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48화>
‘흠. 또 이렇게 당당하게 나온다 이건가?’
곽휘운은 천살교가 무림에 당당하게 다시금 나타났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전에 청해성에서도 똑같이 당당하게 등장해서 곤욕을 겪었던 천살교가 또 다시 이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지난번에는 그냥 한번 실험해 본 것이군.’
곽휘운은 청해성에서 천살교가 나타났던 일이 그들의 실험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을 위한 사전 실험.
아마 그 실험을 통해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알아내어 수정했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이번에는 더 위험하다는 것이겠군.’
수정을 하고 준비를 했으니, 당연히 더 위험할 터.
천마신교도 분열을 일으켰다고 하니, 이제 곧 분명 무림맹도 분열을 시작할 터다.
“잠시만 나갔다 올게.”
곽휘운은 잠깐 객잔을 벗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천통문.
곽휘운도 오랜만에 찾아가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곽휘운이 천통문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반갑게 천통문도가 인사를 건네어 왔다.
전에 곽휘운이 통 크게 돈을 내었으니, 천통문 주요 고객으로 등록되어 있으니 당연했다.
“현재 무림맹의 내부 상황과 천살교에 대한 정보를 사고 싶습니다.”
툭.
곽휘운은 금화 주머니를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천통문도는 금화 주머니를 재빠르게 챙김과 동시에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품에 하나의 족자를 들고 나타났다.
“여기 있습니다. 주신 금화만큼의 정보입니다.”
엄청난 양의 정보가 쓰여 있는 족자.
곽휘운이 건넨 금화 수에 걸맞은 양과 질의 정보였다.
“감사합니다.”
곽휘운은 곧바로 천통문을 빠져나왔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객잔으로 돌아온 곽휘운은 천통문에서 건네받은 족자를 펼쳐보았다.
길게 쓰여 있는 내용들.
곽휘운은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역시 분열 중이군.’
무림맹은 생각대로 분열 중이었다.
이미 정천맹 사건 때부터 분열은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이었다.
구파일방과 천하오대세가는 나름 공고하다지만, 그들 내부에서도 이미 분열이 시작되어 변절자들이 수없이 나오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중소방파들은 더욱 더 분열이 심하였다.
그래서 곽휘운이 개방에 정보를 요청하지 않은 것이었다.
‘개방도 지금 속에서 난리가 났군.’
무림에서 정보를 다루는 것에서라면 천통문 이상이라고 소문이 난 개방.
물론 개방은 정보를 아무에게나 팔지 않았다.
개방의 정보를 사기 위해서는 무림맹에 속해 있어야만 가능했다.
백리세가는 이미 무림맹에 속해 있으니 개방의 정보를 살 수 있었지만, 곽휘운은 지금 이렇게 분열이 시작되고 있을 때, 개방에서 정보를 사는 것은 조금 위험이 컸다.
제대로 된 정보가 오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천살교가 호남성에 자리를 잡고, 포섭된 모든 세력들이 그곳으로 모이고 있다라…….’
지금 이 족자에 적힌 천살교의 새로운 장원의 이름은 ‘천살궁(天殺宮)’.
족자에 쓰여진 대로라면 이 천살궁의 규모만 해도 지금껏 들어 본적 없는 거대한 크기였다.
‘정말 본격적으로 나섰군.’
아무래도 무림맹이 천마신교에 신경을 쓰는 동안 이런 준비를 한 듯싶었다.
거기에 더해 아마 내부적으로도 많은 거짓정보가 오갔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거대한 궁을 만들어낼 동안까지 무림맹이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호남성에서 천혈오존과 정마의 초고수 다섯이 싸움을 한다? 이 방법은 바뀌지를 않는군.’
천살교는 지난번에도 똑같이 싸움을 걸어 왔었다.
물론 천살교는 그때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었다.
그러니 아마도 이번에도 같은 수법을 쓰는 것일 터였다.
‘다만 이번에는 그때와 다르겠지.’
그때는 딱히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천살교는 무림의 정화를 외치며, 이 싸움에서 가장 추악한 다섯을 정화하겠다고 했다.
그들이 말하는 정화는 ‘죽음’일 터.
이번 싸움은 목숨을 걸고 하는 싸움이 될 터였다.
“정세가 크게 요동치겠군.”
곽휘운은 족자를 접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 싸움이 어떻게 흘러가든 분명 무림의 정세가 크게 요동칠 터였다.
그에 따른 상황에 맞게 이래저래 준비를 해야만 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천살교가 이길 것 같다.’
거기에 더해 왜인지 이번 싸움은 천살교가 이길 것 같았다.
그들이 계속해서 지금까지 무림을 주시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실력을 파악하는 등, 많은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그 준비가 거의 다 되었으니,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 터.
거기에 또 그들의 전력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그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 * *
천혈오존(天血五尊).
그들은 당당하게 천마신교와 무림맹에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그들도 그냥 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천혈오존은 무림에 있는 각 고수들을 찾아가며 그들을 죽여 나갔다.
그 첫 번째 희생양은 무림 팔왕 중 한명인 파력왕(破力王) 마군선이었다.
그는 무림에서 거도왕과 함께 힘으로는 어디서 밀리지 않는 무인이었다.
그의 멸절십삼도법(滅絶十三刀法)은 무림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패도법이었다.
그런데 그런 파력왕이 천혈오존 중 한명인 패존(覇尊)에게 단 일 합에 죽임을 당했다.
그것도 파력왕의 도가 두동강이 난 상태로 말이다.
‘무림 팔왕도 역시 별것 없군.’
패존의 말에 무림의 많은 무인이 아니라며 반박을 하고 나섰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는 무인은 없었다.
그때 또 다른 무림 팔왕인 매검왕(梅劍王) 신호군이 나섰다.
구파일방인 화산파가 보유한 최고의 고수.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매검왕은 현재 무림 이천에 가장 가까운 고수로 꼽는 무인이었다.
시기만 잘 맞아 떨어졌으면, 무림 삼천이 되었을 것이라고 했을 무인.
‘내가 네 놈들을 모두 벌해 주마.’
매검왕은 이번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천혈오존을 자신이 죽인다면, 자신의 명성이 올라갈 것이고, 그렇다면 자신이 무림 삼천으로 칭송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매검왕은 호기롭게 천혈오존에 먼저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 혼자면 충분하다.’
그때 천혈오존 중 한 명이 그 도전장에 응해 직접 화산파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산파로 발걸음을 옮긴이는 천혈오존 중 검존(劍尊).
그는 혼자서 화산파로 향했는데, 정말 아무런 사람도 대동하지 않고 혈혈단신으로 화산파로 들어갔다.
‘혼자 오다니, 그 객기를 후회할 거다.’
혼자 화산파에 들어온 그의 행태에 화산파는 물론 매검왕도 분노했다.
이것은 완전히 그들을 무시하는 행동이었으니 말이다.
‘시끄럽게 입이나 놀리지 말고, 검이나 놀려라.’
분노가 치밀어 오른 화산파지만, 그럼에도 보는 눈이 많기에 우선은 참았다.
그렇게 시작된 매검왕과 검존의 싸움.
싸움은 생각보다 치열해 보였다.
확실히 매검왕은 무림 이천에 가장 근접한 무인답게 화산의 정수를 보여주며, 검존을 압박해 나아갔다.
‘보아라. 이게 진짜 화산의 힘이다.’
매검왕은 자신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해, 강렬하게 고함을 치며 검존에게 쇄도했는데, 그때 모든 무림인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결과가 일어났다.
‘아니, 그건 가짜 화산의 힘이다.’
슈와아아악.
매검왕에게 쇄도하는 검존의 일 검.
이 일 검에 일곱 개의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며, 온 사방을 매화향으로 물들게 하였다.
서걱.
촤아아아아악!
그리고 이 일 검에 매검왕의 팔이 잘렸는데, 팔이 잘린 것보다 더욱 큰 문제가 있었다.
방금 검존이 펼친 일 검.
그것은 분명 화산파에서 오래전 절전된 것으로 알려진 ‘칠매신검(七梅神劍)’의 초식이었다.
절전된 것이지만 다들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기록으로 전해져 오는 칠매신검의 모습과 완벽히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더해진 이 매화향.
이것은 자하신공을 극성으로 익혔을 때 나는 향기였다.
‘이럴……. 수가……!!’
화산파 무인들의 충격은 너무나도 컸다.
칠매신검에 자하신공.
이것은 분명 과거 화산파가 자랑하던 절세의 무공.
그런데 이것을 천살교의 무인이 익히고 있으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멍 때리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촤아아악!
순식간에 매검왕의 목이 잘렸다.
화산파 문도들은 지금 정신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로 또 일이 터지자 제대로 정신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일방적인 학살극이 시작되었다.
그날 검존 혼자서 화산파 무인의 절반을 도륙했다.
‘자, 이제 제대로 학살극을 해보자.’
그렇게 힘을 얻은 천혈오존의 학살극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문파들을 쳐들어가 그들의 절반만 죽였다.
그리고 그들은 이 학살이 도전장을 받아줄 때까지 계속 될 것이라 선언했다.
‘어서 도전을 받아 들여라!’
사람들의 원망은 이제 천혈오존에서 결투를 받아들이지 않는 무림 이천에게 향했다.
분명 함정인 것을 알기에 수락을 망설이던 무림 이천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수락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많은 문파들이 당했고, 또한 많은 문파들이 등을 돌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 도전장이 향한 곳.
천마신교는 무림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싸움이라? 좋지. 당연히 가야지.’
천마신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싸움을 수락하였다.
그들은 걸어오는 싸움을 피해오는 사람들이 아니었고, 또한 자신도 충분히 있었다.
‘이 기회에 싹 쓸어버리면 편하겠어.’
천마신교는 오히려 천살교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나오자 좋아했다.
그들에게 천살교는 반드시 없애야할 치부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더해 지금 천살교를 이끄는 수뇌가 천마신교의 인물들이었으니 반드시 벌을 해야만 하였다.
그것이 천마신교의 법도였으니 말이다.
‘호남성 천살궁에서 봅시다.’
그렇게 다섯의 무인들이 모두 수락을 하자, 천살교가 전 무림에 이 싸움을 공표 했다.
그들은 이 싸움을 정화의식이라 말하며, 그들 다섯의 피로 무림 정황의 시작을 알릴 것이라 하였고, 모든 무림인들은 모여서 지켜보라고 하였다.
그렇게 정말 온 무림의 눈과 귀가 지금 호남성에 있는 천살궁으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이 싸움의 결과에 따라 이 무림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