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40화>
툭. 툭. 툭. 툭. 툭.
막상 추궁과혈이 시작되자 곽휘운은 아무런 잡념도 들지 않았고, 오로지 현소월의 혈도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조금의 쉼도 없이 계속되는 추궁과혈.
그저 간간히 현소월의 신음만 방안에 울려 퍼지고 있을 뿐이었다.
“흐읏. 핫. 하앗.”
다른 이들이 들으면 오해를 사기 좋은 소리.
하지만 가만히 참기에는 혈도가 뚫릴 때마다 몸에 전해지는 고통이 꽤나 강렬했다.
그나마 현소월이 나름 참을성이 있었기에 이정도로 참는 것이었지, 다른 이들이라면 아마 이 방이 부셔져라 소리를 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조금만 더 참으시면 됩니다.”
“흐윽. 네.”
툭. 툭. 툭. 툭. 툭.
말을 하면서도 손은 쉬지 않는 곽휘운.
평소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곽휘운이었지만, 지금 만큼은 얼굴에 땀이 맺혀있었다.
그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추궁과혈.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는 순간, 그대로 현소월의 혈도가 뒤틀려버릴지도 모르니 당연했다.
꽤나 오래 지속되는 추궁과혈.
곽휘운의 얼굴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고, 고통을 참아 내는 현소월의 온 몸도 땀으로 가득했다.
“후우. 이제 가장 중요한 혈도들만 남았습니다.”
드디어 곽휘운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
현소월의 웬만한 혈도는 다 뚫어 내었다.
하지만 이제 정말 중요한 혈도들이 남았다.
아주 조금만 잘못해도 그대로 목숨이 날아갈 수 있는 곳.
“이 혈도들을 추궁과혈을 할지는 현 총관님이 정해 주십시오.”
곽휘운은 현소월에게 선택을 하라고 하였다.
목숨이 달린 곳이니 당연했다.
“하겠습니다.”
현소월은 여기까지 온 이상 어차피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현소월은 곽휘운을 믿었다.
곽휘운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곽 객주님이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하하. 그 믿음에 반드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정말로 힘드실 수 있습니다.”
“네.”
곽휘운은 더욱 더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내공을 섬세하게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강하게 혈도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손을 대고 천천히 내공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윽.
현소월의 몸을 타고 흘러 들어가는 곽휘운의 내공.
차가운 내공이 몸 안에 흘러들어오자 잠깐 놀란 현소월이지만, 곽휘운의 내공이라는 것을 알고는 가만히 받아들였다.
쿠구구구구궁.
현소월의 몸 안에서 들려오는 강렬한 소리.
“흐읏!! 흑!!”
참을성 좋은 현소월도 절로 고통에 찬 신음을 크게 흘렸다.
그만큼 강렬한 고통이 현소월의 온몸을 뒤덮어 왔다.
스으으으윽.
곽휘운은 현소월의 고통에 찬 신음에도 내공을 보내는 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더 많은 내공을 흘려보내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쾅!!!
그리고 그렇게 흘러들어간 내공이 계속해서 소리를 내더니 이내, 몸 안에서 거대한 소리를 터트렸다.
“하악!”
그리고 그와 함께 현소월의 몸이 하늘로 붕 떠올랐다.
떠오른 현소월의 몸에서 검은 탁기가 빠져나오고, 몸의 근육들이 새롭게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스으윽. 툭.
허공에 떠올랐던 현소월의 몸이 다시금 침상 위로 내려왔다.
“후우.”
곽휘운은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내공이 부족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많은 집중력을 쏟았다.
게다가 여인에게는 처음 해보는 추궁과혈이기에 더욱 많은 집중을 요했다.
“하아. 하아. 감사합니다. 곽 객주님.”
현소월은 지금 뭔가 이상야릇한 기분이 몸을 지배하는 와중에도 일단 곽휘운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분명 아직 고통이 완전히 가신 것이 아니었는데, 몸이 너무나 개운하고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공에 이제 발을 들인 현소월이었지만, 자신의 몸이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후우. 꽤나 고통스러우셨을 텐데 잘 참으셨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현 총관님.”
“흐으음.”
이제 좀 정신이 돌아온 현소월.
현소월은 정신이 돌아오자, 곽휘운을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내가 정상적으로 승부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길 수 없을 거야.’
현소월은 지금 자신이 곽휘운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보통의 방법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편법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명월루의 총관이 되고는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것을 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할 때였다.
휘릭.
갑자기 현소월이 몸을 뒤집었다.
그저 몸을 뒤집은 것이 무슨 문제이겠냐만은.
지금 현소월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헙!”
곽휘운은 깜짝 놀라며, 엄청난 반응속도로 몸을 뒤로 돌렸다.
“혀, 현 총관님.”
“어머. 왜 그러십니까?”
“호호. 이미 다 보셔놓고 무얼 그리 부끄러워하십니까.”
“저, 저는 나가 있을 터이니…….”
“제 몸을 이리저리 만지시고는 그냥 가시려는 겁니까?”
“가,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바, 방금 전은 그저 추궁과혈을 위해서…….”
곽휘운은 지금 갑자기 묘하게 분위기가 바뀐 현소월 때문에 당황했다.
분명 추궁과혈을 하기 전에는 자신과 같이 부끄러워하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추궁과혈을 하면 성격이 바뀌나?’
곽휘운은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곽휘운이 아는 선에서는 그런 경우는 없었다.
“호홋. 곽 객주님은 역시 귀여우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보다……. 옷 좀 가져다주시겠습니까. 탈의를 하고 있으니, 조금 추워서 말입니다.”
“바로 앞에 있습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현소월의 말에 곽휘운은 뒤를 돌지도 않은 상태로, 그대로 뒤로 걸어 현소월에게 옷을 전해 주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꽈악.
갑자기 현소월이 곽휘운의 옷을 꽉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지금 부끄러움에 머릿속이 복잡하던 곽휘운의 몸이 일순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어어.”
하지만 곽휘운은 반사 신경으로 뒤로 넘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재빠르게 몸을 틀었다.
휘릭.
탁.
그리고 몸을 돌린 뒤 침상에 손을 집어 몸을 멈추었다.
“헉.”
“어머나? 응큼하시긴.”
그런데 지금 곽휘운의 눈앞에 보이는 현소월의 나신.
곽휘운은 초인적으로 얼굴을 돌렸지만, 이미 다 본 후였다.
똑똑.
“끄, 끝났나요?”
그리고 그때.
문 밖에서 백리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리화는 친구인 현소월의 추궁과혈이 잘 끝이 났나 보기위해 오는 길이었다.
“자, 잠시만 기다…….”
“응. 끝났어.”
곽휘운은 지금 자세가 묘하다는 것을 느끼고,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려했지만, 현소월이 한발 빨랐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곽휘운은 재빠르게 몸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현소월이 다리로 딱 막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런!’
[크흐흐. 너도 남자였구나. 네 실력이면 강제로라도 빠져 나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천홍의 말처럼 곽휘운이 마음을 먹는다면, 현소월의 다리쯤은 뿌리치고 물러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현소월이 다칠 수도 있었기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잘 끝났……. 꺄아악!”
추궁과혈이 잘 끝났냐고 말하면 들어오던 백리화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너무나 놀라 소리까지 질렀다.
나체로 침산에 누워 있는 현소월과 그 위를 덮치듯 엎드려 있는 곽휘운.
누가 보기에도 오해하기 딱 좋은 모습이었다.
아니,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화아 이, 이건 그러니까!”
“변태야!!!”
백리세가를 떨어울리는 백리화의 외침.
그리고 그 소리와 동시에 위하윤, 주연희, 독고영이 달려왔다.
이 근처에 가장 가까이 머물고 있는 셋이기에, 이 소리를 들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도 지금 현소월과 곽휘운의 모습을 보았다.
“휘, 휘운 지금 뭐를…….”
“어머. 오빠 남자였네.”
“이런. 나는 다시 돌아가겠네.”
독고영은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 다시 돌아갔고, 지금 이곳에는 여인 넷과 곽휘운만이 남았다.
“일단 넌 옷부터 입어!”
백리화는 얼른 현소월에게 옷을 입혔다.
현소월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신을 보였음에도 부끄러워하는 기색보다는, 오히려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저들보다 앞서 나갔다고 확신했으니 말이다.
“오늘 아주 화끈한 밤이었습니다. 곽 객주님. 그럼.”
“예…….”
곽휘운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현소월이 말하는 것에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현소월은 곽휘운과 세 여인을 두고 자리를 빠져 나왔다.
결국 자리에 남은 곽휘운과 백리화, 위하윤, 주연희.
곽휘운은 조금 전보다 더욱 땀을 많이 흘리며, 그녀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것은 단순한 사고로, 현 총관님께서…….”
그리고 이 설명은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계속되었다.
* * *
대장로와 남궁거악은 지금 멀찍이서 휘운객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곳이란 말이지?”
“그렇소.”
“그럼 이곳으로 조금 불러내야겠군.”
대장로는 휘운객잔에 있는 이들을 이곳으로 불러낼 작정이었다.
저 안은 자신들에게 있어서는 적지나 다름없는 곳이니 말이다.
쿠우우우우우웅.
주변을 완전히 압도하는 대장로의 엄청난 기운.
쓰스스스스스스.
드드드드드드드.
나무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땅이 지진이 난 듯 떨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저들도 알아채겠지.”
대장로는 이정도 기운을 내뿜으면, 객잔 안에 있는 인물들이 알아차릴 것이라 생각했다.
휘익.
스슥.
그리고 대장로의 생각대로 객잔에서 몇몇 기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독마 역시 여기에 와 있었군.”
“오랜만이오. 검마.”
“못 본 사이에 젊어졌군 그래.”
“고맙소.”
가장 먼저 대장로 앞에 나타난 사람은 검마였다.
“그런데 이제 독마라고 부르면 안 될 것 같은데.”
“하하하. 이제는 대장로의 자리에 있소.”
“대장로라……. 그에 걸맞은 실력은 가졌는가?”
“물론이오.”
갑자기 당장이라도 싸울 듯 기운을 내뿜는 둘.
그 둘의 기운에 주변에 서있던 남궁거악은 놀라고 또 놀랐다.
‘내가 이렇게나 강해졌는데, 아직도 저들의 기운에 몸이 떨리다니.’
활강시로 다시 태어나면서 하늘과 같은 힘을 손에 넣었는데, 아직까지 저 둘에게는 부족한 듯 싶었다.
“자자. 잠깐 다들 진정하시지요.”
그리고 그때 또 다른 인영이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방을 짓누르던 팽팽한 기운을 걷어내며 나타난 자는 바로 곽휘운이었다.
곽휘운은 지금 객잔에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말을 하고 오느라 조금 늦은 상태였다.
“남궁거악. 네가 정말 완전히 맛탱이가 갔구나?”
그리고 곽휘운을 따라 나타난 또 하나의 인물.
바로 남궁태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