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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38화 (138/203)

<휘운객잔 138화>

남궁태산은 곧바로 검마에게 가르침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곽휘운은 그 둘을 나두고, 다른 객잔 식구들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군.’

곽휘운은 기척을 죽이고, 모두 둘러보았는데,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수련을 열심히 이어 가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 들어온 소정, 소윤 자매도 춘삼, 추삼에게 눈높이 교육을 받으며, 빠르게 무공을 배우고 있었다.

‘그 아이들이 벌써 저렇게 강해지다니.’

춘삼, 추삼은 애초에 무공을 배우던 아이들도 아닌데, 빠르게 실력을 올렸다.

전폭적인 곽휘운의 지원이 있었지만, 본인들의 노력과 열정이 없으면 이런 빠른 성장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무림에 나가도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거야.’

자신들은 아직 자각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저 둘은 지금 당장 무림에 모습을 드러내면, 앞으로 무림을 이끌 인재들이라며 이름을 날릴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이쪽은 조금 아쉬울지도.’

곽휘운은 지금 천종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제대로 무공에만 정진했다면, 지금 꽤나 높은 경지를 바라볼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

하지만 본인은 무공보다는 요리에 더 관심이 많았으니, 그것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천종하는 요리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으니, 무공을 익히라고 강하게 권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천 숙수님은 요리할 때가 가장 즐거워 보이시니, 요리를 하시는 것이 맞겠지.’

그 일을 하는 것을 즐거워 할 수 있다는 것.

곽휘운이 생각하는 가장 큰 재능이었다.

그 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어떤 재능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저 두 사람은 항상 붙어 있는군.’

다음으로 지켜본 이들은 장도웅과 황혜린.

둘은 아닌척하지만, 객잔에서도 세가에서도 틈만 나면 붙어 있었다.

특히나 황혜린이 그렇게 장도웅을 쫓아 다녔다.

장도웅도 그런 황혜린이 싫지는 않은 듯, 밀어내지는 않았다.

물론 아직도 옆에서 황혜린만 조잘거리고 있었고, 장도웅은 묵묵히 듣고만 있는 모습이었다.

‘좋은 한 쌍이다.’

곽휘운은 저 둘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곽휘운은 다음으로 독고영을 찾아갔다.

무영검객과의 싸움 이후 무언가 깊은 고민에 빠진 듯한 독고영이었다.

휘이익. 휙. 휘이익.

신잠사를 들고 미친 듯이 몸을 움직이는 독고영.

그의 신잠사가 움직일 때마다 차가운 한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엄청난 한기와 함께 예기를 내뿜는 신잠사.

무영검객과 싸웠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렇게 보고 있지만 말고, 나와 보게.”

“하하. 실례했습니다.”

독고영은 곽휘운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독고영은 곽휘운을 제외하면, 객잔 식구들 중 가장 강자였다.

“어떤가. 내 무공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는 독고영.

그는 지금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던 중, 두 가지 갈림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 곳을 선택해도 강해지겠지만, 어느 곳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질 터였다.

“분명 위력은 강해지셨습니다.”

“그럼 다른 것은?”

“위력이 강해진 만큼 은밀함은 사라졌습니다.”

곽휘운이 지금 독고영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견을 말 하였다.

지금 ‘신주만라사(神蛛滿羅絲)’는 곽휘운에게 얻은 한기로 인하여 뛰어난 위력을 얻었다.

무영검객의 검을 깔끔하게 잘라버린 것만 보아도 그랬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신주만라사의 본래 무공의 본질인 은밀함을 상실했다.

봉익쌍검술로 감각을 흐리고, 그 사이를 파고들어 상대를 격살시키는 무공이 바로 신주만라사였다.

지금 한기가 더해진 신주만라사는 말도 안 되게 위력이 상승했지만, 얼음 결정들과 신잠사에 뿜어져 나오는 한기 때문에 조금만 무공을 아는 자라면 모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아직까지 독고영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때마침 나타난 곽휘운에게 물었다.

혼자 답을 내리지 못할 때는 남에게 묻는 것도 좋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질문의 대상이 자신보다 훨씬 고수이면 더 좋고 말이다.

곽휘운은 분명 독고영 자신보다 훨씬 고수였다.

“그런데 독고 호위님. 왜 길을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려 하십니까?”

“음?”

“새로운 길을 만드시면 되시지 않습니까?”

“새로운 길?”

“예. 봉익쌍검술은 환(幻)에 중점을 둔 무공 아닙니까?”

“맞네.”

“신주만라사는 환에 현혹된 상대를 격살시키는 무공 아닙니까?”

“맞네.”

“그럼 두 무공을 섞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

독고영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이 커졌다.

‘그런가. 내가 너무 두 가지 길에 집착한 것인가.’

오로지 은밀함과 위력, 두 가지에만 집착을 하였다.

하지만 지금 곽휘운의 이야기를 듣자, 새로운 길이 보였다.

봉익쌍검술의 환을 신주만라사에 합치는 길.

새로운 길이 보임과 동시에 독고영은 그대로 무아지경에 빠져 들어갔다.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곽휘운은 그대로 자리를 벗어나 주었다.

독고영이 이 무아지경에서 무엇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것이 끝나면 그는 몇 단계 더 강해져 있을 터였다.

‘주학이 녀석 저러다 죽는 거 아닌가 모르겠군.’

곽휘운이 독고영 다음으로 찾아간 이는 남주학이었다.

정말 미친 듯이 수련을 하고 있는 남주학.

남주학의 처소 주변은 이미 귀무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안에서 남주학은 미친 듯이 검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온 몸이 땀으로 젖어있는 것을 보아, 저렇게 수련한지도 한참이나 지난 듯하였다.

‘저렇게 귀무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 터인데.’

귀무를 그저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내공이 소모가 된다.

물론 최근 내공이 많이 늘었기에 귀무의 유지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기는 하였다.

하지만 지금 주변에 펼쳐진 귀무는 그냥 귀무가 아니었다.

주변을 매섭게 휘돌고 있는 귀무는, 남주학이 보여 주었던 귀혼옥을 펼친 모습이었다.

남주학은 지금 귀혼옥을 펼친 뒤, 그것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검술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라면 잘 해내겠지.’

지금 남주학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을 준비 중일 터였다.

남주학의 피나는 노력과 재능을 잘 아는 곽휘운이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귀혼신공은 무림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을 무공.

아직까지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남주학이 얼마나 더 강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곽휘운은 그런 남주학을 지나쳐 이번에는 위하윤이 수련을 하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악. 삭. 사아악.

위하윤이 수련하는 곳 근처에 가자 가볍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검 하나로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아니다 다를까, 근처에 가보니 위하윤의 주변에 일곱 개의 검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전보다 훨씬 빠르고 수려하게 움직이는 일곱 개의 검.

일곱 개의 검에 둘러싸인 위하윤의 모습은 마치 검의 선녀와 같아 보였다.

‘이제는 확실히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같군.’

확실하게 모든 검을 자신의 의중아래에 둔 듯싶었다.

콰창. 콰창. 콰창. 콰창…….

그리고 그 일곱 개의 검이 반으로 나누어지며, 열네 개의 검으로 바뀌었다.

칠연비천 이분.

그리고 그 열네 개의 검이 또 다시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콰창. 콰창. 콰창. 콰창…….

콰창. 콰창. 콰창. 콰창…….

순식간에 열네 개의 검이, 스물여덟 개의 검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더욱 얇아진 검은 이제는 굵은 가시와 같이 보였다.

사아아아악. 사아아아악.

위하윤의 의지에 따라 주변을 유영하는 스물여덟 개의 검.

그것은 마치 하늘을 날아 움직이는 한 떼의 제비 무리를 보는 것 같았다.

촤아아아악.

자유롭게 움직이던 검들이 일순간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수련장 한쪽에 서 있던 볏짚인형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푸부부부부부북.

순식간에 완전히 벌집이 되어 버린 볏짚인형.

곽휘운은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크하하. 왜인지 훗날에 네가 잘못하면, 저 볏짚인형처럼 될 것 같구나.]

‘농담이라도 그런 무서운 말씀은 말아 주십시오.’

곽휘운은 왠지 모를 오한(?)을 느끼며, 주연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흠. 연희 소저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아직까지 같이 있던 시간이 오래 되지 않아서일까?

곽휘운은 객잔에서 주연희를 대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나마 ‘가가’라는 호칭에서 ‘오빠’라는 호칭으로 바꾸어 부르기로 하였지만, 사실 오빠라는 호칭도 곽휘운은 조금 어색했다.

‘음. 운기 행공을 하고 계시군.’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주연희는 수련장에서 가만히 운기 행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통 운기 행공은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는, 안전한 공간에서 하는 것이 맞았다.

운기 행공 중 자칫 잘못 건드리는 순간, 손쉽게 주화입마에 빠져버리니 말이다.

‘아무래도 처소 안에서 운기 행공을 할 수 없어서 인가?’

쩌저저저저저적.

운기 행공을 하는 주연희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엄청난 한기에, 주변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아마 방에서 운기 행공을 하였다면, 그대로 온 방이 얼음 방으로 변했을 터.

방 안에서는 운기 행공을 할 수 없을 터였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는 그만큼 여기 객잔 식구들을 믿는 것이란 말도 되었다.

주변 사람을 믿지 않으면, 절대로 이렇게 밖에서 운기 행공을 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분명 아직 연희 소저는 제 실력을 발휘 하지 않으셨을 터.’

곽휘운은 주연희가 힘을 어느 정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먼저 알려주기 전까지 굳이 캐물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곽휘운 자신도 힘을 숨기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럼 이제 현 총관님과 화아만 남은 것인가.’

곽휘운이 알기로 지금 둘은 같이 있었다.

현소월이 백리화에게 무공을 배운다고 들었는데, 곽휘운은 과연 백리화가 어떻게 현소월을 가르칠지, 또 현소월은 과연 무공을 배울 때는 어떨지 심히 궁금했다.

‘빨리 가 볼까나.’

자연스럽게 곽휘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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