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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49화 (149/203)

<휘운객잔 149화>

무림의 정세와는 상관없이 지금 휘운객잔은 항주에서 제일가는 객잔으로 손꼽히고 있었다.

최근 월영루의 보수까지 끝나 휘운객잔 2호점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 문을 열었기에, 더 이상 항주에서 휘운객잔과 비견될 만한 객잔이 없었다.

“객주님. 이제 객잔들이 알아서 잘 돌아가네요.”

“다행이다. 이제 한동안은 내가 객잔에 신경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았거든.”

객잔은 이제 곽휘운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 돌아갈 정도가 되었다.

그만큼 많은 직원을 새로 뽑기도 하였지만, 이제 항주에 더 이상 휘운객잔을 위협할 만한 곳이 없기도 해서였다.

휘운객잔과 대립했던 곳들이 전부 사라졌으니 당연했다.

덕분에 항주에서 휘운객잔에 대립을 하려고 하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번에 호남성에 가실 거예요?”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

남주학은 호남성으로 가려는 곽휘운을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곽휘운 혼자 가는 것은 아니고, 백리화, 위하윤, 주연희가 같이 움직인다.

하지만 지금 곽휘운이 향하는 호남성은 그야말로 적의 소굴.

천살교가 장악해버린 곳이다.

이미 천살교의 대장로와 싸운 곽휘운이 그곳으로 간다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내가 이번에 가지 않으면, 분명 더 큰 위험이 생길 거다.”

곽휘운은 자신이 느꼈던 좋지 않은 느낌을 막기 위해 호남성으로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거기에 더해서 그곳에서 백리세가의 이름을 알리고 올 생각이었다.

물론 생각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없는 동안 객잔을 잘 부탁한다.”

“물론이죠.”

곽휘운은 남주학을 비롯해 항주에 남아 있어야 하는 모든 식구에게 부탁하였다.

물론 지금 휘운객잔의 전력에서 곽휘운이 빠진다고 하여도, 웬만한 중소방파 이상은 되는 전력이었다.

아무나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곽휘운은 조금 불안했다.

천살교 그들의 모든 힘을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들은 화탄, 강시, 암기, 독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이었다.

혹시나 그들이 객잔을 노리고 공격해 온다면 상당히 곤란할 것이 뻔했다.

“그렇게 우리를 못 믿어서 무슨 일이나 하겠는가? 걱정 말고 다녀오게.”

독고영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곽휘운의 걱정을 불식시켜 주었다.

곽휘운은 독고영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았다.

‘내가 이들을 믿지 못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들을 자신이 믿지 못하면, 누가 이들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가장 믿어야할 자신이 믿지 못했다는 것이, 괜히 미안해지는 곽휘운이었다.

“감사합니다.”

“하하. 기념품이나 넉넉히 챙겨 오게.”

“알겠습니다.”

가벼운 농으로 곽휘운의 걱정을 한층 더 줄여 주는 독고영.

덕분에 곽휘운은 더 마음이 편해졌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할 건가?”

“예. 그래야할 것 같습니다.”

시일에 맞춰 호남성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곽휘운은 위하윤, 주연희, 백리화에게 떠날 채비를 준비해 달라고 일러주었다.

빠르게 준비되는 준비.

곽휘운도 빠르게 짐을 꾸려서 떠날 채비를 마쳤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곽휘운의 인사와 함께, 곽휘운을 포함한 넷의 호남성행이 시작되었다.

* * *

호남성의 천살궁.

천살교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세운 곳으로 그 규모가 지금까지 없던 수준으로 거대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지금 무림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다들 천살교의 힘을 보고 그들 밑에 들어가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물론 아직은 정천맹 사건도 있고 해서, 많은 문파들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거대 문파들이 천살교에 가담하면서 판이 달라졌다.

“무림을 정화할 것이니,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 곳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천살교가 온 무림에 외친 소리.

그들은 자신들이 이 썩어 버린 무림을 정화하겠다고 하였다.

정천맹도 비슷한 말을 내뱉었지만, 천살교는 그 방식이 달랐다.

천살교는 힘을 써서 자신들에게 반하는 모든 이들을 가차 없이 죽여 버렸다.

가공할 힘과 잔인한 행보를 보여 주는 천살교.

무림맹이 나서 보았지만, 힘이 역부족이었다.

“너희들은 이 정화의 길을 막지 못할 것이다.”

강시, 독, 화탄.

이 세 가지만 해도 골칫거리였는데, 더 큰 문제는 그들이 보유한 수많은 고수였다.

본래 천마신교의 고수였던 이들의 힘에, 이번에 합류한 정파 고수들.

거기에 갑자기 튀어나온 천살교의 고수들까지.

무림맹의 힘으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무림맹이 패퇴하고 있을 때, 천살교가 천혈오존과 함께 오대 오 싸움을 청해 온 것이었다.

솔직히 무림맹으로서는 안 그래도 지금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림맹의 축인 두 사람인 무림 이천을 적지에 보내는 것은 정말 최악의 수였다.

하지만 성난 무림인들의 성화에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이 싸움에서 무림 이천이 잘못된다면, 무림맹은 그대로 무너질 터였다.

“혈주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 그렇군요. 잘하셨습니다.”

혈주(血主)는 천살교의 교주를 부르는 호칭으로, 천살궁의 대전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자가 바로 혈주였다.

가장 상석에 안장 있는 자의 정체는, 전 천마신교의 소교주였던, 소천마 제석종이었다.

그는 천마신교를 배신하고, 지금은 이렇게 천살교의 혈주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번에 그들 다섯 모두를 죽인다면, 일이 쉬워질 것입니다.”

교주 제석종의 밑에서 보고를 하는 인물은 바로 교마였다.

지금은 천살교의 군사의 자리를 맡고 있었고, 따라서 이름도 바꾸었다.

천살교 군사 혈뇌(血腦).

혈뇌는 지금 홀로 혈주인 제석종에게 현 상황에 대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준비는 잘 된 것이겠지요?”

“물론입니다. 대장로가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든 자들이니, 실력만큼은 확실합니다.”

천혈오존은 대장로가 지금까지의 모든 실험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 낸 자들이다.

그 힘은 이미 무림 팔왕을 넘어섰다는 것이 증명이 되었다.

혈뇌가 보았을 때, 무림 이천이 아무리 힘을 숨기고 있다고 해도, 천혈오존이 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천혈오존도 아직 제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실력이 확실하다라……. 좋습니다. 믿어보겠습니다.”

“예. 그리고 이번에 그 곽휘운이란 자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호오? 정말입니까?”

“예.”

제석종은 곽휘운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소리에 눈을 빛내었다.

곽휘운을 만났던 제석종은 지금까지도 곽휘운의 힘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무림에서 자신을 막을 사람은 곽휘운뿐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더욱 더 성대한 잔치를 열어야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제석종은 이번 판을 조금 더 크게 열기로 했다.

곽휘운이 이곳으로 오니, 그의 실력을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 * *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곽휘운 일행을 태운 마차가 절강성을 넘어 호남성을 향해 계속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마차 안에 넷 모두가 앉아 있었는데, 곽휘운은 이 마차안의 공기가 꽤나 거북했다.

‘하하……. 이런. 이런.’

위하윤, 주연희, 백리화 세 여인의 시선이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

곽휘운은 그것이 왜인지 알기에, 더욱 더 지금 이 자리가 거북했다.

‘나 같은 놈이 뭐라고.’

곽휘운은 정말로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힘 빼고는 무엇 하나 제대로 내세울 것 없는 자신에게, 왜들 마음을 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무림에는 자신보다 좋은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저는 잠시 바람 좀 쐬겠습니다.”

결국 곽휘운은 이 공기를 견디지 못하고, 마차 밖으로 나와 마차 지붕위에 올라 앉았다.

싸아아아아.

시원하게 머리를 스치는 바람.

이 시원한 바람을 느끼자, 조금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후우.”

곽휘운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시작한 천하제일을 바라보는 길.

솔직히 쉽지 않은, 아니, 불가능에 가까운 길이었다.

곽휘운은 괜한 자신의 욕심에 저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 하나라도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곽휘운에게 최근 들어 불쑥불쑥 드는 생각이었다.

백리세가와 휘운객잔의 식구들.

이제는 한 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이 천하제일을 향해 가겠다는 자신의 목표 때문에 큰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향하는 호남성행도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다.

자신들이 가는 목적지는 천살궁.

적의 심장부였다.

그곳에서 마차 안에 있는 셋을 지키면서, 원하는 목표도 이루어야 했다.

계획은 이미 세워두었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하세요?”

그때였다.

곽휘운의 옆으로 한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아. 화아.”

곽휘운의 옆에 나타난 인영의 정체는 백리화였다.

백리화는 밑에서 주연희, 위하윤과 간단한 신경전 끝에 이렇게 곽휘운 옆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곽휘운은 전혀 몰랐지만 말이다.

“그냥. 갑자기 걱정이 들어서 말이야.”

“또 저희를 걱정하신 거죠?”

“하하…….”

곽휘운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백리화는 자신의 말이 맞았음을 느꼈다.

곽휘운의 유일한 단점을 하나 꼽자면, 바로 이 걱정이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단점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곽휘운은 자신 때문에 주위 사람이 다칠까 지나치게 걱정하는 면이 있었다.

“저희가 그렇게 못미더우세요?”

“그게 아니야. 단지, 내 욕심 때문에 다칠까 봐…….”

곽휘운이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히이이이이잉!

갑자기 마차가 숲 속 길 한복판에서 멈춰 섰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하지만 곽휘운을 비롯해 세 여인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바로 알아채었다.

“숲 속에서 살기라…….”

말이 놀라서 발을 멈춘 이유.

그것은 지금 이 숲을 둘러싼 수많은 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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