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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34화 (134/203)

<휘운객잔 134화>

남궁거악에게 손을 잡자는 제안을 들은 남궁평제.

남궁평제는 그 제안을 듣자마자 얼굴을 와락 구겼다.

“어떤 곳과 손을 잡았나?”

“천살교입니다.”

“천살교!! 제 정신인가!”

남궁평제와 그를 따라왔던 남궁세가 무인들의 표정이 모두 뜨악해졌다.

그들은 천살교의 이름을 들을 줄은 전혀 몰랐다.

“그곳은 마교보다도 위험한 곳이거늘!”

“위험하다……. 가주가 되려면 이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은은하게 혈광이 흐르는 남궁거악의 두 눈.

남궁평제는 그 눈을 보고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불길함을 넘어선 사악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일세.”

“하하. 이미 이 장로님도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이지 않습니까?”

남궁거악이 아는 남궁평세는 자신과 같은 부류의 인간이었다.

힘으로 약자를 굴복시키는 것을 즐기는 자.

“이번에 현소월을 준비해 달라고 한 것도 이 장로님 아닙니까?”

“…….”

남궁평세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그랬다.

자신도 어찌 보면 이미 남궁세가의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죄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여기 보는 눈이 너무 많군.”

남궁평제의 표정이 다시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정했다.

비열한 눈빛을 보내는 남궁평제.

남궁거악은 그 눈빛을 보고는 씩 웃었다.

“아.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지이이이이이잉.

남궁거악의 자령신검이 울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멀뚱히 서있던 남궁평제를 따라온 남궁세가의 무인들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남궁거악의 살기.

서거거거걱.

하지만 그들이 이상함을 느꼈을 때는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남궁세가 무인들은 그대로 모두 일순간에 목이 떨어졌다.

치이이이이익.

피 한 방울 떨어지지 않고, 상처부위가 모두 탄 채로 쓰러지는 남궁세가 무인들.

이 모습에 남궁평세도 조금은 놀랐다.

‘허. 그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건가. 이게 이공자의 실력이라고?’

남궁거악의 실력이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단 일 검으로 이들을 모두 베어 내는 것은 남궁평세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분명 남궁평세가 마지막으로 봤던 남궁거악의 실력은 절대로 이정도가 아니었다.

나름 또래 중에서는 뛰어나기는 했어도, 그 정도가 끝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여 준 실력은 남궁태산, 그러니까 일공자 이상이었다.

“자, 일단 가시지요. 가면서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세.”

남궁평세는 자신이 줄을 잘 섰다고 생각하며, 남궁거악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둘이 떠나자마자 혈의인들이 나타나서는 남궁세가 무인들의 시체를 수거해 사라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깔끔해진 주변.

휘이이이이잉.

스산한 바람만이 그곳을 지나갈 뿐이었다.

* * *

곽휘운과 남궁태산은 객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단의 무리들을 맞이했다.

남궁세가의 무복을 입고 있는 무리.

바로 남궁거악이 보낸 악봉단이었다.

남궁태산은 악봉단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응? 처음 보는데, 남궁세가에 이런 자들이 있었나?”

남궁태산은 남궁세가에 있는 웬만한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악봉단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들이었다.

“거악이가 키운 놈들인가? 그런데 언제 이렇게 키웠지?”

악봉단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하나같이 강렬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남궁세가의 장로 이상 가는 기운을 뿜어대고 있었다.

아직 젊은 무인들인데 말이다.

남궁세가가 아무리 천하오대세가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고수를 순식간에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놈. 정말 다른 곳이랑 손을 잡았나보네.”

남궁태산은 확실한 심증을 얻었다.

다른 곳과 손을 잡지 않고는 이런 무인들을 키워 낼 수 없다.

그렇다면 더 이상 거칠 것은 없었다.

스릉.

곧바로 검을 뽑아드는 남궁태산.

옆에 있던 곽휘운은 활을 꺼내어 들었다.

“너 활도 쓰냐?”

“이번에 새로 익혔네.”

“참. 별걸 다한다.”

붉게 충혈 된 눈으로 곽휘운과 남궁태산을 바라보는 악봉단.

거기에 더해진 강렬한 살기는 그들이 결코 좋은 의도로 찾아오지 않았음을 알게끔 해 주었다.

스릉. 스릉. 스릉…….

검을 뽑아드는 악봉단.

그리고 그들은 재빨리 몸을 움직이며, 곽휘운과 남궁태산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더욱 더 강렬해지는 악봉단의 기운.

평범한 합격진은 아닌 듯싶었다.

“야. 나 혼자 끝낸다. 너는 혹시 튀는 놈이나 잡아라.”

“알겠네. 그렇게 하지.”

남궁태산이 혼자 싸우겠다는 말에 곽휘운은 미소 지으며 그러라고 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남궁태산의 실력이 헤어졌을 때와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꼈으니 말이다.

한번 지켜보고 싶었다.

“자. 한번 실력 좀 볼까?”

탓.

먼저 움직인 것은 남궁태산이었다.

가볍게 몸을 튕긴 것 같은데, 벌써 악봉단의 코앞에 당도했다.

카앙!!

가볍게 검을 휘둘렀는데, 그 반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남궁태산의 검을 막은 악봉단 단원이 그대로 뒤로 쭉 밀려 날아갔다.

“이 정도로 밀려나면 실망인데?”

팟. 팟. 팟.

악봉단 단원들이 동시에 남궁태산에게 달려들었다.

아주 조금의 틈을 두고 찔러 들어오는 그들의 검에는 모두 붉은 강기가 서려 있었다.

일견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위력.

하지만 남궁태산은 오히려 그 모습에 웃었다.

“그래. 이래야 싸우는 맛이 나지.”

콰쾅! 쾅!!

남궁태산이 가볍게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두르자, 그대로 악봉단의 검들이 모조리 튕겨 나갔다.

압도적인 힘으로 모조리 검을 튕겨 낸 남궁태산.

저릿. 저릿. 저릿.

악봉단은 지금 손에 전해지는 엄청난 위력에 잠시 주춤했다.

제대로 부딪친 것도 아닌데, 이런 위력이라니?

[저 아이는 너만 아니었으면, 분명 무림제일이 되었을 것 같구나.]

남궁태산의 움직임을 보던 천홍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천홍이 보기에 남궁태산은 재능은 물론이고, 노력 또한 게으르게 하지 않는 자였다.

곽휘운이 아니라면, 분명 지금 무림의 희망으로 불리고 있을 터였다.

남궁태산이 상식선에서의 천재이고, 곽휘운은 상식 밖의 괴물이었다.

“뭐해? 이대로 그냥 목내밀고 죽을 거야?”

타다닷. 타탓.

남궁태산의 도발에 다시금 움직이는 악봉단.

그들의 눈이 완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피가 흐를 듯한 모습.

슉. 슈슉. 슉. 슉.

직접 힘으로 부딪치는 것은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남궁태산을 어지럽게 하며, 빠르게 검을 찔러 들어왔다 빠지기를 반복했다.

“아주 귀찮게 하네.”

사악.

카강! 카강! 카강!

벼락같이 움직이는 남궁태산의 검.

남궁태산의 검이 악봉단의 검을 정확히 맞춰 쳐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남궁태산의 검에 가격당한 악봉단의 검이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게 다는 아니지?”

남궁태산의 여유가 넘치는 태도.

악봉단은 그 모습에 더욱 더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

쿠득. 쿠드득.

몸이 붉게 물들고, 힘줄이 튀어 나오며, 근육들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기 시작하는 악봉단.

지금 그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모습이구나.]

힘을 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한 모습.

물론 그만큼 그들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강해지기는 하였다.

팡!

커진 몸집만큼이나 강렬한 파공음을 내며 달려드는 악봉단.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것 같지만, 치밀한 합격진을 짜고 달려들고 있었다.

남궁태산은 그런 와중에도 조금도 표정의 동요가 없었다.

“쯧. 그런 건 재미없는데.”

- 남궁태산 류 무적제왕검강. 오의. 공간참(空間斬).

서걱.

그대로 남궁태산의 앞에서 달려들던 악봉단의 몸이 반으로 잘렸다.

검과 함께 깔끔하게 잘려 나간 그들.

전에는 이 공간참을 날리고 부족한 내공에 허덕이던 남궁태산이었는데, 지금은 조금도 그런 기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잃은 듯 남궁태산에게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재미없다니까.”

서걱. 서걱. 서걱.

분명 엄청난 힘을 가진 악봉단이었는데, 남궁태산의 검을 막지 못하고 있었다.

검을 막으려하면, 그대로 검과 함께 몸이 잘려나갔다.

“그 정도로 내 검은 못 막지.”

* * *

남궁태산은 강서천가에서 요양을 겸하며 머무르면서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향초아의 단 일격에 쓰러진 자신이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약해지지 말자. 쉴 시간이 없다.’

남궁태산은 미친 듯이 자신을 채찍질하였다.

언제나 적당히 이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온 사력을 다해, 죽기 직전까지 힘을 다 짜내어 노력한 적이 없었다.

‘나는 아직 약하디, 약하다.’

남궁태산은 조금쯤 마음속에 있던 거만함을 버렸다.

자신은 이 무림에서 절대로 강자가 아니었다.

향초아의 일 검조차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그대로 기절했으니 말이다.

‘곽휘운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강해져야 해.’

남궁태산은 곽휘운 이상으로 강해지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도달하기 불가능한 목표일지도 몰랐지만, 일단 목표는 크게 잡는 것이 좋지 않은가?

자만심은 버렸지만, 자신감은 버리지 않았다.

‘내 무적제왕검강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이다.’

아직 완전히 자신의 무적제왕검강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남궁태산은 그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라 생각했다.

자신의 무공도 자유롭게 펼치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음을 논할 수 있겠는가?

‘공간참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든 후, 그 다음을 논할 수 있겠지.’

남궁태산 류 무적제왕검각의 오의인 공간참.

남궁태산은 우선 이 공간참을 먼저 완벽히 해 놓은 후, 그 다음의 단계로 넘어갈 생각을 하였다.

‘바로 시작하자.’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남궁태산이기에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마자 곧바로 수련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 * *

서걱.

이제 겨우 셋이 남은 악봉단.

미친 듯이 달려들던 그들은 셋이 남자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야? 안 와?”

남궁태산의 도발에도 움직이지 않더니, 갑자기 몸을 틀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망쳐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혹여 이런 상황이 오면, 도망쳐 나와 남궁거악에게 상황보고를 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엄청난 속도로 도망치는 악봉단.

남궁태산은 곧바로 그들을 쫓으려 하였는데, 곽휘운이 말렸다.

“내가 처리하겠네.”

슈우우우욱.

어느새 활을 들고 있는 곽휘운.

그리고 그 활에는 세 대의 휘운시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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