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39화 (139/203)

<휘운객잔 139화>

현소월은 휘운객잔에서 일을 하기로 한 뒤부터 틈틈이 무공을 배웠다.

그녀도 백리세가에도 들어오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현소월도 무공을 배우기를 원했다.

그간 월영루의 총관으로 있으면서, 무공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해 온 현소월이었다.

종종 있는 무림인들의 횡포에 당했을 때, 직접 손을 쓰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하면 돼?”

“응. 잘하고 있어.”

지금 현소월은 백리화에게 일대 일로 무공을 배우고 있었다.

현소월에게 가장 편한 사람이 백리화였으니 말이다.

아직까지 다른 이들과는 조금 불편한 현소월이었다.

“내가 이렇게 너에게 무공을 가르칠 줄은 몰랐어.”

“호호. 나도 너에게 무공을 배울 줄은 몰랐어.”

현소월도 백리화도 서로 이렇게 무공을 배우고 가르칠 줄은 몰랐다.

정말 인생이란 살다가도 모를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휙. 휘익. 휘익. 휙.

열심히 검을 움직이는 현소월.

하지만 너무 늦은 나이에 무공을 시작한 현소월이기에, 확실히 몸이 많이 굳어 있었다.

무공은 어린 나이에 시작해야, 몸도 굳지 않고, 혈도도 탁해지지 않아 훨씬 더 쉽게 무공을 익힐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무공을 익히는 것이 힘들어진다.

“그런데 소월.”

“응?”

“소월도 휘운 오라버니를 좋아하는 거지?”

“어맛.”

갑작스러운 백리화의 질문에, 현소월은 당황해 몸이 꼬여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 정곡을 찔러오는 백리화의 질문.

현소월은 대답은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게 물들일 뿐이었다.

“맞나 보네.”

“맞아. 그런데 곽 객주님을 좋아하는 건 화아 너도 마찬가지잖아?”

“그, 그건…….”

이번에는 백리화가 얼굴을 붉혔다.

이미 위하윤에게 들킨 백리화의 마음이었지만, 이렇게 또 현소월에게 들키자 부끄러웠다.

그렇게 티가 나나 싶기도 하였다.

“내가 듣기로는, 주 소저랑, 위 소저도 곽 객주님을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맞아?”

“응. 맞아.”

“하아……. 경쟁자가 너무 세네.”

백리화는 경쟁자가 너무 세다는 현소월의 말에 동의했다.

주연희와 위하윤.

둘 모두 너무나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거기에 더해 외모도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둘이었다.

“거기에 화아 너도 대단하고 말이야.”

“나? 에이, 나는 아니지.”

“아니, 화아 너도 충분히 대단해.”

현소월의 말은 진심이었다.

현소월이 보기에는 백리화도 주연희와 위하윤에게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나는 휘운 오라버니를 좋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는 중이십니까?”

“어맛!”

“어머!”

백리화와 현소월이 한창 곽휘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그 당사자인 곽휘운이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곽휘운의 등장에 깜짝 놀라는 백리화와 현소월.

“무공을 익히다가 막히시는 것이 있는 것 같아서 왔습니다.”

곽휘운은 조용히 현소월과 백리화를 지켜보다가, 무언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모습을 나타내었다.

“아, 아 그것이……. 안 그래도 제 무공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서 이야기 중이었습니다.”

“마, 맞아요.”

재빠르게 변명을 하는 현소월.

백리화도 빠르게 맞장구쳤다.

“흠. 무공 실력을 빠르게 늘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짐이라……. 절대로 그렇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지는 않으시겠죠.”

곽휘운이 아무리 짐이 아니라고 말해도, 현소월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곽휘운은 그 자리에서 바로 고민을 시작했다.

현소월이 당장 보통의 방법으로 실력을 늘리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장에 혈도가 막혀있고, 몸이 굳어있기에 단약을 먹어도 효과가 적었고, 무공을 익혀도 몸이 따라 주지를 못할 터였다.

그리고 정석대로 무공을 배운다고 하여도 처음부터 시작하여야 했기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기는 시간이 오래 걸릴 터.

“흐음. 그럼 일단은 추궁과혈을 해야 하는데……. 이게 꽤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라…….”

추궁과혈(推宮過穴).

강제로 몸의 혈도를 뚫어 주고, 굳어진 몸을 풀게 해 주는 수법.

혈도를 직접 건드리는 수법이기에, 굉장히 시전하기도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수법이었다.

거기에 더해 많은 양의 내공도 소모하기에 웬만한 수준의 고수가 아니고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곽휘운은 추궁과혈을 하여서 최대한 현소월의 능력을 끌어올릴 생각을 하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추궁과혈이 꽤나 고통스럽다는 것이었다.

과연 현소월이 버텨 줄 수 있을지 그것이 걱정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문제가 있습니다…….”

말을 하는 것에 뜸을 들이는 곽휘운.

곽휘운의 얼굴까지 조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그것이……. 옷을 전부 탈의(脫衣)해야 합니다.”

“!!”

“!!”

곽휘운의 말에 현소월과 백리화가 깜짝 놀랐다.

탈의를 해야 한다니?

게다가 추궁과혈이라면, 직접 곽휘운이 현소월의 몸을 이곳저곳 혈도를 집어야한다.

이런 상황을 상상하자, 현소월과 백리화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타오를 듯 붉게 물들기 시작하였다.

“그, 그, 그……. 그래도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 밤에 제 방으로 오시면 됩니다.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네, 네…….”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하는 현소월.

곽휘운은 지금 자신의 말이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조금 붉어진 얼굴로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

“소월. 그, 그……. 다른 마음먹으면 안 돼…….”

“얘! 내가 무슨 마음을 먹는다고, 이건 그, 그냥 무공을 배우기 위한…….”

백리화와 현소월 둘 모두 더 이상 말은 하지는 않았다.

다만 얼굴을 붉게 물들일 상상력이 그녀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 * *

월영루의 최상층.

그곳에 며칠간 자취를 감추었던 남궁거악이 다시금 나타나 자리를 잡았다.

다만 이제는 그 혼자 최상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더 있다는 점이 달랐다.

“어떠냐? 다시 태어난 기분은.”

“솔직히 말하면, 최고로 기분이 좋소.”

남궁거악은 자신의 앞에 있는 대장로를 향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지난번에 대장로가 준 단약을 먹고, 고통 속에 정신을 잃었던 남궁거악.

그때만 해도 대장로를 원망했지만, 다시금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그를 원망치 않았다.

자신이 정신을 잃은 동안 활강시로 만들어 버렸다는 소리에 잠깐 불같이 분노했지만,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강해진 몸과 내공을 보고는 분노를 멈추었다.

분명 이전에도 남궁태산쯤은 이길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는데, 그때의 실력은 그저 애들 장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활강시가 되고 느꼈다.

“크크크. 그렇겠지. 내가 꽤나 공을 들여서 만들었으니 말이야. 지금이면 아마 마교의 팔마 중 철마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을 거다.”

대장로는 지금 남궁거악의 실력을 철마 이상으로 평가했다.

팔마 중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철마라고 해도, 무림 팔왕은 쉽사리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다.

그런 철마 이상이라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이야기였다.

“이게 그 정도의 힘이란 말이지……. 크하하하하.”

남궁거악은 지금 자신의 힘에 크게 웃었다.

자신이 활강시가 되었고, 대장로의 명령에 거스를 수 없다는 것 같은 건 이제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그저 남궁태산을 죽이고, 남궁세가를 자신의 손으로 멸문시킬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흥분될 뿐이었다.

‘어차피 가주가 될 수도 없는 상태니, 내 손으로 멸문시켜 버리는 것이 맞겠지.’

남궁거악은 남궁세가가 애초에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아예 남궁세가를 멸문시켜 버리기로 하였다.

자신이 가주가 될 수 없으니, 남도 가지게 할 수는 없었다.

“자, 이제 슬슬 움직이자. 곽휘운이란 놈과 검마를 죽이고 나서,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까.”

“알겠소.”

남궁거악이 몸을 일으키자, 주변에 있던 다섯 개의 인영도 몸을 일으켰다.

검은 천을 머리부터 뒤집어쓰고 있어, 누구인지도 모를 다섯 인영.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들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과연 얼마나 힘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되는 구나.”

남궁거악과 다섯 인영을 흡족하게 바라보는 대장로.

그의 눈에는 진한 혈광이 일렁이고 있었다.

* * *

늦은 밤.

현소월은 약속대로 곽휘운의 방을 찾아왔다.

똑똑.

곽휘운의 방문을 조심스레 두드리는 현소월의 몸은 다소 경직되어 있었다.

그녀는 지금 긴장감과 함께 올라오는 묘한 감정에 얼굴도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들어오십시오.”

“네.”

드르륵.

방문을 살짝 열자, 진한 약향이 풍겨져 나왔다.

곽휘운은 열심히 약을 하나 달이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부터 나는 냄새였다.

“추궁과혈에 도움을 주는 약입니다. 조금 쓰겠지만, 쭉 드시면 됩니다.”

곽휘운은 현소월이 오기 전 미리 탕약을 준비했다.

추궁과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탕약.

조금이라도 더 현소월에게 도움이 되는 마음으로 직접 준비한 것이었다.

꿀꺽. 꿀꺽. 꿀꺽.

곽휘운이 건넨 탕약을 마시는 현소월.

조금 쓰다는 곽휘운의 말과는 다르게 말도 못하게 썼다.

하지만 곽휘운이 직접 준비한 것이니, 참고 모두 마셨다.

“흐윽.”

하지만 절로 나오는 소리까지는 막지 못했다.

곽휘운은 그런 현소월에게 작은 구슬 같은 것을 하나 건네었다.

“이걸 드시면 쓴 것이 조금 가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곽휘운이 건네준 구슬을 입안에 넣자 쓴 맛이 많이 가셨다.

그리고 완전히 구슬이 입안에서 녹아 사라지자, 쓴 맛은 사라졌다.

“그, 그럼 탈의 하시고 여기에 엎드리시면 됩니다. 저는 뒤돌아 있겠습니다.”

“네, 네.”

그리고 결국 그 순간이 왔다.

곽휘운은 완전히 몸을 돌려 벽을 바라보았고, 현소월은 그런 곽휘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탈의를 시작했다.

사락. 사락.

현소월이 탈의하는 소리만이 고요한 방에 울려 퍼졌다.

곽휘운은 그 소리에 얼굴이 완전히 붉게 달아올랐다.

곽휘운은 지금 차라리 천살교와 싸우는 것이 훨씬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을 정도였다.

“저, 저 준비 됐습니다. 객주님.”

현소월의 준비가 되었다는 말에 곽휘운은 마음을 다잡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보이는 현소월의 몸.

[너 혹시 다른 마음먹은 건 아니겠지? 크크. 이건 그냥 추궁과혈일 뿐이다.]

‘아, 알고 있습니다.’

천홍은 자신이 곽휘운에게 들어온 뒤 처음 보는 당황하는 모습에 농을 던졌다.

무공은 이미 하늘 위에 있으면서, 이런 것에는 완전히 젬병인 듯싶었다.

“시작하겠습니다.”

“네…….”

부끄러움에 기어들어가는 현소월의 목소리와 함께 곽휘운의 추궁과혈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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