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28화 (128/203)

<휘운객잔 128화>

휘운객잔에 돌아온 곽휘운과 일행.

일행은 자신들이 객잔을 비웠을 때, 주연희가 힘을 써서 객잔을 지켜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연희 소저.”

“가가의 객잔이니,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하하…….”

주연희의 대답에 멋쩍게 웃는 곽휘운.

주연희가 저런 말을 할 때마다 백리화와 위하윤의 눈빛이 조금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곽휘운은 그것이 어쩌면 조금은 불편했다.

“아직 혼인한 사이도 아닌데, 가가라는 호칭은 빼 주시기 바랍니다.”

그대 위하윤이 나서서 주연희에게 주의를 주었다.

위하윤은 주연희가 곽휘운을 가가라고 부르는 것이 심히 못마땅했다.

자신도 간신히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가가라니?

아니 될 말이었다.

“이미 혼인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가가라고 부를 게요.”

물론 주연희는 조금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주연희의 대답에 갑자기 곽휘운을 바라보는 위하윤.

알아서 잘 상황을 정리해 달라는 눈빛.

“연희 소저. 가가라고 부르시는 것은 조금 이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흐음……. 알겠어요. 그럼 뭐라고 부르죠?”

“그냥. 이름 정도로 불러 주십시오.”

“오빠……. 휘운 오빠라고 부르면 될까요?”

“……예. 그 정도면 됩니다.”

오빠라고 부르겠다는 주연희.

곽휘운은 그것도 안 된다고 하려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가가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으니 말이다.

“오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를 듣던 백리화.

백리화는 오빠라고 부르겠다는 주연희의 말에 뭔가 가슴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나도 저렇게 친근하게……. 아니, 아니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백리화는 애써 자신의 생각을 털어내었다.

곽휘운을 오빠라고 부르다니, 그것은 자신에게 언감생심이라고 생각했다.

“백리 가주님도 저를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예?”

“아, 그저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객주님이라고 꼬박꼬박 부르는 것이 불편하시면 편하게 부르셔도 된다고 말입니다.”

백리화는 곽휘운의 말에 조금 고민했다.

과연 자신이 그렇게 불러도 될까? 라는 생각 때문.

백리화는 괜찮다고 하려다가,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주제넘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나갈 수 없을지 몰라.’

배길화는 용기를 내보기로 하였다.

“아, 알겠어요. 저, 저도 그럼 휘, 휘운 오라버니라고 부를게요.”

“예. 알겠습니다.”

“대신 휘, 휘운 오라버니도 저를 가주님 말고,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말을 더듬으면서도 할 말은 하는 백리화.

백리화의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요청.

백리화가 상당한 용기를 짜내어 말한 것이었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백리 소저라고 불러 드리면 되겠습니까?”

“아니요! ‘화아’라고 불러 주세요!”

“예?”

화아라고 불러 달라니?

이번에는 곽휘운이 당황했다.

“여, 여동생처럼 친근하게 불러 주세요. 말도 편하게 해 주시고요.”

“……후우. 알겠습니다. 그럼…….”

곽휘운은 지금까지 살면서 여인을 친근하게 이름으로 불러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화아……. 이러면 될까?”

“네! 좋아요.”

곽휘운이 화아라고 하자 그 어느 때보다 밝게 웃는 백리화.

곽휘운은 그저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그렇게 기쁠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진즉 불러 주었을 텐데 말이다.

‘좋았어.’

백리화는 위하윤과 주연희보다 자신이 한발 더 나아갔다고 생각했다.

백리화, 위하윤, 주연희…….

세 여인간의 묘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무림맹.

“마교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예. 따로 따로는 움직이는 것 같은데, 감숙성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흠.”

위강천은 지금 마교 내에서 무언가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들이 그곳에 멈춰 있을 일이 없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마교 팔마 중 하나인 철마가 항주에서 죽었답니다.”

“철마가?”

“예. 아무래도 곽휘운 그자에 의해 당한 것 같습니다.”

“아아. 그렇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위강천이 보아온 곽휘운이라면, 철마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무림맹을 떠날 때의 실력이라면 분명 힘들었겠지만, 그때 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을 테니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괴물이었으니 가능하겠지.’

천무제라 불리는 위강천도 곽휘운은 괴물이라 인정했다.

지금쯤이면, 아마 자신도 넘어섰을 터였다.

“그리고 지금 검마와 독마가 항주로 움직이고 있다는 보고도 들어왔습니다.”

“마교 팔마 중 둘이나 항주로 움직인다?”

“예. 아무래도 곽휘운을 만나러 가는 듯싶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검마와 독마 둘이라면, 힘들 터인데……. 특히 검마는…….”

곽휘운의 힘을 믿는 위강천이지만, 팔마 중 둘이나 상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

거기에 더해 그 한 명이 검마라는 것은 더 큰 문제였다.

위강천은 검마가 얼마나 대단한 고수인지 알고 있었다.

사실상 마교 팔마 중에서 검마는 다른 팔마들과는 격이 다른 자였다.

전대 천마가 있을 때부터 서열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인물.

곽휘운이라도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둘이 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고, 독마는 중간 중간 경로를 바꾸며 천천히 항주로 향하고 있답니다.”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군.”

지금까지 무림맹이 얻어낸 정보들을 종합하자면, 독마는 마교에서 가장 위험한 자였다.

수없이 많은 무림의 대소사에 독마의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었다.

그런 독마가 항주로 가는 것도 찝찝한데, 계속해서 경로를 바꾸며 이동한다?

분명 무언가 있는 것일 터였다.

‘거기에 최근 발견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분명 일이 엄청나게 커질 터였다.

마교의 무림 진출은 귀여울 정도의 일이 될 것이다.

‘……!!! 설마 마교도 이 일을 알고 있는 것인가?’

마교가 감숙성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이유.

위강천은 그들도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것이라 생각했다.

“개방에 말해서 독마를 주시하라고 이르게.”

“예.”

위강천은 개방까지 더해서 독마를 주시할 것을 명령했다.

아직 확신을 할 수는 없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싶었다.

*   *   *

이른 아침.

휘운객잔을 찾아온 의외의 손님.

“현 총관님? 무슨 일로 이른 아침에 찾아오셨습니까?”

이른 아침부터 휘운객잔을 찾아온 이는 다름 아닌 월영루의 총관인 현소월이었다.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현소월의 얼굴에서 무슨 일이 생겼음을 느꼈다.

“또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왔습니까?”

곽휘운은 지난번 철마가 자신을 찾아 월영루를 찾아갔던 일이 있었으니 물었다.

“아닙니다.”

“그럼.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을 하지 못하는 현소월.

“월영루의 루주가 바뀌었습니다.”

“예?”

월영루의 루주가 바뀌었다니?

월영루는 남궁세가가 운영하는 곳이나 마찬가지인 곳.

쉽게 루주가 바뀔 일은 없을 터다.

게다가 지금의 월영루주는 일을 잘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자.

갑자기 루주가 바뀌는 것은 이상했다.

“남궁세가에서 새롭게 온 것입니까?”

“예. 남궁세가의 둘째 공자가 왔습니다.”

“아!”

곽휘운은 현소월의 말에 현소월이 왜 저리 표정이 피곤해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남궁세가의 둘째 공자.

자검주(紫劍主) 남궁거악.

무림에서 가장 유명한 명검 중 하나인 자령신검(紫靈神劍)의 주인.

분명 나름 뛰어난 실력의 무인이었지만, 검성 남궁태산의 존재감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자였다.

그것 때문인지, 그는 모난 성격으로 무림에서 유명했다.

아마 지금 현소월이 저리 된 것도 다 남궁거악 때문일 터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저를 찾아 오셨습니까?”

“……저를 휘운객잔에 받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현소월은 곽휘운에게 자신을 받아달라고 하였다.

남궁거악이 월영루에 온 이후로 월영루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남궁거악은 기녀들에게 손을 뻗는가 하면, 월영루를 아예 홍루로 바꾸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에 수많이 기녀들이 월영루를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몸을 옮겼으나, 남궁거악은 그녀들을 남궁세가의 힘을 이용해 다시금 월영루로 끌고 왔다.

이에 현소월이 앞장서서 남궁거악에게 따지고 들었지만, 남궁거악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현소월은 그 자리에서 총관 자리를 내려놓았고, 이렇게 곧바로 휘운객잔을 찾아온 것이었다.

“마침 딱 잘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계획하고 있는 일에 현 총관님 같은 분이 필요했으니 말입니다.”

곽휘운은 현소월이 이렇듯 월영루를 나와 찾아온 것이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했다.

곽휘운이 생각했던 일을 하기 위해서는 현소월과 같은 총관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화아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화아요? 언제 그렇게 부르는 사이가 되셨습니까?”

“아, 그것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하.”

현소월은 백리화와 곽휘운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졌음을 느꼈다.

‘바뀐다고 해놓고, 바뀐 것은 없네. 현소월.’

조금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바뀌려한 현소월이지만, 결국 바뀌기는커녕 오히려 이렇게 월영루에서 조차 쫓겨난 신세가 되었다.

현소월은 속으로 쓴 웃음을 지으며, 바뀐 것 없는 자신을 한탄했다.

“현 총관님이 이렇게 와 주시다니, 정말 저는 운이 좋은 놈인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뭐라고…….”

“항주에서 가장 뛰어난 총관이시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현소월은 곽휘운이 자신을 ‘항주에서 가장 뛰어난 총관.’이라고 평가해 주어서 고마웠다.

급격히 사그라지던 자신감이 조금은 되살아나는 듯했으니 말이다.

‘여기서, 여기서 다시 올라가 보는 거야,’

현소월은 휘운객잔에서 다시 위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자. 그럼 다른 식구분들과 인사부터 하러 가시죠.”

“예. 객주님.”

“하하. 현 소저에게 그렇게 불리니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감회가 남다르기도 합니다.”

곽휘운은 곧바로 객잔 식구들 모두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현소월이 휘운객잔의 새로운 식구가 되었음을 일러주었다.

“소월! 정말로 같이 일하는 거야?”

“응.”

“와. 정말 잘 됐다.”

역시나 백리화가 가장 먼저 나서서 현소월을 반겨 주었다.

백리화는 현소월과 같이 일을 하는 것이 소망 중 하나였는데, 오늘 그것이 이루어졌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현소월이 객잔의 모든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 곽휘운의 입이 다시금 열렸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말씀 드리고 싶은 계획이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