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27화 (127/203)

<휘운객잔 127화>

곽휘운은 철마의 공격을 막으며, 확실히 지금까지 만났던 이들과는 힘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축령신공이 아니었다면, 확실히 힘든 상대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본좌가 만든 축령신공이 대단하기는 하지!]

자랑스럽다는 듯 말하는 천홍.

곽휘운은 반박하지는 않았다.

천홍의 말대로 정말 축령신공이 대단하기는 했으니 말이다.

‘이런 기분은 교주님과 싸웠을 때 이후로 처음이군.’

철마는 지금 눈앞의 곽휘운을 보며 가늘게 몸을 떨었다.

압도적인 강자를 보았을 때 드는 경외감이자 두려움.

철마는 곽휘운이 그런 자라는 것을 느꼈다.

‘오늘 살아 돌아가지는 못하겠구나.’

철마는 그렇지만 조금도 슬프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 최고로 기분이 좋았다.

압도적인 강자에게 죽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철마에게는 최고의 죽음이었으니 말이다.

철마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펼쳐 보이기로 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

진원지기까지 모조리 끌어 올리는 철마.

그러자 그의 몸이 한층 더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보통 장정 셋은 합친 것 같은 거대한 몸집의 철마.

- 거혼압천신공(巨魂壓天神功). 오의. 대수번산(大手飜山).

거혼압천신공에 있는 두 개의 오의.

거혼묵갑을 두른 상태에서의 대수번산의 초식을 펼쳐 내었다.

몇 배는 커진 철마의 양 손.

진원지기까지 끌어올려 거대해진 손에 대수번산으로 더 커진 손은 마치 하나의 방패와 같아 보였다.

팡!

가공할 속도로 곽휘운에게 다가오는 철마.

그리고 뻗어 나오는 철마의 대수(大手).

쾅!! 쾅!!! 쾅!!!!

쉼 없이 몰아치는 철마의 대수.

일격, 일격마다 곽휘운의 휘운이 크게 요동쳤다.

‘근접 박투라면, 아까처럼 하지는 못하겠지.’

철마는 조금 전 자신의 축혼압천을 완전히 없애버린 곽휘운의 초식을 봉쇄하기 위해, 이렇듯 대수번산의 수를 펼치며 박투로 붙은 것이었다.

기운을 완전히 흡수해 무효화 하는 듯한 초식.

그렇다면 이렇게 박투로 붙는다면, 그것을 쓸 수 없을 터였다.

콰아앙!!!

가공할 위력.

모든 것을 태운 철마의 공격에,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요동쳤다.

카각! 카가각!

곽휘운도 반격을 날렸지만, 진원지기까지 더해진 철마의 몸은 그야말로 금강불괴.

곽휘운의 휘운이 얕은 상처만 낼 뿐 깊이 파고들지는 못하였다.

분명 상황만 보자면, 곽휘운이 어쩔 도리 없이 밀리고 있는 모양새.

‘극한의 외공이라.’

지금까지 곽휘운이 상대해 보았던 이 중 단연 철마의 외공은 최고 수준.

주변의 기운을 이용하는 휘운으로는 피부를 조금 베어 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다면, 나도 힘을 꺼내야겠군.’

조금 전 철마가 자신을 꾀어내기 위해 일행을 미끼로 사용했다.

그것은 분명 용서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 휘운검법(輝雲劒法). 극의. 태극(太極).

일순간 빛 무리를 내는 곽휘운의 검과 휘운.

그러더니 폭발하듯 순식간에 밝은 빛이 터져 나온 후에 다시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서걱. 촤아아아악!

“흡!”

철마의 오른팔이 잘려나가 있었다.

갑자기 잘린 오른팔을 바라보는 철마.

아무것도 느끼지도 못하였는데, 팔이 잘려나갔다.

그나마 밝은 빛 무리에 이상함을 느껴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서 팔이 잘린 것이지, 만약 가만히 있었다면 필시 목이 잘렸을 터였다.

‘내 몸이 이처럼 쉽게 잘린단 말인가?’

진원지기까지 더해진 지금 자신의 몸이었다.

강기를 잔뜩 머금은 공격도 자신의 몸에 흠집조차 낼 수 없을 만큼 단단한 상태다.

그런데 너무나도 쉽게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그것도 자신은 잘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너는 왜 이곳에 있지?”

철마는 순수하게 곽휘운에게 물었다.

이런 실력을 가졌으면서, 왜 이곳에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제 마음 아니겠습니까?”

“힘을 너무 숨기고 사는 것도 죄다.”

“그래서 이제는 숨기고 살지 않으려 합니다.”

곽휘운은 이제는 힘을 가리고 숨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도 조금 욕심을 내어 볼까 했다.

혼란스러운 무림의 정세.

‘어쩌면 이건 좋은 기회겠지.’

항주제일의 객잔과 백리세가의 부흥을 원했던 곽휘운.

곽휘운은 지금 조금 더 욕심을 내보려했다.

‘천하제일.’

휘운객잔과 백리세가 둘 모두를 천하제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천하제일이라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일단, 지금의 상황부터 처리를 하고.’

아직 철마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툭. 툭. 툭. 툭.

곽휘운이 잠시 생각을 하는 동안, 철마는 혈을 눌러 일단 흘러나오는 피를 멈추게 하였다.

콰아아아아아!

정말 마지막 힘을 짜내는 철마.

이 힘을 다 쓴다면, 이기든 지든 죽을 터였다.

죽음을 각오한 공격.

이것만큼은 괵휘운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쿠구구구구궁.

땅이 떨리고, 돌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철마의 마지막 남은 손에 모이는 엄청난 내공.

팟.

곽휘운에게 달려드는 철마.

곽휘운도 곧바로 검을 들고 철마를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휘이이이이이잉.

주변을 감싸며 맹렬히 회전하는 휘운.

마치 다가오는 철마를 그대로 갈아버릴 듯한 모습이었다.

콰가가가각. 카가가각. 콰가가가가각,

맹령히 휘도는 휘운을 향해 내뻗은 철마의 주먹.

강렬한 힘이 그대로 휘운을 뚫고 조금씩 안으로 파고들었다.

일순간 걷히는 휘운.

철마는 자신의 공격이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안에 서있는 곽휘운의 얼굴에 피어 있는 짙은 미소.

“끝입니다.”

촤아아아악!!

휘운이 그대로 철마의 몸을 휘감아 버리더니, 그대로 십(十)자 모양의 거대한 상처를 내었다.

털썩.

그대로 무릎을 꿇는 철마.

그나마 순간적으로 모든 힘을 호신강기에 집중했던 철마이기에 몸이 절단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강하군…….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널 찾아 올 거다…….”

마지막 말과 함께 그대로 숨을 거두는 철마.

곽휘운은 그 말에 작게 미소 지었다.

곽휘운도 알고는 있었다.

철마를 쓰러트렸으니, 더욱 많은 천마신교의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란 것을 말이다.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곽휘운의 새로운 목표와 계획.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들이 자신을 찾아오는 것이 나았다.

* * *

“다들 정말로 잘해 주셨습니다.”

철마와의 싸움이 끝이 나고 곽휘운은 주변의 일행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였다.

누구 하나 크게 다치지 않고, 이번 싸움에서 모두 승리를 하였다.

“자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이기지는 못했겠지.”

“맞아요. 객주님 덕분이에요.”

곽휘운이 내공을 나누어 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무공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이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곽휘운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런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다들 움직이실 수 있겠습니까?”

“으차차차. 움직여 봐야지 뭐 어쩌겠나. 자네가 우리 다 업고 갈 것도 아니고 말일세.”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일행.

다들 몸이 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회복이 되었다.

하지만 한 발짝 움직이는 것도 힘이 들 정도의 상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럼 제가 모두 업고 가겠습니다.”

“응?”

슈우우우우우욱.

휘운이 천천히 퍼지면서 일행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두둥실.

그리고 천천히 일행의 몸을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어머!”

“어어?”

마치 하늘에 붕 떠있는 듯한 느낌에 일행은 다들 놀랐다.

생전 느껴보지 못한 느낌.

“어떠십니까? 괜찮으십니까?”

“저, 저……. 뭔가 조금 기분이 이상해요…….”

“내려 주게. 나는 그냥 걸어서 갈 테니. 뭔가 부끄럽군 그래.”

“나도.”

백리화는 하늘에 붕 떠있는 기분이 조금 생소해서 그런지, 무언가 간지러운 듯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주 나쁜 기분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독고영과 장도웅은 내려달라고 하였다.

편하기는 할지 모르겠지만, 두둥실 떠서 움직이는 것을 혹여 누가 보는 것은 극구 사양이었다.

“그럼 하윤 소저, 백리 가주님, 주학이는 이렇게 가는 것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네~”

“네…….”

“응…….”

신나서 대답하는 남주학과 조금은 부끄러운 듯 대답하는 백리화와 위하윤.

곽휘운은 이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철마와의 치열한 싸움을 하였던 장원을 떠났다.

위하윤과 백리화, 남주학이 구름 위에 탄 듯 휘운에 앉아 두둥실 떠서 움직였고, 독고영과 장도웅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 * *

“하하하하하!! 철마가 죽었다?”

“예.”

쿠그그그그긍.

머물고 있는 전각이 흔들릴 만큼 커다란 천마의 웃음.

철마는 지금 교마에게 철마가 당했다는 보고를 듣는 중이었다.

“서열 8위인 철마가 죽었다니. 재미있군. 재미있어.”

천마는 지금 정말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이곳 무림은 언제나 이렇게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진다.

천무제와 나천괴가 아니면 팔마를 막을 자들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아마 또 새로운 강자들이 속속들이 나타날 터.

천마는 지금 그 어느때 보다도 피가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미 이 소식이 다 퍼졌겠지?”

“예. 이미 교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럼 벌써 달려 나간 자들이 있겠군 그래.”

향초아나 방위준이 당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상황.

무려 팔마 중 하나가 당한 것이다.

당연히 싸움에 미쳐 있는 천마신교의 무인이라면 달려가지 않고는 못 배길 상황.

“얼마 전에 돌아온 독마(毒魔)와 검마(劍魔)님이 움직였다고 들었습니다.”

“검마가 직접 움직여?”

독마는 워낙에 알 수 없는 자이니 그렇다고 쳐도, 검마가 직접 몸을 움직였다는 것에 천마도 조금은 놀랐다.

천마신교 서열 1위 검마.

그는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먼저 몸을 움직이는 자가 아니었다.

아마 무림에서 그를 움직이게끔 만들 사람은 천무제 말고는 없을 터.

그런데 그런 검마가 직접 몸을 움직였단 말인가?

“아무래도 궁금하셨나 봅니다. 이곳에 있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셨을 테구요.”

“음. 그럴 수 있지.”

교마도 감히 말을 놓지 못하는 상대가 바로 검마였다.

순수하게 무공만 놓고 보면, 어쩌면 천마 이상일 수도 있는 괴물.

하지만 교마도 이번에 검마가 직접 움직이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

그래서 왜 검마가 직접 움직였는지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다.

단지 추측만 해 볼 뿐.

“만약 검마까지 진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 그렇다면, 이번 무림행은 조금 힘들어 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나는 이미 자네들 때문에 힘들어 진 것 같은데 말일세.”

“예? 무슨…….”

“아. 아닐세. 귀담아 듣지 않아도 되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