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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44화 (144/203)

<휘운객잔 144화>

곽휘운은 검마가 남궁태산에게 가르침을 준 후, 따로 검마와 만났다.

“이번에는 네 실력을 한번 보자꾸나.”

“알겠습니다.”

휘이익.

곽휘운과 검마는 자리를 옮겼다.

객잔과 꽤나 떨어진 곳에 있는 산중에 있는 공터로 향했다.

주변에 민가도 없는 깊은 곳.

둘이 싸우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건 또 이것대로 흥분되는구나.”

곽휘운과 마주선 검마는 남궁태산을 가르칠 때 느꼈던 즐거움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무인으로의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눈앞의 곽휘운이 무인으로서 인정할 만한 상대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 어떤 무공인지 한번 보자.”

“예.”

슈와아아아악.

주변을 완전히 잠식한 곽휘운의 휘운.

검마는 휘운을 보고는 눈을 빛내었다.

확실히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무공이었다.

스릉.

그리고 동시에 검을 뽑아드는 둘.

곽휘운은 오랜만에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제중혁과의 싸움 이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다.

“가겠습니다.”

“그래.”

슈왁!

휘운이 날카롭게 변하며 검마를 베어 나갔다.

카각.

가볍게 막아내는 검마.

그리고 이번에는 곧바로 검마가 검을 움직였다.

부드럽게 움직이며 휘운을 가르고 곽휘운에게 쇄도하는 검마의 검.

그저 단순한 찌르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없이 많은 변화와 힘을 담고 있었다.

곽휘운이 조금만 어설프게 대처를 한다면, 아마 그대로 곽휘운의 몸을 관통할 터였다.

콰가가가가각! 콰가가각!!

휘운이 거칠게 움직이며 검마의 검을 감싸 안으며 일순 방향을 틀어버렸다.

그렇게 아주 잠깐이지만 검마에게 생긴 틈.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곽휘운의 휘운이 양방향에서 베어 들어갔다.

“좋구나.”

카각! 카각!

물론 어느새 검을 회수한 검마가 가볍게 검으로 휘운을 쳐 내었다.

잠깐 서로의 실력을 확인해 본 둘.

지금의 싸움은 그저 서로의 실력을 잠깐 가늠해 본 것에 지나지 않았다.

“흘흘흘. 가볍게 몸도 풀었으니, 가 보자.”

“바로 가겠습니다.”

“그래.”

곽휘운은 어차피 자잘한 수는 모두 건너뛰기로 하였다.

검마에게 그런 자잘한 수는 통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검마의 기분만 상하게 할 터였다.

- 휘운검법. 극의. 태극(太極).

곽휘운의 검과 휘운이 함께 빛을 내기 시작하였고, 곧바로 그 빛이 폭발하듯 밝게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은 금세 꺼지듯 사그라들었다.

카가가가가가각!

서걱.

쿠구구구구궁,

“놀랍구나. 놀라워!”

검마는 지금 곽휘운의 일 검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빛이 번쩍하는 순간, 이미 곽휘운의 검격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검마는 곽휘운의 검격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온 내공을 모두 끌어올려 검으로 간신히 흘려내었다.

그리고 그렇게 흘려낸 검격에 뒤에 있던 거대한 바위가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아주 매끄럽고 깔끔하게 잘린 바위의 단면.

방금 곽휘운의 검격이 얼마나 예리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분명 엄청난 검격이군 그래. 그런데…….”

말에 뜸을 들이는 검마.

검마의 기운이 갑자기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런 놀라운 실력으로 이런 장난 같은 검법을 쓰느냐?”

“…….”

검마의 말에 곽휘운은 대답하지 못했다.

장난 같은 검법.

이 말에 딱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사실 검법이라 부르기 민망한 무공이 맞지.’

휘운검법.

곽휘운이 만들어낸 이 휘운검법은 사실 이제 검법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처음 곽휘운이 만들어낼 때만하여도 이렇게 휘운을 잘 다루지 못하였으니, 훨씬 검법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검법이라기보다는 기공법에 가까웠다.

“그리고 무엇하러 이렇게 기를 낭비하느냐?”

검마가 본 곽휘운의 문제점.

휘운검법을 운용할 때 사방을 감싸는 구름이었다.

검마는 이 구름이 곽휘운이 내공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분명 위력도 충분하고, 넓은 범위를 자신의 영역에 둘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방법은 너무나 불필요한 내공의 소모가 많았다.

굳이 이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다.

“알고 있으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냐?”

곽휘운은 대답대신 쓰게 웃었다.

곽휘운도 휘운검법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축령신공으로 인해 내공이 부족할 일은 없었지만, 훨씬 더 효율적으로 내공을 쓸 수는 있을 것이다.

‘나도 이미 이것이 편해져 버린 것이지.’

곽휘운은 이미 휘운이 너무나 편해져 버렸다.

휘운을 그저 습관처럼 운용하고 있었다.

“왜 앞으로 가지 않느냐? 두려우냐?”

너무나 강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곽휘운에게 있었다.

스스로 혹시나 괴물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강해지는 것을 조금은 일부러 외면하였다.

그리고 또다른 이유는 주변의 시선 때문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따금 괴물을 보듯이 바라보는 그 시선이 두렵기도 하였다.

“괴물이 되어 버릴까 두렵습니다.”

“흘흘. 강해지는 것이 두렵다? 겨우 그런 것이 두려우냐? 네가 강해지는 만큼 주변 사람들이 안전해진다는 생각을 하거라.”

“아!”

곽휘운은 검마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는데, 지금 자신은 그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괴물이 되어버릴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은 주변 사람들을 잃는 두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잘못 생각했구나.’

일순간 눈빛이 바뀐 곽휘운.

그에 따라 주변의 기운도 바뀌었다.

그 변화에 검마가 미소 지었다.

‘좋은 눈과 기세가 되었구나.’

검마는 한눈에 곽휘운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 변화에 검마는 더욱 더 즐거워졌다.

이제 진짜 검을 맞대볼 상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이제야 마음을 조금 더 단단히 굳힌 거구나.]

곽휘운이 마음을 굳히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또 다른 자.

바로 천홍이었다.

천홍은 곽휘운이 더욱 더 강해질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은 곽휘운의 문제라 생각했기에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곽휘운이 자신의 과거에 대해 묻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자. 다시 보여 주거라.”

“예.”

완전히 바뀐 곽휘운의 기세.

검마는 검을 쥔 손에 땀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긴장감과 흥분, 그리고 두려움.

‘두려움이라. 정말 너무나도 오랜만에 드는 감정이군.’

분명 바뀌기 전의 곽휘운도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무인이었는데, 지금의 곽휘운은 그것을 넘어서 두려움을 느끼게 할 정도의 무인이 되었다.

검마가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전대 천마 이후 처음이었다.

“가겠습니다.”

“그래.”

검마는 곽휘운의 말에 단단히 준비를 시작하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가는 크게 낭패를 당할 터였다.

슈왁!

주변을 장악하고 있던 휘운이 곽휘운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곽휘운의 발밑에서만 휘돌고 있는 휘운.

확 작아진 휘운이었지만, 그만큼 모든 기운이 강력하게 뭉쳐 있었다.

쩌저저저저적.

그리고 또 하나.

곽휘운은 검을 허리춤에 넣고, 얼음으로 만든 검을 만들어 손에 쥐었다.

휘운시를 만들었던 대로 그대로 검을 만들어 낸 것이다.

슥.

지금까지 언제나 가만히 서서 휘운만을 움직여 싸우던 곽휘운이 먼저 움직였다.

곽휘운은 오른 다리가 불편했지만, 솔직히 그것은 이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카앙!! 카가가가강!!

그야말로 엄청난 공방.

검마와 곽휘운의 검이 부딪칠 때마다 땅이 뒤집히고, 나무가 잘려나갔다.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싸움이었다.

‘점점 더 강해지는구나.’

곽휘운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검마는 점점 손이 저려 옴을 느꼈다.

‘흘흘. 어디까지 강해질까 궁금하구나.’

검마는 곽휘운이 과연 얼마나 강해질까 궁금했다.

이미 지금만으로도 천하제일을 논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 * *

슈왁!

주변에 퍼져있던 휘운이 곽휘운에게 돌아와 모였다.

강시들은 주변에서 사라진 휘운을 느끼고, 곧바로 곽휘운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귀찮게 하던 것이 사라졌으니 당연했다.

“귀찮음을 줄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곽휘운은 일일이 찾아가지 않아도, 자신에게 쇄도해 오는 강시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쩌저저저저적.

곽휘운의 손에 들린 빙검(氷劍).

그 빙검이 그대로 가장 앞에서 달려들던 강시인 천유객을 찔러 들어갔다.

푹.

너무나 가볍게 강시의 가슴팍을 꿰뚫어버리는 빙검.

곽휘운은 역시나 생각했던 위력이 나오자 짙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대로 빙검을 몸에 박아 두고는, 몸을 돌려 그 다음 강시인 마전살을 향해 손을 뻗어나갔다.

그리고 어느새 곽휘운의 손에 들려있는 빙검.

곽휘운은 바로 발밑에 있는 휘운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며, 순식간에 빙검을 만들어 내었다.

푹. 푹.

마전살을 향해서는 순식간에 두 개의 빙검을 박아 넣었다.

카가가가각!

그때 향초아가 어느새 곽휘운을 향해 공격을 해 왔는데, 곽휘운에게 닿지 못하고 휘운에 의해 막혀 버렸다.

곽휘운은 몸 주변에 있는 휘운을 전보다 훨씬 더 다채롭게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곽휘운은 이제 휘운검법을 버렸다.

- 휘운신공(輝雲神功). 오의. 휘룡장(輝龍掌).

모든 무공을 포함하게 된 무공이니 이름을 휘운신공으로 바꾸었다.

곽휘운의 손바닥이 향초아에게 작렬했고, 그대로 향초아의 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쩌저저저저적.

파사사사삭.

그대로 얼어붙은 향초아의 신형이 부셔져 버렸다.

이제 남은 강시는 단 둘.

철마와 권왕.

둘은 죽기 전에 이미 일정 경지를 넘은 고수.

강시가 되어서도 역시나 범상치 않았다.

특히 철마는 오히려 강시가 된 후 더욱 더 단단해졌기에, 분명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가볍게 가 봅시다.”

쩌저저저적.

다시금 곽휘운의 손에 들린 빙검.

그리고 그 빙검이 그대로 허공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빛을 뿜어내는 빙검.

- 휘운신공(輝雲神功). 극의. 태극(太極).

서걱.

툭.

무언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빙검의 빛이 사라졌다.

바닥을 뒹굴고 있는 권왕의 머리.

꽤나 거리가 떨어져 있었음에도 깔끔하게 베어진 권왕의 목.

언제 베었는지, 어떻게 베었는지 그 누구도 보지 못하였다.

“흠. 아직 익숙지는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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