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47화 (147/203)

<휘운객잔 147화>

휘운객잔 2호점.

곽휘운은 이번 남궁거악과 대장로를 물러나게 하면서 드디어 월영루를 완전히 흡수할 수 있었다.

“자. 현 총관님. 아니, 이제 현 점주님이라 부르는 것이 맞겠지요.”

“호호. 점주라는 말을 들으니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밝게 웃으며 좋아하는 현소월.

현소월은 자신이 총관으로 일하던 곳에 이제는 점주가 되어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기본적으로는 휘운객잔을 따라가겠지만, 다른 부분은 모두 현 점주님이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곽휘운은 큰 틀만 휘운객잔을 따르고, 나머지 부분들은 전부 현소월에게 일임하였다.

이래저래 제한을 두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 생각했고, 또 어차피 지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할 정도로 체계가 잡히지 않았으니 말이다.

‘현 점주님이라면, 맡겨도 문제없겠지.’

“그럼 사람들도 제가 알아서 뽑아도 되는 것입니까?”

“예. 물론입니다.”

엄청난 크기의 월영루.

아니, 휘운객잔 2호점.

당연히 사람들을 전부 새로 뽑아야했다.

다행이라면 현소월이 월영루의 총관을 할 때 인연을 맺은 이들이 꽤나 많다는 것이었다.

“다만 몇 가지 음식을 황 숙수님에게 배워야 하니, 숙수님은 먼저 뽑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몇 가지 휘운객잔의 얼굴이 될 요리들을 이미 황중식과 이야기를 해 놓았다.

휘운객잔하면 딱 떠오를 수 있는 요리들로 말이다.

“전체적으로 조금 객잔 전체를 손봐야 하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지요.”

“그 전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헙.”

지금 곽휘운과 현소월 단 둘만 텅 빈 월영루에 있는 상황.

갑자기 현소월이 곽휘운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갑자기 달라붙는 현소월에 깜짝 놀란 곽휘운.

곽휘운은 아직까지 이런 현소월의 바뀐 모습이 적응이 되지 않았다.

“급한 것도 없는데, 뭐 이리 일찍 돌아가려 하십니까?”

“하하하……. 이래저래 할 일이…….”

“아직 저곳은 안 가 보셨지 않습니까.”

현소월이 가리킨 방향은 명월루의 가장 깊숙한 곳.

딱 봐도 둘이 들어가면 뭔 일이 날 것만 같은 곳이었다.

“저곳은 가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어서…….”

그렇게 현소월이 곽휘운의 손을 이끌고 향하려던 그때였다.

쾅.

“내가 이럴까 봐 왔다.”

굳게 닫혀있던 명월루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백리화가 안으로 들어왔다.

백리화를 보자마자 살짝 아미가 찡그려지는 현소월.

방해꾼이 나타났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분명 우리 다 같이 모여서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근데 그걸 바로 깨?”

“쳇.”

“……???”

곽휘운은 현소월과 백리화의 대화에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 * *

곽휘운과 남궁태산이 돌아오고 며칠 후.

백리화, 주연희, 위하윤, 현소월 이 네 여인이 한 곳에 모였다.

“오늘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모두 이렇게 모여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백리화였다.

백리화는 오늘 지금 이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고 가려고 마음먹었다.

여기 모인 지금 네 명 모두 곽휘운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

한번은 이렇게 모여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다들 휘운 오라버니를 좋아하시죠?”

“네.”

“당연하죠.”

“물론이야.”

다들 당당하게 대답을 한다.

백리화는 이 모습에 질투나 화 보다는 오히려 작게 웃음이 났다.

다들 얼굴과 눈빛에서 확신과 같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모두들 곽휘운에게 진심이었다.

“후훗. 다들 의지가 굳으시네요.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백리화는 조심스럽게 오늘 모인 이유를 꺼내었다.

“다들 공정하게 경쟁하자는 거예요.”

“??”

백리화의 말에 다른 세 명이 모두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공정한 경쟁이라니?

“혼자 편법으로 휘운 오라버니를 차지할 생각을 하지 말고, 공정하게 경쟁해서 휘운 오라버니에게 선택받는 것으로 정해요.”

백리화는 현소월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 백리화의 시선에 슬쩍 시선을 돌리는 현소월.

현소월은 지난번에 곽휘운에게 추궁과혈을 할 때 자신이 했던 일이 있기에 그랬다.

“그런데 사랑을 쟁취하는 것에 꼭 공정함이 있어야 하나요?”

그때 주연희가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녀는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빼앗긴 후에 공정함을 이야기해봐야 아무런 소용없는 짓이니 말이다.

“제 말은 저희끼리 과도한 경쟁은 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백리화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경쟁자들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그러니 벌써부터 저희끼리 휘운 오라버니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저희끼리 피터지게 경쟁하지 말아요.”

백리화의 이 말에는 다들 수긍을 하였다.

곽휘운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하였지만, 그는 확실히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곽휘운의 마음을 차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넷이었지만,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미지수였다.

“어때요? 제 말대로 하시겠어요?”

“……좋습니다.”

“흠. 좋아요.”

위하윤과 주연희는 대답을 하였다.

하지만 아직 대답을 하지 않은 현소월.

현소월은 백리화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싫었다.

지금 자신이 가진 가장 큰 무기를 잃는 것이니 말이다.

‘저들에 비하면, 나는…….’

현소월은 그것이 불안했다.

백리화, 위하윤, 주연희에 비하면 자신은 아직 부족했다.

곽휘운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편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 필요했다.

“소월.”

“아, 알았어. 좋아 그렇게 할게.”

백리화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자, 현소월이 결국 동의했다.

백리화가 저런 목소리로 말할 때는 절대로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소리.

현소월은 그걸 알기에 동의한 것이었다.

“좋아요. 그럼 오늘부터 우리 사운동맹(四雲同盟)은 시작된 거예요.”

곽휘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네 여인의 동맹인 사운동맹이 시작되었다.

* * *

천마신교의 감숙성 본거지.

천마는 가장 높은 자리에서 앉아 입가에 아주 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역시. 천살교가 맞았군 그래. 교마.”

“흘흘흘. 맞습니다.”

천마의 아래에 있는 수많은 무인.

그 제일 앞에는 교마가 서 있었다.

“이렇게 나서는 것을 보니, 준비는 끝난 모양이군.”

“맞습니다. 이제 곧 무림은 역사상 가장 강한 천살교를 보게 될 겁니다.”

“지난번 반쪽짜리로 실험을 해보더니, 나름 교훈을 얻었나 보군 그래.”

“흘흘흘. 맞습니다.”

가만히 이야기를 주고받는 둘.

그 사이에 교마 뒤에 있던 무인들이 천마를 완전히 둘러싸기 시작했다.

“일부러 시간을 주다니, 역시 너무나 광오하십니다. 제가 그렇게나 겸손하라고 하였는데 말입니다.”

“광오하다? 하하하하!!! 그럴 리가. 벌레가 몇 마리 있다고 해 봐야 벌레일 뿐.”

“벌레에 물려서 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르시나 봅니다.”

천마는 교마가 자신과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자신을 포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부러 시간을 주었다.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자. 누가 누구인지 다 기억했으니, 이제 죽여도 되겠군.”

주변을 훑어본 천마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같이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기운.

이 기운에 주변을 포위한 무인들은 순간적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천마라는 이름에 걸맞은 압도적인 기운.

“그리고 내가 듣기로 내 아들놈도 천살교에 속해 있다고 들었는데, 맞는가?”

“흘흘. 맞습니다.”

“그렇군. 후계야 다시 정하면 되니 큰 문제없지.”

스릉.

콰아아아아아아!!!

천마가 검을 뽑자 기운이 수배는 더 강해졌다.

이 기운에는 지금까지 침착했던 교마도 놀랐다.

자신들이 추정했던 천마의 힘을 아득히 뛰어넘었으니 말이다.

‘이런. 여기 있는 자들은 전부 죽겠군.’

지금 천마를 둘러싼 이들은 다들 천마신교 서열 100위에 속해 있는 고수들이다.

무림 어디를 가서도 절대 고수로 칭송받을 만한 실력자들.

하지만 교마는 오늘 이들이 여기서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 느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저들을 천살교로 끌어들이기 위해 들인 공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죽이게.”

교마의 명령에 그들은 공포심을 이겨 내며 그대로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틈에 교마는 곧바로 달아났다.

승산이 없는 싸움이니 머물 필요가 없었다.

“쯧. 도망을 치다니. 저런 자가 천마신교에 있었다는 것이 부끄럽군.”

천마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무인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멀리 달아나는 교마의 모습을 보며 작게 혀를 찼다.

“흐아아아압!”

“하아압!”

공포심을 덜어내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무인들.

그제야 천마가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마의 검이 움직였다.

“배신을 했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서늘하게 빛나는 천마의 두 눈.

그보다 더욱 서늘한 천마의 검이 달려드는 무인들을 향했다.

* * *

결국 현소월은 월영루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백리화의 손에 이끌려 돌아왔다.

물론 곽휘운도 그녀들이 한 대화의 뜻이 무엇인지 조금도 알지 못한 채로 다시 돌아와야 했고 말이다.

“야. 곽휘운 무림맹에서 전갈이 왔다.”

곽휘운이 객잔으로 들어서자 남궁태산이 종이 하나를 던졌다.

휘익. 촤락.

곽휘운은 가볍게 낚아채어 곧바로 펼쳐들었다.

종이 적힌 내용은 지금 무림의 정세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천마신교가 분열되었다.’

당금 무림에 진출한 천마신교가 분열되었다.

이유는 내부의 반란.

내부에서 천살교의 이름을 내세우며 수많은 이가 반란을 일으켰다.

그에 따라 천마신교의 무인들은 대립하며 서로에게 검을 겨누었고, 그들의 전력 중 오할 정도가 사라졌다.

다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번에 죽은 무인들 중 상당수가 천살교에 가담한 자들이고, 그들 중 대다수는 천마의 손에 의해 죽었다는 것이었다.

‘천살교가 무림 정복을 선언했다.’

그리고 또 다른 내용은 바로 천살교에 대한 내용이었다.

천살교는 이번에 거대한 성을 짓고, 그곳에서 무림 정복을 선언하였다.

거대한 성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무인을 거느린 그들은 곧바로 힘의 과시에 들어갔다.

그들은 우선 무림을 재편한다면서 새로운 고수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천혈오존(天血五尊).’

천혈오존.

그들은 곧바로 천마신교의 팔마 중 상위 서열 셋과 무림 이천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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