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29화>
객잔 식구들에게 말하는 곽휘운의 계획.
“이제부터 화아는 오롯이 백리세가만을 관리하고, 휘운객잔은 저와 혜린 소저가, 그리고 현 총관님께서는 새롭게 문을 열 휘운객잔 2호점을 관리해 나갈 계획입니다.”
“네? 2호점이요?”
“예. 앞으로 무림 전체에 휘운객잔의 분점을 내 놓을 겁니다.”
“!!”
무림 전체에 분점을 내놓는다니?
물론 흑룡상단 등 거대 상단들이 무림에 흑룡객잔과 같은 분점을 내놓기는 한다.
하지만 보통의 객잔들 중 무림 전체에 분점을 내놓는 경우는 없다.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것은 둘째 치고, 누가 분점으로 객잔을 내놓으려고 하겠는가?
분점을 내놓을 정도로 큰 이점이 있어야만 분점을 내려고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들의 관리는 또 어떻게 하고 말인가?
분명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는 일이었다.
“아직 계획만 가지고 있는 것이니, 당장은 아닙니다. 다만, 항주에 2호점은 곧바로 낼 생각입니다.”
“어디에 내시려고요?”
“고민을 조금했는데, 현 총관님의 이야기를 듣고 정했습니다.”
“예? 제 이야기요?”
현소월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곽휘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작게 미소 지으며 말하는 곽휘운.
“월영루. 그곳을 휘운객잔 2호점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네에?!”
곽휘운의 말에 현소월은 물론, 객잔 모두가 깜짝 놀랐다.
월영루를 2호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월영루를 산다는 소리.
곽휘운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분명 남궁세가에서 월영루를 팔지 않을 터였다.
“남궁세가가 남궁거악을 월영루로 보냈다는 것은, 월영루를 조만간 정리하겠다는 소리입니다.”
남궁거악은 이미 남궁세가에서도 반쯤은 포기한 자식이다.
그에게 월영루를 맡겼다는 것은 사실상 남궁세가가 월영루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
혹여 남궁거악이 잘 유지를 한다면 좋겠지만, 아니면 말고 라는 뜻.
곽휘운은 남궁태산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기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제가 백리세가를 전담하라는 말은 어떤 말씀이에요?”
“말 그대로야. 앞으로 백리세가가 전면적으로 무림에 나설 거니까, 화아가 백리세가의 가주로서의 일만 하면 돼.”
이제는 백리화가 아니라도, 충분히 객잔의 운영이 가능했다.
황혜린도 이런저런 일이 있는 동안 백리화를 대신해 총관 일을 보면서 충분히 총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되었다.
“화아는 앞으로 백리세가의 가주님으로서 무림의 전면에 나서게 될 거야.”
“아!”
백리화는 드디어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인 것이었다.
‘이제 정말 잘해야 해.’
곽휘운에게 받은 은혜들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서는 이제 부터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제대로 백리세가의 가주로서 무림에 나선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걱정 하지마.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백리화의 걱정을 알았음일까?
곽휘운이 따뜻한 미소와 함께 백리화에게 힘을 주었다.
“네. 감사해요.”
“좋아.”
곽휘운은 그렇게 식구들에게 조금 더 세세한 역할을 설명해 주고, 앞으로의 일에 대한 큰 틀을 설명해 주었다.
예전이라면 다들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달랐다.
객잔 식구들은 지금은 무엇이든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하게 만드는 데에는 곽휘운이라는 존재가 큰 작용을 하였다.
* * *
월영루의 최상층.
그곳에는 이번에 월영루의 루주로 온 남궁거악이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주변에 널려 있는 수많은 술병과 옆에서 계속해서 술병을 들고 시중을 들고 있는 여인들.
지금 남궁거악의 모습은 그야말로 향락에 쪄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현소월이 휘운객잔인가 하는 곳으로 갔다고?”
“예. 그렇습니다.”
“흥. 은혜도 모르는 계집. 그동안 우리 세가가 뒤를 봐줬으니, 월영루가 이렇게 유지되고, 지가 총관을 계속 할 수 있었다는 걸 모르나 보군.”
현소월이 총관을 그만 둔다고 하였을 때 그냥 보내 준 남궁거악이었지만, 이대로 계속 놔둘 생각은 없었다.
아직 현소월은 분명 쓸모가 있었으니 말이다.
최근들어 시작한 기루 영업에, 기녀 중 현소월이 있냐고 물어오는 부호들이 꽤나 있었다.
그래서 남궁거악은 현소월을 기녀로 만들 생각이었다.
“가서 현소월을 되찾아 와라.”
“하지만 공자님. 곽휘운이 문제입니다.”
“뭐가 문제란 거냐?”
“최근 들려온 이야기로는 마교의 팔마인 철마를 이겼다고 합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곽휘운이 철마를 상대해 그를 이겼다는 소문이 최근 무림에 쫘악 퍼졌다.
지금 이곳 월영루에 온 이들 중 철마를 이길 수 있을 만한 무인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런 소문을 그대로 믿나? 닥치고 무인들 끌고 가서 데리고 와.”
“예, 예…….”
남궁거악의 말에 조금은 떨떠름하게 대답을 하며, 방을 나가는 부하.
그런 부하를 남궁거악은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쯧. 그런 헛소문을 믿다니.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남궁거악은 곽휘운이 철마를 이겼다는 소문을 당연히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다.
곽휘운의 나이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 마교 팔마는 제 아무리 곽휘운이 날고 기어도 이길 수가 없는 사람이다.
검성이라고 칭송받는 남궁태산이라고 해도,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을 텐데 곽휘운이 가능이나 하겠는가?
‘이참에 그 객잔도 내가 싹 다 접수해야겠어.’
남궁거악은 자신이 이곳에 버려지듯 보내진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속에 야심을 가지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가주라는 야심을 말이다.
최근에 얻은 힘들을 이용해서 이곳 항주를 손에 넣는다면, 그 잘난 남궁태산을 밀어내고 차기 가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술을 더 따라라.”
* * *
백리화는 곧바로 휘운객잔의 총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일단은 현소월과 황혜린이 각각 나누어 받았다.
아직까지 월영루를 접수한 것이 아니기에, 현소월은 일단 황혜린과 같이 휘운객잔의 총관 일을 시작하였다.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
현소월은 자신이 그동안 총관일을 해 오며 쌓았던 경험과 지식을 황혜린에게 전수해 주었다.
그리고 황혜린은 그것을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며 경청하고 있었다.
‘혜린 소저가 총관 일을 좋아할 줄은 몰랐군.’
황혜린은 지금 이 객잔을 운영하는 총관의 업무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꽤나 적성에 맞는지 배우는 것도 굉장히 빨랐다.
덕분에 곽휘운은 황혜린에게 휘운객잔의 총관을 맡긴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거기에 저렇게 묵도님이 따라다니니 든든하고 말이야.’
황혜린은 더 이상 곽휘운에게 예전처럼 달라붙거나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장도웅 때문이었다.
무공을 배우다 보니 정이 들었는지, 둘이 붙어 있는 시간이 점점 늘더니, 이제는 거의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수준이 되었다.
무심한척 근처에서 서성이는 장도웅과 그런 장도웅을 중간 중간 골려먹는 황혜린.
누가 보더라도 미소가 지어질 만한 한 쌍이었다.
쿵쿵쿵.
그때 객잔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일단의 무리가 객잔 안으로 들어왔다.
푸른 무복을 걸친 무리.
곽휘운은 남궁거악이 보낸 이들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소월을 데리러 왔다. 어서 데려 오거라.”
다짜고짜 마치 맡겨놓은 물건을 찾아가는 듯이 말하는 남궁세가의 무인들.
그들을 보자 현소월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사람을 그렇게 물건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못한 습관이에요.”
곽휘운이 나서기도 전에 나서는 한 사람.
바로 남주학이었다.
남주학은 굳이 이런 자들을 상대로 곽휘운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미면귀? 이건 남궁세가의 일이니, 다른 자들은 모두 빠져라.”
“이건 저희 휘운객잔의 일이기도 한데요?”
“감히 남궁세가의 일을 방해하겠다는 것이냐?”
남주학은 곧바로 대답지않고, 곽휘운을 살짝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라는 눈빛.
곽휘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며 말했다.
“현 총관님은 이제 우리 식구다.”
곽휘운의 말에 남주학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남궁세가의 무인들을 향해 살기등등한 눈빛을 보내었다.
“들으셨죠? 현 총관님은 저희 식구니까. 그쪽이 원하는 대로 보내 드릴 수 없겠네요.”
챙!
검을 뽑아드는 남궁세가의 무인들.
그들은 이곳 휘운객잔에 대해 소문을 들었기에 조금 긴장되었으나, 그래도 남궁세가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강하게 나가기로 하였다.
이 무림에 남궁세가라는 이름을 무시할 수 있는 곳은 없으니 말이다.
“남궁세가의 말을 지금 거스르겠다는 것이냐?”
“이상한분들이시네. 언제 제가 남궁세가의 말을 거슬렀나요?”
“우린 남궁세가의 둘째 공자이신 남궁거악님의 무인들이다. 남궁거악님의 말씀으로 이곳에 온 것이니, 남궁세가의 말이나 다름없다.”
“어차피 말이 통하실 분들이 아니네. 자. 검을 뽑았으니 그 책임은 지실 거죠?”
“무슨 소리냐?”
“이런 소리요.”
카카카캉! 카캉!
순식간에 남주학의 검이 움직였고, 그와 동시에 검을 뽑아든 남궁세가 무인들의 검에서 불꽃이 튀어 올랐다.
챙. 챙. 챙그랑. 챙.
그리고 바닥에 쇠붙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망한 눈으로 자신들의 검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세가 무인들.
그들의 검이 모두 딱 절반으로 잘려져 있었다.
“남궁세가분들이라 봐드린 거예요. 이만들 돌아들 가세요.”
정확하게 남궁세가 무인들의 검을 자른 남주학.
이 일수로 힘의 차이는 확실하게 드러났다.
떨리는 눈빛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를 바라보는 남궁세가 무인들.
“오늘은 돌아간다.”
결국 자신들끼리는 이 상황을 어찌 타개할 방법이 없으니, 일단은 돌아가는 남궁세가 무인들이었다.
그렇게 휘운객잔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곽휘운은 작게 미소 지었다.
역시나 생각대로 그들이 움직여 주고 있었다.
“자. 저희는 장사를 시작해 보지요.”
* * *
항주의 경계 부분에 있는 한 야산.
죽립을 깊게 눌러쓴 노인 한 명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허리춤에 낡은 검 한 자루를 메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흠.”
노인 혼자 길을 다니기에는 꽤나 흉흉한 지금의 무림.
아니나 다를까.
노인이 막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노인의 주변으로 수많은 인영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흐흐흐.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졌는지는 몰라도, 우리 태호채의 영역에 들어왔으면, 그만한 돈을 내야지. 안 그래?”
수많은 인영의 정체는 이 야산에서 산적질을 하는 태호채라는 곳은 산적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