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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45화 (145/203)

<휘운객잔 145화>

이제 마지막 남은 강시는 철마 하나뿐이었다.

가장 강한 상대.

외공의 극한을 이루었던 철마가 대장로의 손에 의해 강시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강시가 되면서 그의 피부는 금강불괴와 같은 수준이 되었다.

지금 그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는 무인이 무림에 몇 명 없을 터였다.

“익숙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

곽휘운이 말하는 익숙지 않다는 것은, 위력이 너무나 강해 조절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번 기회에 이 새로운 깨달음인 휘운신공의 위력을 가늠해 보고 싶었는데, 그것이 힘들 것 같았다.

“두 번이나 싸울 줄은 몰랐습니다.”

강시가 된 철마는 다른 강시들과는 다르게 가만히 서서 곽휘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미 죽었음에도 곽휘운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면, 그의 몸에 곽휘운의 검이 남긴 상처를 기억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죄송합니다만, 또 벨 수밖에 없겠습니다.”

슈욱. 탓.

곽휘운이 먼저 가볍게 발을 굴렀다.

발밑에 모여 있던 휘운이 튕기듯 터지며, 곽휘운이 엄청난 속도로 쇄도해 날아갔다.

무릎이 불편한 곽휘운이 생각해 낸 방법.

휘운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어 튀어나가는 방법이었다.

당연히 그 속도는 상상 이상.

슈악! 스으윽!

그리고 달려 나가는 도중 휘운의 힘으로 도중에 방향을 트는 것도 손쉬웠다.

푹. 푸욱. 푹. 푹.

눈 깜짝할 새에 철마에게 네 개의 빙검을 꽂아 넣은 곽휘운.

하지만 철마는 그럼에도 몸을 움직였다.

휘익! 훙!

엄청나게 빠르고 강렬하게 주먹을 뻗어 오는 철마.

공격당했음에도 전혀 느려지지 않은 움직임.

서걱.

하지만 그 순간 곽휘운의 빙검이 다시 나타나 순식간에 뻗어 나오는 철마의 팔을 잘랐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잘려 버린 철마의 팔.

금강불괴에 가까운 몸인데도 마치 물렁한 흙을 자르듯 너무나 손쉽게 잘렸다.

- 휘운신공(輝雲神功). 오의. 파랑권(波浪拳).

퉁.

팔이 잘린 철마의 가슴팍에 작렬하는 곽휘운의 주먹.

그런데 생각보다 소리가 크지는 않았다.

마치 가볍게 건드린 듯한 소리.

쩌적. 쩌저저적. 쩌저저저저적.

그런데 일권을 맞은 가슴팍에서부터 얼음이 얼어붙기 시작하더니, 마치 파도 물결같이 온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벙.

그리고 그 파도의 물결의 끝에서는 폭발이 일어났고, 그대로 철마의 몸이 터져 나갔다.

파사사사사삭.

한 줌의 얼음결정이 되어 부셔져 내리는 철마.

그렇게 곽휘운은 깔끔하게 강시 다섯을 정리했다.

“흐음. 역시 몸을 움직이니까 좋군.”

곽휘운은 오랜만에 직접 몸을 움직이니 조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그저 가만히 서서 휘운을 움직였을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예전의 감각들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이것이 무인이고 이것이 무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검마 어르신만 남았군.”

곽휘운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남궁태산은 끝을 보고 있었고, 이제 남은 것은 검마와 대장로 둘의 싸움이었다.

* * *

검마는 가만히 대장로를 바라보았다.

천마신교시절부터 한 번도 싸워 본 적 없는 대장로였다.

무언가 꿍꿍이속이 있다는 것은 느꼈었는데, 천살교의 대장로라는 것은 예상지 못했다.

“하나만 묻겠네.”

“무엇이오?”

“그럼 교주는 소교주인가?”

“하하하. 역시……. 정확하오.”

“그렇군.”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한 일이기에 검마는 크게 동요치 않았다.

최근 천마신교에서 행적이 이상한 자들이 몇 있었는데, 그중 가장 미심쩍은 자들이 바로 소교주와 독마였다.

분명 무언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독마가 천살교의 대장로라고 하니, 당연히 소교주가 그와 비슷한 위치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래서 슬쩍 교주라고 찔러보았는데, 저렇게 쉽게 인정할 줄까지는 솔직히 몰랐다.

“이제 숨길필요도 없다는 것인가.”

“하하. 맞소. 이제 천살교가 세상에 나올 것이오.”

이제 천살교가 다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었다.

그러니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렇군. 그럼 여기서 대장로는 한 명 처리해 두는 것이 낫겠어.”

“쉽지 않을 거요.”

기운을 끌어올리는 검마.

대장로도 한껏 기운을 끌어올렸다.

‘검마랑 여기서 싸울 예정은 없었는데.’

대장로는 항주에서 검마와 부딪칠 것이란 건 생각지 못했다.

대장로가 항주에 온 이유는 철마의 시체를 직접 회수하려는 것과 곽휘운이라는 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교주가 말했던 곽휘운이란 자를 직접보고 설득해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던가, 아니면 실험체로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검마가 이곳까지 직접 내려오는 것은 대장로도 예상치 못했다.

그는 평소 직접 몸을 움직이지 않는 자였으니 말이다.

‘흠. 잘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겠군.’

대장로는 여기서 검마를 이기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검마와 곽휘운.

둘 다 대장로에게는 최고의 실험체가 될 것이었다.

‘검마가 얼마나 강할지는 몰라도……. 이 힘을 완성한 나에게는 이길 수 없을 터다.’

대장로는 확실히 검마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바로 며칠 전 완성한 무공 때문이었다.

이곳 항주에 와서 완성시켰다.

슷.

그대로 검마의 신형이 사라졌다.

“싸움에 집중하게.”

카아앙!!!

대장로를 베어 오는 검마의 검.

대장로는 손을 뻗어 그대로 검을 쳐 내었다.

가벼워 보이는 공방이었는데, 주변이 찢어질 듯한 강렬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둘의 수준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 공방이었다.

“집중하고 있소.”

대장로의 손에 둘러져 있는 피처럼 붉은 색을 내는 기운.

천살교의 교도들이 익히는 혈기였다.

천살교의 교도가 되면 ‘혈기공(血氣功)’을 익히게 된다.

혈기공을 익히는 순간 내공이 혈기로 변하게 되며, 보통의 내공보다 훨씬 강한 위력을 보여 주었다.

“흘흘. 그럼 제대로 해 보자고.”

“그럴 일 없을 거요.”

“흐음?”

대장로의 기운이 갑자기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혈기.

그런데 단순히 거대하기 만한 혈기가 아니었다.

갑자기 검마의 손과 발이 떨리기 시작했다.

분명 강한 기운이기는 했지만, 검마가 저리 손과 발을 떨 정도는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천마신공을 네가 어찌…….”

“이게 진짜 천마신공이오.”

* * *

검마와 대장로의 대결을 지켜보던 곽휘운.

갑작스럽게 뿜어져 나온 대장로의 기운에, 검마가 심히 떨리는 것을 본 곽휘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천마신공! 그렇군. 그런 것이었어. 천살교를 만든 놈이 그놈이었어.]

천홍의 격앙된 목소리.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까지 묻지 않았던 곽휘운이었지만, 너무나 격앙된 천홍의 외침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음……. 너도 짐작했겠지만, 본좌는 예전에 천마신교의 교주였다.]

곽휘운은 천홍의 말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지금까지 천홍이 천마신교의 인물들을 만날 때마다 보인 반응으로 그가 천마신교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 짐작했으니 말이다.

다만 교주라는 것까지는 예상치 못했다.

[본좌가 있을 때는 천마신교가 무림의 절반 이상을 접수했었다.]

그렇게 시작된 천홍의 이야기.

천홍은 천마신교의 교주인 천마로서 무림 진출을 했었고, 그 당시 천홍은 힘으로 무림의 모든 고수들을 꺾어버리고, 무림의 절반 이상을 접수했었다.

그렇게 무림을 완전히 접수할 듯 했던 그때, 천홍은 가장 믿는 자에게 배신을 당했다.

천마신교 부교주 광뢰마검(光雷魔劍) 신종악.

본래는 없는 직책인 부교주라는 자리까지 만들어 준 신종악이었다.

그런데 신종악이 뒤에서 자신에게 칼을 찔러 왔다.

‘이제 내 세상이 될 것이오.’

신종악이 칼을 찔러 오며 마지막으로 하였던 말.

그 말에 천홍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모든 힘을 끌어올려 그에게 일격을 날렸다.

물론 천홍은 그 일격을 날리고 곧바로 숨을 거두었으니, 그 뒤의 일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천홍은 신종악이 자신의 뒤를 이어 천마신교의 교주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전대 천마라는 그놈에게서 신종악 그놈의 기운이 느껴졌을까?]

분명 그 전대 천마가 익히고 있는 것도 천마신공이 맞았다.

신종악의 기운인 광뢰기가 느껴지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아마 천홍님이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제대로 된 천마신공이 전해지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아! 그렇군. 그래. 일리는 있는 말이다.]

천마신공은 서책으로 전해지는 무공이 아니었다.

천마가 다음 천마에게 구전으로 전수해 주는 무공.

천홍이 신종악의 갑작스러운 배신으로 후대가 없이 죽었으니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앞부분의 구결은 천마동에 전해지니 구전 없이도 충분히 익힐 수 있었을 테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곽휘운은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분명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을 천마신공인데, 어떻게 저들이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단 말인가?

[본좌가 그놈에게 천마신공의 구결을 알려 주었었다.]

천홍은 생전에 신종악에게 천마신공의 뒤쪽 구결을 알려 주었다.

혹시나 자신이 죽었을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도 앞 구결을 모르니, 완성치 못했을 터였는데 어떻게 완성하였는지는 의문이었다.

‘저들과 싸워나가다 보면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 맞는 말이다.]

아직까지 머릿속이 복잡하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천살교에 대한 의문이 가득했다.

* * *

진짜 천마신공?

검마는 천마신교의 비사를 알고 있기에, 지금 대장로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천살교가 천마신공을 가졌다는 것인가?’

사실 지금 천마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천마신공은 반쪽짜리 천마신공이었다.

이미 반이 소실된 천마신공에 천마신교 제일의 무공인 광뢰검법을 조합하여 만든 무공이 지금의 천마신공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천마들의 힘은 충분히 발휘가 될 수 있었고, 교주의 자리를 지키는 것에 조금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임시방편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소실된 뒷부분의 구결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천마신교이지만, 결국 찾지는 못하였다.

그런데 지금 그 뒤 구결까지 완벽한 천마신공이 나타난 것이다.

천살교의 대장로의 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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