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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37화 (137/203)

<휘운객잔 137화>

타앗.

남궁태산이 빠르게 검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움직임.

일견 움직임만 봐서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곽휘운과 검마는 눈에 이채를 띠었다.

‘탐이 나는구나.’

검마는 지금 남궁태산의 움직임만 보았을 뿐인데도, 남궁태산의 재능이 탐이 났다.

자신의 제자로 들인다면, 분명 아주 재미있는 그림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나이에 움직임에 검을 담다니 말이야.’

지금 남궁태산의 움직임은 하나의 날카로운 검이 움직이는 것과 같았다.

날카롭게 벼려진 검과 같은 남궁태산은, 검마가 어떻게 움직이든 그것을 따라 날카롭게 베어 올 수 있는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좋구나.”

스윽.

검마의 검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에 따라 남궁태산의 움직임이 변했다.

카캉!

꽤나 거리가 떨어져 있는 것 같았는데, 검마의 검에서 갑자기 검끼리 부딪치는 강렬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느새 남궁태산의 검이 검마를 향해 찔러 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쉬지 않고 계속해서 몰아치는 남궁태산의 검격.

검마가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했다.

카캉! 캉! 카가강! 캉! 캉!

일 검, 일 검의 위력이 보통이 아닌 듯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검마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검을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남궁태산의 검격으로 모두 막아 내고 있었다.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까지 걸려 있었다.

카아앙!!!

강렬하게 검을 부딪친 후, 남궁태산이 뒤로 몸을 물렸다.

“후우.”

가볍게 숨을 내뱉는 남궁태산.

쉬지 않고 맹공을 퍼부었던 남궁태산이었지만, 얼굴에는 땀 한 방울 흐르지 않고 있었다.

“자. 몸을 다 풀었으면, 네 무공을 보여 보거라.”

“예.”

보통의 무인들이 보았다면 입을 떡 벌릴 만큼 엄청난 공방이었지만, 남궁태산과 검마에게 지금까지는 그저 몸을 푸는 것에 불과한 공방이었다.

남궁태산의 기세가 더욱 더 날카롭게 벼려지기 시작했다.

사아아아악.

그저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잘릴 것만 같은 예기를 내뿜는 남궁태산.

악봉단을 상대했을 때에는 보여 주지 않았던 모습.

그만큼 남궁태산이 진심을 다한다는 것일 터였다.

- 남궁태산 류 무적제왕검강. 오의. 공간참(空間斬).

카그그극. 캉!

전과는 다르게 검마의 검에서 거친 소리가 났다.

‘호오?’

검마는 지금 남궁태산의 공간참에 속으로 꽤나 놀랬다.

그저 예리하기만 한 검격이 아니라, 아예 공간 자체를 갈라오는 검격이었다.

웬만한 강기로는 막지도 못할 터.

카그극. 캉!

카그그그극. 캉!

계속되는 남궁태산의 공간참.

예전이라면 이렇게 연속해서 펼치지도 못했을 테지만, 지금은 꽤나 여유롭게 펼쳐 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연속된 공간참에도, 아직까지 검마는 제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궁태산의 공간참이 검마를 움직이게 할 정도로 위협적이지는 않다는 소리.

“이게 다인 것이냐?”

적절한 검마의 도발.

꽈아아악.

남궁태산은 검을 세게 움켜쥐었다.

공간참이 이렇게까지 쉽게 막힐 줄은 몰랐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스슥.

남궁태산의 신형이 늘어났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무련 여덟 명으로 말이다.

- 남궁태산 류 무적제왕검강. 극의. 팔형낙일(八形落日).

마치 서로 독자적인 생명이 있는 듯, 완전히 다른 자세를 하고 있는 여덟 남궁태산.

하나의 분신을 만들어 내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지금 보이는 것은 무려 여덟 개의 분신이었다.

하나, 하나가 모두 진짜와 구분이 가지 않는 분신 말이다.

“자. 잔재주인지, 아닌지 보자꾸나.”

날카롭게 눈을 빛내는 검마.

검마는 지금 남궁태산의 팔형낙일의 수에 큰 흥미를 가졌다.

검마 그가 보기에도 어느 것이 진짜 남궁태산의 신형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자신의 감각까지 속일 수 있는 분신이 무려 여덟 개.

당연히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갑니다.”

“가겠습니다.”

“하압.”

각자 다른 말을 하며 달려드는 여덟 개의 분신.

검에는 이미 진한 강기가 모두 둘러져 있었다.

캉!! 카캉! 카캉! 캉! 캉!

여덟 분신이 마치 합격을 맞춰 본 것처럼 움직이며 검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공격이 익숙해질 때 쯤.

- 남궁태산 류 무적제왕검강. 오의. 공간참(空間斬).

그 사이 사이에 공간참이 순식간에 위협적으로 날아왔다.

그것도 두 개, 세 개가 동시에 말이다.

“잔재주는 아니구나. 좋아. 흘흘.”

검마는 남궁태산의 팔형낙일의 수를 인정했다.

조금만 더 가다듬는다면 필히 아주 위력적인 초식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조심하십시오.”

남궁태산이 검마에게 조심하라는 경고를 하였다.

그만큼 지금 보이려는 수는 위험했다.

아직까지 남궁태산 스스로도 힘의 조절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 조심하마.”

콰아아아아아아.

검마는 남궁태산의 말에 내공을 더 끌어 올렸다.

숨이 막힐 정도의 엄청난 존재감이 주변을 뒤덮었다.

[이건 네가 막아야겠다. 안 그러면, 객잔에 있는 손님들 다 죽을 걸?]

천홍의 말처럼 지금 검마가 내뿜는 기운은 웬만한 자들이라면 그 자리에서 즉사할 만큼 강렬했다.

곽휘운은 내공을 넓게 퍼트려 검마의 기운이 일정 이상 퍼트려지지 않도록 막았다.

스으으으읍.

남궁태산의 여덟 분신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예기가 모조리 각 분신의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예기와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남궁태산의 검이 움직였다.

- 남궁태산 류 무적제왕검강. 극의. 팔형낙일(八形落日).

팔형낙일은 분명 여덟 개의 분신을 만들어 내는 초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여덟 개의 분신이 나와 있는 상태.

다시 또 써서 분신의 수를 늘리려는 것일까?

하지만 분신의 수는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사악. 삭.

무언가 잘리는 소리.

그리고 검마는 지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여 준 적 없는, 놀라움이라는 감정을 담은 눈으로 자신의 소맷자락을 바라보았다.

끝부분이 잘려 지금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검마의 옷자락에 다른 이의 검이 닿은 적은, 도대체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참이나 젊은 무인이 자신의 옷자락을 베어 내었다.

소매 끝 아주 조금 잘린 것이지만 말이다.

“흘흘흘흘.”

검마는 기분 좋게 웃음을 흘렸다.

역시나 무림은 너무나 재미있는 곳이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구나.”

“후우웁.”

턱.

남궁태산은 검마의 말은 듣지도 못한 채, 거친 숨과 함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엄청나게 늘린 내공이었지만, 팔형낙일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내공을 잡아먹었다.

남궁태산은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도대체 몇 개의 검격이 날아오는 것인지, 눈이 다 어지럽더구나.”

“후우. 후우. 그래도 다 막지 않으셨습니까.”

“네 성취가 조금 더 높았다면, 내 팔이나 목이 잘렸을 거다. 흘흘.”

남궁태산이 보여준 팔형낙일.

그것은 그저 분신을 여덟 개 만들어 내는 초식이 아니었다.

각기 완전히 다른 여덟 개의 분신이 수없이 많은 수의 공간참을 날리는 초식.

심지어 그 공간참의 형태도, 속도도 모두 다르다.

검마 정도의 고수가 아니었다면, 이미 온몸이 잘려 나갔을 것이다.

“좋은 경험을 하였으니, 나도 무언가를 주어야겠지?”

받은 것이 있다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겠는가?

“너만 싫지 않다면, 내 검법을 네게 가르쳐 주마. 어떠냐?”

“!!”

검마의 제안에 남궁태산의 눈이 부릅떠졌다.

검마가 자신의 검법을 가르쳐 준다니?

그것은 무공을 전수해 주겠다는 것이고, 어쩌면 제자로 들이겠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했다.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제자도 들이지 않던 검마다.

그런 검마가 지금 정파의 무인인 남궁태산에게 제자가 되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것이었다.

“저기 저 놈은 가르칠 것도 없는 놈이니 재미도 없을 것이고, 너는 아주 가르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흘흘. 다만 네가 싫다면 다른 것을 생각해 보마.”

검마는 남궁태산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

정도(正道)와 마도(魔道).

분명 양립할 수 없는 두 세력이다.

검마는 그 마도의 정점에 있는 자였고, 남궁태산은 정도의 정점에 있는 곳의 자제다.

남궁태산이 검마에게 검을 배운다는 것은 분명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지만 남궁태산은 고민도 하지 않고, 검마의 앞에 두 무릎을 꿇었다.

남궁태산은 배움을 위해서는 정도와 마도라는 것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검마는 지금 남궁태산이 검을 배울 수 있는 사람 중 가장 최고의 스승이었다.

그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알았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보자꾸나.”

“예!”

* * *

항주 어딘가의 아주 깊숙한 곳.

횃불하나 없는 아주 어두운 공간에서 하나의 인영이 움직이고 있었다.

인영의 정체는 전 천마신교의 독마이자, 현 천살교의 대장로였다.

빛 한 점 없는 공간에서 그는 마치 모든 것이 훤히 보이는 듯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흐음. 이제 거의 다 되었군.”

대장로는 자신의 앞에 있는 관에 무언가 액체를 흘려 넣고는, 관의 뚜껑을 닫았다.

그의 앞에 있는 다섯 개의 관.

독마는 그 관들을 보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무림맹이랑 마교랑 싸우는 덕분에 쓸 만한 것들을 많이 건졌어.”

이번 무림맹과 천마신교의 싸움으로 인해 수많은 무인의 시체가 생겨났다.

당연히 이름 높은 고수들의 시체도 많았고, 그 덕분에 대장로는 많은 시체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활강시보다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아주 쓸 만하지.”

지금 앞에 있는 다섯 개의 관 중 하나는 남궁거악을 활강시로 만들어 내는 중인 관이었고, 나머지 네 개의 관은 이미 강시가 완성된 관이었다.

이미 완성된 네 개의 관.

활강시가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이름값을 생각한다면, 이정도로도 충분했다.

솔직히 이들 넷만 있어도, 무림맹과 천마신교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검마 그 늙은이는 내가 상대하면 되니, 이거 겨우 객잔하나랑 세가하나 없애는데 너무 과분한 전력은 아닌가 싶군.”

대장로는 어차피 한번 시험은 해 볼 생각이었으니, 이번이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과연 강시로 다시 만들어 낸 이들의 힘이 어느 정도나 될지 시험해 보기 가장 좋은 기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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