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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42화 (142/203)

<휘운객잔 142화>

“흠.”

남궁태산은 타들어 가 버린 어깨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금 남궁거악에게 시선을 돌렸다.

거만한 자세로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궁거악.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남궁태산에게 일 검을 성공시킨 남궁거악이었다.

“크큭. 크하하하하!”

남궁거악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손에 넣은 이 힘.

이 힘이라면 저 남궁태산을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

“오늘 무림에서 검성을 지워버릴 수 있겠어.”

“앞으로 너한테 단 일 검이라도 당하면, 그냥 내 스스로 죽고 만다.”

“크하하하. 허세는 집어치워라. 어차피 네놈은 죽을 테니까.”

남궁태산은 가만히 검을 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방금 전의 남궁거악의 움직임을 보고 그를 경시하는 마음을 완전히 버렸다.

확실히 남궁거악은 자신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것이 무엇에 의한 것이든 말이다.

퉁.

또 다시 남궁거악이 쇄도해 왔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이는 남궁거악.

하지만 남궁태산은 이제 확실히 남궁거악의 움직임이 눈에 보였다.

카캉!

가볍게 남궁거악의 검을 쳐 내며, 남궁태산이 역으로 검을 찔러 들어갔다.

서걱. 촤악!

그리고 남궁태산은 자신이 베였던 곳과 똑같은 곳인 남궁거악의 어깨를 베어 내었다.

“흠.”

이미 강시가 되었기에 고통은 없었지만, 습관적으로 급하게 어깨를 감싸 쥐는 남궁거악.

남궁거악은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를 만큼 빠른 남궁태산의 검격에 놀랐다.

물론 아주 조금 놀란 것일 뿐, 큰 동요는 없었다.

스르르르륵.

그런데 검에 베여 피가 뿜어져 나오던 남궁거악의 상처가 갑자기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그저 잘려나간 옷자락만이 그곳이 베였던 곳이란 것을 알려 줄 뿐이었다.

“크흐흐흐. 이정도 쯤이야.”

“정말 괴물이 되었군.”

괴물이라는 말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베인 상처가 곧바로 낫는 것은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하긴 이미 남궁거악은 활강시가 되어 버렸으니 이것이 가능한 것일지도 몰랐다.

“다시 놀아 볼까?”

“놀아? 아니, 난 이제 질려서 말이야. 놀이는 끝이다.”

“정말 주둥이만큼은 무공보다 더 잘 쓰는구나!”

퉁.

남궁거악이 재차 달려들었다.

엄청난 속도로 몸을 움직이며 남궁태산을 위협하는 남궁거악.

지이이이이잉.

카캉! 캉! 카가강!

남궁태산은 어렵지 않게 남궁거악의 공격을 막아 내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 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치이이이익.

그리고 자령신검에서 나오는 엄청난 화기에 남궁태산의 옷자락이 조금씩 타들어가고 있었다.

제왕검의 효용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살도 익었을 만큼의 화기.

남궁거악은 남궁태산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방어만 하는 모습을 보고 이 싸움은 자신의 승리임을 장담했다.

이대로 막기만 한다면 이 주변은 완벽히 자신의 화기에 장악당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대로 싸움은 끝이다.

‘네놈이 타 죽든지 아니면, 숨이 막혀 죽든지 둘 중에 하나다.’

굳이 직접 공격을 성공시키지 않아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남궁거악은 남궁세가에서 받은 무적화룡검강을 자신에게 맞게 또 한 번 바꾸었다.

서서히 상대를 말려 죽이는 무공으로 말이다.

이것은 남궁거악의 평소 성정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그는 언제나 이렇게 상대를 가지고 놀듯이 서서히 말려 죽이는 것을 좋아했다.

무공을 자신에게 맞게 바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남궁거악도 보통의 무인은 아니라는 증거였다.

실제로 남궁거악은 남궁태산이 아니었다면, 분명 남궁세가에서 천재 대우를 받으며 차기 가주로 손쉽게 낙점 받을 수 있었을 정도였다.

다만, 남궁태산이 너무나 뛰어난 천재였기에, 남궁거악은 빛을 보지 못하였다.

- 무적화룡검강(無敵火龍劍罡). 오의. 화룡탐일(火龍貪日).

다시금 남궁태산을 덮치는 거대한 화룡.

남궁거악은 오늘 남궁태산을 죽이고, 자신이 남궁세가 최고의 천재였음을 증명하려 하였다.

서걱.

퍼버버버벙!

여전히 화룡은 아무런 위협도 주지 못하고, 남궁태산의 검에 잘려 나갔다.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다르게 화룡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나갔다.

화룡의 강렬한 화기가 일순 주변을 휩쓸었고, 남궁태산은 꼼짝없이 그 화기에 완전히 휩싸여 버렸다.

“크크크크. 슬슬 네놈도 힘들 거다.”

아무리 남궁태산이 초인적으로 강하다고 해도, 이 화기에 꽤 오랜 시간 갇혀 있었다.

이제 슬슬 주변의 공기가 부족할 시간이었다.

“하암. 이제 불놀이는 다 끝났냐?”

“음?!”

그때 지금까지 조용히 남궁거악의 공격을 막고만 있던 남궁태산의 입이 다시 열렸다.

평온하다 못해 따분함이 가득한 목소리.

마치 지금 남궁거악의 모든 수가 애들 장난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끝났으면, 내가 간다.”

가만히 막고만 있던 남궁태산이 드디어 먼저 움직였다.

스슥.

남궁태산의 신형이 그대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곳은 남궁거악의 뒤쪽.

서걱. 촤아아악!

툭.

“우선 팔 하나. 다시 팔도 자라는지 한번 보자.”

“!!!!”

남궁태산의 말과 동시에 남궁거악의 왼팔이 잘렸나갔다.

약으로 도배된 검은 피를 뿜으며 주춤 뒤로 물러나는 남궁거악.

남궁거악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바닥에 나뒹구는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았다.

‘보지 못했다.’

남궁거악은 남궁태산의 움직임을 하나도 보지 못하였다.

팔이 잘렸을 때까지 말이다.

스르르르륵.

다시금 빠르게 상처가 아물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잘린 팔에서 나오는 피를 멈추게 할 뿐, 잘려 나간 팔을 다시 만들어 주지는 못하였다.

“잘린 건 다시 나오지 않나보군.”

“놈!”

남궁거악이 벼락같이 다시 몸을 날렸다.

가만히 있어서는 남궁태산의 방금 공격을 막을 방도가 없었으니, 먼저 공격을 하기로 한 것이다.

카가가가각! 캉! 카캉!

엄청난 속도로 남궁태산을 공격하는 남궁거악.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강한 화기가 남궁거악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이이이이잉.

화르르르르륵.

남궁거악의 몸이 더욱더 붉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당장이라도 몸에서 피가 떨어질 것만 같을 정도가 되었다.

“쯧쯧. 뭘 먹었는지는 몰라도, 그딴 것에 의존하니까 네가 약해 빠진 거다.”

“날 이기고 말을 지껄여라!”

“그래. 그러지 뭐.”

휘우우우우웅. 펑!

남궁거악이 만들어낸 화기가 남궁태산을 중심으로 휘돌더니, 그대로 펑하고 터진 뒤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남궁태산이 검을 들고 오연히 그 가운데에 서 있었다.

“자. 이제 간다.”

스슥.

“흡!”

남궁거악은 남궁태산의 신형이 사라지자마자 곧바로 대비를 하였다.

또다시 팔이 잘리는 것은 사양이었다.

‘보인다!’

그리고 집중하자 흐릿하지만 남궁태산의 움직임이 보였다.

곧바로 검을 들고 마주 달려드는 남궁거악.

미리 선수를 칠 생각이었다.

서걱. 촤아아아악!

그런데 아직 남궁태산의 검이 남궁거악에게 닿지도 않았는데, 무언가 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뭐 하냐?”

남궁거악의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남궁태산의 목소리.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빠르게 돌린 남궁거악.

하지만 뒤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다 임마.”

“여기라니까.”

갑자기 사방에서 메아리치듯 들려오는 남궁태산의 목소리.

남궁거악은 지금 자신이 환영을 보는가 싶었다.

사방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태산의 네 신형.

네 개의 신형 모두가 각기 다른 자세를 잡고 있었으며, 느껴지는 기운마저 동일했다.

남궁태산 류 무적제왕검강의 극의인 팔형낙일의 등장이었다.

그런데 본래 여덟 개의 신형이 나오는 팔형낙일인데 어째서 네 개밖에 나오지 않은 것일까?

* * *

검마의 가르침.

검마는 자신이 깨달은 모든 것을 남궁태산에게 전해 주었다.

‘재미있구나. 이래서 제자를 키우는 것인가 보군.’

검마는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제자도 들이지 않았다.

수많은 이가 검마의 제자가 되기 위해 청을 했지만, 검마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이렇게 정파에서 자신의 무공을 전수해 줄 줄은 몰랐다.

“내 검법은 ‘무형검법(無形劍法).’이라 하는 것이다.”

무형검법(無形劍法).

천마신교의 수많은 검법 중에서도 가장 익히기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본래 무형검은 검법의 한 경지로 불린다.

검이 없이도 내공으로 검을 만들어 내는 경지.

하지만 검마가 익힌 무형검법의 무형은 또 다른 의미의 무형이었다.

무공에 아무런 형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무형말이다.

보통의 무공들은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사람들은 그것을 초식으로 부른다.

하지만 검마의 무형검법은 그러한 초식이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검이 움직이는 모든 것이 초식이 되는 검법.

이러니 당연히 익히는 것이 매우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검법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면, 익혀 봐야 제대로 된 위력은 일 할도 발휘할 수 없는 검법이니 말이다.

“자, 네가 뭐를 깨달을지 한번 보자꾸나.”

이 무형검법은 익힌 사람의 깨달음에 따라서 위력이 천차만별이 된다.

검마는 남궁태산이 자신의 무형검법을 보고 어떤 것을 깨닫고,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되었다.

분명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줄 터.

휘익. 휙. 휘이익.

검마의 검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기에는 그저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단순한 움직임.

하지만 그 움직임을 바라보는 남궁태산의 두 눈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하게 빛나고 있었다.

훙. 후웅. 휘이익. 휙.

어떨 때는 강맹하게, 어떨 때는 빠르게, 또 어떨 때는 부드럽게.

검마의 검이 계속해서 수없이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었고, 남궁태산은 그런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었다.

“자. 무엇을 보았느냐?”

검을 멈추고 검마가 남궁태산을 향해 질문을 하였다.

다른 평범한 무인이 보았다면, 그저 허공에 칼질 몇 번 한 것으로 보였을 모습.

하지만 남궁태산은 그 모습에서 수많은 깨달음을 얻어 나아갔다.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던 남궁태산의 입이 작게 열리기 시작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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