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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33화 (133/203)

<휘운객잔 133화>

남궁태산은 갑자기 나타난 검마를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본능이 지금 검마가 상상을 초월하는 고수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검마라고 한다.”

“!!!”

남궁태산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검마라면 지금 무림을 휩쓸고 있는 천마신교의 팔마 중 일인이지 않은가?

물론 남궁태산이 이것보다 더욱 놀란 이유는 바로 눈앞의 상대가 검마라는 이유에서였다.

검을 든 무인이라면 누구나 검마라는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검의 극의를 이룬 인물.

검마가 천마신교의 인물이라고 해도, 검객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인 검마였다.

그런 검마를 눈앞에서 만났으니, 지금 남궁태산의 모습은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모습이었다.

“무림말학 남궁태산이 검마를 뵙습니다.”

“흘흘. 그런 예를 차릴 필요는 없다.”

남궁태산은 검마가 천마신교 사람이었지만, 최대한 예를 차려 인사를 하였다.

검마는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이만 다시 들어가 보마.”

“예.”

검마가 별채로 발걸음을 옮겼고, 다시금 곽휘운과 남궁태산만이 남게 되었다.

그렇게 검마가 사라지자마자, 곽휘운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 보라는 눈빛을 보내는 남궁태산.

곽휘운은 작게 미소 지으며, 앞선 상황들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니까 거악이 그놈이 천살교랑 관련이 있고, 저분은 그 천살교 때문에 이곳에 오신 거다?”

“맞네.”

“하. 거악이 그놈이 그렇게까지 나락으로 갔을 줄은 몰랐는데.”

남궁태산과 남궁거악은 어머니가 서로 달랐다.

남궁태산의 어머니가 정부인이라면, 남궁거악의 어머니는 첩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남궁거악은 필요 이상으로 남궁태산을 의식하며,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주었다.

물론 번번이 그것이 좌절되자, 망나니가 되어 세가에서도 내놓은 자식처럼 변해 버렸다.

그래도 명문 정도 세가인 남궁세가의 핏줄로서 선이라는 것은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곽휘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선을 완전히 벗어나 버리고 만 듯했다.

“세가에서 이상하면 곧바로 즉결심판 하라는 이유가 있었네.”

남궁태산이 남궁세가에서 받은 지령은, 남궁거악을 지켜보다가 이상한 모습을 보이면 즉결심판을 하라는 것이었다.

즉결심판.

지금까지 남궁세가의 핏줄에게는 단 한 번도 내려진 적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즉결심판이 내려졌다는 것은 남궁세가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남궁거악이 제 3의 세력과 결탁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일 터였다.

물론 남궁거악은 이런 지령이 내려졌다는 것을 전혀 모를 것이다.

남궁태산에게만 은밀하게 내려진 지령이니 말이다.

“흠. 일단 조금 더 지켜봐야겠네.”

“그러게. 그리고 내가 자네에게 허락받고 싶은게 하나 있는데 말일세.”

“뭔데?”

“남궁거악의 일이 끝나면, 월영루를 내가 가져도 되겠나?”

“뭐, 그건 너 알아서 해라. 어차피 세가에서 항주에서 발을 빼기로 했으니까.”

남궁세가는 이번에 항주에서 하던 모든 사업을 철수하기로 하였다.

이유는 백리세가와 강서천가 때문이었다.

백리세가가 항주에서 세력을 키운 상황이니, 도의적으로 남궁세가가 물러나 주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지금 남궁세가는 강서천가와 손을 잡고, 강서성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이런 난세에 항주에 있는 사업까지 모두 챙길 여력이 있지는 않으니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월영루의 값은 내가 직접 남궁세가로 보내겠네.”

“그래. 나는 그런 건 모르니까 알아서 해.”

곽휘운은 남궁태산이 이곳으로 옴으로 인해서 일이 조금 더 수월해졌음을 느꼈다.

남궁태산이 아니었다면, 직접 남궁세가와 이리저리 중간 일처리가 복잡해졌을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남궁세가에서 남궁거악을 이곳 월영루로 보낸 건, 아무래도 나를 이용하려는 것이었겠지.’

남궁태산 혼자서 남궁거악을 처리하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곳 항주에 곽휘운 자신과 백리세가가 있으니, 남궁태산만 보내어 남궁거악의 처리를 맡긴 것일 터다.

남궁세가쯤 되는 곳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움직일 리 없었다.

곽휘운은 오히려 이런 상황이 좋았다.

확실히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니 말이다.

“그런데 저분이 여기 있어도 괜찮겠냐? 그래도 천마신교의 사람인데?”

남궁태산은 검마가 이곳 휘운객잔에 머무는 것을 걱정했다.

일단 천마신교의 사람이니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주위의 시선이었다.

지금 무림맹과 천마신교는 분명 대립 중인 상황.

그런 상황에서 백리세가가 있는 휘운객잔에 천마신교의 사람인 검마가 머무른다면, 필히 주변의 시선이 고울 수는 없을 터였다.

“아마 조만간 상관없어질 걸세. 그리고 돈도 아주 많이 내신 손님이시거든. 장사를 하는 입장으로 그런 손님을 어찌 내치겠나?”

“그래. 아주 장사꾼 다 되셨네.”

곽휘운은 검마와 자신의 생각대로 남궁거악이 정말로 천살교와 손을 잡은 것이 확실하다면, 검마가 이곳에 머무는 것은 상관없어질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었다.

지금 천마신교가 진전을 멈춘 이유와 무림맹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이유.

분명 그들도 지금 무언가를 눈치 채고 있는 것 일터다.

이 상황에서 천살교가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아마 유례없는 정마의 연합이 성사될 것이다.

‘연합이 안 된다면, 되게끔 만들면 되겠지.’

검마는 만약 정마의 연합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때 필히 큰 도움이 될 인물이었다.

“자자. 온 김에 밖에 잠깐 같이 좀 나갔다 오겠나?”

“응?”

“아무래도 객잔으로 불청객들이 오는 것 같아서 말이네.”

* * *

남궁거악은 청년에게 받은 단약들을 들고서 월영루의 지하에 위치한 방으로 갔다.

본래는 객잔 호위들이 묵던 곳.

꽤나 넓은 곳이었는데, 간단하게 운동을 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모여 봐라.”

남궁거악의 말에 방에 있던 십여 명의 무인들이 빠르게 남궁거악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쾅.

그리고는 남궁거악의 앞에서 강하게 머리를 박으며 엎드리는 무인들.

남궁거악은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이들은 자신이 키워낸 이들로, 악봉단(岳奉團)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지금 악봉단이 머리를 박고 엎드리는 것은, 남궁거악이 그들에게 가르친 인사법이었다.

악봉단에게 자신이 주인임을 가르쳐 줌과 동시에,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이런 인사를 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

“자. 이걸 받아라.”

남궁거악은 악봉단에게 청년에게 받은 단약을 던져주었다.

순식간에 방을 가득 채우는 비릿한 혈향.

누가 보기에도 굉장히 수상한 단약이었다.

“먹어.”

꿀꺽.

먹기 께름칙할 수도 있었지만, 악봉단은 남궁거악의 먹으라는 소리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약을 입에 넣었다.

“으으으으…….”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며 괴로워하는 악봉단.

그들의 몸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눈은 충혈 되다 못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남궁거악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끄으으으윽.”

힘줄이 터질 듯 튀어나오고, 이를 너무 강하게 악물어 입에서도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보기에는 이대로 두면 그대로 죽을 것만 같았다.

“쿨럭!”

그때 악봉단의 인원들이 동시에 피를 왈칵 뱉어내었다.

이때는 남궁거악도 조금 동요했다.

피를 왈칵 뱉은 후에 갑자기 악봉단 전원이 죽은 듯 고요해졌기 때문이었다.

스으으으으으으.

그런데 그때였다.

악봉단의 몸에서 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릿한 혈향.

방안을 잠식해 나아가는 혈기.

그렇게 혈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을 때.

스으으으으으읍.

혈기가 악봉단의 몸으로 갑자기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무서운 기세로 악봉단의 몸으로 흡수되는 혈기.

그리고 죽은 것 같았던 악봉단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완전히 피로 가득 차있는 두 눈.

보통 사람이 보았다면, 그대로 졸도를 해 버릴 만큼 괴기스러운 모습이었다.

“좋아. 좋아. 크하하하하.”

남궁거악은 그들의 모습에 크게 만족했다.

그들에게 느껴지는 기운이 확실히 범상치 않아졌다.

마치 터질 듯이 거칠게 날뛰는 그들의 기운.

그 힘이 마치 화탄과도 같아 보였다.

“이 정도라면, 그딴 객잔하나 쯤은 가볍게 없앨 수 있겠어.”

악봉단 개개인의 힘이 지금 단약 하나로 철혈오악 이상이 되었다.

거기에 더해 이들은 남궁거악이 예전부터 특별히 훈련을 시킨 이들.

철혈오악과는 다르게 합격진에도 능숙하고, 협공에도 아주 능숙했다.

“가서 그 망할 휘운객잔은 없애버리고, 현소월은 잡아와라.”

“명(命).”

“아, 그리고 혹시나 다른 여인들이 있다면, 그들도 모조리 산채로 잡아와라. 크흐흐흐.”

타탓.

악봉단은 곧바로 움직임을 개시하였다.

빠르게 사라지는 악봉단을 바라본 뒤, 남궁거악도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남궁세가에서 이 장로가 오는 날이었다.

그러니 미리 마중을 나가야 하였다.

“어디보자. 이제 올 때가 되었는데.”

이 장로가 오기로 한 장소.

남궁거악은 그곳에서 홀로 이 장로를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잠깐.

멀리서 일련의 무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남궁세가의 깃발을 달고 있는 마차와 주변을 호위하는 푸른 무복의 무인들.

남궁거악이 기다리던 이 장로의 행렬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이 장로님.”

“흠. 안녕하셨는가.”

남궁거악의 인사에 마차에서 중늙은이 한 명이 내렸다.

조금은 얄팍해 보이는 인상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몸 주변에서는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과 같은 예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 중늙은이가 바로 남궁세가 이 장로 승비검(昇飛劍) 남궁평제였다.

“자자. 어서 월영루로 가시지요.”

“그 전에 하나 확인해야 할 것이 있네.”

“예?”

남궁거악은 갑자기 확인할 것이 있다는 남궁평제의 말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하였다.

도대체 무엇을 확인한단 말인가?

“현재 세가에 자네가 이상한 곳과 손을 잡았다는 소리가 들려서 말일세……. 그걸 직접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네.”

이 장로는 갑자기 팔을 뻗어 남궁거악의 손목을 낚아채었다.

“무얼 하시려는 겁니까?”

“아아. 가만히 있게. 잠깐 확인만 하려는 거니까.”

스으윽.

남궁거악의 손목을 타고 흘러 들어가는 남궁평제의 내공.

그 내공은 빠르게 남궁거악의 몸을 휘돌아 단전으로 향했다.

“흡!”

남궁거악의 단전으로 향했던 남궁평제의 내공이 갑자기 무언가에 막혀 튕겨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궁평제의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정말이었군. 자네가 정말…….”

남궁평제는 남궁거악의 단전에서 이질적인 기운을 느꼈다.

원래라면 내공을 흘려보냈을 때 아무런 거부반응도 오지 않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남궁거악의 몸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은 남궁평제를 밀어낸 것 뿐 아니라, 그에게 역으로 내상까지 입혔다.

그리고 남궁평제는 남궁거악의 몸에서 아주 사악하고 비릿한 기운을 느꼈다.

“쳇. 어차피 이 장로께서도 저와 같은 부류시지 않습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손을 잡으시지요.”

남궁거악은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역으로 남궁평제에게 손을 잡자고 제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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