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31화 (131/203)

<휘운객잔 131화>

남궁거악이 ‘그’에게 받은 다섯 명의 무인.

‘그’는 이 다섯 무인이 남궁세가의 가주가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하였다.

철혈오악(鐵血五惡).

남궁거악은 이들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이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피부가 따가울 정도의 살기를 내뿜던 철혈오악.

남궁거악은 그들의 실력이 남궁세가의 장로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강한 힘을 지닌 철혈오악이었다.

“피를 보고 싶다면, 그 현소월이란 계집을 데리고 오지 않아도 된다. 크흐흐.”

철혈오악 중 가장 앞장서서 말을 하는 일악(一惡).

그는 철혈오악을 이끄는 자이자, 철혈오악 중 가장 강한 자이기도 하였다.

일악은 차라리 곽휘운이 현소월을 데리고 오지 않기를 바랐다.

정파 행세를 하느라 최근 피를 마음껏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현소월을 구실로 오랜만에 피를 보고 싶은 그였다.

“피라……. 썩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어쩔 수 없다면 봐야겠지요.”

진한 미소를 짓는 곽휘운.

곽휘운은 필요하다면 피를 보는 것을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무림이란 그런 곳이었으니 말이다.

“크흐흐흐. 좋아. 그럼 피를 보게끔 해 줘야지.”

콰아악!

순식간에 곽휘운의 목을 향해 쇄도해오는 일악의 도(刀).

그 속도와 기세가 엄청났다.

부지불식간에 날린 일격이라고는 생각지 않을 만큼 말이다.

슈와아아아아악.

스으으으윽.

그런데 그 엄청난 기세를 가지고 날아가던 일악의 도가 갑자기 허공에 멈춰 섰다.

일악의 도를 감싸고 있는 곽휘운의 휘운.

곽휘운은 지금 휘운으로 일악의 도를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는 것이었다.

“흡!”

일악은 있는 힘을 다 끌어올려 도를 빼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에 반해 곽휘운은 입가에 짙은 미소만을 띠우고 일악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는 언제 보여 주실 겁니까?”

“이익! 놈!!!”

콰아아아아아!

내공을 끌어올리는 일악.

꾸드드득! 꽈아아악!

내공과 함께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힘을 주어 보는 일악이었지만, 도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쉬아아아악.

그때 갑자기 공간을 가르며 빠르게 곽휘운을 향해 날아오는 창.

일악이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도움을 위한 철혈오악 중 이악(二惡)의 공격이었다.

어느 정도 곽휘운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강기를 두른 강렬한 공격이었다.

“흠. 다른 분들도 모두 한 번에 오셔도 됩니다.”

슈와아아아아악.

스으으으윽.

이악의 창도 일악과 마찬가지로 허공에 멈춰 섰다.

허공에 무기가 묶여 있는 일악과 이악.

철혈오악 중 남은 삼악도 재빨리 무기를 꺼내어 들었다.

곽휘운이 범상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손님들도 있으니, 빠르게 끝내겠습니다.”

곽휘운은 객잔에 머무르는 손님들이 있으니, 더 큰 소란이 일어나기 전에 이 싸움을 끝내기로 하였다.

슈와아아아아악.

주변을 가득 매우는 휘운.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휘운은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었다.

하지만 철혈오악은 휘운의 아름다움에 취할 틈도 없었다.

휘운이 그들의 주변을 감싸는 순간, 그들은 이 휘운이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으니 말이다.

투둑. 투두둑. 투둑.

그들은 곧바로 있는 내공을 모조리 끌어 올렸다.

눈이 빨개지고, 피부까지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흑마화와 비슷하다.’

지금 그들의 모습은 전에 보았던 흑마화와 비슷했다.

다만 변하는 색이 붉은색이라는 것과 흑마화 보다 더욱더 폭발적으로 기운이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흐음. 남궁거악이 누군가와 손을 잡았군.’

남궁거악이 손을 잡은 이들이 천마신교인지, 아니면 다른 곳인지는 정확히 알 길은 없었다.

‘이 붉은 기운……. 낯설지 않은데.’

붉은 기운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혈향.

너무나 미약해서 그저 착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곽휘운의 온 감각들이 착각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가. 그들이 나타난 것이군.’

그간 천마신교가 하였다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한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만약 지금 곽휘운이 생각한 그들이라면, 그 일들이 이해가 갔다.

그들은 본래 천마신교에서 떨어져 나온 이들, 그들은 아마도 다시금 천마신교에 웅크리고 힘을 키워온 듯싶었다.

[핏빛에 혈향이 담긴 기운이라……. 설마 그놈이 만든 곳인가?]

천홍은 혼자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생각할 것이 있는 듯 그대로 다시 침묵에 들어갔다.

“여러분들은 살려 둘 수는 없겠습니다.”

“놈!! 우리가 힘을 꺼내었으니, 아까와는 다를 거다.”

붉게 변한 철혈오악의 모습은 그야말로 흉신악살과 같았다.

그리고 몰라보게 증가한 그들의 힘.

그들을 이끌고 왔던 남궁거악의 부하마저 그들이 모습에 깜짝 놀랐다.

“괴, 괴물들…….”

지금 철혈오악의 모습은 절대로 같은 인간이라고 보기에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살기는 절로 오금이 저리게 만들었다.

“죽어라!”

“죽어!”

일제히 곽휘운을 향해 달려드는 철혈오악.

그 기세는 그야말로 성난 파도.

눈앞의 모든 것을 쓸어버릴 것만 같은 기세였다.

하지만

“객잔 앞이 더러워지면 안 되겠지.”

휘아아아아아악.

서걱.

휘운이 빠르게 휘돌더니 그대로 무언가 깔끔하게 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툭. 툭. 툭. 툭. 툭.

바닥에 떨어지는 다섯 개의 머리.

철혈오악의 머리였다.

그들은 조금 전 붉게 변한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얼어붙어 있는 그들의 잘린 부분.

덕분에 바닥에는 피 한 방울 흐르고 있지 않았다.

“어, 어……. 어어…….”

남궁거악의 부하는 이 광경에 말도 못하고, 몸을 덜덜 떨며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괴물들이라 생각한 철혈오악이 단 일 수에 모두 동시에 목이 잘려 죽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당신은 살려드리겠습니다. 이대로 돌아가서, 더 이상 피해를 보고 싶지 않다면, 현 총관님에게 관심을 끄라고 일러 주십시오.”

“으, 으아아악!”

남궁거악의 부하는 너무나 큰 두려움에 소리를 지으며 단박에 달음질쳤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곽휘운.

곽휘운은 남궁거악이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았다.

“흠. 그나저나 이들에 대해 무림맹에 보내야 하나?”

바닥에 쓰러져있는 철혈오악의 시체.

이들의 시체를 무림맹으로 보낸다면, 보다 확실하게 이들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 터다.

무림맹에는 시체를 가지고 여러 가지를 알아 낼 수 있는 부서가 존재했으니 말이다.

물론 이미 심증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는 확신을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흠. 아이야. 그것들을 내가 봐도 되겠느냐?”

* * *

곽휘운은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에 속으로 조금 놀랐다.

‘어느새 이렇게 다가온 거지?’

곽휘운은 노인이 주변에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노인이 그만큼 고수라는 소리.

‘끝이 느껴지지 않는다.’

곽휘운은 노인에게서 전에 만났던 전대 천마 제중혁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끝을 알 수 없는 강함.

노인은 분명 곽휘운이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 중에서도 가장 강한 축에 속했다.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보셔도 됩니다.”

“흘흘. 고맙다.”

곽휘운은 노인의 정확한 정체를 모르겠으나, 일단은 노인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 주었다.

여기서 지금 노인과 싸움이라도 벌어진다면, 큰일이 날 테니 말이다.

스으으윽.

노인이 그저 가볍게 손짓하자, 철혈오악의 시체가 두둥실 떠올라 노인에게 날아갔다.

마치 곽휘운처럼 기운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듯 했다.

“어디 보자……. 그렇군. 천살교 그놈들이 맞군 그래.”

“!!”

곽휘운은 노인의 말에 눈이 조금 커졌다.

노인의 입에서 나온 ‘천살교(天殺敎)’라는 말.

곽휘운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군. 역시 맞았어.’

곽휘운이 철혈오악의 붉은 기운을 느끼고 생각했던 곳이 바로 천살교였다.

[천살교? 이름도 그놈처럼 지었구나.]

‘그놈이 누구입니까?’

곽휘운은 가끔씩 천홍이 말하는 ‘그놈’이 누구인지 물었다.

[조금 더 확실해 지면 알려 주마.]

하지만 천홍은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천홍은 그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도, ‘그놈’이라고 하는 자에 대해서도 말을 하지 않았다.

곽휘운은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천홍에게도 천홍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여기서 곽휘운이 뭐라 한다 해도 천홍이 그저 입을 다물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런데 아이야.”

“예.”

그때 철혈오악의 시체를 모두 살펴본 노인이 곽휘운을 불렀다.

“네가 곽휘운이란 아이가 맞느냐?”

“예. 맞습니다.”

“흘흘. 그래. 대단한 아이구나.”

“감사합니다.”

“이런.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구나. 나는 검마라고 하는 늙은이다.”

“!!”

검마(劍魔).

무림의 수많은 무인들은 아마 천마신교의 다른 팔마는 몰라도, 다들 검마라는 이름은 알 것이었다.

천마신교 부동의 서열 1위이자, 무림 이천인 나천괴 설무룡을 압도적으로 꺾은 인물.

검마가 무림에 잠깐 나왔을 때, 설무룡이 검마를 찾아가 싸운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무림 이천으로 불리는 설무룡과 천마신교의 서열 1위라는 검마와의 싸움이 과연 어떻게 끝이 날까 궁금해 했다.

다들 그래도 검마와 설무룡이 호각으로 싸우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들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내가졌소.’

압도적인 패배.

설무룡은 검마의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그대로 패배한 것이다.

이 일로 사람들의 뇌리에 검마라는 이름이 강하게 박혔다.

‘이건 너무 갑자기 거물이 나타났군.’

곽휘운은 갑자기 나타난 검마라는 거물에 머리가 살짝 아파옴을 느꼈다.

어떻게 검마를 대해야 할지 고민스러웠으니 말이다.

“흘흘. 너무 고민하지 말거라. 나는 그저 며칠 여기에 묵으며, 누굴 좀 기다리려는 것뿐이니까……. 뭐, 그래도 너를 한번 보고 싶어서 온 이유도 있기는 있다.”

검마가 이곳 항주까지 온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곳에서 만나봐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곽휘운을 직접 만나보려는 것이었다.

철마를 꺾은 젊은 무인.

검마도 평생을 무공을 갈고 닦으며, 강자를 찾아다닌 인물이었다.

이번에 무림 진출을 하였을 때 새로운 강자를 찾고 있었는데, 항주에서 들려온 철마의 패배소식에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직접 보니, 내가 헛걸음은 하지 않은 것 같아 기쁘구나.”

“하하…….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흘흘. 칭찬이다. 네 나이에 너만큼 강한 자는, 내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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