니, 매우 불쾌하군.”

표정을 와락 구기며 말하는 신종보.

그는 최대한의 연기를 하며 더욱더 싸울 분위기를 만들었다.

“자자. 그쯤들 하고 돌아가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때 밖에서 잠시간 상황을 지켜보던 곽휘운이 들어왔다.

곽휘운은 제갈중천이 이 상황을 잘 넘길 것이라 생각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강한 신종보의 도발에 결국 앞에 나섰다.

이대로 두면 천살교가 원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걸 알았으니 말이다.

“네놈은 뭐냐?”

“곽휘운이란 놈입니다.”

“소빙룡이군.”

신종보도 소빙룡 곽휘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림의 소문은 부풀려지기 마련이지.’

신종보는 당연히 곽휘운에 대한 소문들이 모두 부풀려진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 무림의 대다수가 신종보와 같이 생각할 터였다.

아직 한창 젊은 곽휘운의 소문은 분명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철마를 이겼다니. 그건 정말 뜬소문이지.’

신종보는 무림의 팔마가 얼마나 강한 자들인지 잘 알았다.

왜냐하면, 직접 그 힘을 본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의 힘은 정말 미쳤다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들 이상을 가는 힘을 보여주는 이를 이 천살교에서 보았다.

그래서 신종보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저 상을 원해 따라온 것인데, 그들이 가진 힘도 엄청났으니 말이다.

“그런데 네가 제갈세가의 일에 끼어드는 건가?”

“예. 저희 백리세가와 제갈세가는 운명공동체이니 말입니다.”

“하! 웃기는군.”

신종보는 일이 조금 귀찮아졌지만, 어쩌면 오히려 좋아졌다고도 생각했다.

이곳에서 아예 제갈세가와 함께 백리세가와 싸움을 일으키면 분명 천살교가 더 좋아할 테니 말이다.

“저희가 자리를 비킬테니, 이만 조용히 끝을 내도록 하지요.”

“싫다면?”

“후우. 결국 싸우시려고 하신다면, 그에 어울려 드려야겠지요.”

곽휘운은 저들이 끝까지 싸우려고 한다면 어차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걸 알았다.

작정하고 온 상대들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저들이 원하는 대로 싸워 줄 수밖에 없었지 않겠는가.

“좋아. 얘들아. 적당히 힘 좀 보여 드려라.”

“예!”

신종보의 명령에 검을 뽑아들며 앞으로 나서는 철해문의 문도들.

그들은 나름 괜찮은 기세를 내뿜고 있었는데, 일류 이상의 고수들인 듯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를 잘못 골라도 너무나 잘못 골랐다.

곽휘운은 이미 그들의 수준을 아득히 벗어난 천외천의 고수였고, 제갈중천 혼자서라도 그들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 만큼의 고수였다.

물론 철해문 문도들과 신종보는 그것을 전혀 몰랐지만 말이다.

“내가 혼자 처리하겠소.”

“그래.”

제갈중천이 홀로 나선다는 말에 곽휘운은 흔쾌히 한걸음 물러났다.

애초에 저들에게 지금 모욕을 당한 것은 제갈세가.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중천이 앞으로 나서는 것이 맞았다.

“저기 가주님에게 본때를 보여드려라.”

지금 이 전각 내부의 일층은 아주 넓은 공간으로 되어 있었는데, 마치 전각 안에 연무장이 있는 듯한 모습과 같았다.

그곳에서 마주선 철해문과 제갈중천.

제갈세가의 무인들은 제갈중천의 명령에 멀찍이 물러나 있었다.

“허세를 부린 걸 후회하실 거요!”

철해문의 문도가 비릿하게 미소를 지으며 제갈중천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이 보기에 제갈중천은 아직 한창 젊은 무인.

나름 무림에 무명을 날리고 있다고 해도, 결국은 애송이일 뿐이었다.

광동성에서 치열한 싸움을 해 온 자신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휘이익.

힘 있게 휘둘러져 오는 철해문 문도의 검.

철해문이 자랑하는 ‘철해팔검(鐵海八劍)’이었다.

강렬한 힘을 바탕으로 하는 패도적인 검법.

그 위력은 무림에서 나름 남궁세가의 무적제왕검강과 비견될 정도로 뛰어났다.

쾅!

“컥!”

하지만 제갈중천은 그런 철해팔검을 그대로 힘으로 눌러 버렸다.

가볍게 뻗은 일 권에 그대로 나가떨어지는 철해문 문도.

“한꺼번에 오시오.”

너무나도 차분하게 말을 하는 제갈중천.

그 모습에 천해문 문도들은 감히 덤벼들지는 못하였다.

지금 벽에 쳐박혀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를 보고는 더욱더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직접 나서겠다!”

문주인 신종보가 직접 앞으로 나섰다.

지금 여기에 있는 이들이 제갈중천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은 바로 깨달았다.

‘전력을 깎아먹을 수 없지.’

신종보는 제갈세가같은 곳을 처리하는데 전력을 깎아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 검에는 눈이 없으니 조심해라.”

“그럼 보나마나 하수일 것이 뻔하니, 조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소.”

“놈!”

신종보가 외침과 함께 곧바로 제갈중천에게 쇄도했다.

그의 검에 맺힌 푸른 강기.

진심으로 실력을 내는 신종보였다.

여기서 확실하게 제갈중천을 압도해, 실력을 증명해 보일 생각이었다.

휘이이이익.

강맹한 위력과 함께 제갈중천의 사방을 조여 오며 다가오는 신종보의 검.

확실히 그의 별호인 강철검이란 별호가 어울리는 강맹한 공격이었다.

이런 신종보의 검에 맞서 제갈중천의 주먹이 뻗어 나왔다.

카아앙!!!

신종보의 강기를 머금은 검과 제갈중천의 주먹이 맞닿자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윽!”

추우우우우욱.

고통스런 신음과 함께 신종보의 신형이 뒤로 쭈욱 밀려나갔다.

그에 반해 너무나도 멀쩡히 서있는 제갈중천.

단 일합이었지만, 여기서 벌써 둘의 실력의 고하가 드러났다.

“계속 하시겠소?”

“건방 떨지 마라!”

신종보는 여기서 물러날 수 없었다.

주변에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제갈세가 하나 이기지 못하면, 자신의 체면은 물론이고, 철해문의 체면까지 말이 아니었다.

콰아아아아.

신종보의 몸에서 거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기운이었다.

“하아아압!”

기합성과 함께 다시금 날아오는 신종보의 검.

터질 듯한 기운이 그대로 검에 담겼고, 그 위력은 사뭇 대단해 보였다.

“흠.”

제갈중천도 그 모습에 내공을 더 끌어 올렸다.

제갈중천의 양손에 맺히는 아주 푸르른 기운.

그것은 분명 강기였다.

보통의 강기보다 훨씬 더 짙은 푸른색의 강기.

“이제 괴력권이란 별호는 바꿔야 할 때가 왔소.”

제갈중천의 말과 함께 주먹이 뻗어 나왔다.

단순히 엄청난 위력을 보여 주었던 제갈중천의 무공인 ‘거력금강권(巨力金剛拳)’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무공.

제갈중천이 제갈세가의 가주가 되고, 제갈세가의 가주들이 익히는 무공인 ‘대천성검법(大天星劍法)’의 익힌 후, 그 묘리를 섞은 새로운 무공이었다.

- 천성금강권(天星金剛拳). 오의. 유성락(流星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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