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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26화 (126/203)

<휘운객잔 126화>

독고영이 한기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곽휘운의 공이 컸다.

곽휘운이 일행의 실력 향상을 위해 전해 주었던 단약.

곽휘운의 내공이 담긴 것인 만큼 한기가 담겨져 있었다.

물론 아주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독고영에게는 충분했다.

‘이것이 한기군.’

독고영은 단전에 자리 잡은 한기를 느끼고, 곧바로 그 한기를 쌓기 시작했다.

한번 알기 시작하니,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무섭도록 쌓여 가는 한기.

독고영은 이 한기가 자신의 신주만라사를 강하게 해 줄 열쇠라고 생각했다.

‘융화시키는 것이 어렵군.’

확실히 갑자기 생겨난 한기와 내공의 융화가 되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쌓아 봐야 오히려 독이 될 뿐이었다.

“한기라고 내공과 다르다고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한기도 그저 내공일 뿐입니다.”

독고영이 무언가를 고민하는지 정확히 아는 듯한 곽휘운의 말.

독고영은 곽휘운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았다.

화아아아아악.

한기도 결국 내공이라는 이야기에 독고영은 그 순간 한기와 자신의 내공을 합칠 수 있었다.

하나가 된 한기와 내공.

번쩍!

눈을 뜬 독고영.

안광이 일순 번쩍였다.

“나랑 대련이나 한번 해 주겠나?”

“좋습니다.”

* * *

검이 잘린 장호평.

하지만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시 가세.”

“아니. 끝일세.”

다시 시작하자는 장호평의 말에 고개를 젓는 독고영.

도대체 무슨 일일까?

피핏. 핏. 핏핏.

촤아아악!

갑자기 장호평의 몸에서 핏줄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엄청난 핏줄기가 터져 나오고, 그대로 장호평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장호평의 검이 잘린 순간.

이미 장호평의 온 몸도 전부다 신잠사에 의해 잘린 후였다.

“쿠왁!”

장호평이 완전히 쓰러진 후 크게 피를 토하는 독고영.

확실히 장호평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의 섬전검을 막기 위해 독고영도 엄청나게 많은 내공을 소모했다.

특히 마지막에는 독고영도 빨리 끝내기 위해 무리를 하였다.

“뒤를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서있을 힘도 없는 독고영은 그대로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제 남은 싸움은 철마와 곽휘운의 싸움뿐이었다.

‘이건 자리를 조금 옮기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 * *

철마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자신을 따라다니던 오패랑은 전부 패해 버렸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딱히 실망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저쪽 인원들이 죽었어야 더욱 재미있는 싸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도 죽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역시 정파야. 재미가 있어.”

언제나 천마신교나 다른 세력들이 무림을 위협할 때마다, 정파는 알 수 없는 힘을 보여 준다.

분명 이렇게까지 강한 이들이 아닌데, 신기하게도 위기일 때마다 알 수 없는 저력을 보여 준다.

물론 그래서 재미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 우리의 싸움을 시작해 보자.”

쿠구구구구구구궁.

철마가 움직이자 압도적인 기운이 사방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보통의 무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

공기가 떨리고, 땅이 흔들릴 정도.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저 기운만으로도 죽일 수 있을 듯싶었다.

“이런. 이런.”

곽휘운의 입가에 그 어느 때보다 짙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지금까지 곽휘운이 상대해 본 사람 중 가장 강한 축에 속하는 사람.

일말의 방심도 할 수는 없었다.

슈와아아아아아악.

그 어느 때보다 짙은 휘운이 주변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마의 기운을 깔끔하게 지워 나갔다.

“좋아. 싸울 맛이 나겠어.”

철마는 지금 최고로 몸이 흥분되었다.

이런 기분은 천마와 싸울 때 이후 오랜만이었다.

온 몸이 지금 눈앞의 곽휘운이 상상도 못할 강자라고 알려 주고 있었다.

과연 어떤 힘을 보여 줄까 기대되고 또 기대되었다.

“간다.”

쾅.

덩치만큼이나 엄청난 진각을 밟으며 날아오는 철마.

그 속도가 무시무시했다.

눈 깜빡하는 사이에 곽휘운의 코앞까지 당도한 철마의 신형.

콰아아앙!

그리고 뻗어 나오는 철마의 일권이 곽휘운의 휘운과 부딪쳤고, 그야말로 귀청이 떨어질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일순간 완전히 흩어져 버리는 휘운.

철마의 일권에 담긴 힘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거혼압천신공(巨魂壓天神功).’

온몸이 무기나 다름없는 위력을 내게 해 주는 무공이었다.

쾅!! 쾅!! 콰앙!!

철마의 연속된 공격.

손, 발, 어깨 정말 모든 신체 부위로 곽휘운을 공격해 나아갔다.

곽휘운도 그저 휘운만 믿고 맡기기에는 힘든 듯 직접 검을 들고, 철마의 공격을 막았다.

“자. 어서 힘을 보여 봐라!”

철마는 계속해서 막기만 하는 곽휘운에게 공격할 것을 종용했다.

과연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 느껴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카가가칵. 핏!

곽휘운의 휘운이 순간적으로 철마의 어깨를 베었다.

그런데 분명 어깨를 베었는데 마치 철을 벤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금강불괴에 가까운 철마의 몸이기에 그런 것이었다.

물론 철마는 지금 자신의 어깨에 상처가 나고, 그곳에서 아주 얇지만 핏줄기가 솟아 올라왔다는 것에 놀랐다.

‘상처가 났다고?’

강기로도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낼 수는 없다.

그런데 그저 흩날리는 구름인 것 같은 이것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 것이다.

‘역시 싸울 가치가 있어.’

오랜만에 보는 피에 철마는 더욱더 흥분되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서로의 피가 터지는 싸움.

철마는 모든 것을 내어 보이기로 하였다.

- 거혼압천신공(巨魂壓天神功). 오의. 거혼묵갑(巨魂墨鉀).

스르륵. 스륵. 스르르륵. 스륵.

철마의 몸이 완전히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흑마화 같았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검게 변한 곳은 마치 갑옷을 입은 듯 변하였다.

일견 보기에도 단단해 보였다.

“더 재밌게 놀아 보자고.”

쾅!

한층 더 빨라진 움직임의 철마.

거혼묵갑은 몸을 단단하게 보호할 뿐만 아니라, 신체능력도 모두 상승시켜 준다.

콰앙!!

촤아아아악.

철마의 일권에 곽휘운이 뒤로 밀려났다.

곽휘운 일행은 지금 곽휘운이 이렇게 밀려나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다들 깜짝 놀랐다.

적수가 없을 것 같이 강해보였던 곽휘운이 밀리고 있는 듯이 보였으니 말이다.

쾅!!! 콰쾅!!! 쾅!!!

쉬지않 고 곽휘운을 몰아치는 철마의 연환격.

곽휘운은 그저 공격을 막는 것에만 급급해 보였다.

“이게 다는 아닐 텐데? 네 모든 실력을 다 꺼내라.”

“모든 실력 말입니까? 그건 저도 꺼내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뭐?”

촤악! 촤악!

쩌저저저적.

연신 공격을 퍼붓던 철마의 두 허벅지에서 갑자기 핏줄기가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그 부위가 그대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타탓.

갑작스러운 일격에 철마가 급히 뒤로 몸을 빼내었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다는 눈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거혼묵갑을 두른 상태였는데, 너무나도 손쉽게 상처가 나 버렸다.

“더 보여 주실 것이 있습니까?”

너무나도 평온한 곽휘운의 목소리.

철마는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젊디 젊은 무인.

그런데 자신의 공격은 모두 막아 내고, 오히려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었다.

“자만하지 마라.”

콰아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아아!

철마는 있는 내공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그러자 엄청난 기의 폭풍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슈우욱.

곽휘운은 휘운을 움직여 이 기의 폭풍에서 일행을 보호했다.

장도웅을 제외하고는 다들 지금 손가락하나 까딱하기도 힘든 상태.

곽휘운이 막아주지 않았다면, 이 기의 폭풍만으로도 다시 크게 상처를 입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 거혼압천신공(巨魂壓天神功). 극의. 축혼압천(縮魂壓天).

팟.

철마의 움직임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강렬한 진각도 없었고, 주변을 터트릴 듯한 강렬한 공격도 없었다.

하지만 곽휘운은 지금 철마의 움직임이 얼마나 위험한지 바로 알아차렸다.

‘내공을 한계까지 압축했다.’

한계까지 끌어올려 폭발하기 직전까지 갔던 철마의 내공이, 순식간에 압축되어 몸속에 모였다.

그리고 압축된 힘을 가진 철마가 공간을 가르며 곽휘운에게 쇄도해 왔다.

스윽. 퍼어어어엉!!

철마가 곽휘운에게 뻗은 일권을 곽휘운이 피하자, 뒤 쪽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곽휘운의 뒤편에 있던 전각의 반이 그대로 날아가 있었다.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

저런 것을 정면에서 맞았다가는 그 누구도 멀쩡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자 막아 봐라.”

철마의 신형이 갑자기 곽휘운이 아닌 일행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런!’

곽휘운은 순간 아차 싶었다.

철마가 일행을 노릴 것이란 생각도 했어야 했는데, 너무 싸움에만 신경을 쏟고 있었다.

스르륵.

곽휘운은 철마의 움직임을 제지하기 위해 급하게 휘운시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등에 메었던 흑궁을 꺼내어 그대로, 철마에게 쏘아 내었다.

푹. 푹. 푹. 푹.

“크으.”

철마의 양 다리와 어깨에 박히는 휘운시.

너무나도 간단하게 철마의 갑옷을 뚫어 버리고 몸에 박혔다.

하지만 철마는 멈추지 않았다.

‘내 공격을 정면에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철마가 이렇게 곽휘운 일행이 쓰러져 있는 곳으로 향하는 이유는, 곽휘운이 저들을 지킬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가장 완벽하게 상대를 묶어놓을 수 있는 방법.

저들을 노린다면, 곽휘운은 필시 자신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낼 터.

철마는 그럼 십중팔구 자신의 승리를 장담했다.

- 거혼압천신공(巨魂壓天神功). 극의. 축혼압천(縮魂壓天).

다시 펼쳐지는 철마의 축혼압천.

철마가 휘운시에 의해 조금 느려진 틈에 곽휘운이 어느새 일행의 앞을 막고 서 있었다.

‘좋아.’

그 모습에 철마는 눈을 빛내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된 것이다.

스으윽. 퍼어어어엉!!!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강한 위력을 내뿜으며 날아가는 철마의 공격.

아무리 곽휘운이라도 이 공격을 정면에서 맞서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 휘운검법(輝雲劒法). 오의. 무극(無極).

천천히 움직이는 곽휘운의 검과 휘운.

그리고 그곳으로 쇄도하는 철마의 공격.

크그극. 크극. 크그그그극.

힘 있게 앞으로 쇄도하던 철마의 공격이, 무언가에 걸린 듯 괴상한 소리를 내며 곽휘운의 앞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르르르륵.

그리고 그렇게 곽휘운과 힘 싸움을 하던 철마의 공격이 그대로 휘운에 흡수되어 버리더니,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후우.”

곽휘운의 짧은 한숨.

철마는 조금 전 공격을 한 그 모습 그대로 미동도 없이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내 축혼압천의 수가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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